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브아이스 맵아비 매버릭아이스
노잼주의 오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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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주위를 둘러보며 응접실 벽난로 위 화려한 장식을 살짝 손 끝으로 훑었다. 먼지 하나 없는 거대한 벽난로에 온 집안을 감싼 장식들은 그 값어치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한 맨션이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외부로 봤을 땐 크기는 해도 꽤 오래된 저택의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내부는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기다 바닥이나 벽만 보면 꽤 깔끔한 인테리어를 추구할 거 같은데 눈이 번쩍일 정도로 화려한 장식들과 복도 구석구석에는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작은 장식품들로 가득했다. 

"너희 집… 취향이 대단하네."

"아니… 이게 무슨…."

"네가 크리스마스 트리 없는 집에서 살 수 없다고 말했던 이유를 알겠어. 내 생각보다 더… 기준이 독특할 수 밖에 없구나."

"이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말도 안 되는,"

누구 작품이야 도대체?! 응접실 중앙에서 피트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부지런히 움직이던 고용인 몇 명이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톰은 차마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냐고 피트를 타박하는 것도 잊었다. 사실, 바깥 정문을 지나서도 집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들어가야 했던 거대한 정원까지는 사실 톰도 그러려니 했다. 피트의 씀씀이나 한 번 본 그의 아버지가 흔쾌히 주고 간 한도가 없는 VIP용 신용카드 따위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아버지가 선택한 집안이니만큼 왠만한 상류층 집안이라고 어림잡았으니까. 물론 그런 것 치고는, 톰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려고 했을 때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을 제쳐두고라도, 사실 '살았다' 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톰의 본가인 카잔스키 의원의 집도 이 정도 크기의 저택이었다. 돌아가지 않은지 너무 오래돼서 요즘은 좀 기억에서 떠올리기 힘든 정도까지 되었다만.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집 안에 들어섰을 때 부터다. 도대체 어디 황제라도 다녀간건지 집 안이 온통 번쩍번쩍하게 꾸며져 누가 본다면 백악관 연말 파티가 여기서 열린다고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며칠 전 피트와 함께 제 허리께까지 오는 비교적 작은 트리를 들여 거실의 돌출 창문 앞에 두고는 한참을 장식했던 게 생각났다. 너한테 그 트리 엄청 심심했겠다. 재미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서 어떡해? 피트에게 그렇게 말하자 피트는 노발대발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으니까, 내 행복을 폄하하지 마. 

"대통령이라도 온대요?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네!"

피트를 잘 아는 몇 고용인들이 키득거리며 지나가자 피트는 더 속에서 열불이 났다. 톰이 신기한듯 금박을 입힌 코끼리 모양 장식품들을 -아마 틀림없이, 진짜 금일거다. 둘러보며 순수한 감탄을 내뱉자 더 속이 터졌다. 이 집에서 거진 스무 해를 살았지만 집 꼴이 이따위로 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우습게도, 국방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도 이러진 않았다. 제가 아는 아버지는 너저분한 것들을 싫어했으니까. 시야는 걸리는 거 없이 넓어야 해. 그게 듀크 미첼의 지론이었다. 그게 정말 물리적으로 눈 앞의 풍경을 말하는 건지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어쨋든 그의 취향에 따라 집 안 인테리어는 대부분 깔끔했고, 장식품은 커녕 오히려 꼭 필요한 것들 마저도 벽 뒤 공간에 넣어두곤 해서 어떤 면에선 불편할 정도였단 말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쉽게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방 바깥 복도나 응접실에는 카펫도 깔지 않았다. 

그런데 현관부터 시야를 가득 채운 왠 화려한 꽃으로 시작해 복도에는 온갖 듣도보도 못한 그림들에 블랙 앤 화이트로 깔끔했던 1층 현관 대리석 바닥에는 윙크하는 북극곰 캐릭터 러그가 깔려있다. 톰은 현관에 들어섰을 때 부터 눈에 하트를 박은 윙크 북극곰과 눈이 마주치곤 말을 잇지 못했다. 피트는 그것보다 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기분이다. 

"미안하지만 네가 아무리 그립다고 하더라도 이거랑 똑같은 건 못 놓겠다. 입구에 있던 러그는… 글쎄, 내가 어디서 비슷한 걸 구할 수 있다면 찾아볼 수는……."

"야, 나도 싫어!"

