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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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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게 매번 진심이 아니에요?"

"....뭐?"

"그럼 그새끼하고도 진심으로 사귀는거 아니겠네."

....이러려던게 아니었는데.

"그새끼 누구예요?"

...씨발, 제발 멈춰 주둥이야....

하지만 궁금하잖아.

그놈이 도대체 누군지. 대만군은 왜 그놈이랑 키스를 한건지. 진짜로 남자친구가 생겨서 나보고 나가라고 했던 건지. 그럴거면 처음에 왜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한건지. 왜 나한테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지. 

내 생활에, 내 정신에, 이렇게나 깊숙히 침투해놓고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니.
이건 불공평하잖아 대만군.

"....무슨 소리야?"

".....네?"

"그새끼라니.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발뺌할거라고 예상은 했다.

근데 정말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이게 양호열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감상이었음. 이렇게까지 시치미를 뗀다고? 그런데 그렇다기엔 정대만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음.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적어도 양호열이 상상한 반응은 아니었음 양호열의 머릿속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무....무무무무슨소리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하는 정대만의 모습이 1차로 떠올려졌었으니까.

그리고 정대만이 네가 뭘 안다고 그래, 할때 자신에게 꼬투리가 잡힐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건 역으로 상대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나오는 반응이니까.

잠시만.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라고?

.....그러네. 
나 아무것도 모르네.
이 사람에 대해서.

"양호열, 너 괜찮은거야?"

".....내가 그날."
"....그날?"

"당신 모습 보고 나서,"

"?"

"꿈을 얼마나 꿨는지 알아요?"

"너 어디 아파?"

어, 아마도. 당신 때문에.
내 생활이 엉망이라고. 

"내가 본거 그대로 말해줘?"

"네가 뭘 봤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어."

"안 궁금해요?"

"....별로?"

"대만군 남자랑 키스하던데."


그래?

"그거 정말 재밌는 소리네 호열아."

어느새 제 앞으로 성큼 다가온 정대만에 양호열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 침. 뭐....뭐뭐뭐뭐뭐야?! 하마터면 육성으로 외칠 뻔 했음. 정대만이 무무무무슨소리야 하는게 아니고 내가 뭐뭐뭐뭐뭐뭐야 하는군 시발....하고 함부로 상상했던 것의 업보빔 아닌 업보빔을 맞는 동안 정대만은 무려....

손을 뻗어 양호열의 머리를 쓱쓱 쓸어주고 있었음.
그리고 말하길....

"꿈에서 봤나보다. 그치?"


우리 호열이 다 큰줄 알았는데 아직 어리네~하고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킬킬 웃는 정대만에 양호열, 대략 정신이 멍해지다. 너무 어이없는 반응이 돌아오면 이렇게 얼타게 되는 모양이었음.

애 취급 당해서 열받는건 둘째치고,
뭐 꿈?
내 꿈에 당신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기나 해?

"요즘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은데, 잠 좀 푹 자고."

그럼 난 일찍 자러간다? 이 형아가 본보기를 보여야지.

하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정대만을 양호열은 막을 수 없었음. 쾅! 하고 제법 세게 닫히는 문소리를 들으면서 양호열, 얼빠진 상태로 그 문 앞에서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음. 그 순간 갑자기 문이 찰칵 열리고 정대만이 얼굴을 빼꼼 내미는 통에 양호열 우아아악!!! 소리 지르면서 그 자리에 나동그라질 뻔 함.

"아 맞다. 계란말이 그릇."
"...!?!?!?!?"

"부탁할게?"


그래야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다면.

하고 장난스럽게 혀를 쏙 내밀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정대만임. 

씨발 진짜 이 사람 뭐지?

양호열, 개같이 휘둘리는 중이라는걸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중ㅋㅋ



그날 양호열의 꿈에는 또 정대만이 등장함. 하지만 저번처럼 이상한 가면을 쓰거나 채찍(...) 을 들거나 하는 모습이 아니었음. 무려 제 아래 깔린 채로, 팔을 제 목에 감아오며.....호열아....흐응....하는 신음을 흘리며 발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하고 있는....그런 정대만이었음. 

빨리....
-----XX해줘. 

