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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20:09
ㅅㅂ 제목 짓는 게 제일 어려움

*루디씨에 히트맨 홍보짤이지만 대략 10년쯤 비주얼 이런 느낌 아닐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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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행맨이었던 남자, 제이크 세러신의 아들은 피터고, 톰 허드너의 아들은 앤드류야. 그리고 제이크와 톰은 둘 다 싱글맘이지. 제이크는 한 번도 아이 아빠가 누구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고, 톰은 임신 초기에 남편이 사별한 뒤로 아이를 혼자 키웠어.
두 사람은 그렇게 닮은 얼굴을 하고서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어떤 계기로 세상에 둘도 없는 공동체가 되었지. 메사추세츠의 싱글맘을 지원하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알게 된 게 그 계기였어. 두 사람 모두 임신 후에 거주지를 옮겼고, 군인이었으며, 흔치 않은 남성 오메가였고, 출산 예상 시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고 별달리 도울 가족이 없다는 점마저 비슷했지.

제이크의 거센 추진력과 응용력, 톰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가 만나자 세상에 못 할 게 없었음. 서로를 위해 영양제를 추천한 게 시작이었던 동지애는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거나 우버잇츠를 배달시켜 줄 만큼 발전했고, 출산 이후에는 더욱 공고해졌어. 톰은 제이크 옆집으로 이사 왔고, 제이크는 젖이 돌지 않는 톰 대신 앤드류에게 모유를 먹였지. (18개월 즈음까지는 모유를 먹이는 게 면역력에 좋다는 일설이 있어서 톰은 가능한 한 그러길 바랐거든) 
거의 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해 왔으니 이제는 우정이라기보다는 부부 같고 사랑이라기보다는 가족 같은 관계였지. 어느 날 아직 군대에 있는 톰이 내가 불의의 사고로 떠난다면 앤디를 부탁한다고 말했을 때, 운명 공동체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



피터, 9살밖에 안 된 주제에 영악하기 그지없는 이 소년은 오늘도 한바탕 말썽을 일으켰어. 저보다 겨우 몇 살 더 먹은 주제에 학교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처럼 구는 꼴통들이 화장실 들어가는 길을 막잖아. 빌빌거리는 꼬맹이 하나가 오줌통이 급한지 하체를 오므렸다 폈다 하는데 그러다 오줌이라도 싸서 바닥에 흐를까 봐 짜증이 팍 났어. 그 꼴을 생각하니 비위가 팍 상하는 거야. 그래서 주먹을 꼭 쥐고 그 양아치 중 가장 커다란 놈의 낭부를 쳤지. (왜냐면 아직 키가 크지 않아서 발을 들어 올리면 명중을 못 할 것 같았거든)

아악-!!!!! 교내에 그놈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어찌나 통쾌하던지.

때마침 마지막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그 양아치 놈은 좀 이따 두고 보자며 자리를 떴어.
피터는 두렵지도 않았어. 9살치고도 작아서 또래 아이들보다 한 바닥은 더 작았지만 담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지.

방과 후에는 그 새끼의 고추를 집중 포격해 본체에서 뚝 떼어 버릴 생각이었어. 제까짓 놈이 화장실을 그렇게 사랑하니 백날천날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들어 줄 거라고.

그런데 역시 그런 놈들은 비겁하기가 이를 데 없지. 제 패거리를 열몇 명은 끌고 와서는 합공을 하려는 거야. (이건 피터 생각이고, 사실 양아치들은 그냥 압박만 할 생각이었지. 피터는 너무 덩치가 작아서 유치원생 같아 보였어. 저렇게 작은 애를 어떻게 때려?)
사람이 발 뻗을 데를 보고 뻗어야 함. 피터는 발 뻗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죽어 줄 생각이 없었어. 인상을 빡 쓰고 한 놈만 조지기로 했지. 
친구들 뒤에서 낭심을 붙잡은 채 벌써 약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저놈만.
대장을 죽이면 다 죽인 거 아니겠어?

그래서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그놈의 무릎 뒤를 걷어차고 쓰러뜨려 낭심을 딱 찼어. 아아악-----! 아까보다도 처절한 비명이 학교 뒤편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어.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고통을 만들어 내고서도 씨익 웃는 꼬마 악마를 다들 아연히 질린 기색으로 바라봤지. 무의식중에 제 중심부를 감싼 소년들도 있어.

