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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16:26
이것저것 다 주의








탑건2 시점으로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다고 하고.

행맨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어그로력으로 루스터를 긁어대고 루스터는 금방이라도 그를 한 방 먹일 것 처럼 굴었지만 정작 행맨을 톡 밀친 게 전부로 주먹다짐 한 번 한 적 없었어. 어느 순간부터 그 점을 알아차린 행맨은 그게 느껴지는 순간 순간마다 묘한 기분이었을 듯. 저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저 험악한 얼굴로 봐서는 약자 대하듯 하는 건 절대 아니야. 그렇지만 역시 뭔가 느껴지는 어색함이 있어. 주먹을 쥐다가도 행맨이 때려보라는 듯 들이대면 주먹은 마치 항복하듯 슬그머니 펼쳐져. 행맨은 그럴수록 더 루스터를 건드려봤지만 그럴수록 확신만 더 커짐. 루스터는 자신을 평범하지 않은, 어떤 특별한 기준으로 대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런 저런 이벤트가 지나가고 미라클 미션이 끝나겠지. 미션 뒤처리 등등으로 한동안 계속 탑건에 머무른다고 하자. 두 사람은 어영부영 화해했고. 행맨은 저 루스터와 친해지는 것이 이번 생에 가능한 일이었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희희거림. 그러나 상황은 행맨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았지. 

Damn... 수탉새끼 정말 이상해. 약이라도 한 것 아닐까?

행맨은 이쑤시개를 입 안에서 굴리며 코요테와 대화했어. 코요테는 또 행맨의 시비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킬킬 웃기만 했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행맨은 진심이었음. 슬쩍 영건즈가 몰려 있는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행맨은 흠칫하고 딴청을 부렸어. 왜냐면 기다렸다는 듯이 눈이 마주쳤거든. 저 수탉. 저 남자가 워낙 집요해야지 말야. 사실, 오늘 행맨이 하드덱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최소 열 번은 루스터와 눈이 마주쳤음... 의미를 알 수 없는 깊은 눈으로 행맨을 빤히 쳐다보는데 도무지 그 의중을 알 수 없어 불쾌감이 커졌어. 에라, 모르겠다 싶어 코요테에게 맥주를 맡기고 이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 브루넷 헤어의 미인이 마침 가까운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가볍게 시간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사람이다 싶었어. 플러팅이야 눈감고도 해낼 수 있는 매력적인 남자였기 때문에, 행맨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자 주변의 사람들의 눈이 동시에 움직일 정도였지. 행맨이 자신있는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다가가는데 갑자기 묵직한 손이 어깨를 붙들었어. 

...루스터?

놀랍게도 손의 주인공은 루스터였어. 아플만큼 어깨를 꽉 쥐어서 행맨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행맨은 루스터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보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음. 별로 더 이상 루스터와 싸우고 싶지 않았거든. 어쨌든 화해 비스무리한 걸 한 것 같으니 좋게 좋게 하고 싶어. 

수탉은 오늘도 팔팔하군. 지나가게 좀 비켜주겠어?

어딜 가.

음... 저기 있는 레이디에게? 

루스터는 흘끔 여자 쪽을 봤지만 그 시선은 바로 다시 행맨에게로 되돌아왔어. 어깨를 붙든 손은 움직이지 않고. 그리고 묘한 대치가 이루어졌지. 길 한 가운데를 막고 있는 거대한 장정 두 명에 슬금 슬금 시선이 쏠리기 시작해. 행맨은 이런 (달갑잖은) 관심의 집중이 되는 것은 사양이니까 루스터를 슬쩍 밀어보는데 꿈쩍도 안함. 

이봐, 루스터.

루스터는 행맨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저어. 

싫어. 

뭐가 싫어? 

그냥 싫어. 우리랑 놀지 않을 거야?