나도 북극곰 안 좋아해, 난 콜라도 싫어한다고! 당황해서 되는대로 외치는 피트를 보며 톰 역시 허탈하게 웃었다. 확실히 네 취향으로도 보이진 않는다. 톰이 웃으며 들고 있던 작은 코끼리 장식품을 그대로 선반 위에 올렸다. 먼지 하나 없는 황금색 장식품에 적나라하게 지문 자국이 찍혔고, 톰은 소매 끝을 당겨 지문을 지웠다. 그러느라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말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황급히 고개를 돌려 사람을 확인했다. 

"톰, 미안하다. 인사가 늦었구나."

"괜찮습니다, 미스터-"

"미스터?"

"……."

"아버님이라고 부르던가, 그것도 싫으면 그냥 아저씨라고 해."

"아…."

"됐다, 중요한 건 아니니까. 다들 오느라 고생했다. 피트가 집 소개 시켜줬고? 곧 식사 준비가 다 되긴 할 텐데,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까 집이나 좀 둘러보렴. 연말 파티를 위해서 힘을 좀 썼거든."

"힘 쓰지 말라구요! 세상에, 저 줄줄이 딸린 황금 코끼리상은 뭐에요? 아주 원숭이까지 올려놓지?"

"아, 톰이 원숭이를 좋아해?"

"아무도 안 좋아해! 코끼리도, 원숭이도!"

"코끼리는 좀 좋아하는데…."

"아이스, 제발!"

"캐롤이 많이 도와줬어. 닉이랑. 그래서 난 이게 요즘 애들 취향인 줄 알았지."

"형이 그걸 놔뒀어요?"

"네 형은 못 온다. 일 때문에 다음 달이나 올 수 있다던데. 톰, 너한테는 따로 꼭 얼굴 보고 인사할 수 있도록 시간 만들라고 하마."

"아뇨, 바쁘신데 그럴 필요는…."

"가족이 됐는데, 정식으로 인사는 해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듀크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톰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아버지가 밀어붙여 결혼한 것 치고는 피트 아버지의 반응이 평이하다. 피트야 이제 슬슬 이렇게 사는거에 익숙해져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듀크까지 이러는 건 정말 특이하지 않나? 톰은 억지로 웃음을 끌어올리고는  

"캐롤이랑 닉은 얼마 전에 여행을 갔지만 내일은 올 거야. 닉은 이번에 캐롤이랑 약혼했거든. 아, 캐롤이 누군지는-"

"들었습니다. 피트의 쌍둥이 남매라고."

"맞아. 밝은 아이야. 너도 좋아할 거야. 그 애도 널 좋아할 거고."

"좋아하는 거랑 가족이 되는 건 다른 거니까요.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텐데."

그 말에 듀크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피트를 한 번 쳐다봤다. 아주 만족스럽지 않다는 얼굴로. 

"톰, 우린 이 관계가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나 뿐만 아니라, 내일 다른 가족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 피트가 그렇겠지. 우리가 오해를 좀 풀어야 할 게 몇 가지가 있는거 같은데, 그렇지 아들?"

"…."

"식사가 다 되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거야. 톰한테 집안 구경좀 시켜주렴."

"네."

피트가 톰의 손을 잡고 응접실에서 현관 쪽으로 나갔다. 어쩐지 피트도 톰도 말이 없었다. 피트는 맞잡은 톰의 손바닥 너머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가 좋았다. 피트는 늘 톰을 아이스라고 부르지만, 정작 톰의 피부는 어딜 만지든 따듯했다. 피트는 그 간극이 좋았다. 톰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그를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말하겠지만, 톰은 늘 보호해야 할 것과 아닌 것들에 차이를 뒀다. 그리고 그 안에 한 번 들어간다면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따듯했고. 그건 일종의 중독이다. 피트 미첼은 우습게도 한 순간에 그 따듯함에 중독됐다. 얼음의 겉은 항상 차갑지만, 정작 그걸로 벽을 만들면 그 안은 따듯한 것처럼. 피트는 톰의 손을 한 번 더 꽉 잡았다. 그건 일종의 간절함이다. 나를 그 밖으로 내치지 말라는. 

피트 미첼은 늘 간절하고 절절했다. 그걸 톰 카잔스키가 알든, 모르든. 네가 멋대로 날 중독시켰으니 제발 여기서 날 내치지 말라는 간절함. 언제나 내 겉모습에 속아줘. 늘 나를 네가 보호해야 할 연약한 무언가로 봐줘. 그리고 네가 품고 있는게 칼날같이 날카로운 비늘을 잔뜩 감싼 무언가라는 걸 눈치채지 말아줘. 피트 미첼은 점점 비늘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다. 그 비늘의 끝이 저를 품고 있는 여린 살을 베어버리지 않도록, 점점 몸을 움츠리고 눈을 크게 뜨고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피트가 아이스를 데리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지하에 있는 수영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반지하지만 넓은 창을 통해서 빛이 들어오는 수영장을 보고 아이스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외부의 수영장은 안쪽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안쪽에는 작은 체육관과 한 쪽 구석의 시네마 룸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수영 잘 하겠네?"

