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8638322
view 1389
2024.06.30 02:11


왜냐하면 5화로 낡고 지친 별비의 심장이 밖밖찢겼으니까༼;´༎ຶ ۝༎ຶ`༽

모든 설정 뇌피셜ㅈㅇ
고증알못ㅈㅇ
ㅅㅅㅊㅁㅇ
날조안미안딪니씹스놈들ㅠㅠㅠㅠ




연령 뇌피셜 날조
솔: 나이트(20) - 브렌도크(25) - 오샤 탈퇴(35) - 요드 승급(39) - 1화(41)
요드: 영링(5) - 브렌도크(10) - 오샤 탈퇴(20) - 나이트 승급(24) - 1화(26)
오샤: 브렌도크(8) ----------- 기사단 탈퇴(18) -------------- 1화(24)
제키:----------------------------------------파다완(16) ---1화(18)



"자, 다 됐다. 이제 불편하지 않을 거야."
솔은 엄지손가락으로 어린 풀잎처럼 가느다란 영링의 손끝을 하나씩 매만져 보았다. 혹시나 날카로운 단면이 남아서 아이를 다치게 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열 손가락 모두 깔끔하게 다듬어진 것 같았다. 솔의 무릎을 덮은 흰 망토에는 작디 작은 초승달 열 개가 자수처럼 놓여있었다.
"저... 고맙습니다, 마스터 솔."
손톱의 주인은 스승의 옷을 더럽힌 제 신체의 일부였던 것을 조금 부끄러운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솔은 영링의 손을 놓아 주고 조심스럽게 손톱 조각을 손바닥 안으로 쓸어 모았다.
"많이 놀랐지? 미안하구나. 네 손을 확인하지도 않고 라이트 세이버를 쥐게 한 내 잘못이다. 첫 수업이라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단다. 초보 제다이 나이트를 용서해 주려무나."
영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솔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이쪽인 것 같은데 여기서 사과를 한다면 왠지 이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에 슬픔이 배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영링들의 오전 수업은 눈을 가리는 훈련용 헬멧을 쓰고 라이트세이버로 레이저를 튕겨 내는 일상적인 훈련이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늘은 마스터 인다라를 대신해서 이제 막 승급한 제다이 나이트가 훈련을 지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젊은 제다이 나이트는 가장 먼저 수련장에 도착해서 영링들을 차례로 맞아주며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나는 솔이란다. 너는 이름이 뭐니?"
"안녕하세요, 마스터 솔. 저는 요드, 요드 판다르예요."
올해 다섯 살이 되는 영링 요드는 솔의 따뜻한 미소를 보자 마음이 한결 놓였다. 포스 수련은 요드가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었다. 마스터 인다라의 가르침은 다소 엄격해서 작은 실수도 꼭 짚고 넘어가곤 했다. 그래서 요드는 마스터 인다라의 단골 영링이 되었다. 이름을 불릴 때마다 더 긴장하는 바람에 실수를 반복하는 요드에게 포스 수련이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하루를 기대해봐도 될 것 같았다.

