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다운로드IMG_0678.gif
대충 둘 첫만남


둘이 처음 만난 장소는 의외로 패션쇼장이었어. 그리고 그 패션쇼장에서 제일 경력직은 칼럼일 듯. 오래 만났던 전 연인이 모델이기도 했고 한 브랜드에서 오래 서포트식으로 옷이랑 신발을 보내주고 있었거든. 프로 데뷔도 하기 전부터 보내길래 자신은 운동선수인데 왜 보내는지 모르겠고 부담스럽습니다. 하고 돌려보냈더니 자꾸 연락해 와서 '저희는 크게 바라는 거 없습니다. 그냥 입고 다녀주세요. 그리고 시간 괜찮으면 입고 겨울에 시작하는 패션쇼장 한 번만 와주세요. 그거면 돼요. 제발요' 하고 우는소리를 자꾸 하길래. 다시 거절 못 하고 받게 된 게 시작이었지. 오스틴이랑 처음 만나게 된 건 오스틴이 이 브랜드 향수 모델이 되면서 처음 만나게 됐어.

제법 키가 크고 춥지도 않은지 가슴팍을 다 내놓고 있는 금발을 오스틴에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했어. 사실 그것보다 조금 전 밖에서 설치된 포토 부스에서 봤을 때부터 손끝이 약간씩 떨리고 있더라고 밖이 추워서 그런가 하고 봤는데 제 옆자리에 앉은 지금도 손끝을 살짝씩 떨고 있었지. 그게 신경 쓰여 자꾸 힐끔힐끔 옆에 앉은 오스틴을 훔쳐봤는데 묘하게 인상도 창백해 보여 자신도 모르게 걱정되는 마음에 인사도 없이

괜찮아요?
..뭐가요.
아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오.. 인사도 없이 말건 자기가 예의 없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냉대하다니. 신경 쓰지 말라니깐 신경 안 쓰면 되는데 자꾸 신경이 가는 거야. 어디 아픈 거 같고 한겨울에 내놓은 가슴팍은 너무 추울 거 같고. 이제 막 시작된 쇼장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고 오스틴이 자기 사진을 찍자마자 자리를 비우더라고. 쇼가 시작하기 직전이라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신경 쓰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는데 신경이 가는 걸 어쩌겠어. 쇼가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서 오스틴이 다시 자리로 오는데 아까보다 더 창백하고 더 핼쑥해져서 오겠지 '아, 이 사람 체했구나' 그냥 보는데 느낌이 딱 그랬어. 이러나저러나 한번 보고 말 사람인데 그냥 오지랖을 부려.. 아니면 신경 쓰지 마 하고 잠깐 고민하다 핸드폰을 들어 밖에 자신을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에이전시에 연락했어.


형 차에 소화제 있지? 상비약 항상 챙겨 다니잖아.
어어 있지 왜 소화 안 돼? 갖다줘?
응 아까 먹은 게 자꾸 신경 쓰이네 부탁할게.



IMG_0677.jpeg

체기가 시작된 건 어쩌면 어제저녁부터였을지 몰라. 마지막 식사가 어제저녁이었거든. 오스틴은 지금 새로 나올 음반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어. 근데 요즘 계속 이런 상태라 자신이 체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거야. 날은 춥고 나름 긴장된 상태로 쇼장에 도착하고 알았지. '나 상태가 평소랑 다르구나' 이미 늦었어 지금 체했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고 갑자기 이 많은 인파를 뚫고 소화제를 사 오라고 시킬 수도 없는 상태였지. 그냥 '참자 참자 참자'하는데 옆에 앉은 거대한 곰 같은 남자가 자신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말을 걸었고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말이 나갔어. 하지만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도 없는 위를 게워 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


쇼가 끝나고 다들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났어. 보통 브랜드 측에서 진행하는 애프터파티가 있어. 쇼가 끝나면 애프터파티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게 당연한 순서였지. 꽤 많은 인원이 다들 자리를 떠나는데 옆자리에 앉은 오스틴이 힘든지 한참을 자리에 그저 앉아 있었어. 사람들 제법 빠지고 나서야 조금 전 뒤에서 건네받은 생수와 소화제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어.

이거 소화제에요 먹어요. 안색이 창백한 게 체한 거 같은데
...
받아요 손 떨어지겠네.

오스틴이 일어서 있는 칼럼을 올려다 쳐다보더니 말없이 생수와 약을 받았어.

보통 그래도 이럴 땐 고맙다고 하지 않나?
내가 달라고 안 했잖아요.
아아 맞네. 그래도 이렇게 본거 인사라도 합시다. 나는 칼럼 터너에요.
알아요.
나도 오스틴씨 알아요 그래도 인사해요.
..오스틴 버틀러입니다.
그럼 나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약 먹고 와요. 오스틴 버틀러씨.



