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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그런 생각은 전부터 했었다
같이 살면서 뒤지게 싸우다 뺨을 갈겼던 날에도 헤어지고 둘이 만나서 술 마시던 날도 서로 애인이 생겨서 뜸했던 때에도
어쩐지 너보다는 내가 너를 더 사랑했던 것 같고 너는 그런 나를 못 견뎠던 거라고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을 뿐 너랑 내 마음은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고 

그래서 늘 저보다는 스완이 더 빨리 모든 걸 회복할거라는 확신이 있었을 듯 그리고 그게 맞았던 것 같지

 



 

헤어지고 얼마 안되어서 노아 유치원 행사 때문에 둘이 같이 만나야 했던 날에 아직 이별의 여파가 세게 남아있었던 허니는 스완이랑 어깨라도 스칠까 일정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정말 힘들어서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져서 우리 다시 시작해보면 안되겠냐고 빌 수도 있을 것 같았음 아는지 모르는지 스완은 평소처럼 노아랑도 꽁냥꽁냥 잘 놀았고 허니 앞접시에 잘 익은 대구살까지 척척 얹어주고 했는데

헤어진 만큼 가족으로서 만나는 시간에는 노아에게 집중하고 화목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도통 허니는 집중을 못하고
결국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라고 애는 보내놓고 둘이 공원벤치에 앉아서 일방적으로 야단을 맞았을 듯





힘든 거 알지만 애 앞에서 티내지 않기로 했잖아


허니도 노아를 너무 사랑하고 스완이 저렇게 매정하게 말하는 이유도 너무너무 잘 알지만 그 시절에는 노아가 조금 미웠다 
티내지 않았고 차마 티낼 수도 없었지만 결국 너는 나보다 애가 중요해서 나를 버린 거고(아님) 아무튼 말하지는 못할 그런 못되고 비뚤어진 마음이 그때는 마구마구 들어서 결국 조금 울어버렸을 듯

근데 또 너무 짜증나는 건
방금까지 얼굴 바짝 굳혀놓고 엄청 단호하게 굴더니 막상 허니 뺨에 눈물이 도르륵 흐르니까 갑자기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대번에 끌어안아줬다는 게
귀에다가 뭐라고 엄청 속삭여줬는데 당시 기분이 너무 처참해서 잘 기억은 안난다




’누구를 만나던 당신 같을 수는 없어‘ 라고 했던 말만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저 달래려고 했던 하얀 거짓말이었나봄

와중에 이 자식은 스윗하게도 오늘 즐거웠다며 문자가 왔다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서 곧장 전화로 노아가 동생 갖고 싶댄다!! 네가 하나 만들어주던지!! 하고 따지고 싶었으나 꾹 눌러참았겠지
나는 지금 아무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축하해줘야 하는 일이야

 

 

 

며칠 후에 스완 생일이었고 식사에 또 초대를 받았다
원래 생일 때마다 만나곤 했어서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착하고 예쁜 라일라까지 함께 만나기로 함

노아는 낯도 안 가리고 틈만 나면 라일라한테 안아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그게 또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좀 웃기기도 할 듯
한참 라일라랑 거실에서 책 읽고 놀더니 목이 말랐는지 쪼르르 요리 중인 스완에게 달려가는데 지 아빠 빼박이라 곱슬곱슬거리는 머리가 귀엽겠다

소파에서 둘이 뭐라고 조잘대는 뒷모습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흘끗 고개 돌려보니 라일라도 그쪽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노아는 스완이랑 쏙 빼닮았어요.”
“맞아요. 낳기는 제가 낳았는데 왜 아빠만 닮았지.”
“원래 너무 사랑하면 닮는다잖아요.”


노아가 아빠를? 아니면 내가 스완을? 주어가 없어서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웃고 말았을 듯
오랜만에 실력 발휘한 아빠 덕에 노아는 양손 가득 음식을 쥐고 뜯기 바쁘고 허니도 오랜만에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데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어서 기분이 엄청 좋았는지 노아가 히히 웃으며 폭탄을 던졌다

압바 나 동생 갖고 싶어 여자 동생으루

맛있게 밥 먹다가 혀까지 씹은 허니는 나중에, 집에 가서 얘기하자~ 하며 노아를 달랬지만 이미 꽂혀버린 노아는 아빠한테 동생 타령하기 시작......

압바 나 여자동생 낳아조

스완 잠깐 멈칫하더니 갑자기 웬 동생? 하면서 허니 쪽을 바라봤고 허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기려고 했지만 따박따박의 대명사인 아빠를 닮아 일목요연하게 동생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노아


나는 저어번부터 갖고 싶었다
저번부터?
어ㅇ마한테 내가 어 여자동생 갖고 싶다고 했는데 어ㅇ마가 압바가 낳아준다고 했어


아빠가?