"아얏!"
그러나 변함없이 오늘도 가장 먼저 레이저를 맞고 비명을 지른 건 요드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듯 다른 영링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날아올 마스터의 따끔한 지적을 기다리는 요드의 눈가에 찔끔 눈물이 맺혔다.
'역시 난 제다이가 되지 못할 거야.'
레이저에 맞은 어깨가 평소보다 훨씬 따끔거렸다. 무언가 다를 거라는 느낌은 고작 이거였을까. 요드는 힘없이 훈련용 라이트세이버의 전원을 껐다. 그런데 갑자기 어깨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괜찮니?"
"...네?"
자기도 모르게 올라간 말꼬리가 부끄러워 요드는 괜시리 헬멧을 푹 눌렀다.
"아까부터 너무 긴장하고 있더구나. 혹시 포스 훈련이 어렵니?"
"...네."
"일단 긴장을 좀 풀어보자. 이건 네 훈련이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지, 네 실수를 따끔하게 혼내주려는 게 아니란다."
"아니에요...?"
솔의 따뜻한 목소리에 요드는 목이 메였다. 다행히 솔은 그런 요드를 모른 척 해 주었다.
"아니고말고. 자, 일단 라이트 세이버부터 다시 잡아 볼까? 실전에서 이걸 떨어트리거나 꺼트리면 위험하단다."
솔은 작게 떨리는 요드의 손 위로 라이트 세이버를 겹쳐 잡고 차근차근 하나씩 가르쳐 주었다. 어느새 눈물은 쏙 들어가고 요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스 훈련에 편안하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훈련이었나? 라이트세이버로 레이저를 튕겨낼 때마다 요드의 작은 심장이 날개를 파닥였다. 훈련에 열중한 요드는 수업 막바지에 자신이 자리를 벗어나 수련장 가장자리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솔은 다른 영링을  지도하느라 미처 요드를 보지 못했다. 솔이 요드를 발견한 것은 요드가 계단에서 불과 두 발자국 앞까지 갔을 때였다. 솔은 소리를 죽인 채 재빨리 달려가 요드를 뒤에서 오른팔로 안아 올렸다.
"으악!"
요드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방금 배운 대로 오른손에 쥔 라이트세이버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왼손으로 갑자기 허리에 둘러진 무언가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손끝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면이 긁히는 느낌이 선명했다. 곧이어 솔의 당황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정말 미안하구나. 좀 더 일찍 발견했어야 됐는데."
솔은 몸을 수련장 안쪽으로 돌려 요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마스터?"
요드가 다급하게 헬멧을 벗고 솔을 찾았다. 라이트세이버의 빛 때문에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솔이 황급히 옷 소매를 끌어당겨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훈련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영링들과 바로 앞에 우뚝 솟은 수련장의 계단도 보였다. 상황을 이해한 요드는 라이트세이버를 끄고 솔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방금 손끝에 닿은 게 혹시...
"저기... 마스터 솔?"
요드가 조심스럽게 솔을 불렀다. 솔은 눈짓으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영링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얘들아, 이만 정리하자. 이제 점심 먹으러 가야지."
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영링들은 훈련 도구를 정리하러 달려갔다. 얼어붙은 요드만 빼고. 솔은 달려가는 영링들의 뒷모습을 미소로 배웅하고 나서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 높이를 맞추어 앉았다.
"요드, 잠깐 손 좀 보여줄 수 있겠니?"
솔이 요드 앞에서 손바닥을 펴 보였다. 요드는 잠자코 오른손을 내밀어 보였다.
"손톱이 많이 길었구나. 이 상태로 검을 잡다가 어디 잘못 부딪히기라도 하면 다치기 쉽단다. 괜찮다면 내가 잘라줘도 되겠니?"
요드는 뺨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대답 대신 고개만 주억거렸다. 솔의 눈매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일단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솔은 요드의 손을 잡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요드의 팔이 솔의 다리를 따라 쭈욱 당겨 올라갔다. 솔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요드를 놓아주었다.
"또 미안하구나. 승급 시험을 앞두고 줄곧 야전 임무만 맡았더니 영링들이 얼마나 어린지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야."
솔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요드는 대답 대신 손을 뻗어 솔의 손가락 두 개를 움켜쥐었다. 솔이 놀란 눈으로 요드를 내려다 보았다. 혹시 마스터께 무례를 범한 건 아닐까 싶어 긴장하고 있는 어린 아이의 꼭 다물린 입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마음 같아선 품에 쏙 넣어 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른 손으로 요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솔은 영링 의무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의 손톱을 다듬어 주었다. 다른 일이 생기기 전에 발견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늘 처음 만난 마스터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못내 쑥쓰러운지 작은 얼굴에 고민이 가득해 보였다. 솔은 자꾸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으며 아이의 용서를 구했다. 이것으로 아이의 마음이 좀 가벼워지길 바라면서. 그러나 요드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솔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어떤 말을 해줘야 아이가 안심을 할까... 다른 말을 찾기 위해 궁리하는 솔의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한 순간에 요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스터, 혹시 상처에 바르는 약도 있나요?"
아이의 말에 솔은 깜짝 놀라 요드를 바라보았다.
"왜, 어디 다쳤니?"
솔의 물음에 요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잠깐만 기다리거라."
솔은 재빨리 일어나 손톱 조각을 정리하고 종종걸음으로 약품장에서 연고와 면봉을 꺼내 요드에게 돌아왔다.
"어디 보자. 많이 다쳤어?"
순식간에 면봉 위에 연고를 올린 솔은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들고 앞뒤로 뒤집어 보며 상처를 찾았다.
"마스터, 제가 해도 될까요?"
"응?"
예상치 못한 반응에 솔이 되물었다.
"제가 해보고 싶어서요."
아이가 다른 손으로 솔이 들고 있는 면봉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곧 다섯 살이 된다고 했던가. 하긴,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할 나이였다. 또다시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솔은 아이에게 면봉을 내밀었다.
"그러렴. 대신 혼자 하기 어려우면 내가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이는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뻗어 솔이 건넨 면봉을 받아들...지 않고 솔의 소매를 걷었다. 솔은 거의 반사적으로 아이의 손을 뿌리칠 뻔한 것을 가까스로 면했다.
"요드?!"
눈이 휘둥그레진 솔이 뒤늦게 왼손을 휘저어 아이의 손길을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오른 팔목에 그어진 세 줄기 붉은 상처가 세상 구경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마스터 솔. 무례를 용서하세요."
아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막는 솔의 커다란 왼손을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면봉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상처에 부드럽게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솔은 자기도 모르게 다섯 살 짜리 아이에게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아니지... 요드, 이건...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란다. 네가 마음 쓸 일이 아닌데... 별 것도 아닌 이걸..."
"...일부러 그러신 거 알아요."
"응? 내가? ...뭘?"
솔은 아이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참는 게 티가 났나? 이렇게 생각이 깊은데 어린애처럼 머리를 쓰다듬은 게 싫었나? 그런데 다섯 살이면 은하적으로 어린애는 맞지 않나...? 아니면 내가 초면에 너무 부담스럽게 했...구나. 솔은 침을 꼴깍 삼키며 요드가 지목할 자신의 죄목에 귀를 기울였다.
"이름을 안 부르셨잖아요."
"...?"
요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솔은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의 팔목에 건설된 거대한 연고 지구라트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많이 바르면 빨리 낫는다고 생각한 걸까. 그런데 대체 무슨 소리일까. 짐작도 안 가는 걸 보면 절대로 일부러 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전혀 모르겠다는 티를 내면 왠지 이 초롱초롱한 갈색 눈동자에 실망감이 배일 것 같은 기분이... 갓 시작한 나이트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솔은 일단 이 난관을 미소로 넘기기로 했다.
"고맙구나, 요드. 이제 됐다. 덕분에 금방 나을 것 같구나."
덩달아 배시시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솔은 정말로 씻은 듯이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 가보렴. 다음 수업 시간 늦겠다. 뒷정리는 내가 하마."
"고맙습니다, 마스터 솔."
요드는 솔의 손에 다시 면봉을 건네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스터, 그런데 마지막으로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되다 마다."
"저어..."
아이는 조금 쑥쓰러운지 솔의 눈을 피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음 주 포스 수련 수업에서도 뵐 수 있나요?"
"물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요드."
대답을 들은 아이의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솔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솔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네! 마스터  솔, 안녕히 계세요!"
아이는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고는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의무실을 뛰쳐나갔다. 솔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요드! 천천히 가렴! 그러다 넘어지면 다시 여기로 온다?"
그러자 아이는 언제 뛰었냐는 듯 우뚝 멈추었다가 사뿐사뿐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솔은 팔목의 연고떡이 흘러내리는 느낌에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솔은 연고떡이 떨어질세라 거즈로 조심스럽게 덮고 반창고를 둘렀다. 누가 보면 좀 긁힌 상처로 웬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솔은 조금만 더 오래 이 순간을 누리고 싶었다.
솔은 도서관으로 향하며 요드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아무래도 계단에 부딪힐 뻔한 아이를 보았을 때 이름을 부르는 대신 직접 달려온 것을 두고 말한 것 같았다. 눈을 가리고 집중한 상태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놀라서 중심을 잃을지도 몰랐기에 직접 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요드를 그런 위험에 빠뜨린 것은 제때에 발견하지 못했던 솔의 탓이었다. 솔은 슬쩍 오른 손목을 만져보았다.
'당연한 건데 이게 미안해서 그런지 기억에 남았나 보네...'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인데 느닷없이 너무 큰 감사를 받은 것 같아 괜히 멋쩍어진 솔은 마른 세수를 했다. 요드는 확실히 놀라운 관찰력과 집중력을 타고 난 아이였다. 분명 아이가 헬멧을 벗기도 전에 감추었는데 잠깐 소매를 정리하는 것만 보고도 상황을 눈치채고 계속 신경 쓰고 있던 거였다니. 아직 다섯 살 영링인데도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무척 궁금했다. 솔은 벌써부터 다음 주가 손꼽아 기다려졌다.



