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5050571
view 5210
2024.05.25 23:54
https://hygall.com/594926497



a44e43095104cc04c76345203b03b603.jpg


7581DFB0-87D5-48F4-917C-B4A4ABD79FC0.jpeg


"술 마시자."

이대로 집에 들어갈 순 없다. 이 생각뿐이었다. 씨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고데기하고 안하던 화장을 하고 언니 옷이랑 하이힐까지 훔쳐입고 신었는데 이대로는 절대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말에 칼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쳤냐? 우리 미성년자야. 술집을 어떻게 뚫어. 네 얼굴이 애초부터 글러먹어서 출입문에서 바로 걸리겠구만."
"그래서 너한테 친히 부탁하는거 아니야, 칼럼- 네 면상이 어디가서 하이스쿨 다닌다고 하면 믿겠어? 대학생은커녕 직장인, 그것도 부장급으로 삭은 얼굴로 만년 대리하는 아저씨처럼 보이는구만."
"...야. 너 진짜 뒤질래?"
"아- 네가 연상킬러인 이유를 이제서야 알겠다. 그 언니들보다 네 얼굴이 더 삭아서 같이 다녀도 이상할게 없다는 뜻 아니야?"
"...진짜 이게 말이라고 내뱉으면 다인줄 아나.. 야. 허니 비. 너 이리와. 넌 진짜 나한테 좀 혼나야겠다. 이리와."

난 칼럼을 피해 션의 등 뒤에 숨었고 션의 허리춤을 꽉 붙잡았다. 어디 해보시지.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붙잡힐 줄 알아?

..어?

"싸우는건 둘이 알아서 해. 난 집에 갈게."

..션이 그대로 날 칼럼 앞으로 보내고 미련도 없이 뒤돌아섰다. 이 배신자.. 난 부들부들 떨면서 션을 불렀고, 칼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내게 헤드락을 걸어 미친듯이 중지로 내 이마에 딱밤을 날리기 시작했다.

"악! 아파! 개새끼야!"
"사과해. 씨발! 나 그렇게까지 노안 아니거든!"
"아저씨! 현실을 부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늙은 얼굴이 어디가요?!"
"이 기집애가 그래도..!"

칼럼이 이제는 내 고데기한 머리카락을 솥뚜껑같은 손으로 마구잡이 헤집기 시작했다. 씨발. 이렇게 나오시겠다? 난 그대로 칼럼의 곱슬머리카락을 양손으로 그러쥐었다.






"야. 이거놔라."
"너부터 놔. 개자식아."
"....내가 하나둘셋하면 너네 둘다 동시에 놔. 진짜 둘다 동시에 놔야된다? 하나둘셋..!"

결국 션이 가던길을 돌아와서 나와 칼럼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하나둘셋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나와 칼럼은 오히려 더 서로의 머리카락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 아, 허리아파. 씨발, 진짜..

"이거 놓으라고 좀..!"
"너부터 놔! 이 망할 기집애야!"
"알았어. 알았어, 놓을게. 놓는다고 씨발!"

내가 칼럼의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칼럼이 자기 손에 엉킨 내 긴머리카락을 미역마냥 떼어내더니 드디어 서로를 마주한 채 서있었다.

...아오.. 저 새끼 얼굴만 봐도 열받아.. 진짜..

난 눈에 힘을 풀지 않고 그대로 칼럼을 노려보았고, 칼럼이 그런 나를 굴하지 않고 검지로 내 이마를 밀었다. 이게 진짜?

"뭘 꼬라ㅂ, 악!"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칼럼의 검지를 물어버렸고 그렇게 2차전이 휴식없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옆에서 션이 땅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놀이터 그네에서 시간을 떼웠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정말. 망신창이가 된 언니의 봄 원피스와 하이힐을 언니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난 정말 뒤진다. 어떻게 마련한 옷과 힐인데! 고작 그런 소개팅을 하겠다고 이 난리를 친 것이었다.

맥아리없이 그네를 앞뒤로 흔들거리고 있는데 션이 저멀리서 봉투를 들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가까이서 보니까 술병이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술병을 들고 있는 션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술병이 들어있는 봉투를 낚아채며 어디 변명이라도 해보시라며 마구잡이로 따지기 시작했다.

"야! 니들 이 술들 어디서 샀어! 어? 술 못산다며! 미성년자라서!"
"허니. 네 말이 맞더라. 칼럼이 샴페인 세병이랑 맥주캔 세개 들고 카운터에 가니까 직원이 신분증 검사도 없이 바로 계산해줬어."
"....씨발.. 입닥쳐, 션 오프라이.."