이보세요, 지금까지도 같이 놀지 않았는데요?? 라고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찌되었건 일단 이 거대한 수탉을 이동시키고 싶어 행맨은 대충 웃었어. 루스터가 그 미소를 뚫어져라 쳐다본 것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겠어. 같이 놀자고.... 아, 젠장. 너 덕분에 가버렸네!

여자가 있던 자리는 이미 텅 비어있었겠지. 루스터가 그제서야 픽 웃고는 한결 가벼운 힘으로 행맨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어. 얼떨결에 피닉스 등이 있는 영건즈 자리까지 끌려온 행맨이겠지. 절대 안 붙어 있을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라니,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와. 모두 유쾌하게 맥주를 권하고 행맨은 당황한 표정으로 어딘가 있을 코요테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거대한 덩치에 가로막힐 듯.

오, 이런. 루스터! 

루스터를 피해 이곳 저곳 몸을 돌려봤지만 그때마다 기가 막히게 거대한 장벽에 가려지겠지. 행맨은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어.

너 왜 이렇게 큰 거야? 원래 이렇게 컸어? 

누굴 찾는 거야, 자꾸? 

루스터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행맨을 멈추겠지.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 않은 말투에 행맨은 괜히 당황해서 말을 더듬게 됨.

아니, 코요테... 걔 혼자 남아있는데.

코요테 이름을 들은 루스터의 눈썹이 꿈틀거림. 행맨은 입김이라도 나올 것 같은 살벌함을 느끼며 괜히 억울해짐. 아니 시발 억울한 건 나인데?? 지금 귀여운 레이디와 말도 섞지도 못하고 억지로 어색한 애들 틈으로 끌려온 건 저인데 이 수탉새끼는 뭐가 아니꼬와서 지랄이야. 행맨의 표정이 불퉁해졌어. 

야, 수탉.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자꾸 시비야?

...시비?

 네가 자꾸 나를 건들고 있잖아, 지금. 또 뭐가 불만인건데?

쏘아붙이는 행맨에 루스터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졌어. 그치만 입만 벙긋거리고 결국 아무 말 못하지. 도대체 무슨 속내인지 알 도리가 없는 거야. 짜증이 나기도 하고 흥미가 떨어진 행맨은 그냥 이 자리를 뜨기로 마음을 먹었어.  

좀 비켜줄래? 코요테가 기다려. 

아니... 잠깐만, 행이. 사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급하게 나온 말은 '행맨'이라는 단어를 줄이다 못해 독특한 칭호를 만들어냈어. 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행맨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지. 약 5초 정도가 흐른 후 영건들의 폭격같은 웃음소리가 터졌어. 

야, 너희들 들었냐? 루스터가 방금 행맨을 뭐라고 부른 줄 알아? 세상에, 루스터! 너희 무슨 사이야! 

온갖 야유가 쏟아지고 행맨은 귀끝까지 벌개졌어. 의도치 못한 그 칭호는 글쎄, 조금... 듣기에 간지러웠거든. 그 말을 내뱉은 루스터 본인조차도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어쩔 줄을 몰라했으니 말 다했지. 얘가 진짜 미쳤나? 행맨은 루스터가 얼빠진 틈을 타서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어. 물론 뒤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다리가 삐긋했지만.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었나봐. 씻고 나온 행맨은 잠깐 사이에 폰에 쌓인 문자를 보고 놀랐어. 벌써 갔냐는 영건즈들의 문자 몇개 사이로 참으로 낯선 이름이 끼어 있었지. 번호는 저장되어 있었으나 결코 행맨이 연락할 일이 없었던 사람.

[들어간거야? 찾아도 없길래]

자주 연락하는 사람인 마냥 친근한 말투. 저 고민따윈 없을 것 같은 느슨한 사고방식을 생각하니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어.

-누가 자꾸 재미없게 만들어서. 다들 아직도 마시는 중?

답문자는 기다렸다는 듯 빨리 왔어. [나도 중간에 빠져서 몰라.]