"나는 못해. 이건 캐롤이 거의 쓰지."

톰이 작게 웃었다.

"물 싫어하면, 해군 가긴 조금 어렵겠는데."

"누가 싫어한대? 아직 못한다는 거지.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어."

피트가 욱해서 말을 내뱉고는 금세 후회했다. 꼭 어린아이 티를 내는 것 같아서. 

"피트,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성급한 결정인 거 같아. 조금 더 생각해 봐. 아직 졸업까지는 멀었잖아."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거지?"

"피트 미첼,"

톰은 다리 바짓단을 걷고는 수영장 끄트머리에 앉았다. 미리 받아 둔 미지근한 물 속으로 이미 옷을 무릎까지 걷은 톰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물 속으로 들어갔다. 따듯하네. 톰이 웃으며 말했다. 

"네 승부심 부추기려고 하는 말 아니야. 네가 정말 뭐가 하고싶은지 묻는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비행이야. 그건 지금도 하고 있어."

"군에 들어가면 네 능력이 비행에 가장 완벽하게 맞는다 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걸 못 할 수도 있어."

"……."

"난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널 아껴서 하는 말이야. 이 모든 상황을 제쳐두고서라도, 난 네가 좋은 애라는 걸 알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톰, 나는 후회 안 해. 내가 정말 뭐가 하고싶은지 알고 싶다고 했지."

"그래."

"난 비행이 하고 싶어. 그건 내 정체성이야. 난 언제나 하늘을 동경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내가 진짜 하늘을 올려다보기 전에 널 먼저 봤어. 난 네 곁에서 하늘을 날고 싶어. 고작 땅에서 너한테 보이지도 않을 손을 흔드는 것 보다 네 옆에서, 네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내 손을 볼 수 있는 곳에 있고 싶다고."

"날 언제부터 알았다고 그런 말을 해?"

"톰, 나는… 널 알아. 네가 날 아는 것 보다 더 먼저."

"……."

"그리고, 네가 생각한 것 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

피트는 따듯한 물 속에 다리를 담그며 앉아있는 아이스를 일으켜 세웠다. 다른 방 보여줄게, 가자. 다시 맞잡은 톰의 손바닥에는 수영장 물의 물기가 그대로 묻어있었다. 그게 꼭 그 날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피트는 톰의 눈물을 처음으로 봤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널 아프게했어. 내가 널 슬프게했어. 자꾸만 맴도는 그 목소리는 이제 피트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피트가 톰을 억지로 일으켜 윗층으로 올라갈 때, 문이 살짝 열린 시네마룸에서는 틀어진 영화의 소음이 새어나왔다. 아마 새로운 기계를 들였거나, 스피커 확인용으로 틀어둔 아무 영상이겠지만, 그 대사만큼은 정확하게 피트의 귀에 꽂혔다. 그게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면서. 

"-하지만, 그는 나 때문에 가슴 아파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는 굉장히 좋은 망원경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내 얼굴을 볼 수 있거든요. 이봐요, 난 괜찮아요.…… 아니 사실 괜찮지 않아요."

피트는 그 날 톰에게 어떤 정신으로 집을 설명해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피트가 기억하는 건, 점심을 먹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껏 웃는 톰의 얼굴을 봤다는 거다. 톰은 정말로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몇 번 피트에게 말을 하지 않을 거냐는 눈치를 줬고, 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 시간에 피트가 해군 입대에 관해 말한 건 사실 놀라운 건 아니었다. 놀란 건 오히려 톰이었다. 듀크 미첼은 놀란 티는 커녕, 사실 놀랍다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그는 그냥 입 안에 우물거리던 고깃덩어리를 삼키고는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붙인 조건이라고는 단 하나였다. 지금 다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입대를 하든지, 취업을 하든지 할 것. 

톰은 담담한 듀크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다가, 그의 조건이 졸업 후인걸 듣고 안심한 듯 싶었다. 피트는 괜히 제 앞에 있는 샐러드를 휘적이다가 포크를 거둬들이고는 잘 마시지도 않던 와인을 마셨다. 우습게도 그 모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톰이었다. 톰은 피트가 반쯤 마신 와인을 뺏어들었다.

