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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1:00








볼 것 하나 없는 동네였다. 구불구불한 길가에 돌본지 오래된 집들이 늘어서 있고, 종종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모습은 보여도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 삭막한 동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엄마와 생활을 영위하는 것보단 본인의 영광에 힘쓰는 아빠, 부모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각자도생해야 하는 자식. 끼리끼리 모여산다는 말이 틀리지 않게 이웃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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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비워져 있던 앞집에 웬 가족이 이사왔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오래된 티가 나던 집에 곱슬머리 소년이 차례차례 짐을 우겨넣던 모습을 하교할 때 보았다. 문을 열고 내가 뒤를 한 번 돌아보자, 곱슬머리 소년은 손인사를 보냈다.



학교에서 만난 소년은 약속이라도 한듯 나와 함께 했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합류에도 나와 내 친구들은 놀라지 않았다. 이 동네에선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고 등장하는 게 대수롭지 않았다. 부모를 따라 도망가거나, 혹은 피해서 도망치는 아이가 많았다.


문명의 이기라고 하나? 스마트폰 하나로 누군가와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은 생사도 알 수 없이 사라져가곤 했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소년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자 당연히 해고됐고, 어머니와 누나는 아버지의 술값을 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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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여기야?

누나가 이 근처 Z마트 캐셔로 붙었거든.




어느 순간부터 소년은 몸에 멍을 하나씩 그려왔다. 가끔씩 앞집에서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조용한 동네를 울려댔고, 그 멍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되려 상처가 될까 묻지 않았다. 대개 이런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은, 멍을 보이는 일은 있어도 치부를 보이고 싶어하진 않는다.









소년의 누나는 아버지에게 맞고 있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누나를 구하려 소년은 아버지 앞에 방패막이로 섰다. 소년은 대서지 않고 그저 아버지의 손찌검을 막기만 했다.


몰래 보려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를 피해 도망나오던 소년의 누나와 일련의 사건들을 집에 돌아가다 우연히 보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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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려 맞던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의 손에 족족 멍이 들고 있는 와중에도 나를 쳐다보는 소년을 보았다. 수치심에 점점 일그러져가던 소년의 표정이 보였다. 조금씩 세게 쥐어가던 주먹도 보았다.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강하다.









당황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척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쪼그려 앉아 울었다. 소년의 자매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계속 들었다.

왜 소년을 도와주지 못했을까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 또한 소년을 도와주기에는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이 불우한 삶을 바꾸지 못할 정도로 나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소년에게서 나를 보았던 것이었다.







소년은 그 뒤부터 나를 피해다녔다.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소년이 사라질 거라고, 다들 그렇게 얘기했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나도 소년에게 먼저 다가지 않았다.

소년을 항상 시야에 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확인에 지나지 않았다. 혹시나 나 때문에 그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나의 순진한 이기심때문에.



곱슬머리 소년은 반항이라도 하듯 점점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지각하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그의 출결 상태에 한숨을 쉬던 선생님들도 그것에 익숙해져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더니, 내 가슴을 쿡쿡 찔러대던 죄책감도 사라져갔다. 마치 소년이 이사를 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련해졌다. 기분 탓인지 앞집에서 나던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먼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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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도와줘.








소년의 죄목은 존속살해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아버지의 폭행이 계속됐다는 게 인정이 되서 생각보다 형을 오래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도와달라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타의적인 이유로 나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두 번째 시도도 놓쳤다.







남겨진 그의 가족들은 홀연히 어딘가로 떠나갔고 소년은 나에게서 없었던 사람이 되었다. 사실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나약한 줄만 알았던 내 삶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죽고, 남겨진 아버지와 동생을 건사하기에 바빴다.

결혼은 했어도 순탄하지 않았다. 아이 아빠는 도박에 빠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게는 내 운명을 이어받을지도 모를 딸만이 남았다. 소년의 인생을 걱정하기엔 내 것이 너무 각박했다.







심지어 오늘은 어렵게 지켜온 집이 재개발로 철거당하는 신세가 됐다. 장난감을 손에 쥐고 울음을 터트리는 딸 앞에서 나조차 울 순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왜 소년의 이야기를 꺼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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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그 소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너지는 내 집 위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 아주 대단한 사람으로.








티모시너붕붕
2024.06.26 01:33
ㅇㅇ
모바일
세상에 ㅜㅜㅜㅜㅜㅜ 티모시 독기품었니 ㅜㅜㅜㅜㅜ 센세 억나더
[Code: a510]
2024.06.26 01:41
ㅇㅇ
모바일
미쳤다..... 개존잼 센세 제발 사람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억나더를 줘.... 티모시에게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해
[Code: d76b]
2024.06.26 0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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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Code: 1aaa]
2024.06.26 05: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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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맘 아퍼......... 그 긴 시간을 혼자 어떻게 보냈으려나..
[Code: 0b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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