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을 뜨면 버드의 기분은 곤두박질친다. 꿈을 꾸는 동안 아주 잠시 눌러둔 비밀이 다시 솟구쳐 심장 곳곳을 아프게 찔러댔다. 처음엔 사춘기 때의 방황이나 변덕, 그에 따른 이상 행동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렇게 치부해버리면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열넷, 열다섯이 되어도 잠깐의 일탈이라고 생각했던 게 갈증처럼 더 심해졌다. 그 상태로 오늘 버드는 열여섯 번째 생일의 아침을 맞았다.
버드가 눈을 떴다는 걸 감지라도 한 것처럼 브랫이 버드의 방문을 점잖게 세 번 두드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나마도 최근 들어 저렇게 예의를 차린 거지 그 전만 해도 브랫은 노크하고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더 어릴 땐 버드의 방문은 닫힌 적이 없었다. 버드가 사춘기가 되면서 방문을 닫기 시작했는데 형인 네이트보다 오히려 브랫이 그걸 서운해했다. 버드는 브랫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뭐든 다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제 마음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났다.
“우리 천사 열여섯 번째 생일 축하해.”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 인형의 주둥이를 버드의 이마에 살포시 갖다대며 브랫은 속삭였다. 마치 입맞춤을 인형으로 대신하는 것처럼. 버드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뺨, 이마, 어깨, 심지어 종종 입술에도 쏟아지던 브랫의 입맞춤이 사라졌다. 그걸 어색해하는 버드를 인지해서인지, 아니면 눈치빠른 네이트가 일러줘서인지는 몰라도 버드는 어느새 브랫의 그런 격식없는 스킨십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선을 긋기 시작한 스킨십과는 달리 애칭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브랫으로부터 받는 열 번째 생일 축하였고 그간 달라진 건 없었으면 바라는 마음과 앞으로 모든 걸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혼재했다.
“고마워요. 근데 나 이제 천사 아닌데.”
내 속마음을 알면 악마라고 부를 텐데. 버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리려 했다. 그러자 버드의 침대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시선을 맞추고 있던 브랫이 이불 끝자락을 말아쥔 버드의 손을 덮었다. 키도 불쑥 자랐고 몸도 많이 컸는데 여전히 브랫의 손은 한참 컸다. 그 앞에선 늘 아기인 것 같았다.
“버드, 나한테 너는 항상 천사야.”
그 말에 감동받으려던 찰나에 반쯤 열려있던 방문이 훤히 젖혀지며 랜스가 나타났다.
“왕못난이 막내못난이 빨리 내려와! 케니가 팬케익 구웠는데 강아지 모양이라고 우기잖아!”
랜스가 짖듯이 외치고 사라졌고 그 말을 곱씹듯 브랫의 미간이 잠시 구겨졌다. 그 표정에 버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심각한 게 사라진 듯 브랫 역시 버드의 곱슬머릴 넘겨주며 웃었다. 눈뜨자마자 보는 그의 미소는 커튼 사이로 내비치는 태양만큼 밝고 눈부셨다. 버드의 기분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를 저렇게 웃게 만들고, 화내게 만들고, 슬프게 만드는 게 모조리 다 자신이었으면 했다.
브랫버드 브랫네잇 슼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