그러고도 만족을 못 해서 주먹을 꽉 쥔 손을 들어 올리는 걸 본 피해자(...)가 하얘진 얼굴로 소리쳤어. 저, 저거 막아-!
그러자 아이들이 주춤대면서도 막으려고 어떻게 팔이고 다리고 잡아 끌었어. 이거 놔! 놓으라고! 피터는 제가 하려는 걸 막는 놈들이 거추장스러워서 마구 때렸어.
그 와중에 화단의 흙이며 스프링쿨러에서 뿜어져 나온 물에 다들 엉망이 되지.

소란이 크니까 선생님들이 기함을 하며 나오려 해서 누군가가, 튀어! 하고 사인을 보내. 피터든 맞고 있던 아이든 간에 다 순식간에 학교를 뛰쳐 나갔지. 선생님이 구성원을 알아차려서 부모님을 부르기 전에 튀어야 하거든. 문제아들은 학교의 룰에 훤한 법이지.

그러고 나서 온 게 파파의 비스트로야. 
이 비스트로는 마을의 중심부에 있어. 학교에서도 고작 십여 분만 걸으면 되는 위치에. 

제이크는 음료와 약간의 베이커리를 파는 카페를 운영하다 음식류를 늘려 비스트로로 키웠고, 별개의 레스토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야. 올해 육칠 년쯤 된 제이크의 카페는 이 지역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곳이었어. 청소년들은 여기서 팀 프로젝트를 했고 누군가는 데이트를, 노인들은 지루한 옛날 이야기를 서로에게 늘어놓곤 했지. 사람들은 이 카페에서 서로를 만나고 웃고 대화했어. 지역 사회의 중심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제이크와 늘상 함께하는 피터는 이 지역의 사랑둥이였고.

"피터, 꼴이 왜 그러니?"
"또 덤불 뒤에서 맞고 온 게지."
"아직도 형들이랑 치고박냐?"

피터는 어른들이 한마디씩 훈수를 두는 게 귀찮아서 헹, 기가 차다는 듯이 웃음을 뱉어.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요, 걔네 다 작년에 깨부숨."

그러자 와하하하 웃음이 터져. 근처 테이블에서 레포트를 쓰고 있던 대학생이 얼굴을 찌푸릴 만큼. 곧 고개를 든 그 학생이 애가 들어온 꼴을 보고 기함해. 

"야, 진흙이나 좀 닦고 와!"
 
그 소란에 비스트로의 주방 안쪽에서 나온 제이크가 피터를 봤어. 미간이 살짝 흔들리지만, 피터를 키운 지 몇 년 차인데. 이제 이 정도로 미소가 흔들리지는 않아.

"피터..." 

그러나 나직이 흐르고 만 이름에 동네 어른들이 싱글벙글이야. 거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봐주쇼! 인근에 있는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비스트로에 들르는 제임스 할아버지가 장난스레 덧붙인 말에 제이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 누가 봐도 한바탕 문제를 일으킨 꼴인데도(피터이다 보니 당했으리라는 생각은 안 함) 씩씩한 게 보기 좋으니 나무라지 말라는 거지. 제이크도 어쩔 수 없이 싱긋 웃어. 피터를 기른 짬밥을 보여 주듯 어디선가 슥 꺼내 온 커다란 타월로 아이를 꼭 안아 들고는, 파파의 비스트로에 흙이 날리지 않게 여기 얌전히 앉아 있으라며 바 테이블의 의자에 앉혀.

피터가 오기 전부터 거기 앉아 있던 앤드류가 한심하다는 듯 피터를 바라봐. 

"야, 너 내가 나 기다리랬지?!" 

피터가 발끈해 타월을 벗어던질 기세이자 제이크가 피터를 꼭 죄고, 피터 헤이스 더 소란을 일으키면... 하고 나직이 경고했어. 파파는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지만 한번 뱉은 말을 번복하는 법도 없지. 움찔한 피터가 내가 뭐! 하고 소심하게 성질을 부리다 입을 부풀렸지.
바 안쪽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바리스타 잭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어. 앤디를 좀 보고 배우라고. 정작 그런 말을 듣고도 앤드류는 으쓱한 기색이 없지만, 피터를 비웃을 기회는 놓치지 않았어. 

"졌냐? 가오 다 죽었네."