그 루스터가 파티의 중간에 빠지다니...? 중간 쯤에 와서 끝까지 달리는 타입인 줄은 알았지만, 그도 어지간히 재미가 없었나 싶었어. 행맨은 느긋하게 누워서 문자를 두드렸지. 

-네가 폭탄을 터뜨려서 웃음거리가 됐잖아.

[그건 정말 미안...]

시무룩한 눈썹이 상상되어 자꾸 피식피식 웃게 돼. 행맨은 저도 모르게 폰에 집중하게 되는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폰을 움켜쥔 채 침대에 누웠어. 그렇게 둘은 시시껄렁한 잡담들을 주고받았고 문득 피곤함을 느껴 시계를 보고선 깜짝 놀랐겠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어?! 

-진짜 재밌네. 너랑 내가 두 시간을 대화했다니 믿기질 않아

바로바로 날아오던 답문자가 이번에는 꽤나 오래 걸렸어. 눈이 가물가물해서 폰을 거의 떨구기 직전이던 행맨은 기습적으로 울리는 알림음에 설풋 깨었고,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는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어.

[우린 더 일찍 이렇게 될 수 있었어]

[다 내가 느린 탓이지.]

[망할. 그 날려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문자들이 쏟아지듯 연신 도착음을 알렸어. 루스터의 급발진ㅋ에 행맨은 황당해. 그리고 웃기기도 해. 그리고 불현듯 깨닫게 되는 거. 저 문자들에 실린 어떤 감정의 무게감을.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고, 행맨은 그냥 이번만큼은 읽씹을 해야겠다 생각해. 그걸 예상이라도 한 듯 더 이상의 문자가 오지 않아. 행맨은 싹 달아나버린 잠기운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투덜거리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어.




다음 날 잠을 설친 행맨의 폰에 문자가 도착하지. 설마했지만 당연히 루스터의 문자였고.

[좋은 아침. 너 어제 그냥 잠든 것 같더라]

행맨은 멍청하게 폰화면을 바라봤어. 남자에게서 이렇게 다정한 문자를 받아본 기억이 없었거든. 이번에도 답변을 고민하다가 또 읽씹하기로 해. 어차피 이따 보게 될 거니까. 그리고 곧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데로 그는 르무어로 되돌아갈 거니까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거지. 

루스터가 출근 했을 때 거의 모든 영건즈가 이미 다 모여 있었겠지. 빠르게 모인 이를 훑는 눈이 흉흉했어. 까만 눈동자는 밥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행맨을 바로 찾아냈겠지. 루스터와 화해한 이후 예민하게 자신을 두르고 있던 방어막을 어느정도 거둬들인 행맨은 여전히 장난을 치지만 그 정도가 많이 순화되었어. 행맨을 불편해하던 밥까지도 행며들어서 팔을 걸치는 걸 허락한 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ㅇㅇ 루스터가 뚜벅뚜벅 거침없이 행맨에게 다가가. 루스터가 시야에 불쑥 나타나자 행맨은 거진 1미터는 뛰어오를 만큼 놀라. 루스터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지.

"왜 대답 안해?"

행맨은 입을 뻐끔거렸어. 상당히 생략이 많이 된 문장이지만 그게 행맨의 읽씹에 대한 거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지. 밥이 어리둥절해서 행맨을 올려다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밥을 토닥거려.

"워, 워. 루스터. 베이비를 놀라게 하지 말라고."

루스터의 대단히 불유쾌한 표정에 밥이 조심히 행맨의 팔을 들어올렸다가 옆에 내려놓겠지. 또 두 사람의 싸움박질에 얽히고 싶지않아서였지만 어쨌든 그 행맨과 멀어지는 행동은 루스터의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만들었어.

"대답해."

행맨은 뻘뻘 땀을 흘렸어. 수탉이 이렇게 직설적인 녀석이었나? 그렇지만 영건즈 모두가 흥미롭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야리꾸리한 문자에 대해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어. 그건 정말 이상한 문자였으니까!

