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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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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다. 허니는 진짜 그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머릿속에 빨간불이 삐용삐용, 그딴 표현은 진짜 진부하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그렇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사람. 짝사랑 상대로 최악인데. 게다가 저는 한번 이성으로 의식하기 시작하면 더없이 어색하게 뚝딱거리는 병이 있다. 또다시 상처받고 끝날 게 뻔했다.



"... 선배, 잭 선배가 잠깐 보자고 하는데요."



"고마워."



시간에 쫓기는 척 시계를 바라보며 제대로 눈도 안 마주치고 호다닥 나와서는 기억해낼 수 있던 건, 원래 저는 의식 안하는 상대에게는 잘도 웃어제꼈다는 거다. 티 안났겠지. 허니는 최대한 마이크를 피해다니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마이크는 의아해하고 있었다. 빨빨거리면서 저가 있던말던 구석 소파에 누워서 자거나, 깔깔 웃어대는 소리에 돌아보면 있던 허니가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허니, 점심 먹자."



"아, 깜짝아. 네, 네. 금방 갈게요. 먼저 가 계세요!"



점심시간인데도 구석진 곳에서 콕 박혀서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기에 부르자 허니는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진행된 무대 스케치를 하는 것 같았다. 전에는 기다려달라고 해서 같이 걸어가더니, 먼저 가라고 하는 게 조금 서운하게 느껴져서 마이크는 문에 기대서 기다렸다. 꼬물꼬물 스케치북을 정리해서 가방에 넣고 덮었던 담요까지 정리하는 걸 보자니 그제야 허니같았다.



"뭐야, 먼저 가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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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안 기다려주면 서운해서 입 삐쭉 내밀었으면서."



"제가 언제 그랬어요... 오늘 점심 메뉴 뭐에요?"



허니는 웅얼거리면서 제 얼굴을 쳐다보나 싶더니 금세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상하다.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면 눈을 하도 쳐다봐서 상대로 하여금 허니가 저를 좋아하나 오해하게 만들던 게 허니였는데, 가는 내내 바닥만 바라보다가 자리로 갔다. 저가 싫은가? 서운한 게 있나?



"허니, 집에 같이 가자."



"아, 저 그, 오늘 가다가 드럭스토어에서 살 게 있어가지고.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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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럼 나도 가서 살 거 있나 보지 뭐. 그럼 같이 가는 거다."



"... 네, 그래요."



집 방향이 같은 둘이어서, 전에는 어색해도 시간대가 맞으면 같이는 가더니, 이제는 먼저 후다닥 짐을 챙겨서 도망가지를 않나. 하루종일 저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색하게 웃어보이고. 



"허니, 있잖아.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음 말해주라. 너무 피하지 말고. 우리 집도 종종 같이 갔는데. 이번달 들어서는 처음 아니야?"



"네? 아,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요근래 혼자 있고 싶어가지고."



"무슨 일 있어?"



"... 아니, 뭐 심각한 건 아니구요. 그냥... 서운하셨으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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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한 건 아니고... 무슨 일 있나 해서 그랬지. 내가 잘못한 거 아니면 다행이고."



... 너 나 좋아해? 마이크는 우물쭈물하는 허니의 모습을 보자니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말도 안되는 질문을 삼켰다. 허니는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예의 바른 애였다. 저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허니는 더, 뭔가 건장하고 본인처럼 다정한 사람을 좋아할 것 같았다. 전에 꼽은 이상형도 그랬고. 그런데 저는 맨날 아무한테나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서 상처받아요. 씁쓸하게 웃으면서 회식 때 말했던 것도 생각나고.




"선배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일 뵐게요."



환하게, 그렇지만 묘하게도 어색하게 웃는 걸 보자니 말도 안되는 그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데, 설레발 치면 허니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목 너머로 그 확신을 삼켰다. 다정하다고 호감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최악이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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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쉬고... 조심히 들어가."



말도 안되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집에 가는 내내, 아니, 집에 가서도 계속... 허니 생각이 났다. 대본을 수정할 때 타이핑하던, 곧게 뻗은 손가락이라던지. 환하게 웃을 때 둥글게 휘어지던 눈이라던지. 술에 취해서 발그레해진 볼이라던가. 저가, 이렇게 왜 구체적으로 허니를 기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 좆됐다. 머릿속의 빨간 불이 삐용삐용. 비상이었다.














파이스트너붕붕
2024.05.26 12:06
ㅇㅇ
모바일
...좆됐다. 머릿속의 빨간 불이 삐용삐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쌍방삽질이었다.... 미쳤다 존나 여름냄새 청량감 오지는 무순이다... 억나더 내놔주세요 센세ㅠㅠㅠ
[Code: e482]
2024.05.26 12:4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나도 삐용삐용이야 센세 어나더 안주면 안돼
[Code: d6a6]
2024.05.26 14:43
ㅇㅇ
모바일
분위기 뭔데ㅔㅔ..!!!!!
[Code: 4bb7]
2024.05.26 16:30
ㅇㅇ
모바일
센세를 향한 내 마음도 삐용삐용...하 센세 어나더ㅜㅜ
[Code: 70a1]
2024.05.26 18: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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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쌍방 삐용삐용이다..
[Code: 7f1c]
2024.05.26 2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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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삐용삐용 ㅠㅠㅜ
[Code: 4a96]
2024.05.27 10: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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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바 개좋아ㅠㅠㅠㅠ 그치만 난 너희들이 더 삽질하는걸 보고싶어ㅠㅠㅠㅠ
[Code: 5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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