앤드류가 피터보다 사십여 일쯤 뒤에 태어났지만 사람들은 앤디가 형 같다고 말하지. 얌전하고 말 잘 듣고. 쟤가 저런 꼴통인 걸 남들은 모르니까.

"Fuck, 내가 지는 거 봤어?" 

바 안쪽에서 우유를 끓이는 파파의 눈치를 보면서도 곧 죽어도 존심을 못 잃어 어른들이나 쓸 욕설을 사용하는 피터에게 앤드류가 한쪽 눈썹을 들어 보이며 제이크를 향해 눈짓하지. 정신 잘 챙기라는 의미였어. 피터가 저런 F-word를 사용하는 걸 알면 제이크 삼촌이 슬퍼할 게 뻔한데.
제이크는 세상사 대부분에는 필요한 만큼 엄했지만 피터와 앤드류에게는 무른 사람이었어. 아이들에게도, 그 자신의 마음에도. 아이들도 그걸 모르지 않았음.

"자, 이거만 먹고 집에 가자."

때마침 제이크가 닭가슴살과 오이가 가득 들어간 머스타드 샌드위치와 핫초콜릿을 피터 앞에 내려놨어. 한창 크고 있는 아이잖아, 어떤 일을 벌였든 간에 간식은 제때 먹이고 혼내야지 (정말 혼낼 것도 아니면서).

"삼촌."

앤드류가 제 몫의 접시를 앞으로 밀자 제이크가 기특하다는 듯 앤드류의 뺨을 쓸었어.

"앤디, 다 먹었구나. 맛있었어?"
"네, 맛있었어요. 오이가 상큼해서..."

칭찬을 하느라 양볼에 올라온 수줍은 홍조에 제이크의 얼굴에 흐뭇한 눈웃음이 걸려. 손님의 음료를 만들던 잭도 귀엽다는 듯 aww 하고 추임새를 붙이지. 

제이크는 씩 웃고 예쁘게 말한 상을 주려고 잭에게 핫초콜릿을 한잔 더 만들어 달라고 했어. 그리고 피터가 먹는 걸 지켜보지도 않고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지. 지금 애들을 데리고 빨리 퇴근하려면 미리 처리해 둘 잔일들이 좀 있었거든. 평소에는 톰이 퇴근할 시간쯤에 맞춰 집에 가니까. 

피터는 파파가 평소처럼 제가 먹는 걸 지켜봐 주지도 않는 게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데 앤드류 앞을 봤더니 이미 빈 컵과 접시가 있는 거야. 지만 간식을 먹으면서 파파한테 한껏 어리광부리고 있었던 거. 저 자식이 맨날 하듯 하루 일과를 늘어놓으며 예쁨받았겠지. 가증스러운 새끼.
그런데 집에서 하듯 여기서 한바탕하면 파파가 한숨을 내쉴 것 같아서 너 집에 가서 두고 보자고 말해. 앤드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핫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걸 보는 데 여념이 없어. 마시멜로우 띄워 줄까? 잭이 말하자 또 수줍게 웃으면서 "...네!" 하고 말함.

그때쯤 밖이 떠들썩해졌어. 갑자기 멈춰 선 여러 대의 차에서 장비를 꺼내듯 철커덕거리는 소리들이 분주하게 나고 웅성임도 점점 커졌지. 비스트로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지 싶어 창문이며 유리문 쪽으로 고개를 늘엿음.

군인들이었어. 거의 열몇 명에 달하는 장성한 군인 무리.

여기선 군인을 보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야. 차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해군 기지가 있으니까. 톰의 근무지지.
이 마을에도 톰과 같은 기지에서 일하는 사람이 네다섯쯤 있어. 다만 기지 인근의 도시와 다른 마을이 군인들의 사정을 훨씬 많이 봐주기 때문에 이 마을은 학군이며 생활 영역이 군인들과 겹치지는 않아. 그러니 갑자기 이렇게 많은 군인들이 무장한 채 마을에 오는 일은 거의 없지.

곧 군인들을 헤치고 걸어 나온 해군 대령이 비스트로를 둘러보다가 바에 접근해. 바깥에서 떠들썩하게 굴었던 게 거짓말이라는 양 군인들은 엄정한 기세를 유지한 채 군장을 풀지 않았지. 비스트로가 더없이 고요해져서 경쾌한 경음악만 허공에 수놓이는 그때, 바에 가까워진 대령이 책임자를 찾기 위해 말을 꺼냈어.