"헤이, 브래드쇼... 잠깐 밖에서 볼까?"

거대한 곰같은 수탉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겠지. 뚱한 표정으로 그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오는데 왜 이렇게 찜찜한 건지. 건물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행맨은 한숨을 쉬고 팔짱을 꼈어.

"솔직히 문자는 다 봤어."

"알아. SNS에 미친 네가 폰을 한시도 손에서 떨어트릴 리가 없지."

"으음... SNS에 대해서라면 나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뭐? 그 '사람들'에 내가 아는 사람도 있어?"

바로 주먹쥐는 루스터에 행맨은 화들짝 놀라 손사레를 쳐댔지. 아니아니 내가 이런 농담 한 두번 하나. 왜 이러시나 허허허허. 부인하기에는 꽤나 높은 팔로워 숫자가 그의 핫함을 입증하고 있었지만 지금 루스터에게 그것에 대해 자랑하며 떠들어대면 왠지 진짜 사단이 날 것 같았거든. 모든 게 침착한데 저 눈깔만 돌아있어. 행맨은 바로 솔직하게 고하기로 결심했지.

"그러니까...내가 좀 핫하긴 하지만(행맨의 높은 에고가 굳이 불필요한 말을 끼워넣었음) 사실 내 아침 안부를 묻는 남자 경험이 없어서 말이야.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달까..."

"...남자 경험이 없어?"

뭔가 전달한 바에 비해 상당히 축약되어 돌아온 것 같았지만 일단 행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끄덕함. 묘하게 루스터의 표정이 풀어지는 것 같았어. 그는 한 걸음 물러나서 제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손가락을 꼼질거렸어. 거대한 불곰같은 남자가 홍조를 띄우고 수줍어하는 꼴을 직관하는 건 좀 힘들어서 행맨은 간신히 입꼬리를 올림.

"이제 답장 잘할테니까, 응?" 나 무섭게 하지마... 뒷말은 생략했지만 알아들었기를 바라. 이제 완전히 풀어져 희희거리는 루스터를 최대한 멀찍이 하고 걸으려 했지만 묘하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기분임. 



쨌든 그 날을 기반으로 이제 고삐풀린 루스터의 문자가 폭주하겠지. 행맨은 퀭한 눈으로 nn개 쌓인 문자 보관함을 바라 봐. 또 씹으면 진짜 저 주먹의 희생양이 될 것만 같어. 어쩔 수 없이 답장을 시작하게 되지만 솔직히 나름 재미가 있을 거야. 워낙 앙숙으로 으르렁대며 시간을 많이 보냈기에 서로가 이렇게 편하고 악의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 

[방금 파스타 해 먹었어. 너는?]

-샌드위치 테이크아웃. 오, 수탉. 내가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놀랍게도 루스터는 주방 일에 아주 익숙했어. 친구들과 놀러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평온하게 요리해먹기를 즐겨. 그가 잠깐만, 하고 문자가 멈춘 후 30분 정도만 지나면 두 세가지의 요리 사진이 문자로 날라와. 그것들은 아주 맛있어 보여서 행맨은 가끔 그의 집에 초대되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한다는 자체에 놀라기도 함. 어느 날 저녁, 멋지게 구워진 스테이크 사진을 받았을 때 행맨은 푸념의 문자를 보냈지. 너무했어. 난 파스타 통조림이나 데워먹고 있는데. 

[같이 먹을래?]

돌아온 문자는 놀랍지도 않았음. 행맨은 저도 모르게 바싹 긴장했어. 왜 저 문자가 넷플릭스 보러올래? 같은 느낌인지 알 수가 없었지.  서로의 관사는 멀지 않았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찾아갈 수 있었어. 갈까 말까 머리를 쥐어뜯느라 5분을 날려버림. 그리고 그 5분을 참지 못한 문자의 발신인이 바로 전화를 때렸지. 행맨은 요란하게 진동하는 폰을 뒷간 청소를 명받은 신병마냥 희게 질린 얼굴로 쳐다보았어.

