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에게 다정하고 관심 많은 솔이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신경을 잘 안쓰고 살거 같다.
식사도 대강 있는거 주는거 먹고(그러나 애기들 못먹는건 신경쓰임), 머리 정돈도 자기가 귀찮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묶고(그러나 오샤는 꼼꼼히 빗겨주고 땋아주고 했을듯), 로브도 사이즈가 크던 작던 대강 입을 수 있으면 신경 안쓰고(애기들이 따라오다가 걸려 넘어질까 하는게 유일한 걱정) 등등...

근데 단 한가지 개인적으로 챙기는 것이 있다면 틈틈이 마시는 차 한 잔, 정도였으면 좋겠다.
아침 일과 시작하기 전 잠이 깰 정도로 쌉쌀한 차 한 잔, 오전에 수련 끝나고 애기들 재워놓고 살짝 조용해지는 막간에 향기로운 잎차 한 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잠들기 전 따뜻하게 허브차 한 잔.
또는 고민을 안고 상담을 부탁하려고 쭈뼛쭈뼛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내어주는 달콤한 음료 한 잔, 임무를 마치고 지친 몸을 달래주는 약차 한 잔 등등.
사원에 있을때는 시와 때에 맞게 다양한 맛과 향의 차를 즐기지만, 바쁜 임무 중에 불침번 할때 급하게 마시는 나무껍질 우린 거 같은 이상한 차라도 좋아했을듯.

솔이 이렇게 차를 마시게 된 이유는 솔의 마스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젊솔은 내성적인데에 비해서 성격도 다소 급하고, 욱하는것도 있어서 명상에는 영 소질이 없어보였거든...
마스터가 솔질머리 좀 줄여보겠다고 다도 교육을 시켜봤을지도. 마스터 본인도 차를 좀 좋아했으면 더 좋겠고.
마음이 급해질때마다 차 한잔과 함께 맘을 가라앉혀보라고 시키는 훈련이었는데, 첨에는 뭔 홧술 들이키듯이 한컵을 한방에 들이키거나 뜨거운거 급하게 마시다 아뜨뜨 하기 십상이었을거 같다. 그러다 점점 익숙해졌을테고, 결정적으로 오샤를 파다완으로 들이면서 지금처럼 여유있는 느낌이 정착되었을듯.
하루 한 번 오샤와 함께 티타임 시간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오샤가 차분하게 홀짝홀짝 차를 마시면서 조곤조곤 하루 있었던 얘기를 나누어서, 솔도 나름 더 차분하고 여유롭게 된거였으면.

오샤를 떠나보내고, 좀 더 많은 것을 등에 지게 된 지금도 솔은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마시는 차 한잔에 위로를 받을것 같다.
아주 다정다감하긴 하지만, 마스터로서 후배들에게 크게 감정 기복을 보이지 않는 솔이 의외로 대단히 기뻐할 때는 동료나 선배들이 종종 차 한 봉씩을 보내올 때일듯.
어떨때는 옛다 출장 갔다오면서 니놈 생각나서 줏어왔다, 하고 찻잎 주머니 던져주는 선배들에게 아이 형님/누님 뭘 다 이런 걸~ 하고 막내 애교를 피워서 주위를 약간 흠칫하게 만든다던가, 어디선가에서 온 '선생님 건강하세요.' 라는 쪽지가 동봉된 작은 깡통을 받고 눈이 초승달처럼 휘며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 가끔 목격되었음 좋겠다. 차 자체도 좋지만 챙겨주는 이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기분이 더 좋은걸지도.

가끔 어떤 사건 사고도 없는 여유로운 날이면 솔이 제키를 데리고 꽃잎을 따서 말리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그렇게 직접 만든 차 한잔을 나누고 있을것 같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하고 저 멀리서부터 자기도 껴달라고 달려오는 요드를 발견하고, 못말리겠다 생각하면서 찻잔 하나를 더 꺼내는 마스터 솔의 모습을 보고 싶다.


솔 선생님 종이컵 같은거 잘 들고 다니시길래...
차 한 잔 하시고 행복하세요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