칼럼은 어쩐지 누군가한테 한방 맞은 것처럼 넋이 나가보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다. 난 비집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뒤집어졌고, 칼럼은 웃지 말라고 으르렁거리다가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맥주캔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래도 파티에서 술을 한두번 마셔본 솜씨가 있는지 맥주 한캔에 취한 나와는 다르게 둘은 멀쩡해보였다. 새끼들.. 나 몰래 2층에서 뭘 하나 했더니 그동안 야금야금 술을 마셔온 것이었다. 놀이터 바닥에 빈병들이 나뒹구는데 샴페인에는 입도 대지 않고 고작 맥주캔 하나만 마신 내가 더 취해있었다.

난 취한 와중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면상들을 번갈아서 바라보다가 삿대질을 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씨발..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어.. 니들은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왜 난 이렇게 생겨먹어서 애인도 없고 지랄이야..."
"그래도 눈코입은 제대로 붙어있게 만들어준 부모님께 감사해야지, 허니 비."
"...그 주둥아리 닥쳐, 칼럼 터너.."

신은 씨발 공평하다. 칼럼에게 죽이는 피지컬과 얼굴을 줬지만 사람 열받게 만드는 주둥아리를 같이 줬으니까.

..그렇다면 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 틀림없다.

난 한숨을 푹, 내쉬며 턱을 괴고 대놓고 션의 조각상 뺨치는 얼굴을 구경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새끼발가락 만큼만 생겼어도 이런 걱정은 없었겠지?"
"아니. 넌 션 오프라이 새끼발가락으로 태어나도 모태솔로였을거야. 기집애.. 말투부터 고쳐라. 누가보면 너 욕쟁이 할머니인줄 알겠다."
"....진짜 아까부터 사람 열받게 긁지 좀 마라, 칼럼 터너.."

내가 한번더 눈깔이 돌아서 칼럼을 매섭게 노려보자 칼럼은 꿈에서 나올 비주얼이라며 공포영화를 찍으라고 친히 추천까지 해줬다.

..션은 분노로 펌핑하는 내 승모근을 알아채고, 곧바로 날 들쳐업고 반대방향으로 튀어버렸다.

...거의 속도가 풋볼 뛸 때보다 빨라서 토할 뻔했다.









"....씨발 뭐야.."

아침에 일어나보니 언니의 봄 원피스는 어디가고 지겹게 봐온 션의 풋볼부 유니폼을 내가 입고 있었는데 상체를 일으키며 상황 꼬라지를 판단하던 내게 션이 먼저 바닥에서 티셔츠를 주워입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마. 어제 일은 잊어줄게, 허니."
"...뭐?"

..저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느끼한 대사는 뭐야..

대가리가 재부팅이 되지 않아서 뭔 개소리인가, 눈을 게슴츠레 뜨는데 션이 순정만화에서나 튀어나올법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친절하게 말했다.

"너 어제 내 등에 다 토했잖아, 허니."
"...어?"
"덕분에 네가 어제 소개팅 자리에서 뭘 먹었는지 아주 상세히 알 수 있었더라."
"...그게.. 션.."
"허니, 네 덕분에 나 당분간은 크림 파스타는 못먹을 것 같아. 크림 파스타만 보면 네 적나라한 오바이트가 생각날 것 같아서."
"...대가리 박을까?"

션이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게 말했다.

"응. 제발 그렇게 해줄래? 나 어제 너 때문에 샤워 열번 넘게 하느라 잠도 못잤거든."
"...박을게.."

난 조용히 션의 방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션은 반성까지 딱 20분이면 넉넉하겠다며 친히 시간까지 알려주고 방을 나갔다. 션이 방을 나가자마자 나는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엎드려뻗친 자세를 바로하려고 하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션이 웃는 얼굴로 제 핸드폰을 흔들어보였다.

"허니. 나 타이머 켰어. 딱 20분 뒤에 올거야. 머리 잘 박고 있어."
"...응.. 그래.. 미안.."

..역시 얌전한 놈이 제일 돌아있다고 내가 제대로 션의 꼭지를 열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몸사리면서 션의 화가 풀어질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칼럼너붕붕션오
션오너붕붕칼럼
2024.05.26 00:07
ㅇㅇ
모바일
그래도 20분만에 용서해주다니 착하네
[Code: 8f03]
2024.05.26 00:17
ㅇㅇ
모바일
너무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칼럼이랑 머리잡고 싸우는 것도 웃기고 션오 조용히 있다가 빡치는 것도 웃ㄱ곸ㅋㅋㅋㅋㅋㅋㅋ센세 천재야???
[Code: 3863]
2024.05.26 00:33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션오 빡친거 웃김
[Code: ea8a]
2024.05.26 02:14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크림파스탘ㅋㅋㅋ
[Code: 660f]
2024.05.26 03:18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정말 재밌어요 센세 ♡♡♡
[Code: bf33]
2024.05.26 06:03
ㅇㅇ
모바일
션오너붕붕이 맞는건가요 센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션오 너붕붕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4fa]
2024.05.26 06:03
ㅇㅇ
모바일
션오////////////너붕붕
[Code: 94fa]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