"여여여보세요"

"왜 대답 안 해."

또, 또 냅다 용건부터 쏘아붙이는 것 봐라. 이제 자연스럽게 변명을 주워섬기는 행맨이야. "아니 그러니까 통조림에 집중을 하느라... 일부러 모른 척 한 게 아니고..."

"스테이크 다 식는데."

Damn... 사자 소굴에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게다가 들어오기만 하라는 듯 아가리 쩍 벌리고 있는 사자라면. 

"...맥주 필요해?"

다 있어. 빨리 오기나 해. 뚝, 전화는 바로 끊겼어. 그렇게 느려터진 수탉이 이런 썸타는 상황에서는 누구보다도 행동빠른 것이 웃기기도 했어. 어.....어어?  행맨은 방금 자신이 생각한 그...ㅆ...특정 단어를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엌 머리를 다시 쥐어뜯느라 5분을 더 낭비해버림. 폰이 다시 불나기 시작함. 행맨은 화들짝 놀라 대충 가장 자신있는 자켓을 집어들고 대충 머리를 싹싹 다듬은 다음 대충 가장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라 신고 뛰쳐나갔어.


"빨리 왔네. 아주 비행기 타고 온 줄 알았어"

오, 이 빈정거리는 말투. 원래 이건 내 몫이었는데 말이야. 행맨은 뭔가 손해보는 기분으로 억지로 미소지었어. 빨리 먹고 가야지. 오늘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 완전히 과부하야. 그리고 행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 행맨은 그야말로 머리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음.

"지저스 크라이스트... 저게 설마 와인은 아니겠지"

루스터는 뻔뻔하게 대꾸하겠지. "누가 스테이크에 맥주를 마셔?"

행맨은 이제 첫 남자경험 리스트에 3번을 추가함. 1번은 아침안부 묻는 남자. 2번은 문자 안 봤다고 득달같이 추궁하는 남자. 그리고 3번... 단 둘이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남자. 

행맨이 쭈뼛쭈뼛 식탁으로 끌려옴. 루스터는 능숙하게 잔에 와인을 따라주고 빵과 구운 야채 따위를 담아서 오겟지. 분명 다 근사해보이는데 근사해보여서 더 미치겠는 행맨임. 아까 사진에는 고기 하나 덜렁 있었으니까... 이런 가니시들은 행맨이 온다고 해서 추가로 준비한 것이 분명해보였거든. 무언의 압박에 고기 한 점 썰어먹는데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좀 식었는데 맛이 괜찮아?"

"더할 나위 없이 좋아." 그제서야 만면에 미소를 짓고 크게 한 점 잘라먹는 루스터야. 행맨은 최대한 빨리 먹어치우고 싶었지만 세러신다운, 품위있는 식사예절을 철저히 익힌 바 있는 그가 아구아구 음식을 먹는 추태를 보일리가 없었지... 그래서 오히려 체면 안차리고 빠르게 먹는 루스터보다 더 늦게 먹게됨ㅋㅋ 마지막 남은 조각을 포크로 만지작거리는데 무시할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어.

"뭐야, 루스터. 내 얼굴에 뭐 묻었음 말을 해."

루스터가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함. "언제나처럼 예쁜데" "컿헉"

거지같은 플러팅에 자살하고 싶어짐. 키 180 넘는 텍사스 근육돼지 보수마초남 행맨에게 '예쁘다'는 칭찬이라니 헛웃음밖에 안 남. 행맨은 이제 더 큰 사단이 일어나기 전에 이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어. 촤하하 웃으면서 음식 솜씨를 칭찬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겠지. 그리고 덜컥 잡힌 손목에 심장까지 덜컥할 듯(설렘ㄴㄴ 공포ㅇㅇ). 

"루, 루스터?"

"뭘 그리 서둘러? 너답지 않게..."