***



솔은 수업이 끝나고 하나 둘씩 짝을 지어 수련장을 나서는 영링들을 눈길로 배웅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요드가 옆으로 다가와 한 번 더 인사를 건넸다.
"마스터 솔, 다음 주에 뵈어요."
몇 년이 지나도 한 번도 빠짐 없이 예의 바른 작별 인사를 건네는 기특한 영링이었다. 솔은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은 마침 요드에게 미리 말해줄 것도 있었다.
"요드, 정말 아쉽지만 당분간은 못 보겠구나."
솔의 말이 끝나자마자 요드의 턱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아이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마주하니 솔은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는 다른 임무를 맡더라도 수업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처리해 왔지만 이번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왜요?"
벌써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솔이 무릎을 굽혔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임무를 받았단다. 다녀와서 말해주마."
요드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솔의 로브 소매를 당겼다.
"언젠가는 저도 마스터 솔이랑 같이 임무에 나갈 수 있겠죠?"
"물론이지. 너는 분명 훌륭한 제다이가 될 거다."
솔의 진심 어린 격려에 요드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곧 입매를 단단히 굳혔다.
"마스터, 꼭 무사히 다녀오셔야 해요."
"너도 건강히 지내야 한다."
솔은 요드를 꼭 안아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무릎께나 겨우 오던 아이가 벌써 열 살이 되어 허리춤까지 자라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솔은 마주 안아오는 아이의 힘있는 팔을 느끼면서 언젠가 이 사려 깊은 영링을 파다완으로 맞이할 이름 모를 제다이가 잠시 부러웠다. 



***



제다이 템플과 쿼터 사이에는 구성원들의 명상과 휴식을 위해 작은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푸른 정원이 있었다. 오후의 황금빛 햇살이 잎사귀 위에서 투명하게 부서지고, 상쾌한 흙냄새를 실은 바람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섞어 날랐다. 조용히 길을 거닐기만 해도 절로 마음에 평화가 깃들 것 같은 한 때의 풍경을 한 젊은 제다이 나이트가 화살처럼 가르며 질주했다.
"마스터 인다라!"
솔의 외침이 이제 막 정원의 가장자리를 벗어나 쿼터로 통하는 도보길로 들어서려던 제다이 마스터를 멈춰 세웠다. 인다라는 금방이라도 펄럭이는 로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이 달려오는 솔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마스터 인다라, 오샤의 훈련을 중단시켜 달라고 건의하신 게 정말입니까?"
가까스로 속도를 줄여 인다라 앞에 멈춘 솔은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거칠게 물었다. 한 마디 할 때마다 숨을 몰아쉬었지만 인다라는 솔이 말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래. 곧 의회가 결정을 내릴 걸세."
인다라가 짧게 대답했다. 솔이 고개를 푹 숙이자 눈썹에 달려있던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마스터, 전 약속을 했습니다."
"솔, 자네가 데려온 아이라고 해서 꼭 자네가 책임져야 되는 건 아니야."
"오샤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아니까 그러는 거네."
인다라가 단호하게 솔의 말을 끊었다.
"나이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야. 나도 2년 동안 그 애를 지켜봤네. 영혼에 새겨진 상실은 수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야."
"그렇지만 그 애가 겪은 모든 것은 저 때문이지 않습니까!"
인다라는 대답 대신 솔의 절박한 얼굴을 지그시 살피고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네, 솔. 그런 식으로는 그 아이도 자네도 절대로 평온을 찾을 수 없어."
솔은 대답 대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인다라."
"솔, 이건 톨빈을 위해서기도 해."
톨빈의 이름이 나오자 솔의 눈가에 짧은 망설임이 스쳤지만 솔은 곧 주저를 털어내듯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의회에 건의할 겁니다. 기회를 달라고요."
솔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템플을 향해 내달렸다.
"솔!"
인다라는 순식간에 점이 되어 가는 솔의 뒤통수를 향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선 저 멀리 있는 관목 덤불과 솔을 번갈아 바라보며 나직히 혼잣말을 읊조렸다.
"...포스가 함께하길."

