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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 11:55



노부 퇴근하고 집에 오니까 마치다가 여행가방 껴안고 문 앞에 앉아있었음 좋겠다. 누가 봐도 쫓겨난 몰골인데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고 웅얼대는 케타... 일단 데리고 들어가서 밥도 먹이고 따뜻한 우유도 먹이고 차분히 얘기 시작할듯. 도대체 왜 쫓겨난 건지 말 좀 해보라면서. 노부는 솔직히 자기 때문일까봐 마음이 쓰임. 근데 마치다는 자꾸 그냥 친구랑 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른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변명만 하겠지. 결국 노부가 여행가방 열어 봄. 충천기, 노트북까진 그렇다고 쳐도 팬티랑 양말 여러 개 들어있는 거 한숨 푹 쉴 거임. 그제야 울먹이면서 엄마가 집 나가랬다고 고백하는 케타... 오늘 학원에서 테스트 받았는데 통과 못해서 엄마가 엄청 화났다고, 이게 다 맨날 그 놈팽이랑 놀러 다니느라 그런 거 아니냐며 당장 헤어지던지 집 나가라고 했다고ㅇㅇ 그 말 듣고 노부 진짜 고개 푹 숙이고 마른세수 벅벅 하겠지. 울먹이는 얼굴 보니 안쓰럽기도 한데 솔직히 답답한 마음도 좀 들 거임. 매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해내나. 어머니한테 자기가 욕 먹은 건 둘째 치고 어쨌든 명문대 가고 싶다고 재수하는 거면서 연애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하는 거 자체가 너무 어린애 같아서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 야무지게 챙겨온 양말이랑 팬티 보니까 또 어이 없어서 헛웃음 나고. 

예상과 달리 형이 달래주지 않으니까 시무룩해진 마치다는 갑자기 친구 집 가서 자겠다며 여행가방 쾅쾅 닫고 난리날듯. 사실 이 시간에 막 찾아가도 될 친구 집 따윈 없겠지. 애들 다 부모님이랑 살거나 대학 간 애들은 기숙사 살아서. 근데 노부가 그럼 조심해서 가라고 나도 내일 일찍 회의 있어서 자야 한다고 차갑게 말하겠지. 진심은 아니었지만 너무 오냐오냐 받아줬다가는 진짜 버릇 잘못 들 것 같아서 노부가 작정하고 튕겨내는 거임. 순간 놀라서 굳어버린 마치다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 뚝뚝 떨어짐. 호기롭게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하루만 재워달라고 숙이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서러운 마음 달래주기만 기다리는 스무 살... 그 앞에서 노부가 아무리 차갑게 굴려고 마음 먹어봤자 얼마나 가겠음. 결국 안아서 토닥거려주겠지. 목욕물 받아서 씻으라고 시키고 거실에 혼자 앉은 노부는 고민 끝에 마치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케이가 여기에 와 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얘기할 거임. 아무리 이제 성인인 애라도 밤늦게 짐 싸들고 나갔으니 궁금하긴 하실 것 같아서. 매정하게 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대답해 주시고 자기 멋대로 굴어도 잘 좀 받아주라며 마치다 부탁까지 하시는 어머니... 근데 마지막에 우리 애한테 공부 좀 하라고 잘 꼬시라고 하실 것 같다 ㅎㅎㅎㅎㅎ 얘가 선생 말도 안 듣고 우리 말도 안 듣지만 왠지 그쪽 말은 들을 것 같다며 ㅎㅎㅎㅎㅎ 졸지에 미션 받게 된 노부는 머리가 지끈거리겠지. 남이 시켜서 공부 잘 할 애 같으면 진작 재수 안 하고 명문대 갔을테니. 그래도 자기 미워하던 어머니가 이런저런 말 해주니까 노부도 내심 안심되고. 근데 또 목욕 끝내고 나온 보송보송 우윳빛깔 김 폴폴 나는 호빵 같은 즈그 케이 보니 공부 얘기 쏙 들어가고 몸 구석구석에 입술이다 갖다 부비는 노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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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