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ㅈㅇ








1.

하아, 허니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또 다시 허니가 1년 중 가장 싫어하는 기간이 되돌아왔다. 

매년 4월부터 6월. 런던에서 열리는 사교 시즌. 그 시기는 허니에게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벌써 햇수로만 4년째 사교계에 나와있었지만 허니는 아직도 남편감을 찾지 못 했다.

노처녀로 늙어가는 것이 허니에게 있어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허니는 그것을 원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자유를 즐기며 사는 삶.

허니를 진짜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허니의 엄마였다. 올해 마저도 남편감을 찾지 못 한다면 허니의 엄마인 비 백작 부인은 어디에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 할 것이라고 허니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다.

정말이지... 이럴 거면 그냥 이번 사교 시즌은 건너뛰면 되는 것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허니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지는 못 했다. 그 말이 허니의 입에서 나오는 그 순간 허니는 제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 속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이 빨리 흘러 영지로 돌아가는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돌아오기를 빌 뿐이었다.



2.

사교 시즌에 있어 첫 무도회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당장 죽을 날짜를 받아놓고 침상에 누워있지 않는 이상, 첫 무도회는 참가하는 것이 예의이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허니였기에, 허니는 움직이지 않는 몸뚱아리를 억지로 일으켜 단장을 하고 무도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사교 시즌의 첫 무도회는 항상 샬라메 후작 가문에서 열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전통이었다. 첫 무도회는 항상 샬라메 후작의 주최 하에. 그랬기에 허니는 첫 무도회만큼은 부담이 적었다.


"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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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샬라메 후작의 장남, 티모시 샬라메가 허니와의 오랜 친구였기 때문이다.

샬라메 후작 소유의 온실에 들어서자마자 입구와 가까운 쇼파 위에서 아름다운 영애들 사이에 티모시가 거의 눕다시피 한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제 가문에서 주최하는 무도회라고는 하지만, 티모시는 지나치게 편해보였다. 분명 무도회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가 걸치고 있었을 자켓이 쇼파 팔걸이에 대충 걸려있었고, 그의 손에는 벌써 몇 잔 째인지 티모시 본인도 세는 것을 잊은 술이 들려있었다.  

티모시의 행동이 꽤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예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후작 가문의 다음 후계자인 그에게 딱히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허니가 느즈막하게 도착한 지금, 여왕은 이미 왕궁으로 돌아갔고 샬라메 후작부부 또한 손님 맞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갑자기 공작이라도 나타난다면 모를까.


"자세가 너무 불량한 거 아닙니까, 샬라메 경?"
"아아, 허니 네가 너무 늦게 와서 그렇잖아. 조금만 빨리 왔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지루함에 질식하려다가 술을 마시지는 않았을거라고."
"이걸 내 탓을 한다고?"
"그럼."


허니가 장난스럽게 허리에 양 손을 얹으며 티모시를 혼을 내듯이 말을 하자 티모시는 쇼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반박했다.

갑작스럽게 그가 일어난 탓에, 그와 함께 앉아있던 영애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티모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제 자켓을 다시 꿰어입더니 허니에게 제 팔을 내밀며 미소지었다.


"늦게나마 왔으니 됐어. 레모네이드라도 마시고 춤이라도 한 번 출까?"
"좋아!"


허니도, 티모시도 꽤나 격식 없는 말투였지만 둘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둘을 말리는 사람들이 있어도 아마 둘은 그만두지 않았을것이다. 어차피 둘은 모두가 아는 친구 사이였으니까. 아무리 허니가 4년째 사교계에서 남편을 찾지 못 한 노처녀여도, 하나 있는 공작 가문의 영식이 프랑스로 유학을 가 있는 지금은 티모시가 모든 영애들이 꼽는 최고의 남편감이어도 말이다. 그런 사실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그 둘에게는 말이다.



3.

술을 마시지 않는 허니에게는 레모네이드와 디저트류가 그나마 무도회장에 오랜 시간 남아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이었다. 물론 디저트를 집어먹을 때마다 비 백작부인은 한 마디씩 얹으며 뭐라 했지만 말이다.


"오늘 일부러 어머니께 레드벨벳 케이크를 준비하자고 했어. 네가 좋아하잖아."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너 뿐이야 티미."
"그치? 역시 나뿐이지?"