마스터 인다라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오샤는 숨소리가 들릴 새라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오샤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했다. 열 살이 되고 영링 수련을 졸업하면 솔의 파다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았다. 만약 제다이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 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난 돌아갈 곳이 없는데...'
솔을 처음 만나 시험을 볼 때는 진심으로 제다이가 되고 싶었다. 코러산트로 떠나면 다시는 가족들과 만날 수 없다는 건 슬펐지만 그래도 제다이가 되어서 우주의 평화를 지키고 싶었다. 오샤가 지켜낸 평화 속에는 소중한 가족들의 삶도 들어 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꼬리를 문 뱀처럼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오샤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다시 만나지 못할 가족들인데, 그들이 이 은하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과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마음의 온도가 어째서 이렇게 다른지. 과거의 기억이 마음을 휘젓자 심장 깊은 곳에 고여있던 혼돈이 천천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오샤는 억지로 감정을 흘려보내려 손가락으로 흙바닥에 의미 없는 원을 그렸다.
그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오샤."
"안녕, 요드. 물론 너도 다 들었지?"
요드는 익숙한 몸짓으로 오샤 곁에 앉았다.
"어쩔 수 없었어. 내일부터 바로 한 달 동안 사절단 임무야. 떠나기 전에 인사 드리려고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회랑에서 쿼터까지 날아가시잖아."
요드는 솔을 쫓아온 게 새삼 무슨 중요한 까닭이라도 있었던 것 마냥 능청스럽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오샤가 피식 웃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든 솔 옆에 있었을 거잖아."
요드는 오샤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으쓱였다. 오늘 막 파다완으로 승급한 요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의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샤가 없었다면 아마도 요드가 솔의 파다완이 되었을 것이다. 오샤는 혹시 요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오샤가 바닥에 그린 원을 문질러 지우며 말했다.
"요드, 지금 그 얘기 해 주면 안 될까?"
"또? 넌 안 질려?"
요드가 신기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오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에 가득 찬 갈색 눈동자가 불쑥 가까워졌다.
"왜?"
"...그냥. 내가 모르는 솔이 궁금하잖아."
오샤는 얼버무리며 작게 웃었다. 이제 요드가 솔의 이름만 꺼냈다 하면 주변 영링들은 질색하면서 도망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샤는 자신이 모르는 솔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언제나 좋았다. 요드의 이야기 속 솔의 다정함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솔은 오샤가 아니라 다른 어떤 아이었더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오샤의 부담감을 잠시 덜어 주었다.
"나도 너랑 솔 이야기 하는 거 좋아. 어떤 걸로 해줄까."
"솔의 첫 수업 시간 이야기."
오샤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요드의 찬양에 따르면 이 이야기 속 솔은 다른 영링들의 비웃음으로 주눅이 든 요드가 상처받지 않게 이름을 불러서 지적하는 대신 옆으로 다가와 위로를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요드의 실수 때문에 팔목에 '큰 상처'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영링이 미안해 할까봐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언제나, 모든 것이 다 지혜롭고 인자한 마스터 솔 덕분이라는 요드의 비약적인 존경이 담긴 후렴이었다.
솔을 향한 요드의 신뢰를 확인한 오샤는 용기를 혀끝에 맴돌던 질문을 던졌다.
"있지, 요드. 역시 내가 솔의 파다완이 되는 건 무리일까."
"아니."
요드는 오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왜?"
"솔이 약속했으니까."
"...괜히 물어본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고마워, 요드."
"천만에."
오샤는 내심 요드를 의심한 것이 미안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넌 솔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
"전부 다."
이번에도 즉답이 돌아왔다.
"특히 햇살같이 따스한 눈빛."
요드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이었다.
"넌 좋겠다. 솔의 파다완이 되면 매일 그 눈을 볼 수 있잖아."
오샤는 다시 바닥에 원을 그렸다.
"그래... 그렇게 되면 좋겠다."
오샤는 뒤따르는 불안감을 속으로 삼켰다. 제다이가 되려면 솔의 파다완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오샤는 앞으로 알게 될 것이다. 때때로 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로 감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 어느 깊은 밤 몰래 머리맡을 적시는 눈물을 애써 외면해야 한다는 것. 이따금 다정한 갈색 눈동자에 스쳐지나가는 무거운 죄책감을 모른척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 오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며 작게 몸을 떨었다.
이런 오샤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요드는 오샤의 표정을 보고 불쑥 농담을 던졌다.
"맞다. 이제 너도 빚 갚아야 해, 오샤."
"빚?"
오샤가 놀란 눈으로 요드를 쳐다보았다.
"이제 입장이 바뀌잖아. 지금부터는 내가 모르는 솔의 이야기를 네가 해줘야지."
"아."
정말이지, 요드는 요드였다. 오샤가 키득거리자 요드도 따라 웃었다. 오샤는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다완 승급 축하해, 요드. 솔이 네 마스터가 아주 좋은 분이라고 했어."
"맞아. 나 열심히 노력해서 최대한 빨리 나이트가 될 거야."
"왜?"
"그래야 솔이랑 같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잖아. 이제 파다완으로서는 불가능하니까 가능한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넌 원하는 게 정말 태양처럼 확실해서 좋겠다."
요드는 오샤의 칭찬 아닌 칭찬이 마음에 들었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오샤에게 되물었다.
"넌 원하는 게 뭐야?"
"난..."
오샤는 저도 모르게 다음 말이 튀어나올 뻔한 걸 황급히 입술을 닫아 멈추었다. 요드가 눈을 깜빡이며 오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요드에게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오샤는 진담 반 농담 반이 섞인 대답을 건넸다.
"난 일단 너처럼 원하는 걸 확실하게 정해야겠다."



***



"모든 건 제가 결정한 거예요, 솔."
"오샤, 어째서..."
솔은 팔꿈치까지 흘러내린 로브를 미처 정리하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하게 한때 자신의 파다완이었던 아이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솔. 저는 아무래도 제가 잃은 것들을 받아들이긴 힘들 것 같아요."
"오샤, 그건-"
"그날 있었던 일은 솔의 탓이 아니에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솔 때문에 제다이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 내가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솔을 만났던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제다이는 제 길이 아니었고요."
"당치도 않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 왔잖느냐."
솔은 오샤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오샤는 하염없이 흔들리는 옛 스승의 눈동자를 부드럽게 마주보았다.
"솔, 제가 일부러 시험을 틀리고 있을 때 제게 했던 말 기억나요? 그때도 제가 뭘 원하는지 물어보셨죠. 용기를 내서 말해 보라고 하셨어요. 지금 제 마음은 그때와 다르지 않아요. 그때도 그랬듯이, 모든 건 내 결정이에요."
오샤의 말에 마침표가 하나 찍힐 때마다 솔의 두 눈에 슬픔이 차올라 일렁였다.
"솔."
오샤는 마지막으로 이름을 불러 보았다. 솔은 막을 수 없는 운명을 직감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맑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난 더 이상 당신의 죄책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맥이 풀린 솔의 두 손이 오샤를 놓아주었다.
"...오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마스터."
출발을 알리는 비행장 셔틀의 요란한 알림이 오샤의 마지막 말을 집어삼켰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건강히 지내라는 말도, 잘 있으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샤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솔을 두고 셔틀의 문이 닫히기 전에 뛰어 올랐다.
오샤는 돌아보지 않았다. 외면하는 법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배웠으니까. 그러니 이것이 서로에게 마지막 수업인 셈이었다. 오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솔도 알고 있기만을 바랐다.
'부디 잊어줘요, 솔.'
오샤의 눈에서 지금껏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



