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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낙하산이라 위에서 뚝 떨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도 어린데 부장이래. 마치다는 지나치게 잘난 외모로 여사원들의 인기를 한몸에 차지했지만 부서가 쪼개지면서 여사원들은 다 이동하고 남자들만 원래 팀에 남게 됨. 그때부터 남사원들에게 엄청 괴롭힘 당하기 시작했겠지. 이제 너 떠받들어주는 여자들 없으니 회사 나오기 싫겠다면서 유치하게 비꼬기까지 하고. 막상 마치다는 남자 좋아해서 아무 상관 안 하고 있었는데...

점심 시간엔 휴게실에서 도시락 까놓고 삼삼오오 모여 먹거나 맘 맞는 사람끼리 나가서 먹고 오는 건데 마치다는 항상 화장실에 숨어서 주먹밥으로 해결했을 거임. 대충 먹고 비상구 계단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낱말퍼즐하는 게 유일한 낙임. 그런데 이 회사에 죽어도 다니기 싫었던 누군가가, 그러니까 전무의 조카인 노부가 비상구에서 담배 피우다 마치다랄 딱 마주친 거.

저기... 신입인가 본데... 비상구에서 담배 하면 안 돼요.

마치다는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얼굴에 대뜸 신입이라고 단정지었음. 노부는 죄송하다고 하며 피우다 만 담배를 발로 짓이길 거임. 그리고 계단에 쪼그려 앉은 마치다 옆을 지나쳐 올라가면서 사원증에 적힌 이름과 부서를 흘깃 쳐다봄. 영업부 A, 마치다 케이타. 점심 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앉은 사원들은 새로 온 부장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음. 원래 있던 부장이 너무 뒷돈을 해처먹어서 내부고발로 해고됐으니 이번엔 좀 깨끗한 사람이 오길 바랐음.

스벅 프라푸치노 쪼옥 빨아 먹으며 들어오는 어린놈이 부장 자리에 풀썩 앉을때까지만 해도 사원들은 예전의 부장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겠지. 스물여덟 살, 법대 중퇴. 그 후 이력 없음. 어디 새파랗게 어린, 대학 졸업장도 없는 놈이 부장 자리에 앉아? 다들 어안이 벙벙하고 성질이 났겠지. 전무 조카면 다야? 이놈의 회사 당장 나간다. 하며 탕비실에서 난리들도 아니었음. 노부는 은근한 소란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그냥 책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함. 그러고보니 아까 비상구에서 마주친 사람이 사색이 된 얼굴로 자길 보고 있었겠지. 생긋 웃어 보이니 호다닥 책상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아깐 실례가 많았다며 사과할 거임. 부장님이신 줄도 모르고 신입이라고 불렀으니. 근데 노부는 환한 사무실에서 다시 보게 된 마치다의 얼굴과 묘하게 고분고분하고 귀염성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을듯.

그 뒤로 이제 그냥 노부 지원 받아서 승진도 하구 사랑고 받구 더이상 아무도 못 괴롭히는 마치다 보고 싶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