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8401119
view 2646
2024.06.27 22:04
https://hygall.com/598226872 조금 압해
늘 그렇듯 루스터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입이 안 떨어지더라. 늘 자신이 먼저 사과했지만 오늘은 그러기가 싫더라고. 늘 먼저 자신이 사과하면 못 이긴척 저의 사과를 받아주는건 행맨이야. 마치 정해진 명제처럼 말이지. 행맨이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는걸 알아. 그래서 늘 먼저 져준거야. 그런데 오늘은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 늘 잘난듯이 올라간 입꼬리도 미워보였고, 이젠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뺨도 미워보일 지경이었지. 똑같이 사랑하는데 왜 나만 사과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회의감이라고 해야 하나 현타도 왔고. 사랑에 이기고 지는건 없다지만, 지옥같은 썸인지 쌈인지를 겪으면서 행맨과의 연애가 호락호락 하지 않을거라는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야. 각오하고 시작했고, 루스터는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서 도중에 물러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거든. 해사를 못 가면 어때, 그래도 나는 파일럿이 되겠다며 OCS 과정을 거치고 돌고 돌아서 파일럿이 되었어. 그러니 루스터가 도중에 손을 들고 중도포기를 외치게 만든 행맨이 대단하다면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걸핏하면 내뱉는 헤어지잔 말도 처음 한두번이야 놀랐지, 그 다음부터 행맨의 습관성 발언이라는걸 알게 된 이후에는 루스터도 처음만큼 놀라지는 않았어. 아, 또 내가 사과하라는거구나. 그 말을 이렇게 하는구나. 행맨의 말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지. 헬륨풍선마냥 한없이 가벼워져서 하늘 높이 날아가다가, 뻥. 하고 터진거야.
이럴거면 헤어지잔 행맨의 말에 "그래" 라고 대답한 순간,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공기가 바뀌었지. 이제는 무엇때문에 싸웠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아마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일일거야.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일들처럼 늘 그렇듯이 행맨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했던 일이겠지. 자신의 대답에 눈동자가 흔들리는걸 보면서도 루스터는 놀라긴 했지만 그다지 미안하지는 않았어. 매번 자신이 사과한다는건 행맨 본인도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었다는거거든. 행맨도 이제 그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할 때가 됐어. 루스터는 그렇게 생각했지. 행맨의 여태까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자존심을 부리며 제 말에 맞장구를 칠 줄 알았는데.
"안 돼..."
행맨이 눈물을 떨구며 저에게 매달릴거라고는 루스터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 했지. 그 자존심 강한 행맨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한 루스터는 행맨의 눈물을 믿지 못 했지. 행맨, 너 울어? 믿지 못한 루스터가 행맨의 뺨을 만지기 전까지는 눈물을 믿지 못 했어. 얼떨떨한 나머지 눈만 깜빡이며 행맨이 하는 말을 멀거니 듣고 있었지. 내가 잘못했다. 다시 한 번만 생각해달라, 네가 싫어하는짓 다시는 안 하겠다, 내가 그동안 너무 생각이 없었다. 줄줄 이어지는 고백은 분명 자신의 행적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지. 알긴 알았네? 하드덱에서 플러팅 받는거 즐기는거 내가 싫어한다는 것도, 사귀었던 사람들과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도 다 마음에 안 들어한다는걸 알면서도 그랬단 말이지. 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친 루스터가 행맨의 눈물을 잠시 잊었어. 불쑥 화가 치밀어오르며 그간 제 눈 앞에서 샐쭉거리며 웃던 행맨의 모습이 지나가고, 루스터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지.
"루,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줘. 응? 그냥 한 말이야. 알잖아. 어?"
행맨이 루스터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지. 루스터가 놀랄 정도로 저자세를 취하고 애원했어. 지나고보면 행맨이 그렇게까지 매달린 이유를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루스터는 얼떨떨한 얼굴로 저자세를 취하는 행맨에 놀라 그저 달래기 바빴지. 생리적 쾌감으로 인한 눈물이야 여러번 봤었어도 이렇게 애원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처음 보는거거든. 행맨과 헤어질 생각? 사실 추호도 없었어. 그저 잠깐 눈이 돌았던거야. 훼까닥한거지. 잠깐 사람이 지칠수도 있는거잖아. 어차피 애초에 루스터는 행맨과 사귈 때부터 져주는게 이기는거라고 다짐했단 말이야.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도련님 행맨을 잘 받들어 뫼실 준비까지 마치고 단단히 각오도 했단 말이야. 그러니 루스터는 이런 행맨의 반응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거지. 손바닥 뒤짚히듯 이렇게 태도가 바뀔 수 있나? 혹시 얘가 지금 순간을 모면하려고 연기를 하는걸까. 거의 무릎을 꿇을 기세로 매달리는 행맨 때문에 루스터도 당황스러웠지. 이게..지금 이렇게 될 일이 아닌데?
