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41.

어느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애인이 있냐고 물어보는 행위에 대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그 질문에 열에 아홉은 질문을 한 누군가가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비 중위가 다이 소령에게 연인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그럼 이 질문에 암시 된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물론 이 질문의 주인공은 둘 다 남자였지만 뭐,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말은 어찌됐든 관용어였고 그 안에 포함된 의미와 허니의 질문의 의미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존은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한 존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야 허니에게는 애인이 있으니까. 그것도 다름 아닌 같은 대대의 존 브레이디 중위. 그런데 그런 허니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뭔가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생각해보면 전 날 저녁부터 허니의 행동은 뭔가 이상했다. 릴이라는 여자와 수다를 떨며 꺄르륵 웃던 허니의 모습이 아직 존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그건... 그냥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존은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저 좋을대로 해석을 한 정신 승리일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존은 그렇게 믿었다. 물론 릴이 허니와 대화를 하며 허니의 팔을 몇 번이나 만졌고 둘에게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친구끼리 그럴 수 있다고 존은 억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이 소령의 연인 여부에 대해 질문을 한다니 존은 과연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았다.


"혹시 연인이 있으신가요?"
"어... 없을걸..."


존이 한참을 대답을 내놓지 않자, 허니가 재촉을 하듯 다시 질문했다. 그리고 존은 그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했다.

다이에게 연인 따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이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나, 어쩐지 확실하지 않는 듯이 대답을 한 것은 어쩌면 존의 마지막 객기였다.

존의 대답에 허니의 얼굴에는 순간 미소가 번졌다. 마치 그것이 허니가 원하던 대답이라는 듯이.

잠시 존은 고민했다. 허니에게 물어볼까? 그것이 왜 궁금하냐고? 허니가 그에 대한 대답을 솔직하게 줄 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존은 그럼에도 물어보고싶었다.

그래서 존이 입을 열어 허니에게 질문을 하려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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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 5분 후에 출격이랍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식을 전하는 크랭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저도 빨리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리고 크랭크에 말에 허니는 빠르게 제 요새 쪽으로 달려갔다.

존의 의문은 하나도 풀리지 못 한 채 였다.



42.

임무를 하는 내내 존은 과연 대공포가 터지는 요새 밖과 제 머릿속 중 어떤 것이 더욱 정신이 없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나마 예비 지위 조종사라는 있지도 않은 직급으로 임무에 참가해서 다행이었다. 언제나처럼 존이 리드기에 타고 있었다면 대대의 리드는 커녕 제대로 된 결정도 내리지 못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허리, 브레이디가 당했습니다!"


그리고 존의 생각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귓가에 들려오는 하나의 무전 탓이었다.

우습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임무에 하나도 집중을 하지 못 하다가 다름 아닌 허니에 대한 무전을 듣자마자 바로 정신이 돌아오다니. 제 행동이 어찌나 어이가 없다고 느낀 존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착실히 창 밖으로 돌려 허니가 타고 있을 브레이디의 요새를 확인했다. 

무전이 거짓이 아니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브레이디의 요새의 엔진 중 하나가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존은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엔진 하나 정도야 망가져도 충분히 날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존의 머릿속에 들지 않았다.

그저 딱 한 가지만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만약에 허니가, 이곳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독일 상공인 이곳에서 비상탈출이라도 하게 되면 꼼짝없이 수용소 행일 것이 뻔 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허니가 포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면, 정말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비행을 하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공포가 존의 몸을 휘감고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판단 하나 못 하게 되어갈 때쯤, 존의 시야 안에 검은 연기가 잦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제서야 제대로 수평을 맞추며 대형으로 돌아오는 브레이디의 요새를 보며 존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최악의 대대장이 아닐까. 뒤늦게 제 행동을 알아챈 존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43.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존이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임무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허니가 타고 있던 브레이디의 요새 또한 무사히 알제리까지 도착했다. 돌아오는 와중에 몇 번이고 창 밖으로 요새가 안전한 것을 확인했던 존은 양심이 아주 찔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 기분을 애써 무시했다.


"소령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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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착륙한 요새 안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존을 마주한 허니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존은 역시 이 임무에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게일에게 들켰다가는 게일이 당장이라도 군복 벗으라고 할 것만 같았지만 말이다.



44.

임무를 마치고 알제리에 도착을 했다고 해서 바로 영국에 있는 기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100전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12공군은 보이지 않았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없었던 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12공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제리의 뜨거운 태양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 했다. 특히나 남들 앞에서 옷을 벗지 못 하는 허니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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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아?"
"...진짜 딱 죽을 거 같아."


더운 탓에 이미 윗옷은 다 벗어던지고 바지만 걸치고 있던 브레이디가 허니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허니는 그 질문에 어렵사리 대답을 내놓았다.