약을 먹고 한결 괜찮아진 오스틴이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배치된 샴페인에 손이 자연스럽게 나갔어. 샴페인 잔을 들고 마시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큰 손이 들어오더니 샴페인 잔을 쏙 가져가더라고? 놀란 오스틴이 뒤 돌아봤어. 자신도 제법 큰 키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자신보다 더 큰 그 곰 같던 그 사람이 내려다보고 있었어.

약 먹고 술 마시면 큰일 나요.
아..
이거 마셔요.

입구에서 다시 만난 둘이 사람에 밀려 밀려 구석까지 밀려들어 갔어. 한참을 말없이 서로 바라보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오스틴이였지 그런 오스틴을 또 한참 쳐다보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갔어.

내일 점심에 시간 있어요? 시간 괜찮으면 나랑 점심 먹을래요?
...내일 점심부터 연습 있어요.
아.. 그럼 안 되겠네.

안되겠다고 아쉬워하는 상대방을 목소리에 왜 순간 제가 더 아쉬운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어.

....5시에 끝나요.


재생다운로드IMG_0675.gif
그럼 5시까지 내가 데리러 가도 돼요?




받아요. 비상약이에요. 나는 운동선수라 몸이 재산인데 생각해 보니 오스틴씨도 그럴 거 같아서.

감기약부터 시작해서 두통약, 소화제 심지어 화상 연고까지 투박한 글씨로 쓴 약상자가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었어. 오스틴이 한동안 말없이 그저 지퍼백 끄트머리를 꼼질꼼질 만지며 생각했어 참 다정한 사람이네.

이걸 다 샀어요?
아뇨 다~ 집에 있던 거예요.

출발할게요, 뭐 좋아해요? 프렌치 음식 괜찮아요? 그렇게 둘을 첫 데이트가 시작되겠지. 어젯밤 호기롭게 밥 먹자 해놓고 집에 와서 뭘 먹어야 하나 찾아보고 고민하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식당 여기저기 전화했어. '혹시 오늘 저녁 예약되나요?' 몇 번을 당일 예약에 거절당하고 나서야 운 좋게 캔슬된 예약이 있다는 어느 프렌치 레스토랑을 예약했어. 둘이 그렇게 식사를 시작하고 꼬박 그 식당에서 3시간을 채웠어. 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었고 듣는 사람은 오스틴이었지만 그냥.. 좋더라고 둘 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으로 채워지는 따듯한 시간이었지.


다음 주 금요일 이 시간에는 뭐해요? 내가 오늘 식당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가고 싶은 곳 있는데 거기가 다음 주 금요일에 예약이 된다고 해서 그냥 내가 예약했거든요? 괜찮으면 같이 갈래요?
..안되면 어쩌려고 묻지도 않고 예약해요?
안되면 울면서 혼자 2인분 먹어야죠.

오스틴이 어이가 없어서 허하고 웃음이 나왔겠지. 보자 다음 주 금요일... 마침 일이 없긴 하네.

다음 주 금요일에.. 가요.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또 보는 거예요 우리!



자요?
안 자니깐 전화받았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
혹시 내일은 뭐해요?
연습이요.
내일도 5시에 끝나요?
네 왜요.
그럼 우리 내일도 저녁 먹을래요?
...일 없어요?
네 시즌이 끝나서 일 없어요.

다음 주 금요일에 보긴 얘네 이렇게 일주일 꼬박 봤을 듯. 다음날은 저녁 그다음 날은 점심 또 그다음 날은 칼럼이가 같이 운동하자고 꼬시고 같이 서점 가자고 꼬시고 어떤 날은 브런치 좋아하냐고 꼬시고 그렇게 몇 번 만나고 대화하면서 알게 된 건데 오스틴이 최근 몇 년 동안 극장을 못 가봤다는 거야. 그거 들은 칼럼이가 그럼 오늘은 나랑 영화 볼래요? 하고 한참을 운전해서 외곽에 위치한 자동차 극장으로 데려갔어. 흔히 알던 극장은 아니었지만 여기도 다를 건 없었지 조용하고. 어두컴컴했고. 눈앞에 큰 스크린. 라디오를 타고 나오는 배우들의 목소리.. 하필 그날 상영한 영화가 제법 로맨틱했지. 오랜만에 보는 창문 넘어 큰 스크린에 오스틴이 눈을 뗄 줄 모르더라고 그리고 자신은 그런 집중한 오스틴이 귀여워 눈을 뗄 줄 몰랐지. 그렇게 시선을 느낀 오스틴이 고개를 돌리는데 딱 눈이 마주쳤어. 민망해서 큼큼 거리며 어색하게 웃었고.. 오스틴이 그 웃음에 홀린 듯이 입을 맞췄어. 그게 금요일 밤이었어.

