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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1:50
"저 백인 놈이 드디어 미쳤나 보다."
에스페라 말에 고개 돌리니까 브랫이 음악에 몸을 너무 지나치게 맡기고 있는 중이었음. 보통 패들파티가 이런 춤판 분위기는 아닌데 무려 브랫 아이스맨 콜버트가 앞장서서 저러고 있으니 브라보게이들 웅성웅성하다가 들떠서 같이 춤추려고 다가갔음. 근데 기쁨을 주체 못 한 브랫 꼬리까지 튀어나온 상태로 주변 사람 찰싹찰싹 때리는 중이어서 1m 이내 접근 금지일 거임. 스텝도 예측 불가라 갑자기 자기 쪽으로 다가오면 채찍질 당해서 선발대가 먼저 맞는 거 보고 다들 멀찍이 떨어져서 브포먼스 구경만 했음. 하지만 중위님은 빗발치는 총알 속을 뛰어간 분이니까 맞을 각오 하고 용감하게 데드맨 워킹해서 물어봤음.
"브랫. 내가 전역하는 게 그렇게 좋은가 보지?"
"총, 사내새끼들 넘치는 군에서 드디어 탈출하신다니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어깨춤만 추는 중이 아니지 않냐고 정정하고 싶었지만 브랫이 정말 기뻐 보여서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음. 문명의 요람을 박살 내고 마이맨들 손발가락 다 붙여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이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중위님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음.
"이젠 펜, 남자, 여자까지 넘치는 학교로 간다."
"또 다른 전쟁터군요. 세 번째 파병은 혼자 잘 해낼 자신 있으십니까?"
"아니."
브랫의 현란한 스텝이 멈췄음. 중위님 엉덩이를 빠르고 조용하고 치명적으로 두드리던 브랫의 꼬리도 차분해졌지. 중위님은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진 않았지만 브랫이 곁에 없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어졌음. 무너지려 할 때 잡아주고 데굴데굴 구를 땐 같이 굴러주는 브랫이 너무 소중한 존재가 됐거든.
"어떤 유능한 팀리더가 옆에 꼭 있어 줘야겠어."
"...Roger that, sir."
밤하늘을 수놓던 폭격 같은 이 조명, 총소리 같은 이 비트.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손을 맞잡고 128 bpm에 맞춰 왈츠를 췄음.
"야. 우리가 받은 게 청첩장이었냐?"
"결혼 아직 안 한 거였어?"
브랫네잇 슼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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