"야, 그냥 밥만 먹으러 온 거야. 다 먹었으니 가야지"

"와인 남았는데"

"......"

잡힌 손목이 점점 아파옴. 수탉새끼 힘도 징그럽게 쎄네 손목을 털어봐도 꿈쩍을 안 해. 결국 자리에 다시 주저앉고 마는 행맨이야. "이건 정말 말해야겠어. 남자 둘이서 스테이크에 와인은 정말 최악의 조합이라고, 루스터!"  루스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지.

"무려 행맨이 행차하셨는데 맥주를 줄 순 없잖아. 이런 기회를"

"기, 기회...?"

루스터는 말없이 빙긋 웃었지. 그것이 어떤 흑막보다 사악하게 보여서 행맨은 그대로 와인잔을 원샷 때렸어. 빨리 가자, 빨리 먹고 가자... 그런 행맨의 눈에 들어온 건, 언제 비었느냐는 듯 실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와인잔이었어. 멍한 눈으로 꽉 꽉 채워지는 와인잔을 보다가 루스터를 보다가 했어. 루스터는 계속 웃고 있었지. 와인 남았다니까? 

오늘 제 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행맨은 진심으로 두려워졌어.














루스터행맨
2023.03.25 16: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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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못가 행맨대위님? 지금 대위님관사에 해충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어 붕중령님 명으로 방역하고있기때문에 못들어가십니다^^ 얌전히 거기계셔요~~ 센세와 함께 대작의 시작에서 찰칵~📸
[Code: e96f]
2023.03.25 16:42
ㅇㅇ
하 미친 존잼ㅠㅠㅠㅠ내가 다 심장 떨리는데 이게 순수한 두근거림은 아닌 것 같아 센세...이게 로맨스야 스릴러야ㅋㅋㅋㅋ행맨 입장에서는 진짜 혼란스러운데 공포감이 곁들어진 느낌이겠다고ㅋㅋㅋㅋ루스터 진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거대한 장벽인데 천천히 거리를 좁혀오는 느낌이다...문자 답장 안했다고 5분만에 전화하는 것 보고 기절할 뻔ㅋㅋㅋㅋ힘내라 행맨아...이 달콤살벌한 썸을 즐겨!!!
[Code: 21dc]
2023.03.25 16: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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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 폭주기관차인가 그거로군..ㄷㄷㄷㄷㄷㄷㄷㄷ루스터 어느 시점엔가 자기 마음 깨닫고 횃대에서 내려온것 같은데 내려오자마자 이렇게까지 직진하고 저돌적인거 뭔데 미친거같어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어색해하면서도 은근 즐거워하고 거부감 느끼다가도 끌려다니는게 행맨 너도 좀...^^ 뼈테로역사 깨지는거 머지않았다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심존잼꿀잼 센세 어나더ㅓㅓㅓㅓㅓ
[Code: df75]
2023.03.25 16: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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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왜 폭주기관차야 ㅋㅋㅋ
[Code: 9472]
2023.03.25 16: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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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에 두근거리다보면 사랑으로 착각하는 날도 오게 되지 않을까? 물론 루스터가 착각으로 남게 두지는 않을 거 같지만 ㅋㅋㅋㅋㅋㅋ 루스터 잘 한다 얼른 자빠뜨려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ad86]
2023.03.25 17: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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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가장 자신있는 자켓을 집어들고 대충 머리를 싹싹 다듬은 다음 대충 가장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라 신고 뛰쳐나갔어

ㅋㅋㅋㅋㅋㅋㅋ 거 대충이라는 단어를 너무 대충 끼워넣은거아니요? 자칭 쌉헤테로 행이?
[Code: 633a]
2023.03.25 17: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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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가장 자신있는 자켓 집어들고
대충 머리 싹싹 다듬고
대충 가장 좋아하는 신발 신고
루스터한테로 뛰어감