"여기에는 해군이 협력을 구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감각. 안쪽의 사무실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했다는 웨이트리스의 말을 듣고 나오던 제이크는 제가 들은 것이 그 사람의 목소리가 맞나 의심해.

"...루스터?"

제이크의 물음에 답한 건 루스터가 아니야. 사무실 인근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테이블나이프로 제이크의 목을 겨눴어.

"아무도 움직이지 마!"

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던 피터가 높은 의자에서 구르듯이 내려섰어. 루스터를 비롯한 군인들은 대번에 총을 겨눴음. 서슬 퍼런 총기가 장전되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테이블이며 의자 따위를 쓰러뜨리며 반대쪽으로 몰려갔어. 제이크를 억누르고 있는 범인이 제어할 새도 없이 사태는 순식간에 불어났음. 범인이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지.

"문 잠가! 누가 나가면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그 선언에 루스터가 뒤에 있는 부대원에게 지시해. 문 잠가.
찰칵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사람들 중 일부가 눈물을 보이기 시작해. 세상에, 제이크... 안타까움에 젖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제이크는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아. 

일단 당황한 피터와 파랗게 질린 앤드류를 바라보고 나서는 아이들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들이 여기서 최대한 멀어져야 마음이 놓일 것 같지. 군인들과 범인 사이에 두 아이와 잭만이 있으니. 

"앤디, 피터. 당장 사람들한테 가!"

제이크가 그런 말을 외치자 범인이 칼날을 더 깊게 대었어. 마치 찌르기라도 할 것처럼. 그게 테이블 나이프였고, 이 비스트로가 스테이크 하우스가 아니기 때문에 나이프 역시 몽둥한 것이라는 점이 참 다행이지. 칼날은 제이크의 목에 생채기를 남겼지만 그것 이상으로 원활히 파고들지는 못 했어. 읏, 작은 신음을 뱉은 제이크는 거의 십수 년 만에 이런 폭력에 노출되어 덜컥 두려움이 치솟기도 했지만 군인이었을 때 그랬듯 꾹 억눌렀어.

"파파!"

그 신음성에 피터는 비스트로를 나가는 게 아니라 이쪽을 향해 달려들려 했어. 안 돼. 제발. 피터는 안 돼. 제이크의 간절한 속도 모르고. 당황한 범인이 제이크의 목에 칼을 떼고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가 인질을 잃을까 겁이 나서 다시 황급히 칼을 짓눌러.

"오지 마!"

피터를 뒤에서 잡아채 동여매는 팔. 루스터였어. 아이를 두 팔로 꼭 안은 루스터가 이거 놓으라며 버둥거리는 아이를 부하에게 넘겨 저쪽의 민간인한테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어. 이가 놔! 놓으라고 이 병신아!!! 아이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루스터는 물론이거니와 잘 단련한 부하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어. 

이어 루스터는 언제 쥐었는지 모를 테이블 나이프를 꼭 쥔 채 범인을 노려보고 있는 앤드류를 안아 올리려 해. 아이는 난리를 치며 버둥대는 피터보다도 발을 떼지 않을 작정이야. 
제이크는 그걸 보다 "앤디... 삼촌 괜찮아, 정말 괜찮아" 하고 달래. 네가 피터를 봐줘야 삼촌이 안심할 것 같다는 말에 앤디가 흘끗 제임스 할아버지에게 붙들린 채로 버둥거리는 피터를 바라봐. 루스터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아이의 손에서 나이프를 뺏고 아이를 들어 잭에게 넘겼어. 저쪽으로 가라는 말에 잭이 제이크의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움직여.

이제 범인과 총구들 사이에는 제이크뿐이지. 상황 정리가 얼추 되자 루스터가 범인에게 경고했어.

"너희 조직이 대개 검거되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 지금 민간인을 놔주고 자수하지 않는다면 넌 기트모로 가는 길뿐이다."

범인은 한번 들어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올 수 없는 감옥을 떠올리고 진절머리를 내. 어떤 고문을 당해도 산 사람이 당하는 일이 아니라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곳.

"네가 그 손을 함부로 쓴다면 영원히 누구도 만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홀로 어둠을 견디게 할 거다. 네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와 줄 수 없어. 넌 죽은 사람이 될 거니까.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주지."

