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8405224
view 2656
2024.06.27 22:32
캐피가 오는 건 아주 간만의 일이었어.
아이스는 오랜만에 오는 자식을 위해서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지. 캐피는 아이스가 구워낸 스테이크를 참 좋아했거든. 아이스가 모처럼 일찍 퇴근해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아빠! 높고 명랑한 소리가 울려퍼졌지. 아이스는 앞치마를 벗곤 환하게 웃으며 캐피를 안아주었어. 오랜만이야, 대니.
캐피는 결혼을 앞두고 있지. 상대는 레이먼드 르보이, FBI 요원이라고 했어.
둘이 같은 사건을 맡아 해결하다가 눈이 맞았다던가. 아이스가 보았을 때 레이는 꽤 멀끔하니 괜찮아보이는 사위였어. 무엇보다 캐피에게 잘해주기만 한다면 문제 없지. 캐피는 아이스에게 웃으면서 말했지. 걱정하지 마, 내가 아빠 닮아서 눈이 높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 아이스도 할 말이 없어서 웃게 되는 거야. 그래, 캐피가 행복하면 된 거지. 설령 결혼 생활에 안 좋은 일이 있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어. 가문의 재력과, 아이스 본인의 권력이 있어. 아이스는 캐피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자신이 있었거든.
그래서, 결혼식 날짜에 비 온다던데 괜찮겠어?
레이가 기상예보 계속 체크 중이야. 슈슈 할머니가 여차하면 카잔스키 저택 온실로 장소 옮기라던걸?
어머니가?
응!
캐피가 계획한 야외 결혼식이 우천으로 난처한 상황에 이르자, 슈슈가 첫 손주의 결혼식을 망치는 꼴은 못 본다면서 두 눈을 빛내는 모습을 본 게 어제 일이야. 어머니도 참. 아이스는 가볍게 웃었지. 그러는 와중에 캐피는 종알종알 떠들었어. 배리 할머니도 결혼식에 돈 아끼지 말랬어. 여차하면 날씨 좋은 섬으로 바꿔주고 하객들 죄다 비행기로 날라다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던걸. 힘쓰는 건 크리스 할아버지와 시니어 할아버지가 다 할테니 난 걱정하지 말래! 캐피의 두 할아버지가 지긋한 나이에도 정정한 건 아이스도 잘 알고 있었지. 아이스는 가볍게 으쓱했어.
그러면 이 아버지는 뭘 해줄까?
음… 내 결혼식에서 가장 멋지게 입고 박수쳐 주는 거?
레이보다도 더 멋있게?
흠… 이건 비밀인데, 이미 아빠는 레이보다 더 멋있어.
캐피가 조용히 속삭이자 아이스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지.
멋진 저녁식사가 끝나고, 아이스는 캐피의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캐피의 어릴 적 물건은 고스란히 그 방에 남아 있었지. 캐피는 그 중에서도 앨범의 사진을 꺼냈어. 이거 챙겨가려고 왔어, 아빠. 그 말에 아이스의 입가에서 미소가 조금 사라졌지. 캐피는 웃으면서 아이스를 꼭 끌어안았지. 내 결혼식엔 누구도 빠지지 않았으면 싶거든. 아이스는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지. 그리곤 캐피를 끌어안고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어.
우리 대니, 언제 이렇게 컸지?
성인이 된 건 꽤 됐는데, 그래도 난 여전히 아빠의 예쁜 아기지?
당연한 소릴.
아이스가 품에서 캐피를 떼어냈어. 그리곤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해주었지.
행복해야 돼. 대니.
캐피는 활짝 웃었어.
응, 행복할게. 아빠.
그렇게 결혼식 당일이야.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았고 날씨는 무척 좋았어. 하객들은 야외 결혼식에 방문하면서 곳곳을 꾸민 사진을 보았지. 그 중에는 유달리 캐피와 많이 닮은 사람이 어린 캐피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있었어. 제일 소중한 사진이지. 크리스는 손주의 결혼을 축하해 주러 왔다가 그 사진을 보곤 조금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캐피를 안아주었고, 배리는 캐피의 뺨에 입을 맞추며 행복을 빌어주었지. 시니어와 슈슈도 마찬가지야. 캐피는 말했어. 지금 가장 행복한 이 순간에 우리 가족들 모두 함께 하길 바랐다고 말야. 시니어와 슈슈는 캐피를 안아주며 말했어. 우리 캐피, 다 컸다고. 언제 이렇게 다 컸냐고 말야.
그렇게 식이 시작되고, 신랑신부가 동반입장하는 가운데 아이스는 캐피의 당부대로 가장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캐피에게 박수를 보냈지. 캐피는 활짝 웃었고, 아이스는 식 내내 울지 않았어. 기쁜 날이니까, 정말 기쁜 날이니까 말야.
식을 마치고 피로연을 끝낸 뒤 캐피와 레이는 신혼 여행을 떠났고 아이스는 홀로 집에 돌아왔어.
늘 그렇듯 익숙한 집안이야. 아이스는 가만히 집안에 있는 액자를 바라보았지. 식을 장식했던 액자와 조금 다른 사진이지만, 그 액자에도 여전히 캐피를 닮은 사람이 웃고 있었어. 아이스는 그 얼굴을 말없이 쓰다듬으며 말했지.
피트. 대니가 결혼했어. 언제 다 커서 말이야.
….
서운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 그렇지만 역시, 네가 참 많이 보고 싶어. 네가 옆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이스는 쓰게 웃었어. 사랑해, 피트. 매일같이 사진에 대고 했던 말이지. 아이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 주방에 불을 켜고 다시 식사를 준비했지. 조금 있으면 슬라이더와 구스가 올 예정이었거든. 말이야 자식까지 보내고 혼자 남은 싱글대디를 위로하는 파티라지만 실상은 아이스가 쓸쓸할까 봐 떠들썩하게 해줄 생각인 모양이지. 아이스는 잔을 꺼내다 작게 미소를 지었어.
정말 보고 싶다, 피트.
...
매버릭이 작전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싱글대디로 캐피를 키워낸 아이스가 자식 결혼 시키고 매버릭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ㅂㄱㅅㄷ
#아이스매브
https://hygall.com/598405224
[Code: 91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