하지만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와 맺힌 눈물, 그리고 제 옷소매를 붙잡은 손이 덜덜 떨리는걸 보면 그런것 같지도 않아. 루스터는 일단 행맨을 달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지. 어떤 상황에서조차 행맨이 우는건 보기 싫었거든. 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황 때문이든. 거기다 자신 때문에 우는거라면 말 할 것도 없었지.
"아니, 제이크...이러지 말고. 응?"
"거짓말. 너 이런말 그냥 안 하잖아."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루스터도 진심은 아니야. 충동적인 답변이었고 늘 그렇듯이 행맨이 으스대면서 '내가 용서해준다'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늘 그렇듯 자신만 먼저 사과하는게 마음에 안 들었고. 사실 생각해보면 늘 그래왔던거라 한 번 더 한다고 달라질것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뻗댔을까 몰라. 과하게 제 눈치를 보는 행맨의 모습이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 하긴 하지만, 그래도 행맨을 달래는게 우선이라 루스터는 행맨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행맨의 뺨을 어루만졌지. 울지마, 행이. 응? 울지마. 홧김에 말한거야. 진심 아니야. 알지? 응? 우리 안 헤어져. 왜 헤어져. 루스터는 행맨을 붙들고 가만가만 등허리를 쓰다듬었지. 훌찌럭거리면서 우는 행맨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우는 모습이 마치 어린애처럼 느껴져서, 루스터는 더 생소했음. 울어도 이 악물고 눈물을 닦아낼거라 생각했는데 말야. 평소 행맨이 추구하는 마초남의 모습을 떠올렸나봐. 루스터는 새삼스럽게 행맨이 저보다 다섯살이 어리다는걸 체감했지. 우는걸 참으려고 했던지 눈시울이 새빨간게 아주 그냥 토끼같아서 마음이 저려와. 내가 이런 애랑 도대체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겠다 생각을 해본 적 없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맨이 이렇게 울며불며 매달리는걸 보고 싶었던건 아니야. 뭐 아주 가끔은....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어쨋거나 행맨은 훌쩍거리며 루스터의 옷소매를 붙들고 물었어.
"나한테 화난거 맞잖아. 응? 그냥 지금 화내고 마음 풀어. 그러지마....응? 내가, 내가 잘 할게. 네가 싫어할만한 짓 이젠 다시는 안 할게."
루스터가 행맨을 끌어안고 달래도 소용없었지. 불안한 행맨이 계속해서 루스터의 눈을 마주치려고 들었거든. 껴안긴 상태로 자꾸만 루스터의 얼굴을 확인하고, 낯빛을 확인하면서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렸지. 그 때 좀 더 확실하게 달래주었어야 했을까. 이때의 루스터는 미처 몰랐어. 어린애처럼 불안하게 제 품을 파고들며 제발 화내지 말아달라고, 앞으로는 네 말을 잘 듣고 네가 싫어할만한 짓은 전부 하지 않겠노라 저자세로 나오는 행맨을, 루스터는 본 적이 없어. 행맨이 이렇게 애걸하는걸 본 적이 있었나. 씁쓸한 자괴감이 밀려온 루스터는 행맨의 꼭 끌어안은채 말했지.
"걱정마. 화 안 났어. 안 났으니까 그렇게 울지마. 나도 홧김에 말 한거야."
"응..."
"그러니까 행이 너도 홧김에 그런 말 하지마. 알았지?"
"응, 안 할게. 안 할게."