허니가 별로 의미를 담지 않고 뱉은 말을 티모시는 한 번 더 허니에게 물었다. 그리고 허니가 디저트에 정신이 팔려 그런 티모시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티모시는 킥킥 웃으며 허니를 쳐다보았다.


"나 그나저나 큰일났어."


설탕이 묻은 손가락을 대충 빨던 허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엄마가 올해는 이를 갈고 나온 거 같아."
"뭐를?"
"내 남편감 말이야."


그리고 허니의 입에서 '남편감'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티모시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그 차이가 너무도 미묘해 허니는 바로 알아채지 못 하고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지만.


"4년째면 이제 포기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포기를 모르신다."


허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제는 레모네이드를 제 입 가까이 가져갔다.

그런 허니를 보던 티모시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말을 고르듯, 입술을 혀로 한 번 축인 티모시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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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허니,"
"응?"
"나,"
"허니."


나는 어때, 라고 물어보려던 티모시의 말이 결국 끝맺어지지 못 했다. 갑작스럽게 티모시의 말을 끊고 들어온 낯선 목소리 탓이었다.


"허니."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시 한 번 허니를 불렀다. 마치,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라도 하듯.

티모시의 미간에는 힘이 들어갔다. 하필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중간에 도대체 누가... 그리고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당황한 허니 또한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어... 안녕하세요..."


상대방의 이름을 알지 못 한 탓에 허니의 입에서는 조금 어색한 말투의 인사가 흘러나왔다. 보통이라면 자신이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인사와 함께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예의였지만 허니는 정말이지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쩐지 어디선가 본 얼굴인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을 때 쯤, 허니의 앞에 서 있던 낯선 이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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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칼럼."
"네...?"
"칼럼 터너. 방금 막 돌아왔어."


그리고 그 이름을 듣자마자 허니와 티모시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둘의 오랜 소꿉친구이자 터너 공작 가문의 장남. 칼럼 터너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4.

"칼럼?!"
"응."
"아예 돌아온거야?"
"응, 맞아."


칼럼이 살풋 웃으며 대답했다.

허니는 그야말로 당황했다. 칼럼 터너라니! 허니가 기억하는 칼럼은 허니보다 겨우 조금 더 컸었고 몸도 삐쩍 마른 탓에 입만 열면 허니가 툭 치면 부러질 것 같다고 놀렸었다. 물론 그것은 칼럼이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이었던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

어찌됐든 칼럼이 갑자기 이렇게 영국으로 돌아오다니. 그것도 허니보다 한참 더 키가 크고 덩치가 커진 상태로. 하마터면 칼럼인 것도 못 알아볼 뻔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프랑스 유학은 어땠냐고? 영지도 안 가고 런던에 바로 온 것이냐고? 잘 지냈냐고? 여러가지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그런 허니의 마음이라도 아는지, 칼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교 시즌이니까, 네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런던으로 왔어."
"어?"
"허니 널 보러 왔거든."


거침없이 이어지는 칼럼의 말에 허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얘가 사교계에 발을 안 들인지 오래돼서 예법도 무엇인지 까먹었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제가 아닌 다른 영애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누가 봐도 청혼이라도 받는다고 생각했을 법한 말들이었다.


"청혼하러 왔어 허니."


그리고 칼럼의 말이 절대로 청혼은 아닐 것이라고 방금 생각했던 허니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칼럼은 거침 없이 제 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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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자, 허니."


그리고 담담하게 이어가는 칼럼의 청혼에 허니의 뒤에 서 있던 티모시의 미간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걍... 브리저튼같은 거 보고싶었음

칼럼너붕붕 티모시너붕붕
2024.05.18 17: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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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광대 터질것같아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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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7: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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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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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8: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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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오 이런 산해진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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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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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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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9: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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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직구!!!!!!
[Code: 67bc]
2024.05.18 2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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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1브스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삼각관계
센세존맛이에요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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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2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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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이건 된다 억나더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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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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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휘슬다운 이즈 댓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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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01: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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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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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01: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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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7da]
2024.05.19 18: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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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대존잼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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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02: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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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를 믿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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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2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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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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