1년 간의 장기 임무를 마치고 코러산트로 돌아온 파다완 요드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어엿한 제다이가 되어 있었다. 임무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코러산트에서 오샤의 탈퇴 소식이 들려왔다. 요드는 오샤가 걱정되는 그 이상으로 솔이 걱정되었다.
10년 전, 어린 요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브렌도크에서 귀환한 솔의 옆에는 영링이라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 아이가 딸려 있었다. 귀환 후에도 한동안 솔은 수업에 복귀하지 못했다. 계절이 바뀌고 나서야 다시 만난 솔은 오샤를 요드에게 소개시켜 주며 파다완으로 삼기로 약속한 아이이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요드는 마음 한켠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솔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오샤는 다른 영링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요드만큼은 의지하고 잘 따랐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요드는 솔의 얼굴에서 이전에는 없던 한 조각 그림자를 읽을 수 있었다. 솔의 미소는 여전히 태양처럼 따스했지만 문득 알 수 없는 이유로 흐려지곤 했다. 요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묻고 싶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꾹 참아야 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요드는 오샤에게서 직접 브렌도크에서 일어났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솔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요드의 무너졌던 마음 한 켠에 잉걸불처럼 남아 있던 실망감이 한 순간에 쓸려 내려갔다. 대신 말끔해진 터에는 걱정의 모래알이 한 알씩 쌓이기 시작했지만 요드가 그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마스터가 의회에 임무 보고를 하러 간 사이 요드는 지시대로 대회랑에서 대기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솔을 찾으러 뛰쳐나가고 싶은데 오늘따라 마스터가 왜 이리 늦는지 모를 일이었다. 땅거미가 사원의 첨탑을 따라 스멀스멀 내려올 때쯤 드디어 마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드는 반가움과 조급함이 섞인 발걸음으로 마스터에게로 달려갔다.
"마스터!"
"많이 기다렸지? 그래도 내 말을 들어 보면 기다린 보람이 있을 거다."
요드는 초조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이어지는 마스터의 말을 기다렸다.
"이번 임무도 훌륭히 완수했으니 이제 한 번만 더 장기 야전 임무를 다녀오면 승급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마스터."
좋은 소식이긴 했지만 지금의 요드에게 크게 보람이 있는 소식은 아니었다. 요드는 마음이 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해 애써 기쁜 척을 했다. 마스터는 알고 있다는 듯 검지를 세우고 말을 이었다.
"그 전에, 의회에서 너에게 맡기는 단독 임무가 하나 생겼다."
요드는 눈빛으로 마스터를 재촉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사이는 문제가 있지. 딱 하나."
문제가 있다는 말에 요드가 잠시 멈칫했다.
"너랑 나는 너무 잘 맞아."
"그게 왜..."
요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사실이긴 했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세월 동안 마스터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서로 생각이 이어진 것처럼 마스터가 하나를 부탁하면 요드는 열 가지를 해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바꿔서 생각해 보거라. 너무 잘 맞는다는 건 갈등 해결을 연습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야."
요드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없는 갈등을 일부러 만들어서 해결력을 키울 순 없는 노릇 아니겠니? 이럴 때는 갈등 상황에 빠진 누군가를 돕는 것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겠지. 안 그러냐?"
"그렇죠."
"그래서. 내 파다완은 갈등 해결을 좀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핑계로 내가 무려 한 시간 동안 의회를 설득해서 받아 낸 임무다, 요드. 잘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만 뭔지는 알려 주셔야죠, 마스터."
"한 달 동안 솔의 옆에 가 있거라."
예상치 못한 이름과 상상도 못한 내용에 요드는 현기증이 돌아 우뚝 멈춰 섰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 모양이구나."
마스터는 그런 파다완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이 임무가 끝나면 승급 시험 전 마지막 장기 임무를 떠날 거다. 아우터림 외곽의 행성을 순회하면서 해결사 제다이 역할을 하는 거지. 남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연습을 해보라는 내 침과 땀이 어린 의회의 결정을 받아 왔으니 잘 해보거라. 어려운 게 있으면 마스터 버네스트라께 조언을 구하고. 나는 널 보내놓고 한 달 만이라도 좀 쉬련다."
말을 끝마친 마스터가 등을 돌리자 요드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요드는 허둥지둥 마스터를 불러 세웠다.
"저, 잠시만요! 마스터, 근데 왜, 솔... 아니 마스터 솔께서 무슨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신가요? 어디 많이 편찮으신 데라도 있나요?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죠?"
"맞다. 가장 중요한 얘길 안 했구나."
요드의 마스터가 양 손바닥을 마주쳤다.
"솔의 파다완이 기사단을 떠났단 이야기는 너도 들어서 알겠지. 그런데 솔이 아직까지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야. 마스터 버네스트라의 말씀으론 괜찮아 보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나머지 하나도 안 괜찮다고 하더구나."
요드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조만간 오샤를 나이트로 승급시키고 솔도 마스터로 승급시켜서 더 큰 일을 맡기려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의회도 곤란한 모양이더구나. 확실히 솔은 드문 인재야. 이렇게 썩힐 시간이 없는데."
마스터는 안타까움을 담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회는 솔이 이전부터 파다완에 대한 애착이 지나쳤다고들 하는데, 모르는 소리. 그 애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너는 잘 알잖니. 제 머리가 깨져서 피가 철철 흘러도 남의 모기 물린 자국을 더 마음 아파할 애야. 인다라가 걱정했던 점도 그 점이었고. 그러니 내 판단이 정확할 수밖에 없지. 지금 솔한테 들을 약은 너 뿐이다, 요드 판다르."
마스터는 통나무처럼 뻣뻣해진 젊은 파다완의 등을 힘차게 두드렸다.
"...예?"
요드는 마음 아파하는 영링 솔을 상상하며 마음 아파하다가 갑작스럽게 도달한 결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한 소리를 냈다. 마스터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네가 영링때부터 솔바라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코러산트에 솔 하나 뿐일 거다."
요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동안 나는 나대로 마음 편히 명상 수련을 좀 하련다. 지금까지 너무 정신 없이 뛰어다니기만 했잖니.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 한 달 만이라도 평화롭고 싶구나. 너도 그렇길 바란다. 아, 그리고. 이것도 까먹을뻔 했구나."
마스터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요드에게 툭 던졌다.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전해라."
찻잎이 담긴 작은 유리병이었다. 요드의 마스터도 임무 중에 솔과 오샤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쓰였는지 어느 틈에 어렵사리 구해 놓은 모양이었다. 요드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멀어지는 마스터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짙은 어둠이 내린 제다이 쿼터에 포근한 등불이 별처럼 하나씩 떠올랐다.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제다이들이 만드는 의식처럼 평화로운 풍경 아래 혼자만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파다완이 몇 시간째 서성이고 있었다.
