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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12:26
클리셰 ㅈㅇ
유치함 ㅈㅇ
퇴고안함







1.

플라잉스쿨에서 이번 졸업 학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 빠지지 못 할 사람이 셋이 있었다.

일단은 '투 버키즈'라는 누군가는 조금 이상하다고 할 법한 별명을 가진 존 이건과 게일 클레븐. 나이 차이가 세 살이나 남에도 불구하고 둘은 플라잉스쿨 첫 날부터 친해지더니, 이내 졸업 날까지도 서로를 친구라는 정의 아래 두었다.

그리고 이 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절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하나가 더 있었다. 다름 아닌 둘의 영혼의 단짝이라 불리는 범블 비.

사실 범블 비를 나타내는 단어는 꽤나 여러가지였다. 플라잉스쿨 수석, 존 이건의 어린시절 소꿉친구, 게일 클레븐의 엄마 등. 머리를 기르고 여자라고 소개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얇은 선과 작은 키를 가졌음에도 게일과 존보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탓에 말벌을 뜻 하는 '호넷'이라는 별명까지. 

이렇듯 다양한 별명으로 불렸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존과 게일을 제외하면 그 둘과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플라잉스쿨의 졸업 날, 범블비만이 존과 게일과는 다른 전대로 배정을 받은 것을 보며 그 둘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 했다.


"하, 우리 벅 어디 가서 따먹히지 않게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졸업식이 끝나고 제 미간을 짚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범블비를 보며 존이 깔깔 웃었다. 게일은 그런 범블비의 말에 미간에 힘을 주었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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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을 지켜줘야 한다'라는 말은 플라잉스쿨을 다니면서 범블비가 꽤나 자주 했던 말이었다. 처음 그를 보자마자 너무 어리고 예뻐서 다른 남자애들이 노릴 것이라며 존과 함께 그를 지켜줘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었다.

그때마다 게일은 자신보다 10센치는 족히 작은 범블비를 보며 '너나 지켜...'라는 소리가 입에서 몇 번이나 흘러나왔지만, 그것이 딱히 범블비를 막지는 않았다.


"그러게, 우리 벅 지켜줄 호넷이 이제 없어서 어떡하냐."
"뭘 어떡해, 이제 이 중대한 업무를 너에게 맡기겠다 버키."
"예, 예. 명을 받듭죠."


존과 범블비는 게일이 반응을 하든 하지 않든 신경쓰지 않고 장난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게일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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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한테 끝까지 말 안 할거야?"


게일이 잠시 짐을 챙기겠다며 존과 범블비에게서 멀어지자, 존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까보다 조금 더 작은 목소리로 범블비에게 물었다.


"뭐라고 말해? 지금까지 널 속이고 있었다고? 내가 사실 범블비가 아니고 허니비라고?"
"아니 뭐..."


그리고 꽤나 극단적으로 나오는 범블비의 반응에 존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너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거잖아."
"어쩔 수 없지, 여자는 파일럿이 될 수 없잖아."
"넌 플라잉스쿨도 졸업했잖아."
"응, 여자 허니비가 아닌 남자 범블비로."


게일을 제외한, 오직 존과 범블비, 아니 허니비만이 아는 대화가 둘 사이를 오갔다.

그래, 남자의 신분으로 속여서 플라잉스쿨까지 왔지만 허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졸업 때까지 들통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허니의 소꿉친구이자 룸메이트였던 존의 공이 상당히 컸다. 

누군가가 보면 미친 짓이라고 부르기 딱 좋았지만 허니는 파일럿이 너무 되고싶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허니가 아닌 제 남동생의 이름으로 플라잉스쿨만 졸업하기로.

파일럿이 되는 것은 불가능임을 알았다. 입대는 당연히 안 될 것이었고, 그나마 플라잉스쿨은 아직 학교 개념이었으니, 170이 넘는 큰 키와 짧은 머리로 범블비의 신분으로 조금 쉽게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거기서 어린 시절 친구였던 존 이건을 만난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 범블비의 이름을 사용하는 허니비를 처음 만났을 때, 존은 경악을 했지만 결국 허니의 꿈을 알았기에 누구보다 그를 열심히 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여름밤의 단꿈과 같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 허니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허니 본인이 아쉬워도, 심지어 존 마저도 이렇게 그만 두기에는 아깝다고 말을 해도 이 장난같은 일은 그만 둘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후폭풍을 허니가 맞을 것이었으니까.


"난 매니토웍에 돌아가서 응원할게."


그리고 그 사실을 허니만큼이나 잘 알았던 존은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했다.


"편지할게."
"그래."


고작 편지로 소식을 전하겠다는 말이 존이 허니에게 건넬 수 있는 최대의 위로였다. 

그래,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게일에게는 다른 전대로 발령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일에게 허니는 거짓말만 남긴 친구였다.

그 사실이 조금 허니의 입 안을 쓰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


그래서 허니가 매니토웍에 돌아가서 즐거웠냐고? 

그럴리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심지어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까지 당하는 매일을 지내며 허니는 몇 번이고 살인충동을 참아야 했다.

그나마 존에게서 간간히 도착하는 편지가 허니의 삶에 있어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새로운 부대원들에 대한 이야기. 매일 받는 훈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게일에 대한 이야기까지.

