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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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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커스 헤이븐 쇼핑 센터는 9층짜리 다섯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초호화 쇼핑 센터다. 그 사건이 벌어진 날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지금 하커스 헤이븐에서 실종 신고가 연달아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아 찾기 방송은 쇼핑몰에서 알아서 좀 하라고 해!"
"아니, 그게 아니라… 좀 이상합니다. 쇼핑몰 외부에서 들어온 신고입니다."


내가 연방재난관리청의 말단으로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대형 재난이었다. 사람들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처음엔 갑작스럽게 조용해진 쇼핑몰을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진입했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외부 창으로 안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텅 비어버린 건물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쇼핑 센터의 사무실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길거리의 행인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들이 사라지고, 쇼핑 센터에 있을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보도를 하고, 일이 점점 시끄러워졌다.


미확인구역. 그곳에 대한 정보가 처음으로 확실해진 건 우리를 차출해간 NSA 소속의 요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였다. 아니, 나와 같이 차출된 조슬린의 말에 의하면 그 요원들은 NSA로 위장해야 할만큼 더욱 비밀스러운 다른 기관의 요원들이랬다. 대체 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들의 설명 역시 그랬다. 괴물이 득실거리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 쇼핑 센터를 삼킨 거라니, 너무 비현실적이라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끔찍한 시도들이 많이 있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조금씩 철거를 해서 사람을 찾아보자는 시도는 공사를 위해 투입된 인부들의 실종과 이 '미확인구역'이 쇼핑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체육관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커스 헤이븐 근처에는 체육관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이 있었기 때문에 이 거지 같은 계획은 곧바로 무산되었다.


책임 소재가 이리저리 옮겨지면서 구조대가 꾸려졌다. 서로 네 책임이네, 내 담당이 아니네, 미루기 바빴던 기관들은 결국 돌아가면서 구조대에 담당자를 투입하기로 했다. 초유의 사태인만큼 대응은 끔찍하게 엉망진창이었다. 테러도, 납치도, 그 어느 종류도 아닌 기괴한 사건에 모두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9차 구조대에 고작 1년을 일했을 뿐인 내가 들어가게 된 건 아무래도 고아라서 그런 것 같았다. 이미 귀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몇 차례나 확인된 후라서 3차 쯤부터 다들 포함되지 않으려고 사표를 쓰거나 야반도주를 했다. 그러다 사표 쓴 사람들이 구조대에 포함된다는 괴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일하는 곳이 정부부처가 맞는지 크나큰 의문을 가지게 된 1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그대로 같이 실종되는데 구조대 투입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윗선에서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그게 그 비밀스러운 기관에서 압박을 주고 있는 건지, 뭔가 하고 있다는 생색을 말단직원들의 목숨으로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학자금 대출이 너무 막막했다. 구조대 투입이 결정된 후로 연봉이 올랐고, 목숨값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갈 수가 없었다. 솔직히 사태 초반에 일찌감치 사표를 던진 전 동료들이 취직이 안 된다, 아무래도 기관에서 손을 쓴 것 같다… 그런 소리를 하면서 복귀할 때 시도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내가? 그런 나이브한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진작 튀었어야 했다. 알파가 없으니까 괜찮지 않니? 같은 소리를 하면서 내 가방에 약 한 박스를 넣어주는 걸로 면피하는 그 얼굴을 한방 갈긴 다음에 말이지.




*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담배냄새가 났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일단 눈을 번쩍 뜨고나서 기겁해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크고 엉성한 천막 안이었다. 시트도 깔려있지 않은 매트리스 위에서 앓는 소리를 내자 구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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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비...요."


이 사람이 나를 잡아끌고 안으로 데려온 건 기억이 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 얼마나 누워있었어요?"
"20시간."


어쩐지 입이 마르더라니. 담배를 뻑뻑 펴대는 남자의 인상이 썩 좋지가 않아 나는 소심하게 물었다.


"저 살아있는 거죠?"


남자는 별로 대답해주기 싫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바보같은 질문인 건 나도 아는데, 무섭잖아.


"몇 명이 진입했지?"
"저까지 열 다섯 명…. 그, 제가 9차 구조대인데, 혹시 다른 구조대는 생존자가 이 안에 있나요?"