어쩌면 그래서 이 관계에 시작은 그의 따뜻하고 대가 없는 다정함에 넘어간 오스틴을 용기였지.




그리고 현재

나 기타 치다 손가락 까졌어 연고 줘.
우리 공주 손가락이 어쩌다 까졌을까 기다려봐 (주섬주섬)

인간 상비약을 들고 다니게 된 오스틴 버틀러


칼럼오틴버
칼틴버
2024.05.18 01:16
ㅇㅇ
모바일
네 센세 오셨다!!! 개처럼 달려왔어 사랑해
[Code: 06bc]
2024.05.18 01:35
ㅇㅇ
모바일
인간 상비약을 들고 다니게 된 오스틴 버틀러 < 하 진짜 너무너무너무 귀엽다..................
[Code: c1b1]
2024.05.18 01:41
ㅇㅇ
모바일
칼럼 레전드 스윗벤츠다정남 우뜩햐ㅠㅠㅠㅠㅠ오스틴 잘해라 얌마ㅠㅠㅠㅠ그치만 혐성부리는거 귀여워 죽겟슴 칼럼도 같은 마음이겠지ㅠㅠ하앙 개좋아
[Code: a0e2]
2024.05.18 02:10
ㅇㅇ
모바일
꺄아악 너무 달달해ㅜㅜㅜㅜ 칼럼 처음부터 오스틴한테 푹 빠졌구만ㅋㅋㅋㅋㅋㅋ 지금의 관계에 오기까지 둘이 우역곡절 많았을 것 같기는 했는데 이렇게 건조하고 싸늘한 시작이었다니 다른 의미로 너무 꼴려서 진정이 안되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fb3a]
2024.05.18 02:11
ㅇㅇ
모바일
오스틴한테 칼럼 첫 인상이 거대한 곰이라는게 너무 웃김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별반 달라진게 없을 것 같기는한데 첫만남부터 곰이라고 생각한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스틴이 먼저 입술박치기 들어간거 보고 그냥 쓰러짐 너무 좋아서ㅜㅜㅜㅜ
[Code: fb3a]
2024.05.18 02:42
ㅇㅇ
하 존나 다정해ㅠㅠㅠㅠㅠㅠㅠ어케 안넘어가냐 진짜
[Code: b786]
2024.05.18 02:44
ㅇㅇ
모바일
칼럼은 걍 오스틴 첫눈에 반한거구먼ㅎㅎㅎㅎ 아 달달하고 좋다
[Code: 41e5]
2024.05.18 07:05
ㅇㅇ
모바일
센세!!!!!!!!!!!!!!!!!!! 제목 보자마자 넘 반가워하며 왔다ㅠㅠㅠㅜㅠㅠㅠㅠ 얘네 첫만남과 첫키스 썰을 알게 되다니ㅠㅠㅠㅠ 칼럼이 오스틴 첨부터 맘에 들어했던 건 진짜 투명하게 보이구 오스틴도ㅜㅜ 그 예민남이 만나자는 거 다 오케이했던 거 사랑이지 응응.....
[Code: 12d7]
2024.05.18 08:50
ㅇㅇ
모바일
와 나 다 좋았지만 이번8나더가 너무너무 너무너무 다정하고 따스하고 몽글몽글해서 너무너무너무좋았다ㅠㅠㅠㅠㅠ 칼럼은 천성이 다정한거 같은데 아마 오스틴한테 첫눈에 반해서 평소보다 더 다정미 뿜뿜한거같음 오스틴이 먼저 키스했을때 칼럼 집가서 방방 뛰어다녔을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오스틴 까칠한데 예뻐서 봐준다
[Code: 58ac]
2024.05.18 09:30
ㅇㅇ
모바일
아 진짜 ㅠㅠㅠㅠㅠㅠ센세 제목 보고 들어오면서 경건하게 각잡고 앉아 읽다가 쓰러졌음 ㅜㅜㅜㅜㅠㅠㅠ첫만남도 너무 둘같고ㅠㅠ오스틴 첫만남부터 아파서 예민했는데 그 모습도 칼럼한텐 예뻤으니 그냥 천생연분이네ㅠㅠㅠㅠㅠ 긍정햇살남이 직진하는데 어케 안넘아감 ㅠㅠㅠ결국 맨날 만나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되겟다 얘네 결혼해야겟다ㅠ
[Code: bc5c]
2024.05.19 09:47
ㅇㅇ
모바일
인간상비약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ㅠㅠ
[Code: eb7b]
2024.06.01 08:22
ㅇㅇ
모바일
너무 좋다 ㅠㅠ
[Code: 30d0]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