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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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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칼럼 품에서 잠을 자게 된 계기
지역 더비로 유명한 팀이랑 오랜만에 이겨서 기분 좋은 감독이 그날 MOM으로 뽑힌 칼럼한테 좋은 와인을 선물했어. 이 좋은 날 이렇게 좋은 와인을 내가 좋아하는 오스틴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마셨고 기분 좋게 잠들었겠지.
새벽에 살풋 잠에서 깨 옆자리를 더듬었는데 옆에 누워있어야 될 애가 없는 거야 끙하는 소리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는데 오스틴이 거실 소파에 앉아있겠지
"잠이 안 와?"
따듯하게 우유를 데워줄까 하다 저녁에 와인도 좀 마셨고 꿀이 들어간 허브차를 끓여 소파에 앉아있는 오스틴에게 건네주고 옆에 조심히 앉았어.
"자다 깬 게 아니라 못 잤구나?"
이른저녁 먹으며 생각보다 와인을 많이 마셔 머리는 깨질 거 같고 속은 점점 메슥거리기 시작한 오스틴이 무거운 눈꺼풀을 꾹꾹 마사지하듯 누르며 얘기했어.
"약 먹으면 되는데 저녁에 생각보다 와인을 많이 마셔서."
"약? 무슨 약?"
"수면제 내가 밖에서 잠을 잘 못 자니깐."
"밖에서 못 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집에서 몇 번 같이 잔 적도 있고 저번달에 자기 공연 갔을 때도 내가...설마 그때마다 약 먹었어?"
몽롱한 정신에 얘기하고 순간 아차 했어. 평소라면 자기 약한 부분 절대 내비치지 않을 텐데. 자다 깨서 걱정스럽게 연인이 끓여주는 따뜻한 차가 퍽 맘까지 따뜻해져 자기도 모르게 얘기가 나왔거든. 따뜻한 머그컵을 손에 꼭 쥐고 끄덕이며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오스틴을 보며 칼럼은 속으로 나 미쳤네? 라며 생각했어. 내가 얘랑 지금 반년을 넘게 만났는데 그걸 지금 알았다고? 애인은 수면제 먹고 자는 것도 모르고 나는 속 편하게 잘도 잤네 .. 진짜 미쳤네 칼럼 터너.
"차 키 가져올게."
당장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칼럼이 오스틴 코트와 같이 나왔어.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
"지금?"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지."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이라 차가워진 새벽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차엔 적막이 감돌았고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오스틴이 그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어.
"왜 내가 약 먹어야 잔다니깐 병신 같아?"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못된 말이 또 오스틴 입을 통해서 나왔겠지.
"..나는 지금 나한테 화가 나 애인이 약 먹고 자는 것도 방금 알았는데 나랑 있는 우리 집에서 항상 약을 먹었다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고 옆에서.."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어. 평생을 장점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어디서든 30초 만에 잠들 수 있는 능력이 처음으로 미워지는 순간이었지.
"내가 무조건 맞출게, 대신 나랑 있을 땐 약은 안돼."
단호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어. 그 후 오스틴은 그저 눈을 감고 고개를 창문에 기대였고, 칼럼은 그런 오스틴 보고 히터 온도를 조금 더 높이고 있었을 거 같다.
"들어가 춥다 일어나면 전화하고."
"어제 경기도 끝난 놈이 왜 꼭두새벽부터 와서 저러고 있냐."
"혼나야 한대요."
"혼나? 쟤가 누구한테?"
"자기 자신한테 혼나야 한다던데요."
"..쟤도 정상은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실망한 칼럼 터너는 오스틴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체육관으로 가서 하체 운동 두 시간 조졌음. 이런 거조차 운동선수 멘탈일 듯 ㅋㅋㅋ
워낙에 예민한 성정에 자기를 내 보이는 동시에 사랑받아야 된다는 압박감이 터져버릴 땐 늘 덮고 자던 이불에 감촉도, 매일 쳐다보던 천장도 낯설기 그지없었지. 그런 날은 집이라도 잠들지 못하고 약을 먹거나 약이 들지 않을 극한 상태일 땐 며칠을 새고 의사 부른 적도 종종 있었어. 칼럼이 무조건 맞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는지 훈련 끝나고 경기 끝나는 날 데이트 후엔 늘 자신의 집이었고 경기에 패배한 날도 말없이 와서 자기를 안아오는 손길에 오스틴도 점점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겠지.
"뭐해?"
"토닥토닥, 자장가도 불러줄까?"
"아니 노래 못 하잖아."
"그럼 다음에 나한테 불러줘 자기는 노래 잘하니깐."
늘 변함없이 자기를 바라봐 주는 눈빛, 자기를 안아오는 체온에 서 느끼는 안정감에 살을 붙이고 체온을 나누며 같이 누워 실없는 얘기하면서 잠이 드는 건 조금씩 스며든 습관이었어.
"여행 갈까 따듯한 곳으로."
"따듯한 곳? 가까운 곳 중에 따듯한 곳이.."
"아니 한 일주일 더 길어도 좋고 휴가잖아 시즌도 끝났고 나도 쉬고 있고."
"일주일이나? "
"응 너랑 가면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떠난 첫 여행에 오스틴은 정말 별 탈 없이 칼럼 품에서 잤을 거 같다. 익숙함이 처음 낯섦을 이기는 순간이었지.
저러고 칼럼이가 먼저 같이 살까? 물어봤음
공주는 그 이후 둘이 처음으로 개같이 싸우고 붙어진 애칭임
칼럼오틴버
칼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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