솔의 쿼터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더 뜸을 들이다가는 곧 꺼질지도 몰랐다. 1년만에 다시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원 안에서 공적으로 만나는 걸 기대한 거였지 이런 식으로 급작스럽게 사적으로 '만나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냥 내일 수련장에서 뵐까.'
요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 위기를 모면할 궁리를 하다가 수련장까지 생각이 미치자 요드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다섯 살 때 수련장에서 만났던 나이트 솔과 자신은 이제 같은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요드는 손꿈치로 제 이마를 힘껏 쥐어 박았다. 새삼 솔이 존경스러웠다. 동시에 이 일이 훈련이자 임무라는 것을 떠올렸다. 확실히, 마스터의 말대로 요드는 연습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나태한 자세로 망설이느라 어긴 규율이 적어도 일곱 가지는 될 터였다. 더 이상 뜸들일 시간이 없었다. 요드는 용기를 내어 그 어느때보다도 행운이 필요한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요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포스의 기척으로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건 느껴지는데 아무런 답이 없었다. 못 들었나 싶어 조금 더 힘을 주어 두드려 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요드는 용기를 내어 살며시 문을 밀어 보았다. 달칵거리는 작은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오샤?"
문틈 사이로 힘없는 목소리가 마중을 나왔다. 요드는 이를 꼭 깨물고 문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문 뒤에서 요드가 모습을 드러내자 솔의 눈에서 잠깐 반짝였던 빛이 다시 사라졌다. 솔은 티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을 펴 두고 힘없이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다. 그럼에도 솔은 요드를 향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요드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미소였다.
"1년 만이구나 요드! 어서 들어오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내일이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요드는 쭈뼛거리며 등 뒤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솔이 묻기 전에 먼저 방문 목적을 고백했다.
"저희 마스터께서 이번 임무에서 좋은 차를 구했다고... 선물을 전해드리라고 하셔서요."
솔의 얼굴에 잠시 의문이 스쳤다. 그리고 나서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주변에 괜한 걱정을 끼치고 있나 보구나. 잠깐 앉아서 기다리거라. 찻잔을 내 오마."
솔은 오늘도 한 장도 넘기지 못한 책을 덮고 몸을 일으켰다. 의자 밖으로 다리를 옮기려는 순간 솔은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다. 요드가 한 달음에 달려와 솔을 부축했다. 마른 나뭇가지 같이 여윈 몸이 요드의 품 속으로 쓰러졌다.
"마스터, 괜찮으세요? 침대로 모셔다 드릴테니 좀 쉬셔요."
"그 정도는 아니다. 그저 발을 헛디딘 것 뿐이야. 고맙다, 요드."
솔은 요드의 팔을 가볍게 토닥여 놓아달라는 뜻을 전했지만 단단한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귀한 손님이 왔는데 어떻게 그냥 보내겠니. 난 정말 괜찮으니 어서 앉거라."
요드는 마지못해 솔을 풀어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솔의 모습을 목격한 요드는 오래 전 보았던 오샤의 쓴웃음을 떠올렸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드는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솔의 앙상한 손끝을 내려다보며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냥 의기소침한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라면 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솔일 때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될 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솔도 요드만큼이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샤가 떠난 후 자신이 지금까지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한 탓에, 장기 임무에서 막 돌아온 어린 파다완을 이 늦은 시간에 이곳까지 오게 만들어 버렸다. 거기다 의도치 않게 꼴사나운 모습까지 보여 버렸으니 면목이 없을 따름이었다. 얼른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오샤와 가깝게 지냈다는 죄 하나만으로 불편한 자리에 끌려 나와 눈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요드를 성과도 없이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차가 우러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솔은 솔대로, 요드는 요드대로 침묵을 깰 대화 주제를 찾아 필사적으로 머릿속을 헤집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향긋한 차향만이 고요한 솔의 쿼터를 떠돌았다.
솔은 차가 담긴 찻잔을 요드의 앞으로 밀어주고 자신의 찻잔을 채웠다. 요드는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로 내밀어진 찻잔을 쥐기 위해 기계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솔이 반사적으로 요드의 손끝을 잡았다.
"아직 잔이 뜨거우니 조심하렴."
요드는 놀란 눈을 깜빡이며 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심결에 솔의 손끝을 마주 잡고 말했다.
"이제는... 이름을 부르셔도 괜찮아요, 마스터 솔."
그 순간 솔은 어린 파다완의 모습 위로 다섯 살 영링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지금까지 텅 비어 있던 솔의 눈동자에 별빛이 가득 내렸다. 요드가 솔의 손을 놓아주었다. 솔은 목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려는 울음을 내리 누르려고 떠오르는 말을 주워 섬겼다.
"여러가지로... 서운하게 됐구나. 네가... 많이 친했었는데..."
목소리가 볼품 없이 떨렸지만 다행히 요드는 그런 솔을 모르는 척 해주었다.
"...오샤는 제가 영링 시절 이야기를 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요드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에는 항상 마스터 솔이 나오거든요. 오샤가 모르는 마스터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했어요.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으면서도 항상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해 줘서 저도 오샤랑 마스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어요."
솔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가만히 요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오샤와 제가 파다완이 되고 나서부터는 입장이 바뀌었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 되니까 저도 오샤가 왜 그렇게 좋아했었는지 이해가 됐어요."
말을 하면서 요드는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서로 평생 비밀로 하기로 한 게 많아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몇 개 없지만... 오샤는 마스터 솔을 웃게 만들었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었어요."
솔은 아릿하게 저며오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 요드는 솔을 가만히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솔은 조금 긴장한 채로 요드의 질문을 기다리며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어린 파다완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요드는 솔의 울대뼈가 부드럽게 올라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정말로 제다이 로브 사이즈를 좀더 다양하게 맞춰달라고 의회에 건의하셨어요?"