"이거 다 마시면 오늘 밤부터 머리아플거야."

"안 그래. 내가 어린애야?"

"크리스마스때 기억 안 나? 너 두 잔 마시고 저녁 내내-"

"아, 알았어. 안 마실게. 말하지 마."

피트가 질린다는 듯 손을 뻗자 톰이 웃었다. 넓은 식당에선 낮은 음악의 재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밖에선 쌀쌀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피트는 제 손에서 사라진 와인잔을 허망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아버지를 봤고, 또 톰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의 목소리.

"널 정말 환영한다, 톰."

피트 미첼은 조금 웃었다. 환영한다고. 도대체 뭐를 환영한다는 말인데? 하지만 피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톰과 피트는 3층 손님 방을 받았다. 몇 시간 전 집을 소개시켜줄때 피트는 이미 톰에게 제가 쓰던 방을 보여주기도 했고 침대가 이미 크고 넓은 덕에 성인 남자 둘이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었지만 듀크는 피트에게 3층 방을 주었다. 집에 손님이 있을 때만 쓰던 방이라 피트조차 몇 번 들여다보지 않았던 방이다. 

"내가 내 집의 손님이 된 것 같네."

"몰랐어? 원래 집 나가면 다 출가외인이거든."

부모에겐 어떤 자식이나 다 출가외인이야. 웃긴 농담처럼 하는 톰의 말에 피트 역시 바람빠지듯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얼마 가지 않았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주로 일찍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톰은 안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했던 고된 여정탓에 잠에 든지 오래인 자정즈음에 피트의 핸드폰이 울렸으니까. 발신자의 번호를 보자마자 피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 소리를 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당장 아래층에 있을 아버지한테 전화가 온 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전화를 받자마자 듀크 미첼은 네 방으로 내려오라는 말을 하고는 통화를 끊어버렸다. 피트는 한숨을 쉬었다. 잔소리 할 소지는 한 두 개가 아니었으니까. 한참은 부족한 학교 출석일수? 해군 입대 이야기? 얼마 전 톰의 학교에서 벌인 소동?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피트는 제 방으로 내려왔다. 정작 방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피트가 불을 키려고 하자 침대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던 듀크 미첼이 입을 열었다. 불 켜지 마. 그리고 여기 앉아. 듀크가 가리킨 곳은 바로 맞은편의 의자였다.

"네가 얼마나 속일 수 있을 거 같아?"

"……."

피트가 익숙하고도 낮설어진 의자에 앉자마자 듀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거짓말이 언젠가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상처입힐거다. 피트."

"그만해요. 이제 막 자려는 사람 불러다가 그렇게 말 해야 겠어요?"

"내가 그랬듯이 너도 그럴 거라고."

"……."

"잘 생각해. 난 언제나 네 편이고, 네가 결국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도 그 애를 곁에 두고 싶다면 난 그 마저도 널 돕겠지만, 아들."

"……."

"그것과는 별개로 넌 가장 사랑하는 상대에게 원망을 받을거다. 그건 내가 도울 수 없어. 그건 아무도 도울 수 없어."

피트는 고개를 젖혔다. 어린 시절에 붙였던 야광별. 그건 이 곳에 이사오자마자 피트와 캐롤이 모든 방에 붙이고 다니던 별이었다. 옛날에, 어머니가 있을 때 텍사스에서 살던 집에는 늘 천장에 별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붙였던 별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이 곳으로 이사왔지만 어린 피트와 캐롤은 이전과 같은 환경을 원했다. 아버지와는 정 반대로. 그래서 모든 방의 천장에 별을 붙였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아버지는 무얼 했더라? 아버지는 저와 캐롤이 별을 붙이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거들지도, 말리지도 않고.

"…용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건 나한테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니지, 피트."

듀크는 피트에게 다가와 어릴 때 처럼 아들의 얼굴을 쓸었다. 안쓰러웠다. 당연하지.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우습지만, 피트가 그 어떤 다른 죄악을 저지르고 왔어도 그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가엾고 안쓰러워 보일 터였다. 이 애는 제 아들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제 숨이 붙어있는 한 모든 수를 다해 지켜주겠다고 맹세했으니까. 존재하리라고 믿어진 모든 신과, 그리고 모든 존재하는 사랑 앞에서. 하지만 동시에 제가 느끼는 슬픔과 동정심이 아들을 구원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그 구원은 아무리 많은 돈과 권력이 있다 하더라도 줄 수 없는 거다. 그 깊은 맹세가 무색하게도 자신조차도. 그리고 그걸 줄 수 있는 이는 세상에서 단 한 명이다. 그 구원은 단 한 명의 용서에 달려있다. 

