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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8:49
끝이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을 한 소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건지와 같은 의문은 들지 않았다. 그저 평화로웠다.



- 제키.



제키는 그 부름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스승인 솔이 거기에 서 있었다.


- 스승님?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

- 무엇에 그리 놀랐느냐.


제키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왜 놀란걸까? 마스터가 자신의 파다완을 찾은 일이 뭐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솔은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다만 조금 창백해보이는 낯빛이 눈에 걸렸다.



- 쉬고 있었나보구나.

- 네… 스승님.

- 그래, 갑자기 찾아와 미안하구나. 자리에 앉아보겠니?

- 예…


그때까지 멍하니 솔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던 제키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솔이 끌어당긴 의자에 앉았다. 공간이 어느새 제키의 방으로 변해있었지만 제키는 눈치채지 못했다.



- 스승님, 차를 가져올까요?

- 음?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제키가 차를 마시겠냐고 물어왔지만 마스터솔은 손을 저어 마다하고 맞은 편에 앉은 제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제키는 솔이 용건도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의아했지만, 모두 이유가 있겠거니 짐작하며 솔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오늘 하루 일과가 유독 고단하기라도 하셨던걸까, 묘하게 지쳐보이는 솔의 모습이 눈에 띄어 제키는 속이 상했다. 제자인 자신이 부족해서 스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 같았다.


- 너는 이미 훌륭한 제다이다.


제키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솔이 말했다.


- 자신을 자책하는 일은 지나치면 독이 된단다.

- 네, 스승님.


제키가 배시시 웃자, 그제서야 어린 파다완이 제 나이에 맞는 표정을 한 것처럼 보였다. 솔도 알고 있었다. 제다이들은 하나같이 빨리 성장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미련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솔 자신도 오래 전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 내가 모자란 스승이라 제자에게 더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닐까 염려되는구나.

-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키는 답지 않게 약한 말을 하는 솔에 순간 두려움이 커졌다. 동시에 울렁하고 가슴이 아파왔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걱정스런 마음에 제키의 흰 눈썹이 한껏 내려갔다.

솔의 표정을 더 자세히 살피려 했지만, 솔의 손이 다가와 제키의 시야를 가렸다. 솔의 손가락은 그저 찌푸려진 제키의 미간을 꾸욱 한번 눌러펴준 다음 멀어졌다.

솔은 다시 담담한 미소만을 띄우고 있었다.


- 남은 걱정은 다음에 하자꾸나.

- 스승님, 하지만…

- 시간이 많이 늦었구나. 이제 그만 돌아가렴.



솔의 말에 제키는 자연스럽게 창 밖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창문이 없었다. 마스터솔의 거처에 원래… 창이 없었던가?

그러는 사이 솔은 이미 제키를 배웅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키도 방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문의 손잡이를 돌리려는 순간, 제키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제키?



제키는 고개를 돌려 솔을 돌아보았다.


- 가렴,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


- 그건 스승님도 마찬가지에요…


솔은 하하, 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이 남아있단다.



솔이 제키의 어깨를 가볍게 미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살짝 건드리는 듯한 가벼운 손길인데도 제키는 누가 강하게 잡아당기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서 밀려났다.

제키는 눈을 뜬 곳은 코러산트의 사원 병실이었다. 혼란스러운 기억에 제키가 눈을 몇 번 깜빡이는 사이 꿈은 커튼 너머로 멀어졌다.
맞은편의 침대에서 요드도 방금 정신을 차린 것처럼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살짝 찌푸린 눈으로 서로 시선을 마주한 순간 뭔가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렸다는 허전함이 더욱 크게 밀어닥쳤다.




——-




만약 이런 기회가 있다면 솔은 자기 자신대신에 제자들 구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것도 자연스러운 죽음을 거스르는 거라서 제다이 정신에 위배되는 건가… 암튼 그냥 내가 보고싶었음


애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