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46.

"슬슬 우리도 일어날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존이 허니에게 질문했다.

으쌰. 조금은 과장하는 소리를 내며 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허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존이 마음 속으로 제 자신을 다독였다. 그래, 이 정도는 괜찮다. 같은 동료로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다. 주변에서 존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존은 어쩐지 제 모든 행동에서 허니에 대한 제 마음이 티가 나는 것 같아 양심이 콕콕 찔리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느릿한 허니의 행동이 존의 마음을 더 애타게 만들었다. 이게 뭐라고, 손을 잡는 것 정도는 가이딩을 핑계로 여러 번 겪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만드는지. 괜시리 손이 땀으로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허니가 손을 뻗어 존의 손을 마주 잡고 일어났다.

그 마주 잡은 손을 타고 어쩐지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익숙한 느낌이었다. 마치, 허니에게서 가이딩을 받을 때 같이...


"비!"


그리고 이내, 허니가 몸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47.

"심각한 건 아니고, 그냥 일사병입니다. 거기다 가이딩을 받은 것 같다고 하셨죠?"
"...어."
"안 그래도 일사병인데 가이딩까지 했으니 몸이 버티질 못 한 거겠죠. 아마 더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가이딩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 한 것일 거고요."
"..."
"기록 상 보아하니, 가이드로 발현한 것도 고작 몇 달 전이네요. 아마 아직은 가이딩을 다루는 게 쉽지 않을테니 소령님께서 배려 좀 해주세요."


건조한 말투로 설명을 마친 의사는 이내 펜을 들어 차트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의사의 말을 들은 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동 침대에 누워있던 허니를 바라보았다.

허니는 병동 침대에 누워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 한 채였다. 눈을 감고, 목에는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을 감은 채로, 거기에 팔뚝에는 잃은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링거까지.

그 모습을 마주한 존은 밀려오는 죄책감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쩐지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다. 허니가 안 그래도 더위 탓에 힘들어보이는 것을 뻔히 알아챘으면서, 그렇다면 허니가 가이딩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 할 것이라는 가정 쯤은 소령이나 되었으면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걸 예상하지 못 했다는 자신이 어이가 없으면서 동시에 화가 났다.


"수건은 따뜻해지면 다시 갈아주시면 되고, 링거 다 맞고 일어나시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을 마친 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환자에게로 걸어갔다. 그런 의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존은 이내 다시 허니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존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브레이디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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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허니가 쓰러진 후, 브레이디 또한 함께 병동으로 왔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브레이디는 허니의 연인이었으니까. 어느 누가 제 연인이 쓰러졌는데 달려오지 않을까.

그러니까 존의 사과는 허니의 연인에게 건네는 사죄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찌 됐든 존의 탓이었으니 말이다.


"왜 저한테 사과하십니까?"


그리고 그 밀려오는 죄책감 탓에 존은 브레이디가 미간을 찌푸리며 제게 다시 질문해와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다.



48.

아무래도 이건 소령님이 이상하다. 

그것이 영국의 기지로 복귀한 허니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존은 알제리에서부터 이상했다. 그저 허니가 눈치를 채지 못 했을 뿐이다.

알제리의 기지 안에 있던 클럽에서 다같이 술자리를 가질 때 존은 허니에게 말 한 마디 붙이지 않았다.

사실 그건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어찌 됐든 존은 소령이었고 허니는 중위였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제 계급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존이 정말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영국에 복귀를 한 이후였다. 

이렇게까지 존이 허니에게 말을 붙이지 않은 적이 있었나? 그럴리가. 존은 허니가 노력해서 찾지 않아도 항상 어디선가 나타나 인사를 해 왔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허니가 직접 존에게 말을 걸면 되지 않느냐고? 그걸 안 해 봤을리가. 아침 식사 시간에 존에게 먼저 인사도 건네봤고 스몰톡도 시도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존은 간단한 대답만 할 뿐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오늘, 허니는 존이 자신을 정말 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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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분간 가이딩 좀 쉬자."
"예?"
"센터 측에는 내가 대충 말할게."


일주일에 한 번. 센터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만드는 가이딩까지 거부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49.

존이 아직 플라잉스쿨에 있었을 적, 그의 동기 중 하나가 했던 말이 그의 기억 속에 문득 떠올랐다.

센티넬은 그야말로 가이드한테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다름 없잖아.

맨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존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누구보다 더 강하게 부정할 수 없다고 믿었다. 아무리 센티넬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인데 무슨 기생충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존에게 매칭 가이드가 없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과 손을 마주 잡음과 동시에 쓰러지던 허니의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 마치 각인처럼 박혔다. 저녁에 잠에 들기 전에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낮에 멀쩡히 기지 내부를 걸어다니는 허니를 바라봐도 불안감이 밀려왔다. 혹시라도 자신이 허니의 주변에 다가갔다가 실수로라도 몸이 스치기라도 하면 허니의 가이딩을 빼앗아갈까봐 말이다.

물론 존도 알고 있었다. 그때의 허니는 기력이 평소보다 더욱 없었을 뿐이고, 평소의 허니라면 존의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그렇게 힘없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두려웠다. 기생충이 된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게 맞는 일인 것만 같았다. 존은 허니에게 있어 센티넬이었지만 허니에게는 고작 센티넬보다 중요한 사람인 연인이 있었다. 그래, 브레이디 말이다.

그래, 허니에게는 브레이디가 있다. 둘의 사이가 얼마나 깊은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깊이가 얕지만은 않다는 것을 존이 알고 있었다. 어딜 가나 함께 움직이는 둘의 모양새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좋은 기회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누군가가 그랬다. 차라리 이 기회에 거리를 조금 두고, 존의 마음 또한 정리를 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 정말 이러면 될 것이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존은 몇 번이고 제 마음 속으로 되짚었다.