군인들의 총구는 흔들리는 일 없이 단호하고, 루스터의 음성은 싸늘한 게 아니라 감정이란 게 아예 절제된 것 같아.
범인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릴 감옥과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이 똑바로 겨눠진 총구에 손을 덜덜 떨면서도 마치 도망칠 구석을 찾듯 비스트로 내부를 훅훅 살폈어. 그러다 사후에는 80명 이상의 처녀와 자신을 위해 준비된 천국이 있을 거라 했던 캠프 지도자의 말을 떠올리고 침을 꼴깍 삼켰음.

범인이 손에 이어 팔까지 덜덜 떨자 제이크는 사태의 끝이 다가왔다는 걸 직감해. 저를 죽이며 그 자신도 같이 죽을 작정이라는 걸.
루스터의 바로 왼쪽에 있는 이가 총구의 방아쇠에 걸친 검지를 당기려고 하지. 저격수를 배치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제이크 자신도 이 사태에서 벗어나려면 저 총이 범인을 적중시켜야 한다는 걸 알아.
그런데 저 총이 정확히 목표를 잡아낼 수 있을까? 군인이었던 제이크는 잘 알지. 총알은 사선을 향해 가기도 하고, 영화며 드라마와는 달리 모든 타켓을 맞출 만큼 사격 실력이 출중한 사람은 많지 않아.

시간을 더 끌어야 해. FBI 같은 수사기관이 협상을 시도할 때까지, 아니면 적어도 저격수가 배치될 때까지만이라도. 제이크는 되는 대로 말을 주워 삼켜. 자길 죽일 거면 적어도 아들에게 유언이라도 남기해 해 달라고.
마을 사람들이 헉 놀라고 피터가 기어코 제임스 할아버지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튕겨 나와. 그 전에 다른 어른들에게 다시 잡히고 말았지만.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엄마!!! 아이의 버둥거림이 한층 더 심해져. 어른들이 아이를 애써 잡아매느라 끙끙거리지. 아이가 민간인들의 위치를 앞으로 끌어당긴 덕에 범인이 움찔하며 제이크를 끌고 더 반대쪽으로, 사무실 문까지 끌고 갔어.

제이크는 그 와중에도 범인의 시선이 아이에게 쏠리는 게 싫어. 루스터의 말에 따르면 이 남자는 어떤 조직의 잔당이지. 아직 누구도 죽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인질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을 하다니. 이런 과격 분자는 종교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 거야.
대체로 혼자 움직이지 않는 자들. 마을 사람들이 많이 들르는 비스트로이다 보니 손님 중에 익숙한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몇몇을 살피고 그들이 아이들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체크해. 
아이들과 낯선 얼굴들은 제법 거리가 있지. 제이크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루스터를 바라봤어.

"...루스터, 브래들리. 내가 가면... 네 아들을 돌봐 줘야 해. 네가 피터 친부니까."

갑자기 터진 과거사에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봐. 심지어 책임자인 루스터의 눈마저 크게 뜨였어. 제이크를 마지막으로 본 게 십 년 전쯤이긴 해. 열락에 젖은 밤이 있었고, 상처받은 눈동자를 숨기지 못했던......
오로지 피터만이 어른들의 손을 벗어나 파파를 억류한 놈을 죽이러 가려고 아직도 난리야. 병신들아! 놓으라고!! 제이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어.

"이렇게 알려서 미안해. 우리 십 년 전에... 그 밤에,"

진실의 기미에 범인마저 작게 숨을 들이켰지.
그다음 순간, 제이크는 왼손에 움켜쥔 드라이버로 남자의 옆구리를 찔렀어. 오전에 액자를 다느라고 드라이버를 쓰고 도구함에 바로 넣지 않은 게 행운이었지. 범인이 숨을 들이켜는 동안 문 옆의 테이블에서 낚아챈 그것이 범인을 푹 파고들었어. 
이어지는 움직임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어. 제이크는 억류되었던 팔의 팔꿈치로 범인의 명치를 정확히 가격하고 재빨리 몸을 숙여 머리를 빼냈음. 그리고 바로 할 수 있는 한 범인에게서 멀어졌어. 

"너어허!"
 
분노에 사로잡힌 남자가 제이크의 등에 나이프를 꽂으려 했지. 타앙-! 총성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게 되었지만.