남자는 내 말을 듣더니 다시 손가락 사이에 끼웠던 담배를 물고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 담배 피는 사람들 아주 좆같을 때 저러던데. 낮고 거친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9차…."


그 반응만으로도 나는 다른 생존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구조대가 아홉 번이나 투입되었다는 게 충격적일 정도라면, 뭐.


"그 쪽은 이름이 어떻게 돼요?"
"조엘."


다부진 어깨와 건장한 체격을 지닌 조엘은 생존자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세나 분위기가 묘하게 군인 출신 같기도 했다.


"조엘은 어쩌다가 여기 온 거예요?"
"조카 선물 사러."


아. 그럼 구조대 출신이 아니라 첫날부터 쇼핑 센터에 갇힌 사람들 중 하나구나.


"아……."
"2차 구조대 세 명이 살아서 여기까지 왔었어."


갑자기 튀어나온 뜻밖의 정보에 눈이 커졌다. 그리고 동시에 조엘의 반응을 다시 한 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세 사람이 구조대 중 유일한 생존자라면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 여섯 번의 구조대가 전멸했다는 거니까.


"어디 있어요? 저 좀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
"다 죽었어."
"네?"


그의 커다란 손이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얼굴이 갈려서 온 사람 하나는 앓다가 그대로 죽었고. 나머지 둘은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알리겠다고 말리는 걸 뿌리치고 그대로 나갔지."


끔찍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조엘은 덤덤했다.


"나중에 목을 발견했어."


현기증이 일었다. 그는 묵묵히 내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는 걸 기다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매트리스에서 일어나다가 순간 몸이 지나치게 기울었다. 하지만 나는 바닥으로 넘어지는 대신 그의 억센 손에 붙잡혀 넓은 품으로 쓰러졌다. 놀라서 제대로 발을 딛고 서면서 그를 올려다본 순간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 조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 사람, 내가 오메가인 걸 바로 눈치챘다.


"형질인이에요?"


가까이에서 본 조엘의 눈은 매서우면서도 힘이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는 황록색에 가까운 그늘진 눈동자가 나를 빤히 담았다.


"사냥 당하고 싶지 않으면 숨겨. 여기 있는 형질인은 당신 빼고 전부 알파니까."


하커스 헤이븐 생존자 발견 1일차.
나 역시 갇히고 말았다.





조엘너붕붕으로 괴담st 쇼핑 센터에 갇혀버린 이야기 2
2024.06.16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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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오져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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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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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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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2:08
ㅇㅇ
모바일
햐 분위기 미친다 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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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2:46
ㅇㅇ
괴담에 알오라니 진짜 개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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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2:46
ㅇㅇ
센세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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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3:09
ㅇㅇ
모바일
개쩔어요 센세.. 이대로 억나더 ㄱㅂ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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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4: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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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굉장하네 그래도 조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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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6: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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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ㅁㅊ.. 센세 필력 개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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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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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쳤다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하는데 괴담보러 들어와서 인생무순 하나 만난 느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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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8: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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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ㅠㅠ이건진짜......대작이아닐수가업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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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0:56
ㅇㅇ
세상에 센세 진짜 너무 좋아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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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0:56
ㅇㅇ
조엘너붕붕이라니 근데 심지어 scp 같은 세계관이라니 나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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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0:56
ㅇㅇ
조엘은 언제부터 있었고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저렇게 여유로워 보이는지 너무 궁금해 억나더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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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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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사냥이라니ㅠ 끔찍한 상황인건 맞는데 존나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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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2: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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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쳤다....허니 어카냐...ㅅㅂ 센세 제발 억나더로 살려주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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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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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미쳣다 센세 억나더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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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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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친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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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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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알오+너붕붕 센세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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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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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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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13:59
ㅇㅇ
너무 재밌어요 센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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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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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놓여진 상황 자체가 너무 끔찍하고 무서운데도 조엘 덤덤해서 뭔가 조금 안심했는데 사냥이라니 ㄷㄷㄷㄷㄷ 다음이 너무 궁금해요 센세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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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1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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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좋아료ㅠㅠㅠㅠㅠㅠ진짜 백만년동안 글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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