50.

"편지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우체부의 목소리에 클럽 내부에 앉아있던 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체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중 편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몇몇은 우체부에게로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

물론 그 사람 중 존은 없었다. 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게 올 편지 따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편지의 주인들의 이름을 부르는 우체부의 입에서 존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브레이디 중위님."


그 중 브레이디의 이름은 조금 의외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존 뿐만 아닌 듯 했다. 다른 대원들도 편지를 받아가는 브레이디를 보며 조금 놀란 눈을 했으니 말이다.

다른 대원들의 눈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브레이디는 제 몫의 편지를 들고 인파를 빠져나와 다시 허니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은 빠른 속도로 브레이디가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 기다리던 누군가에게서 받은 편지라도 되는 듯. 그리고 그 편지의 내용을 조용히 눈으로 읽어내려가던 브레이디가 이내 평소 그가 잘 짓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누구한테 받은 편지길래 이래?"


브레이디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커트가 질문했다. 

다들 내심 궁금해하던 질문에 은근슬쩍 귀를 쫑긋 세운 다른 대원들이 브레이디를 바라보았다. 그 누가 궁금하지 않을까, 항상 날을 세우고 화를 내는 브레이디에게 저런 따스한 미소를 불러오는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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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범블 비. 네 안부도 전해달래."
"엥? 누가?"
"에이미가."


커트의 질문에 브레이디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니에게 제가 쥐고 있던 편지를 넘기며 손가락으로는 편지의 끝부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런 브레이디의 행동에 허니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빠르게 내려놓으며 편지를 확인했다.


"에이미가 누군데?"


존의 마음 속에 들던 의문을 커트가 대신 입 밖으로 뱉어냈다. 그런 커트의 질문에 존의 마음 속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 누가 들어도 여자의 이름이었고 허니는 그 이름을 반기고 있었다. 

그 여자가 과연 허니에게 있어 어떤 사람인지 존은 알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알고싶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의 소용돌이에 자신이 뛰어드는 것만 같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얘 소꿉친구."


브레이디가 허니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브레이디의 대답에 커트는 물론이고 다른 대원들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허니의 소꿉친구인데, 왜 브레이디에게 편지를 보내느냔 말이다. 만약 허니를 통해 아는 사람이라면 브레이디가 아닌 허니가 직접 편지를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의문은 다름 아닌 편지에서 눈을 뗀 허니가 대신 답해주었다.


"뭔 소리야."
"..."
"네 여자친구가 좀 더 맞는 설명이지."



51.

뭐...? 존은 하마터면 제 입에서 흘러나갈 뻔한 질문을 억지로 삼켜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허니의 대답을 머릿속에서 곱씹었다.

브레이디에게 애인이 있다. 그리고 그 애인의 이름은 범블 비가 아니다.

어...? 그럼 브레이디와 비 중위의 관계가... 연인이 아니라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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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어렵사리 도달한 결론에 존의 가슴이 다시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6.18 22: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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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센세 센세랑 동접이라니 색창 돌다 제목 보고 개처럼 달려왔어요 드디어 브레이디가 허니의 연인이라는 오해는 풀렸구나 거 존 너무 기뻐하는거 아녀?!ㅋㅋㅋㅋㅋㅋ
[Code: b9f9]
2024.06.18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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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야무지게 삽질했구나...!ㅜㅜㅜㅜㅜㅜ이제 허니랑 잘 지내보라고ㅠㅠㅠㅠㅠ
[Code: aeae]
2024.06.18 2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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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삽질 드디어 끝나겠다 오예
[Code: 8353]
2024.06.18 2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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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곸ㅋㅋㅋ
[Code: ec16]
2024.06.18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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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오셨다
[Code: 9016]
2024.06.18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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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과연 허니에게 있어 어떤 사람인지 존은 알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알고싶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의 소용돌이에 자신이 뛰어드는 것만 같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체 몇다리일거라고 생각한건뎈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c49]
2024.06.19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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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기다려
[Code: a75e]
2024.06.19 0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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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허니 문어가설은 다행히 틀린 걸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레이디 환한 것과 살짝 대답 피하는 거 존나 설렠ㅋㅋㅋ 그리고 존에게 안도를 가져다줬엌ㅋㅋㅋ
[Code: 05d3]
2024.06.19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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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삽질 끝나나봐 !!!!!!!!!!! ༼;´༎ຶ۝༎ຶ༽ 와ㅏ
[Code: dbee]
2024.06.19 0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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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네
[Code: 3191]
2024.06.19 01:15
ㅇㅇ
모바일
존(나)햎피!!
[Code: 89f7]
2024.06.19 01: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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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존 ㅋㅋㅋ
[Code: 3d2c]
2024.06.19 07: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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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만을 기다려
[Code: 04aa]
2024.06.19 0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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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삽질 완료 ㅋㅋㅋㅋ 가자 존!!!
[Code: cda2]
2024.06.19 2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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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내 가슴도 세차게 뛰네 센세
[Code: acc2]
2024.06.20 07: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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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가슴=내가슴
[Code: 45f1]
2024.06.20 11:31
ㅇㅇ
바보 소령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삽질을 끝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dbbc]
2024.06.20 15: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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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ㅋㅋㅋ 소령님 드디어!!!!!!!
[Code: afd6]
2024.06.23 1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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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ㅌㅋㅋㅋㅋㅋㅋ자연스레 에이미도 허니 애인이라고 생각한거야..? 칼럼아 걍 얼른 덮쳐랔ㅋㅋㅋㅋ
[Code: 5900]
2024.06.25 0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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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보고싶어..
[Code: 7c09]
2024.06.26 08: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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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미국 간 거 아니지......?
[Code: f5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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