그다지 신뢰가 없었을 거임.

당연함. 장교란 자들은 하나같이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다가 명성을 얻고자 장교란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았으며 실전은커녕 사병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허수아비같은 존재로, 베테랑 브랫에게는 영 마뜩찮았거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지휘를 해야할지 모르는 놈들도 수두룩 했고.. 물론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또 브랫은 브라보 소대에 갓 중위 계급을 달고 막사에 들어온 장교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음. 말갛고 하얗고, 한편으론 브랫은 여태껏 봐온 장교들 중 생긴 게 가장 계집같이 생긴 애가 이 정글과도 같은 이곳에서 쥐어잡히진 않을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울면서 탈영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스운 생각이 들었음. 거니를 따라온 모습이 꼭 아빠를 따라 캠프에 온 어리숙한 모습이라 브랫은 시선을 거두고 랩톱을 보았음. 거니의 묵직하고 낮은 음성이 곧 사라지자 한층 꽤 높고, 청량한 장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나다니엘 픽 중위다. 모두 만나서 반갑다.

목소리도 어쩜 저리 고운지, 담배나 피우는 쩌든 목소리와 숨소리를 내뿜는 새끼들과는 다르게 목캔디나 먹으며 목을 관리했을까 생각도 들고. 그런 브랫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니는 이 소대에서 콜버트가 자기 다음으로 꽤 많은 도움을 줄테니 친하게 지내라는 농담을 툭 던지는데 브랫은 힐끗 앞을 보았음. 브랫의 새파란 눈을 본 장교들 중 일부는 가끔 깨갱하고 시선을 피하고는 했는데 그 초록눈의 말간 중위는 브랫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그저 평온하게 보았음. 물론 브랫도 그 푸른 숲같은 눈을 말없이 마주했지.

간단하게 인사를 끝나고 앞으로 그들의 소대장이 될 네이트 픽은 언제 어디서든 사병들의 안주거리가 될 예정이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면 좋겠다. 사병들이 필요로 하는 것, 실무를 이행하는 부사관들에게 협조적이고 모르는 건 스스로 인정해서 배우는 모습이나 아래에서 올라오는 의견을 간과하지 않고 최대한 수용하려 애쓰는 모습이 브랫한테도 가득 들어오겠지. 무엇보다,

형아아아아아아!!!!!

동생을 셋이나 둔 장남이자 가장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도. 면회가 허용 된 어느날 가족 친지들이 찾아와 북적대는 면회실에는 브랫의 부모님 역시 아들이 십 년 째 이렇게 복무하고 있어도 늘 처음처럼 찾아오고는 했었음. 친부모님은 아니지만 브랫을 최선을 다해 키워주셨으니 브랫은 모른척 하지 않고 평범한 아들처럼 행동하고는 했었음. 면회실엔 가족이나 친지, 또는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이들이 있었지. 그럼에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네이트 픽은 동생들만 있다는 게 브랫의 시선을 은근하게 잡아 끌었을 것임. 브루넷의 곱슬머리, 화려한 금발머리, 그리고 한참이나 작은 금발 곱슬머리가 픽 중위한테 딱 달라붙어 있었음. 잘 웃지도 않고 농담이라고는 전혀 주고받을 생각이 없이 구는 중위가 눈을 접고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 웃으며 동생들의 안부를 묻고 있었음.

한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끽해야 다섯-여섯살쯤 되는 아이는 네이트 픽의 무릎 위에 앉아 피엑스에서만 판매되는 젤리를 먹고 있었고, 나머지 브루넷과 금발은 안부를 주고 받는 듯 했음. 브랫의 시선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네이트 픽과 시선을 마주쳤는데 특이하게도 그렇게 시선을 피하는 법을 모르는, 늘 올곧은 눈빛의 그가 먼저 눈을 피하고 자기 품에 앉은 아이를 고쳐 안으며 보호하는 듯 좀 더 단단히 끌어 안았음. 파병을 앞뒀고 짧기만한 면회시간이 종료됨을 알리는 시곗바늘에 익숙한 듯 브랫의 부모님을 자리에서 일어났음. 부모님은 익숙한 듯 건강히 잘 돌아오라는 말을 하고는 먼저 면회실을 빠져나갔고 브랫은 그 자리에 서있었음.

물론 네이트 픽도 시간을 알고 있기에 동생들과 잠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음. 브랫은 답지않게 저도 모르게 친밀하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켜주고 싶었음. 헤어지기 싫어 우는 어린 아이와 금발을 달래주는 네이트에게 성큼 다가섰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지는 걸 알았는지 네이트가 흠칫 놀랐음. 갑작스런 커다란 군인의 등장에 브루넷이 본능적으로 금발과 아이를 등뒤로 감췄고 네이트는 자신의 동생들이 겁 먹었다는 걸 알아서 이중으로 자기 등뒤에 감추었음. 브랫은 겁줄 마음은 없었는데 저를 경계하는 모습에 마치 집을 지키는 하얗고 작은 강아지를 떠올림.

면회시간 다 됐습니다. 소대로 가시죠,sir.

그리고 브랫은 그 어느때보다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눈도장을 찍었음.




















중며드는 브랫과 미래의 (짭)핏줄들한테 눈도장을 찍는 브랫...



슼탘 브랫네잇
2023.03.28 21:27
ㅇㅇ
모바일
이미 머릿속으로 결혼식 올렸는데 부랫 ㅋㅋ
[Code: 9089]
2023.03.28 21:37
ㅇㅇ
미래의 아빠와 인사한 배꾸픽들 ㅋㅋㅋㅋ
[Code: 552a]
2023.03.28 21:39
ㅇㅇ
모바일
면회하면서 중위님 신경쓰고 가족들 관찰하면서 계속 눈에 담는거 브랫 벌써 중며들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다 젖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 눈도장까지 확실하게 찍는거 너무 유능하다
[Code: 009f]
2023.03.28 22:05
ㅇㅇ
모바일
브랫 그냥 존나 반했잖아 ㅋㅋㅋㅋㅋ 고백갈겨
[Code: 25eb]
2023.03.28 22:11
ㅇㅇ
모바일
상견례네ㅋㅋㅋㅋㅋㅋ
[Code: 36b6]
2023.03.28 22:47
ㅇㅇ
모바일
상견례 ㅋㅋㅋㅋ 이제 식만 올리면 되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
[Code: 6c12]
2023.03.28 23:56
ㅇㅇ
zzzzㅋㅋㅋㅋ부랫ㅋㅋㅋㅋ
[Code: d747]
2023.03.28 23:57
ㅇㅇ
중위님한테 스며들어가는 브랫 묘사 너무 좋다. 숲 같은 중위님의 눈동자에 빠져들지 않을수가 없겠지..!
[Code: d747]
2023.03.29 09:24
ㅇㅇ
모바일
그저 눈도장 찍으려던 부랫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716]
2023.04.03 04:04
ㅇㅇ
모바일
센세 얻나더!!!!!!!! 젤리먹는 막내 ㄱㅇㅇ ㅠㅠㅠㅜ
[Code: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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