스완의 무슨 소리야, 눈빛에 결국 허니가 어색하고 머쓱하게 이야기했겠지 저번부터 말을 하긴 했다 그래서 내가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그랬다 어쩌구저쩌구


아무래도 당신이랑 라일라가, 나중에라도 내 말은…
아직 얘기 나눈 거 없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서는 그렇게 얘기하니까 순식간에 분위기 얼어붙고 라일라도 노아도 눈치보기 시작한 와중에 또 슬그머니 예전처럼 싸우기 시작할 것 같아가지고 벌써부터 진땀나기 시작한 허니
이게 이렇게 화낼 일이야? 애가 물어봐서 나름대로 대답을 했을 뿐이거늘 어째서 저렇게까지 정색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진지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 못했어
그렇다고 그렇게 대답하면 이쪽에서도 곤란할 거 아냐
… 내가 라일라 생각을 안 한 게 아니고, 난 그냥 가능성이 있다고만 했어 틀린 말도 아니고


나는 아이 가질 생각이 없어

 
조금 놀란 라일라가 스완을 쳐다보자 조금 느슨해진 얼굴로 아직은, 이라고 말하며 손등을 토닥여줬는데 보는 이쪽에서는 기분이 울렁울렁했다

아직 이야기 나눈 거 없고 더군다나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었으니 그런 부분은 노아한테 확실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스완은 차분하게 털어놨고 허니는 그냥 짧게 고개만 주억거리고 말았을 듯 
라일라한테도 짧게 사과했다 그럴 거 없다고 웃어주기까지 했는데도 가슴이 시큰시큰했겠지

엄마랑 아빠는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헤어지기로 했고, 그래서 여전히 노아의 엄마아빠지만 동생을 낳아줄 수는 없게 되었다- 라고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노아에게 스완은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왜 만들어주기 어렵게 되었는가를 설명해줬고 

시무룩한 노아에게 라일라는 밝게 웃으며 나중에 아빠랑 내가 아기가 생기면 노아 동생이 되는 거야~ 하고 달래며 스완을 바라봤지만 맞장구쳐주지는 않았음

 




네명 다 조용히 저녁 먹고 생일 축하까지 한 뒤 집에 가기로 했는데 지하철 타고 가면 된다는 걸 또 굳이 태워주겠다는 생일 당사자 때문에 어색하게 차에 올라탔다
라일라의 배웅을 받으며 오랜만에 전남편 차에 탔고 트렁크에서 카시트를 꺼낸 스완이 노아를 앉혀주고 출발함 그새 컸다고 카시트가 좀 작았을 듯

스완이 나가고 허니랑 노아는 계속 살던 집에서 살고 있는데 셋이서 이렇게 나란히 그 집에 가는 게 되게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데 아까 일 때문에 가는 내내 되게 적막했음

결국 그렇게 싸늘하게 이야기한 게 지금 파트너 배려해준답시고 그랬던 거 같아서 저녁 내내 허니는 서운했다
결국 노아랑 나는 뒷전이라는 거지 흥이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차에 노아는 쿨쿨 잠에 들고 조잘대던 애까지 없으니 더 조용해져서 나도 잠이나 자자, 하고 눈을 감았는데 스완이 자냐고 물어봤을 듯


안 자
아까 화낸 거 아니야
화냈잖아
놀라서 그랬지


뭘 놀라? 하고 물으니 잠깐 뜸들이던 스완은 곧 “라일라는 좋은 사람이지만, 아이는 가지지 않을지도 몰라” 하고 말했다


난 노아면 충분하고, 그리고....

 
또 무거워지기는 싫어, 하고 툭 털어낸 말에 허니는 잠시 고민하다가 잘할텐데 뭘,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해줬을 듯
당신 나랑 노아가 많이 부담이었어? 하고 물어보고 싶어졌지만 어떤 대답이든 달갑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무려 노스카에서 ‘최고의 압바 상’을 수상해놓고 왜 자신 없어해?


그거 우리 공동 수상이야
아무튼 당신답지 않게 그런 생각하지 마 잘 할 거야 뭐든


안타깝게도 둘 다 최고의 파트너 상은 수상하지 못했음
그래도 둘 다 노아에게만큼은 늘 최고니까
당신은 이번에도 잘할 거야, 이번에는 최고의 남편 상까지 받아~ 하고 너스레 떨었지만 눈물을 꾹 참았다

 

 

 

 

 

 

 

 

 

 

 

 







 

스완아를로너붕붕 아무튼 둘 다 후련하지는 않다는 거지~~~ 노잼미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