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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02:06
윤대협이랑 원 온 원 약속을 했다.

항상 만나는 곳, 만나는 시간. 둘이 만나기 위해서 전화 같은 수단은 필요하지 않았다. 만나면 된다. 목적만이 존재하는 그런 만남은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저녁 7시가 만남 시간이라면, 서태웅은 5시부터 러닝을 간다. 오늘은 이긴다, 오늘은 몇 골을 넣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2시간 후 윤대협을 만난다. 라는 생각을 하며 뛴다. 노래 소리는 이 생각을 뚫지 못한다. 노래 소리도, 자신의 마음의 생각이 뒤섞여 점점 희미해지면 7시가 되고 서태웅은 농구 코트에 발을 집어 넣는다.

“서태웅!”

상상하던 그대로의 윤대협이 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윤대협이 서 있다. 만일 서태웅이 6시 55분에 농구코트에 도착했다면 그는 여기에서 농구공을 튀기고 있었을까?확실하지 않다. 그는 단지 7시라는 시간에 그곳에서 존재하는 법칙일지도 모른다..... 목적만을 가지고 그곳에 존재한다. 그게 윤대협과 서태웅의 원온원이다.

“너를 이긴다 윤대협.“

이기고 싶다. 너의 공을 바닥으로 내려찍고 싶다. 자존심이 아닌, 너의 공만을 수직하강 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너라는 존재는? 너라는 존재는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따라잡고 싶은 존재? 이기고 싶은 존재? 아니면 동료?
잘 모르겠다. 너와의 미래를 그릴 필요는 없으니까.
오직 너와 이 곳에서 원온원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지금의 시점만이 중요하다...
오늘의 이 날씨는, 이 분위기는, 이 달아오름은 중요하지 않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


“.........”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서 뽑았다. 전화를 할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잭까지 휴대전화에서 뽑아, 전부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화면을 키니 보이는 조던과 7:01 이라는 숫자. 분명 7시가 넘었다. 그런데 왜 없지. 이어폰이 바지에서 흘러내렸다. 그 위를 북산고등학교 져지가 덮었고 그 위로는 조던이 떨어졌다. 하다보면 올 것같았다. 윤대협은.


.



“서태웅-!“

송태섭 선배다. 자전거의 속도를 줄였다. 바닥과 마찰을 일으키며 물이 약간 튀었다. 태섭 선배는 이크, 하는 소리를 내며 서태웅의 곁에서 약간 떨어졌다.

”너, 비 오는데 졸면서 자전거 타다가 다치면 안된다?“

”....네“

”조심하라는 소리야 임마, 좀다 봐.“

앞으로 뛰어갔다. 가면서 물 웅덩이를 밟았나 보다. 이번에는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조심해야할건 본인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는건가.
사실 웅덩이에 미끄러진 적이 없진 않았다. 저렇게 티를 안내면 아무도 모르고, 그냥 단지 서태웅만 찝찝할뿐이다. 어차피 물은 마르고, 더러운 물도 다른 맑은 물에 씻겨 내려간다. 원상태로 회귀한다. 결과적으로 중간에 잠깐 불편한 것 말고는 달라지는것이 없다. 아마도.

수업도중에는 계속 비가 내렸다.
계속, 계속. 아까 서태웅의 바지 끝단에도 약간 튄 물은
결국 수업이 끝날때까지 마르지 않았다. 혹은, 오늘 하루종일 마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날씨는 온 세상에 물이 퍼져있으니까... 사람들의 마음에도 모두, 스며있을지도 몰라.
고독이 스며든다.

결국 농구부 연습이 끝날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자전거를 두고 집까지 걸어간다. 아까의 바짓단의 물가는 마르기는커녕 더더욱 발목을 불편하게 한다.

다른 결말.

7시-오늘도 농구 코트를 간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서태웅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것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윤대협은 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윤대협“

”서태웅! 오늘 왔네? 사실, 안 올줄 알았는데-.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잖아“

”..어제는?“

”비 오기 하루전에는, 할 것이 있어....미안. 미리 애기해둘걸 그랬나? 전화, 전화를 생각을 못했네..“

”농구공...“

서태웅이 농구공을 튕긴다. 조던은 져지속에 잠든채로, 살며시 비가 닫지 않은 곳에 내려놓는다. 우산이 떨어진다. 비가 서태웅의 몸 전체로 흘러내린다.
‘비 맞으면 대머리 되는데.‘

이 비는 어떤 비일까?
머리를 빠지게 하는 더러운 비? 마셔도 상관없는 깨끗한 비?
하지만 결국에는 씻을 거잖아. 물로.
물은 물로 되돌아간다.
물은 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너는 다시 나에게 돌아올꺼니?

”....좋아.“

우산이 떨어진다. 반대로 떨어져버렸다. 우산에 비가 모여...

농구가 끝났을때, 윤대협의 우산에는 물이 가득 차,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이런- 이거 써도 소용 있으려나.“

”내꺼 써.“

서태웅은 져지를 집어 들었다. 최대한 젖지 않게 둔것이지만 약간은 젖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조던이 가르키는 숫자가.....숫자가 뿌얗다. 져지로 닦지마 점점 시간이 흐려진다, 점점 조던이 흐릿해진다. 닦고 또 닦아도 물방울 결정이 수십, 수백, 수천 개로 나뉘며 시야를 막는다.
시간이.....

”9시야.“

”...!“

서태웅은 뒤를 돌았다. 비에 젖어 윤대협의 머리가 서태웅의 앞머리보다 더 길게 내려와 있었다. 머리를 짧게 스포츠로 자른다음에 멋을 내기 위해 어정쩡하게 기른 것 같다. 머리가 깻잎처럼 이마에 붙어있다. 서태웅은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준다.


... .... .....


비는 계속 내린다. 서태웅이, 그리고 윤대협이 집에 도착할때까지, 창문을 꼭 잠그고 잠에 들대까지, 달이 지고 해가 뜨고 그러며 머리가 서서히 마를때까지 비는 내린다.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는 덜 말라있다. 아직도 서로에게 어제의 그것이 남아있다. 마르면 사라질까? 숨을 쉴때마다 비 냄새가 느껴진다. 온 세상에서 네 향이 난다.

너와 나는, 바다에서 온거야. 물에서....
비 오기 하루전날은, 낚시가 잘 안돼 태웅아. 그런데, 그 날에 대어라도 하나 낚으면 기분이 어떤지 아니? 농구에 비교해서 생각해봐...
특별하다는건가?
응 맞아. 너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속눈썹이 무겁다. 빗방울이 걸쳐있다. 감았다 뜨면 사라지리라. 하지만, 떠도 다시 빗방울이 걸린다.
몇번을 반복해도 너와 입술이 닿아.


.


“서태웅~”

“..”

“너 왜 오늘은 걸어가냐? 자전거는?”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놓고 갔어요.”

“너 그거 제대로 안 닦으믄 녹슨다?”

집가서 마른 수건으로 닦아야한다. 그래도 비는 또 내리고.
2024.05.07 02: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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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쳤다.......센세 이건 문학이야
[Code: 5422]
2024.05.07 08:56
ㅇㅇ
모바일
아 미친 분위기 개좋아....센세 나 지금 액정 앞에서 존나 소라게 되어 있어......하 센세 무순에 취한다...
[Code: 71de]
2024.05.08 01:05
ㅇㅇ
모바일
아씨 미쳤다 진짜 감동의 쓰나미에 젖음ㅠㅠㅠㅠㅠㅠ 댑탱 진짜 개좋아......... 아름다워요 선생님
[Code: f1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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