베싯 웃으며 제 목에 팔을 둘러 매달리는 행맨의 눈꼬리에는 눈물방울이 매달려있었지. 눈물이 담긴 초록색 눈은 비를 머금은 수풀 같기도 해. 초록색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마저 초록색으로 보일 지경이었지. 콩깍지가 심하게 끼긴 했나봐. 아직도 울음을 못 그치고 훌쩍거리고 있는 포슬한 금빛 머리에 입을 맞춰. 얘가 많이 놀랐구나. 항상 저를 이겨먹으려고 들어서, 항상 그래야만 만족해하는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얄밉고 때론 밉기도 했는데, 이렇게 어린애처럼 울어버릴줄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평소처럼 져줄걸 그랬나봐
루스터행맨
루행
늘 그렇듯 루스터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입이 안 떨어지더라. 늘 자신이 먼저 사과했지만 오늘은 그러기가 싫더라고. 늘 먼저 자신이 사과하면 못 이긴척 저의 사과를 받아주는건 행맨이야. 마치 정해진 명제처럼 말이지. 행맨이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는걸 알아. 그래서 늘 먼저 져준거야. 그런데 오늘은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 늘 잘난듯이 올라간 입꼬리도 미워보였고, 이젠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뺨도 미워보일 지경이었지. 똑같이 사랑하는데 왜 나만 사과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회의감이라고 해야 하나 현타도 왔고. 사랑에 이기고 지는건 없다지만, 지옥같은 썸인지 쌈인지를 겪으면서 행맨과의 연애가 호락호락 하지 않을거라는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야. 각오하고 시작했고, 루스터는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서 도중에 물러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거든. 해사를 못 가면 어때, 그래도 나는 파일럿이 되겠다며 OCS 과정을 거치고 돌고 돌아서 파일럿이 되었어. 그러니 루스터가 도중에 손을 들고 중도포기를 외치게 만든 행맨이 대단하다면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걸핏하면 내뱉는 헤어지잔 말도 처음 한두번이야 놀랐지, 그 다음부터 행맨의 습관성 발언이라는걸 알게 된 이후에는 루스터도 처음만큼 놀라지는 않았어. 아, 또 내가 사과하라는거구나. 그 말을 이렇게 하는구나. 행맨의 말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지. 헬륨풍선마냥 한없이 가벼워져서 하늘 높이 날아가다가, 뻥. 하고 터진거야.
이럴거면 헤어지잔 행맨의 말에 "그래" 라고 대답한 순간,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공기가 바뀌었지. 이제는 무엇때문에 싸웠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아마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일일거야.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일들처럼 늘 그렇듯이 행맨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했던 일이겠지. 자신의 대답에 눈동자가 흔들리는걸 보면서도 루스터는 놀라긴 했지만 그다지 미안하지는 않았어. 매번 자신이 사과한다는건 행맨 본인도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었다는거거든. 행맨도 이제 그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할 때가 됐어. 루스터는 그렇게 생각했지. 행맨의 여태까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자존심을 부리며 제 말에 맞장구를 칠 줄 알았는데.
"안 돼..."
행맨이 눈물을 떨구며 저에게 매달릴거라고는 루스터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 했지. 그 자존심 강한 행맨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한 루스터는 행맨의 눈물을 믿지 못 했지. 행맨, 너 울어? 믿지 못한 루스터가 행맨의 뺨을 만지기 전까지는 눈물을 믿지 못 했어. 얼떨떨한 나머지 눈만 깜빡이며 행맨이 하는 말을 멀거니 듣고 있었지. 내가 잘못했다. 다시 한 번만 생각해달라, 네가 싫어하는짓 다시는 안 하겠다, 내가 그동안 너무 생각이 없었다. 줄줄 이어지는 고백은 분명 자신의 행적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지. 알긴 알았네? 하드덱에서 플러팅 받는거 즐기는거 내가 싫어한다는 것도, 사귀었던 사람들과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도 다 마음에 안 들어한다는걸 알면서도 그랬단 말이지. 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친 루스터가 행맨의 눈물을 잠시 잊었어. 불쑥 화가 치밀어오르며 그간 제 눈 앞에서 샐쭉거리며 웃던 행맨의 모습이 지나가고, 루스터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지.
"루,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줘. 응? 그냥 한 말이야. 알잖아. 어?"
행맨이 루스터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지. 루스터가 놀랄 정도로 저자세를 취하고 애원했어. 지나고보면 행맨이 그렇게까지 매달린 이유를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루스터는 얼떨떨한 얼굴로 저자세를 취하는 행맨에 놀라 그저 달래기 바빴지. 생리적 쾌감으로 인한 눈물이야 여러번 봤었어도 이렇게 애원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처음 보는거거든. 행맨과 헤어질 생각? 사실 추호도 없었어. 그저 잠깐 눈이 돌았던거야. 훼까닥한거지. 잠깐 사람이 지칠수도 있는거잖아. 어차피 애초에 루스터는 행맨과 사귈 때부터 져주는게 이기는거라고 다짐했단 말이야.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도련님 행맨을 잘 받들어 뫼실 준비까지 마치고 단단히 각오도 했단 말이야. 그러니 루스터는 이런 행맨의 반응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거지. 손바닥 뒤짚히듯 이렇게 태도가 바뀔 수 있나? 혹시 얘가 지금 순간을 모면하려고 연기를 하는걸까. 거의 무릎을 꿇을 기세로 매달리는 행맨 때문에 루스터도 당황스러웠지. 이게..지금 이렇게 될 일이 아닌데?