게일에게서는 편지가 자주 오지 않았다. 아니, 오지 못 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았다. 게일에게 있어 허니는 409대대에 있는 범블비일테니까. 그나마 존이 대신 게일의 편지를 허니에게 보내주면 그것들이 허니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살 줄만 알았다. 간간히 존에게서 게일의 소식을 전해듣는 정도로. 플라잉스쿨 시절은 돌아가지 못 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허니는 매니토웍에서 죽을때까지 살아갈 줄 알았다.

허니가 벌어온 돈을 도박에 다 탕진해버리는 제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래, 이정도면 참을만큼 참았다. 허니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어머니는 진작에 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나마 허니가 책임져야 했던 제 동생은 이제 성인이니 제 알아서 앞가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면 할 만큼 했다.

그렇게 생각한 허니는 적십자에 지원을 했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드는 미친 짓이었지만, 허니에게 있어서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럼... 허니 비 씨는 영국에 있는 제8공군에 가면 되겠네요."


그렇게 허니의 영국행이 결정되었다.


***


영국에 오는데까지는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다른 적십자 소속 지원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오게 된 영국 공군 기지는 꽤나 큰 크기를 자랑했다.

그 덕일까, 허니는 영국에 도착한지 며칠이 지날 동안에도 대원들은 커녕 장교들도 마주치지 못 했다.

허니가 간호 인력으로 오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대원들이 임무를 나가야 부상병이 생겨 의무실에 올텐데, 아직 첫 임무조차 나가지 않았기에 의무실에는 고작해야 체했다거나 하는 소수의 대원들밖에 오가지 않았다.

내일 새벽에 첫 임무 나간다던데, 나가서 도넛이랑 커피 나눠주는 거라도 좀 도와줄까. 그나저나 여기 전대가 몇 전대였지... 허니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필요한 물품을 일단 정리했다.


***


"어?"
"어라."
"어어??"


전 날 밤까지 자신이 도와주러 온 전대가 몇 전대였는지 기억도 하지 못 했던 허니는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제 오랜 친구를 보며 입을 떡 벌리며 놀랐다.

자신보다 10센치는 족히 더 큰 키에 두 배는 되는 덩치, 무스탕을 걸치고 있어 더 커진 덩치였지만 허니는 제 앞에 선 채로 허니와 똑같이 놀란 듯,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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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존? 너 왜 여기 있어?"
"야, 그건 내 질문이거든?"


허니의 소꿉친구이자 같은 플라잉스쿨 출신이었던 존 이건이었으니까.

존은 생각보다 적응을 빨리했다. 처음 허니를 마주했을 때는 기겁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일단 너무 반갑다며 허니를 한 번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뭐야, 설마 파일럿이야?"
"그럴리가. 범블비가 아니고 허니비로 온 거야. 적십자 통해서 도와주러 왔어."
"아아. 아쉽네 그건."


예전처럼 셋이서 같이 비행하면 좋았을텐데. 하고 조금 아쉬운 듯이 말을 하는 존을 보며 허니 또한 쓰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순간, 허니의 머릿속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존이 여기 있다. 그리고 존과 게일은 같은 전대였다. 흩어진 조각들의 기억이 이어맞춰졌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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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


꽤나 당황스러운 듯한 눈으로 허니를 쳐다보고 있었던 게일이 허니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허니의 얼굴을 한 번, 플라잉스쿨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길어진 단발머리를 한 번, 그리고 허니가 입고 있던 적십자 소속임을 나타내는 유니폼 치마를 한 번. 

순서대로 허니의 모습을 훑은 게일의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어라, 망했네? 그 생각이 든 것은 아마 허니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걍... 존나 유치하지만 40년대니까... 파일럿이 되고 싶었는데 여자라서 못 되는 허니가 플라잉스쿨이라도 남동생 이름 빌려서 들어갔다가 졸업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거 보고싶엇음.
근데 어쩌다가 파일럿은 아니지만 전쟁에 뛰어들게 됐는데, 하필 거기서 허니가 남자라고 믿었던 게일 다시 만나는 거 보고싶었다.
플라잉스쿨 시절에는 허니가 입만 열면 우리 게일 여리고 예뻐서 어디 가서 따먹히기 딱 좋다고 엉엉거렸는데, 막상 까놓고 보니 허니가 여자였어서 개멘붕오는 게일 보고싶다...
아니 그래서 결국 플라잉스쿨 때 게일 안 따먹히게 지켜준다고 한 허니가 영국에서 만난 게일한테 따먹히고 연결임육 하는 거 보고싶었다~~~~

하 마옵에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임...


마옵에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16 12:32
ㅇㅇ
허니가 남자라고 믿었던 게일 다시 만나는거 <- 개맛도리 클리셰 념념긋
[Code: 991c]
2024.05.16 12:32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
[Code: 697a]
2024.05.16 13:12
ㅇㅇ
모바일
센세 대작느낌이...!!!! 어나더가 절실합니다 ㅜㅜㅜㅜㅜ
[Code: 2edd]
2024.05.16 16:02
ㅇㅇ
어나더 줘야되.
[Code: 5c53]
2024.05.16 16:48
ㅇㅇ
모바일
어나더 기대하고 있을게 센세>_ㅇ
[Code: 3a71]
2024.05.16 17:34
ㅇㅇ
모바일
하 센세 이건 어나더가 있어줘야한다ㅠㅠㅠㅠㅠ
[Code: 3fb8]
2024.05.16 19:19
ㅇㅇ
모바일
이거지예!!!!!!
[Code: 03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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