알제리의 뜨거운 온도 탓에 대원들은 이미 옷을 벗어던진지 오래였다. 브레이디 뿐만이 아니고 다른 대원들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셔츠는 물론이고 긴 바지가 덥다며 트렁크만 입고 있는 대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허니만이 셔츠와 긴 바지를 여전히 껴입은 채였다. 

그나마 그늘을 찾아 비행기 날개 아래 앉아있었지만 그것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가슴에 둘러둔 압박 붕대 때문인지 아니면 이 미친 더위 탓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숨까지 쉬기 조금 어려운 기분이었다.


"안 되겠다. 가서 물이라도 좀 더 가져올게."
"...응."


허니의 말은 과연 브레이디의 말에 대한 대답인지, 아니면 더위를 먹은 탓에 그냥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 허니의 말에 브레이디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실 당장이라도 옷을 좀 벗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 걸 알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것 또한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야, 정신 차리고 있어 너. 여기서 정신 잃으면 진짜 큰일 나."
"...응."


일단 탈수라도 오지 않게 물이라도 더 마시게 해야지. 브레이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눈에 초점이 없는 허니의 얼굴이 영 불안했다.



45.

"비, 괜찮아?"


익숙한, 하지만 브레이디의 것이 아닌 목소리에 허니가 고개를 조금 들었다. 

고개를 빨리 들어올린 것이 아니었음에도 허니는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남들은 옷을 다 벗고 있는데 자신만 벗지 않는 이유를 대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초 후에야 겨우 뚜렷해진 시야 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이상한 붉은색 모자를 쓰고 있던 존이었다.


"...소령님 모자 이상해요."


그리고 별로 생각을 거치지 못 한 말이 허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존은 그런 허니의 말에 딱히 대꾸를 하지 않고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사실 존은 아까부터 허니와 브레이디를 계속 살피다가 브레이디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보고나서야 겨우 허니의 곁으로 온 것이었다.

몇 번이고 고민을 하기는 했다. 안 그래도 존도 다른 대원들과 다를 것 없이 땀을 잔뜩 흘렸고 씻지 못 해 깨끗하지는 못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허니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허니의 곁에 온 것은 다름 아닌 멀리서 봐도 안색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아보이는 허니 탓이었다. 잔뜩 더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셔츠의 윗 단추 두어 개 말고는 절대로 풀지 않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이상하면서도 걱정이 되어 다가온 것이었다.

가까이서 본 허니의 안색은 어쩐지 더욱 좋지 않아보였다. 존의 모자를 지적하는 얼굴이나 말투만 봐도 어쩐지 어눌한 것이 정신이 없어보였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존이 허니에게 다시 질문했지만 이번에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허니가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뿐이었다.

존은 천천히 허니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땀에 젖은 앞머리, 더위 탓에 조금 벌어진 입술, 그리고 항상 단추가 채워진 셔츠 탓에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목선과 쇄골을 따라 흐르는 땀방울...

아니 잠시만 이게 아니지.


"물이라도 좀 더 마셔, 잘못하면 탈수 온다."
"...감사합니다."


존이 건넨 컵에 담긴 물을 허니는 천천히 목구멍 뒤로 넘겼다.

그리고 존은 바로 후회했다. 대충 봐도 정신이 없어보이는 허니의 입속으로 제대로 넘어간 물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은 허니의 목을 따라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굴곡 없는 매끈한 목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이렇게 야한 거였나? 존이 잠시 고민했다. 

물에 젖은 입술도 한없이 야하게만 느껴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반복하면서도 존은 허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저 입술을 한 번 강하게 빨고 입 안을 혀로 휘저으면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러다가 물이 흐른 길을 따라 목선까지 햝으면서 내려가면...


"12공군이다!"


그리고 대원 중 누군가의 외침에 의해 존의 생각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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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뒤늦게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챈 존의 입에서 작게 욕이 터져나왔다. 남들 다 있는 곳에서 이런 남사스러운 생각을 했다니. 

존은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혀 깨물고 죽고싶어졌다.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6.16 15: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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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스러운 생각만하니까 죽고싶지 빨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겟냐 존이건아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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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5: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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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동시 경험 중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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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6: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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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고다 센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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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0: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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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폭주기관차세요????? 가자 ! 북까지 진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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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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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칼럼존 혼자 롤코를 대체 몇번이나 타는겨ㅋㅋㅋㅋㅋㅋㅋ웃기다 좀 짠하다 저 등치에 귀엽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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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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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짜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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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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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 지금 거의 지옥중에서도 불지옥 갔다왔는데요 ㅋㅋㅋㅋㅌ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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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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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진실을 알게 됐을때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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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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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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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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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칼럼 혼자 우물 백개 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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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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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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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0: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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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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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07: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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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옷 벗자... 난 개연성같은거 없어도 괜찮아....... 그냥 벗어던지자.......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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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09: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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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 참은만큼 보상도 클거야...좀만 더 참자ㅠㅋㅋ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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