"그 애한테 말해."

"…….."

"용서를 빌어. 그 아래가 펄펄 끓는 지옥이더라도 들어가겠다고 해. 네 손가락과 눈이 녹아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용서를 빌겠다고 해."

"…….."

"그 애의 다정함이 유일한 따듯함인 것처럼 굴어라. 그게 아니면 당장 얼어 죽어버리겠다고 말해. 그 애가 널 용서할 유일한 구실이야."

듀크 미첼은 아들의 뺨에 댄 손에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다. 눈물은 뜨겁고 짜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 모든 얼음은 소금과 열에 녹는다. 그게 본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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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탤릭체로 되어 있는 부분은 '디어 랄프 로렌' 작가의 말에서 가져옴. 미드 대사 중 하나라는데, 어떤 미드인지는 모르겠다... 문제시삭제
2024.04.28 2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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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누구야???????????????????
[Code: b6a4]
2024.04.28 2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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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입☆갤☆☆☆
[Code: b6a4]
2024.04.28 2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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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이게 누구야 내 센세 아냐...????????????존버는 성공하는 법이구나
[Code: a747]
2024.04.28 2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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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꿈을 꾸는건가ㅠㅠㅠㅠㅠㅠㅠ 매버릭 얼른 아이스한테 말하고 용서를 빌라구ㅠㅠㅠㅠ 아이스는 어리고 연약한거에 약하니까 금방 용서해줄텐데 으휴 아빠 말 좀 들어라ㅠㅠㅠ
[Code: d2e6]
2024.04.28 2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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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월요병이 절로 치유된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
[Code: 5a9c]
2024.04.28 22: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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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으로 와 씨 와 소리냄 이게뭐야 내센세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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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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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실화……. 내 센세가 돌아왔다니
[Code: 0a2d]
2024.04.29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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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해서 1화부터 정주행하고 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근데 진짜 대박인게 아버지 조언이 너무 맞아… 진짜 여기서 먼저 말하고 용서 받는거랑 나중에 아이스가 어쩌다 알기돼서 용서하는 거랑은 전혀 달라ㅠㅠㅠㅠ 제발 맵 먼저 말해ㅠㅠㅠㅠ 제발 말해ㅠㅠㅠㅠㅠ 아이스가 만약에 떠날 수도 있으니 두려워하는 마음은 알지만… 정말 미리 말 안했다가 알게되면 그 배신감은 어떡할거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맵ㅠㅠㅠㅠ제발 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131]
2024.04.28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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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오셨어! 센세 이즈유? ㅠㅠㅠㅠㅠㅠ처음부터 정독하고 와야지 센세 지하실 아늑해 이제 어디 가지말고 나랑 지하실에 있자 ㅠㅠㅠㅠㅠ
[Code: 2146]
2024.04.28 2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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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의 다정함이 유일한 따듯함인 것처럼 굴어라. 그게 아니면 당장 얼어 죽어버리겠다고 말해. 그 애가 널 용서할 유일한 구실이야." 듀크 미첼은 현명하고 좋은 아버지구나 피트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을 해줬어 피트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고백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부디 톰이 용서해주길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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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3: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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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너무 재밌다 모든 얼음은 소금과 열에 녹는다 피트의 진심어린 눈물이 아이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ㅠ
[Code: 38f2]
2024.04.29 0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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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다....
[Code: 1bfc]
2024.04.29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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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ㅠㅠㅠㅠㅠㅜㅠㅠㅠ 지금 행복한 것 같은데 그게 사실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는 행복이란 게 너무 마음아픔 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단 것처럼… 이 분위기 이 관계성 정말 센세는 날 미치게 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6af]
2024.04.29 01: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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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다ㅜㅜㅜㅜ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ㅜㅜ
[Code: 37b5]
2024.04.29 1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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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 센세 왔구나.....혐요일에 너무 행복해졌어
[Code: 83e9]
2024.05.03 2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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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미첼은 아들의 뺨에 댄 손에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다. 눈물은 뜨겁고 짜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 모든 얼음은 소금과 열에 녹는다. 그게 본성이니까.

이 문단이 통째로 너무 좋아 센세,,, 피트가 아이스를 녹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눈물이라니 비유가 너무 아름답고 정확하다 진짜 최고
[Code: bc8f]
2024.05.04 15: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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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저
[Code: 20b5]
2024.05.04 15: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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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Code: 20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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