사격을 피해 몸을 숙이고 기어오던 제이크가 잠시 동작을 멈췄다가 뒤를 살펴. 그러다 전방을 바라보니 어느새 루스터가 제이크의 앞에 있었지. 제이크는 저를 끌어 올리는 그에게 안심했다는 듯이 상체를 완전히 맡기고 안겨서 그의 목덜미에 숨을 내뱉었어. 그에 움찔한 루스터가 마치 너를 지키겠다는 양 제이크를 세게 끌어안아. 그러자 제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동쪽 두 번째 창가 오른쪽에 서 있는 남자는 마을 사람이 아니야. 저놈이 거길 보고 결단을 내렸으니까 체크해.

루스터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을 숨긴 채 제이크를 안아 올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민간인 무리로 데려가. 마치 모든 사태가 끝났다는 양.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환대를 받으며 의자에 앉은 제이크에게 아이들이 달려들었고, 제이크는 아이들을 보호하듯 품에 꼭 안고 몸을 숙였어.

제이크가 지목한 공조범은 비스트로의 출입문 쪽으로 향해. 잠금을 풀고 가장 먼저 나가고 싶다는 듯이. 루스터는 눈짓으로 부하에게 신호를 내렸어. 매우 긴장해서 상황을 샅샅이 지켜보던 공조범은 바로 군인들이 제게 주의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채고 총을 꺼냈어. 탕-! 겁에 질려 저도 모르게 저지른 짓에 루스터가 비틀거려. 총알이 허벅지를 맞춘 탓에.
꺄악! 공조범의 근처에 있던 여성이 째지는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탕, 타앙!!! 여러 발이 남자에게 꽂히고 공조범 역시 숨을 잃었어.

그런데 총알이 동맥을 건드린 모양이지. 피가 쏟아지는 걸 보면. 루스터! 저 목소리가 저를 부르는 걸 얼마 만에 듣는 걸까. 진급해 비행을 떠난 뒤로는 조금쯤 낯설어진 콜싸인마저도 낯선 듯 익숙해. 

"곧 구급차가 올 거야, 정신 차려 루스터"

아이를 감쌌던 타월로 허벅지 위를 꼭 눌러 지혈하는 제이크 뒤로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렸어.

어쩐지 정신 없이 미션을 뛰었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지. 너는 나를 또 구하는구나, 행맨.
루스터는 자신이 그를 그리워했다는 걸 알아차렸어





#루스터행맨 #텔러파월
2024.06.23 2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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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ㅠㅠㅠㅠㅠ끊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센세!!! 과거 이야기 꺼내서 범인 방심하게 만드는 제이크 역시 전직 군인답게 판단력이 재빠르다! 루스터 다쳐서 걱정이긴 한데 두 사람 이렇게라도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ㅠㅠㅠㅠ
[Code: 72d7]
2024.06.23 2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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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분위기 미쳤는데 허드너보다 행맨이 젖 잘돈다는 설정에서부터 대가리 팍팍 침.... 피터 싹바가지가 보통이 아니라서 아빠랑 대거리 할거 기대된다🤭🤭
[Code: a4bf]
2024.06.23 2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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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발 존나 대작의 시작에서...📸
[Code: d8ea]
2024.06.23 20: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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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루행서사뿐만 아니라 아직 안 나온 허드너씨 서사+피터랑 앤디에게 전개될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도파민 터짐 ㅠㅠ 센세 토지만큼 연재해 주새요
[Code: d8ea]
2024.06.23 2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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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당장....돌아와...ㅠㅠㅠㅠ와 숨도 못쉬고 읽었네
[Code: 7215]
2024.06.23 2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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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해서 기뻐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이건 감동의 눈물이야 존나 재밌다
[Code: b322]
2024.06.23 2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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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근데지금루스터가총에맞았잖아 너무 급해서 띄어쓰기도 잘 안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322]
2024.06.23 2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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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작을 보게되다니...
[Code: 0530]
2024.06.24 0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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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센세..
[Code: 14fc]
2024.06.24 0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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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행맨 왜 임신튀했던걸까...ㅠㅠㅠ
[Code: e6e9]
2024.06.24 04: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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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튀와 출생의 비밀을 동시에!!
[Code: b158]
2024.06.24 17:51
ㅇㅇ
너무 좋아서 또 보러 옴...
[Code: 2298]
2024.06.24 20: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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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급박한 거 너무 잘 느껴지고 좋았어요
[Code: 5f46]
2024.06.24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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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부터 센세 올때까지 누워있을거야 여기에...
[Code: ae93]
2024.06.25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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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또 읽고 잔다
[Code: 2e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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