푸큽-.

솔은 마시던 차를 그대로 정면으로 뿜어냈다. 쿨럭거리는 솔의 거센 기침소리가 쿼터 안에 메아리쳤다. 요드는 짐짓 놀란 척 손수건을 꺼내서 솔이 뿜어낸 차의 파편을 닦았다. 한참 후에야 호흡을 되찾은 솔은 저릿한 갈빗대에 손을 얹고 가까스로 요드에게 물었다.
"오샤가, 그런 것도... 얘기하더냐?"
요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의 머릿속에 너무 많은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솔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스스륵 흘러내렸다. 솔은 때마침 사레가 들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황급히 소매로 눈을 꾹 눌렀다.
"사실 그게 말이다-"
그제서야 솔은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진작에 주변을 좀 둘러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샤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인지, 다른 이들에게 오샤는 어떤 존재인지, 내가 모르는 그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그저 아이를 제다이라는 틀에 끼워 맞추는 것에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아이를 너무 엄격하게 몰아세운 것 같았다.
'좀 더 많이 웃어줬어야 했는데...'
오샤가 느꼈을 부담감은 솔이 느꼈던 책임감보다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오랫동안 잊어버렸다. 그리고, 잃어버렸다.
솔은 촉촉히 젖은 눈을 들어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자신을 마스터라고 부르지만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은 솔 자신이었다. 솔은 말과 행동으로만 아이들을 가르칠 뿐이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던져서 솔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처럼 손 끝의 감각이 살아났다.
'절대 잊지 않으마, 오샤.'
솔은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들어주겠니?"
"완전 좋아요!"
요드는 의자를 당겨 앉으면서 적당하게 식은 찻잔을 집어들었다. 요드가 난생 처음으로 차가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



"마스터 솔!!!"
요드는 수업을 마치고 수련장을 나서는 솔을 향해 달려들었다. 솔은 두 팔을 벌리고 뛰어 오는 요드를 보고 마주 안아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푹 안겨버렸다. 평소 같으면 보는 눈이 있으니 경거망동을 삼가라고 잔소리를 했겠지만 4년 만에 보는 아이였다. 팔이 묶여 버린 탓에 아이를 품에서 떼어낼 기회를 놓친 솔은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해야 했다.
"무사히 돌아올 줄 알았다, 요드. 이제 놓아 주렴."
요드는 한번 더 팔에 힘을 주어 솔을 끌어안은 다음 속박을 풀어주었다. 솔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요드를 위아래로 쓸어보았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만 해도 아직 소년티를 완전히 벗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몰라보게 늠름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훌쩍 자랐다는 것은 솔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었다. 솔은 솔직한 감회를 말했다.
"그동안 정말 많이... 컸구나."
순수한 감탄이 담긴 솔의 목소리를 듣자 요드는 그동안의 고생이 한번에 잊히는 듯했다.
"승급 축하드려요!"
"부끄럽구나. 파다완 하나 변변히 길러내지 못한 마스터가 다 무슨 소용이니."
요드가 떠나 있던 사이 솔은 반강제로 제다이 마스터가 되었다. 솔은 파다완 하나 길러내지 못한 마스터가 될 수는 없다고 극구 사양하겠지만, 영링들에게는 솔이 꼭 필요하다는 마스터 버네스트라의 설득에 마지못해 승낙했다.
"저한테는 처음부터 변함없는 '마스터 솔'이신걸요."
요드의 순수한 칭찬에 솔의 귀 끝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요드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며칠 뒤에 곧바로 승급 시험이라고 들었다. 너라면 단번에 통과하겠지만 그래도 좀 쉬어 두거라. 나는 다음 수업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구나."
"그럼 저녁에 차 마시러 가도 될까요?"
요드가 기다렸다는 듯 되묻자 솔은 그게 쉬는 거냐며 푸스스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솔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마냥 좋아하는 요드를 습관처럼 쓰다듬어 주려다 낯선 거리감에 손을 멈추었다. 어느새 아이는 솔이 올려다봐야 할만큼 자라 있었다. 이제 이끌어줘야 할 파다완이 아니라 동료로서 존중해야 할 제다이가 되었다는 것이 물씬 느껴졌다. 솔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요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수업에 늦을새라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솔의 뒷모습 보면서 요드는 터져나오려는 쾌재를 주먹으로 틀어막았다.