정대만의 붉은 입술이 위아래로 헤 벌어지고....그 안에 숨어있는 젖은 혀가 빼꼼, 하고 고개를 내밀 때, 마치 아까 방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던 대만군처럼....그 입술이 뭐라고 말하는 내용을 들으려고 양호열은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다대는데, 

아, 이러다 진짜....
키스하겠어.

뭘 해달라고, 대만군?




"-----XXX의 효과는, 그래서 뭐지, 호열군?"
".....네?
"<라쇼몽> 의 효과가 뭔지 물었네, 호열군."


아.
지금 수업중이었지.

어젯밤 이후로 잠을 설친 양호열은 강의 중에 제정신이 아니었음.

"영화의 역사와 그 이해" 시발 이 수업을 왜 듣기 시작했더라.
아마 수강신청이 좆망했어서. 알바하던 피씨방의 속도가 좆같이 느려서. 양호열은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애써 노력했음.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학점은 망한다. 그리고 내 장학금도.

호열이의 비장함과는 별개로 옆에서는 이미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음. 내가 꽤 심하게 졸았던 모양이었구나....

이게 다 대만군 때문에.

"영화 <라쇼몽>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 등장인물들이 각자 상반된 증언을 합니다. 해당 살인사건에 얽힌 관계자들이 전부 다른 진술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양호열은 말을 이어감.

"이로 인해 점차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라쇼몽> 의 효과란, 어떠한 한가지 사건에 대해 그것을 경험하고 관찰하는 주체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마치 저와 대만군처럼요.


강의가 끝나고 양호열은 다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과방으로 향함. 과방 한구석에 처박혀있는 쇼파에서 잠깐 눈을 붙일 요량으로. 풀썩, 하고 지친 몸을 쇼파에 뉘이고 폰을 켜서 요즘 매일같이 접속하는 에1타에 오늘도 역시나 들어가는 양호열이었음. 

그런데....익숙한 이름이.
아니, 익숙하다 못해
요즘 제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는 바로 그 이름이.

<체대 정대만 선배 여친 있나요?>

: 키도 크고 잘생기고 요즘 저한테 인사 잘 해주시는데 너무 설레요...
가능성 있는 걸까요? 이분 여친 있는지 알려주세요.

어 시발 난 그 정대만하고 무려 동거한다.

양호열 비릿하게 웃으면서 댓글 달려고 손 움직이는데, 이미 위에 좌라락 달린 댓글들이 있었음. 하나하나 살펴보니....

익명1: ㅇㅇ있어 맘 접으셈
익명2: ㄴ애 너무 놀리지 마라
익명3: 근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여친 있지 않나?

익명4: 정대만 개쩔긴 하더라 저번에 경기 봄
익명5: 그 선배 인기 많지ㅋㅋㅋ어제도 글 올라오던데
익명6: ㄹㅇ정대만 여친있냐는 글만 여기 몇개냐 
익명(글쓴이): 아 그래요? ㅜㅜ 죄송해요 가끔 눈팅만 해서
익명7: 뉴비인갑네
익명8: 그 사람 근데 깔 있는걸로 유명하지 않음?ㅋㅋㅋㅋㅋㅋ
익명9: 양호열인가 그 후배 남자애? ㅅㅂㅋㅋㅋㅋㅋ

그게 나다 이 시발새끼들아.

익명10: 걔 무섭다던데 건들지 마라 웬만하면
익명11: ㄴ왤케 잘 아시는? 본인임?

익명12: ㄴㄴ여기서 깔 얘기되는거 싫은 정대만 아님?ㅋㅋㅋㅋㅋ

겠냐? 

익명13: 정대만 존나 핫하네
익명14: 솔직히 대만이형이면 나라도 사귐 ㅇㅇ
익명15: ㄴ쌉ㅇㅈ
익명16: ㄴㄴ이거 ㄹㅇ
익명17: 미친게이새끼들
익명18: 여기가 게이밭이에요 게이밭

우리집은 그럼 게이소굴이냐?

양호열 피식 웃으면서 댓글 쭉쭉 내리는데.....
마지막 댓글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림.


익명19: 그 사람 진짜 남친 있는거 같던데. 키스하는거 봄.



.....뭐?



호열대만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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