ㅅㅂ 저기요 자칭헤테로 행맨씨 정말로 참말로 하나도 입덕부정이 아닌거 같습니다
[Code: 633a]
2023.03.26 1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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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29d]
2023.03.25 17: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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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한번 마음먹으면 제트 직진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5700]
2023.03.25 1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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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일단 문자하다가 시무룩한 눈썹 떠올리며 웃을 때부터 감긴거 같은데요..누가 동료랑 문자하면서 상상하고 웃나요ㅋㅋㅋ 루스터 뭐 하나 던져줬더니 미친 직진봐라ㅋㅋㅋ 더 일찍 이렇게 될 수 있었다고 쏟아내는거 존나ㅋㅋㅋ남자경험 없다는거 알자마자 한걸음 물 러서서 두 손 모으고 손가락 꼼질거리는것도 너무 귀여워서 소리지름ㅋㅋㅋ 행맨 이제 벗어날 수 없을거 같은데요ㅋㅋ 대충은 무슨 대충이야 누굴 속여ㅋㅋㅋㅋ
[Code: 9dc4]
2023.03.25 17: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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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ㅠㅠ 센세 그다음은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나요!!!
[Code: e558]
2023.03.25 17: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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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핵직진ㅋㅋㅋㅋㅋㅋㅋ행이 눈떠보면 루스터 침대겠네 발가벗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와의 모든 첫경험을 루스터와 함께하는 행맨 진짜 개맛있다ㅋㅋㅋㅋㅋㅋ 1일 축하합니다..아 진짜 존잼개맛도리 센세 억나더제발제발
[Code: 2bfd]
2023.03.25 17: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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왐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e2f]
2023.03.25 18: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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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많은 뼈태로 행맨한테 오해해서 루스터 혼자서 연애 중인거 아니냐고ㅠㅠ근데 쪼금 무섭다 문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물러서지 않는 문짝곰 무섭ㅋㅋㅋㅋㅋㅋ
[Code: 5825]
2023.03.25 1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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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존-잼
[Code: fca5]
2023.03.25 2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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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아니고 공포래ㅋㅋㅋㅋㅋㅋ 웃기다ㅋㅋㅋㅋㅋㅋ 행맨 헤테로 정조 잃기 직전 같다ㅋㅋㅋㅋ 정신 차리지 마 행맨!!!!ㅋㅋㅋㅋ
[Code: e550]
2023.03.25 2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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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콧구멍 입 다 활짝 벌리고 개처웃어서 미세먼지 다 빨아들이는중ㅋㅋㅋㅋ이렇게 공기청정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센셐ㅋㅋㅋㅋㅋㅋ행맨의 헤테로 인생에 불곰 한마리가 딱 버티고 손목잡고 안놔줌ㅋㅋㅋㅋㅋㅋㅋ읽씹했다고 저렇게 따지면 다음부터 읽씹 절대못하짘ㅋㅋㅋㅋㅋㅋㅋ행맨 놀래서 여여여보세요 말더듬는것봨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공포물 찍는것 같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잘 차려입고 가는것 같은디요ㅋㅋㅋㅋ그리고 친구랑 문자하면서 즐거워서 두시간 순삭된적 있겠냐고 없겠짘ㅋㅋㅋㅋㅋ루스터는 행맨 인생의 첫남자가 될 생각에 전력질두 하는중인데 행맨 오늘 못 돌아감 응 네방으로도 헤테로로도 못돌아감ㅇㅇㅋㅋㅋㅋㅋㅋ
[Code: 87b5]
2023.03.25 2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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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진짜좋네ㅋㅋㅋㅋ
[Code: 86c6]
2023.03.26 02: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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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너무좋아!!!!!!! 미친 직진하는 볼빨간 로맨스릴러 루스터와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되고 있는 행맨 ㅠㅠㅠㅠㅠ 안돼안돼돼돼로 넘어가자ㅠㅠㅠㅠ센세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
[Code: 04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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