***



승급 시험에 단번에 합격한 제다이 나이트 요드는 잠시라도 짬이 날 때마다 영링 수련장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순조롭게 실현하고 있었다. 오늘, 마스터 버네스트라가 영링 둘을 데리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마스터 솔. 그리고 요드. 두 사람 앞으로 파다완이 배정되었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요드가 펄쩍 뛰었다.
"마스터 버네스트라, 뭔가 착오가 있을 겁니다. 저는 이제 막 나이트로 승급한 지 일 년도 안 지났-"
"아니. 의회의 결정이네. 착오는 없어."
버네스트라가 요드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요드 판다르, 오늘부터 타시 로와를 파다완으로 수련시키게. 마스터 솔, 오늘부터 제키 론이 자네의 파다완이네."
솔은 조용히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마스터 버네스트라, 제키는 제가 봐 왔던 영링들 중에서도 가장 영민한 아이입니다. 어찌 부족한 제가..."
"솔, 제키가 꼭 자네의 파다완이 되고 싶다고 지금까지 4년도 넘게 기다린 걸 알잖나."
간단하게 말문이 막혀버린 솔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버네스트라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요드는 복도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낯익은 영링을 홱 돌아보았다. 요드의 매서운 눈빛이 어린 하프 실린에게로 날아갔다. 제키는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빡이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는 것으로 요드의 환대에 화답해 주었다. 그래도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반갑게 눈인사를 주고 받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며 솔은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
그런 다음 애콜라이트 1화가 시작되는 거였으면 내가 너무나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4화까지 보고 뽕차올라서 한창 쓰고 있었는데
다음날 갑자기 5화가되....................................................
솔마냥 멘탈박살나서 그냥 지우려다가 생각해보니까 딱히 5화랑 상관이왜없어 딪니 씹스놈들아 전화받아ㅅㅂ

5화에서 멘탈박살난 솔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시체 수습도 안(못) 하고 떠났던 건 눈앞에 오샤가 서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음. 오샤는 이미 8살에 솔이 지금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걸 잃었잖아. 그렇다고 오샤가 마지막으로 마더 아니세야 얼굴이라도 다시 볼 시간이라도 있었냐 하면 엄마 시신 보며 울부짖는 오샤를 잡아끌어서 우주선에 태운 것이 솔이었음. 그런 오샤(메이지만)가 손을 뻗어 일으켜 주는데 그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못할 짓이다 생각하고 숨 한 번 삼키고 꾹 참지 않았을까 싶음. 그래서 그냥 너갱이 나간 상태로 "가자"하고 다음 해야 할 일을 하러 가는 거라고 어떻게든 생각을 해야 내가 좀 덜 슬프긴 뭘 덜 슬퍼 오몰입과타쿠는이대로죽어버릴것만같아돌려내!!!!! ㅅㅂ 돌려내!!!!!!! ༼;´༎ຶ ۝༎ຶ`༽༼;´༎ຶ ۝༎ຶ`༽༼;´༎ຶ ۝༎ຶ`༽༼;´༎ຶ ۝༎ຶ`༽༼;´༎ຶ ۝༎ຶ`༽༼;´༎ຶ ۝༎ຶ`༽༼;´༎ຶ ۝༎ຶ`༽༼;´༎ຶ ۝༎ຶ`༽༼;´༎ຶ ۝༎ຶ`༽༼;´༎ຶ ۝༎ຶ`༽༼;´༎ຶ ۝༎ຶ`༽༼;´༎ຶ ۝༎ຶ`༽༼;´༎ຶ ۝༎ຶ`༽༼;´༎ຶ ۝༎ຶ`༽༼;´༎ຶ ۝༎ຶ`༽༼;´༎ຶ ۝༎ຶ`༽༼;´༎ຶ ۝༎ຶ`༽༼;´༎ຶ ۝༎ຶ`༽༼;´༎ຶ ۝༎ຶ`༽༼;´༎ຶ ۝༎ຶ`༽༼;´༎ຶ ۝༎ຶ`༽༼;´༎ຶ ۝༎ຶ`༽༼;´༎ຶ ۝༎ຶ`༽༼;´༎ຶ ۝༎ຶ`༽

6화에서는 또 뭘로 멘탈바사삭 될지 몰라서 급하게 완성하느라 퇴고x...
추모비에 헌화하는 심정으로 마무리해서 두고 감...
한 달 동안 진짜 많이 사랑했다... 제키야... 요드야...

애콜 요드솔 솔텀
2024.06.30 02:29
ㅇㅇ
모바일
이거 완전 프리퀄 대본 유출된거잖아 이건 문학이야 센세
[Code: c2a0]
2024.06.30 04:02
ㅇㅇ
모바일
센세 너무 좋다 ༼;´༎ຶ ۝༎ຶ`༽
[Code: debf]
2024.06.30 05:56
ㅇㅇ
모바일
긴 글인데 한자도 안 빼놓고 진짜 몰입해서 울고웃으면서 애틋하게봤어 센세 너무 따숩고 눈물 많은 솔이랑 영링 요드 오샤 애기들 ㅠㅠㅠㅠㅠㅠㅠ
[Code: 9f97]
2024.06.30 09:20
ㅇㅇ
모바일
시발 눈물나....센세 너무 좋아오...
[Code: dd4a]
2024.06.30 09:38
ㅇㅇ
모바일
작가센세... 문장 하나하나 다 핥아먹었다....ㅠㅠㅠㅠㅠ 5화를 알고 보니까 더 슬퍼 ㅠㅠㅠㅠㅠ
[Code: e9b7]
2024.06.30 10:3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 약간의 불안감은 있지만 그래도 평화로워서 좋다ㅠㅠㅠㅠㅠㅠ
[Code: 7338]
2024.06.30 11:52
ㅇㅇ
모바일
이거 맞아 프리퀄맞음 내가코러산트가서 보고옴 (˘̩̩̩ε˘̩ƪ) (˘̩̩̩ε˘̩ƪ) (˘̩̩̩ε˘̩ƪ)
[Code: b47c]
2024.06.30 12:46
ㅇㅇ
모바일
솔마냥 멘탈박살나서 그냥 지우려다가 생각해보니까 딱히 5화랑 상관이왜없어 딪니 씹스놈들아 전화받아ㅅㅂ<<5화 본 붕키 심정이잖아 그치만 삭제는 용서하지않을거에요 센세 아아악༼;´༎ຶ ۝ ༎ຶ༽ 앞으로 붕키의 애콜 프리퀄 오피셜은 이게 맏다ㅠㅠㅠㅠ
[Code: 5281]
2024.06.30 15:51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 오늘부터 이거 내 캐논. 솔 진짜 오샤 땜에 애들 수습도 못하고 이별한 거라니 너무 가슴 아파 ㅠㅠㅠㅠ
[Code: f267]
2024.07.02 09:26
ㅇㅇ
모바일
센세 글이 너무 좋다....༼;´༎ຶ ۝༎ຶ`༽
[Code: 185f]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