하지만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와 맺힌 눈물, 그리고 제 옷소매를 붙잡은 손이 덜덜 떨리는걸 보면 그런것 같지도 않아. 루스터는 일단 행맨을 달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지. 어떤 상황에서조차 행맨이 우는건 보기 싫었거든. 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황 때문이든. 거기다 자신 때문에 우는거라면 말 할 것도 없었지.
"아니, 제이크...이러지 말고. 응?"
"거짓말. 너 이런말 그냥 안 하잖아."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루스터도 진심은 아니야. 충동적인 답변이었고 늘 그렇듯이 행맨이 으스대면서 '내가 용서해준다'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늘 그렇듯 자신만 먼저 사과하는게 마음에 안 들었고. 사실 생각해보면 늘 그래왔던거라 한 번 더 한다고 달라질것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뻗댔을까 몰라. 과하게 제 눈치를 보는 행맨의 모습이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 하긴 하지만, 그래도 행맨을 달래는게 우선이라 루스터는 행맨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행맨의 뺨을 어루만졌지. 울지마, 행이. 응? 울지마. 홧김에 말한거야. 진심 아니야. 알지? 응? 우리 안 헤어져. 왜 헤어져. 루스터는 행맨을 붙들고 가만가만 등허리를 쓰다듬었지. 훌찌럭거리면서 우는 행맨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우는 모습이 마치 어린애처럼 느껴져서, 루스터는 더 생소했음. 울어도 이 악물고 눈물을 닦아낼거라 생각했는데 말야. 평소 행맨이 추구하는 마초남의 모습을 떠올렸나봐. 루스터는 새삼스럽게 행맨이 저보다 다섯살이 어리다는걸 체감했지. 우는걸 참으려고 했던지 눈시울이 새빨간게 아주 그냥 토끼같아서 마음이 저려와. 내가 이런 애랑 도대체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겠다 생각을 해본 적 없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맨이 이렇게 울며불며 매달리는걸 보고 싶었던건 아니야. 뭐 아주 가끔은....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어쨋거나 행맨은 훌쩍거리며 루스터의 옷소매를 붙들고 물었어.
"나한테 화난거 맞잖아. 응? 그냥 지금 화내고 마음 풀어. 그러지마....응? 내가, 내가 잘 할게. 네가 싫어할만한 짓 이젠 다시는 안 할게."
루스터가 행맨을 끌어안고 달래도 소용없었지. 불안한 행맨이 계속해서 루스터의 눈을 마주치려고 들었거든. 껴안긴 상태로 자꾸만 루스터의 얼굴을 확인하고, 낯빛을 확인하면서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렸지. 그 때 좀 더 확실하게 달래주었어야 했을까. 이때의 루스터는 미처 몰랐어. 어린애처럼 불안하게 제 품을 파고들며 제발 화내지 말아달라고, 앞으로는 네 말을 잘 듣고 네가 싫어할만한 짓은 전부 하지 않겠노라 저자세로 나오는 행맨을, 루스터는 본 적이 없어. 행맨이 이렇게 애걸하는걸 본 적이 있었나. 씁쓸한 자괴감이 밀려온 루스터는 행맨의 꼭 끌어안은채 말했지.
"걱정마. 화 안 났어. 안 났으니까 그렇게 울지마. 나도 홧김에 말 한거야."
"응..."
"그러니까 행이 너도 홧김에 그런 말 하지마. 알았지?"
"응, 안 할게. 안 할게."
베싯 웃으며 제 목에 팔을 둘러 매달리는 행맨의 눈꼬리에는 눈물방울이 매달려있었지. 눈물이 담긴 초록색 눈은 비를 머금은 수풀 같기도 해. 초록색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마저 초록색으로 보일 지경이었지. 콩깍지가 심하게 끼긴 했나봐. 아직도 울음을 못 그치고 훌쩍거리고 있는 포슬한 금빛 머리에 입을 맞춰. 얘가 많이 놀랐구나. 항상 저를 이겨먹으려고 들어서, 항상 그래야만 만족해하는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얄밉고 때론 밉기도 했는데, 이렇게 어린애처럼 울어버릴줄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평소처럼 져줄걸 그랬나봐
루스터행맨
루행
https://hygall.com/598401119
[Code: 9c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