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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3:39
https://hygall.com/591818629 첫만남.


내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캡처1.PNG

레이시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차단하기 위해 석고탈을 쓴채로 구석에서 어벤츄린을 관찰했다.
주변에 그를 알아채고 다가온 학자들과 사람들이 있었으나, 레이시오는 이를 무시했다.

그런 레이시오를 신경쓰는 것은 주변의 학자들 뿐만 아니라 어벤츄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외모에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은 사람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는 오히려 레이시오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레이시오가 자신을 관찰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오히려 더욱 크게 공작새 마냥 주위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화려하게 움직였다.

"레이즈, 아니 올인으로 가지."

어벤츄린의 한마디에 카지노는 파티장이 된 듯, 함성에 휩쌓였다.
누구는 비명을 누구는 환호의 소리로 가득찬 곳은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은 환락의 세계나 다름 없었다.
그 곳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레이시오 한 명 뿐이었다.

 '천박하고, 한없이 가벼운 갬블러. 목숨따윈 하찮게 여긴다는 평이 맞는군.'

그의 성격상 멍청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함에도 카지노에 남아 있는 것은 그저 갬블러라고 생각했던 어벤츄린이 첫만남에서 보여줬던 의외의 모습에 약간의 흥미가 돋았기 때문이었다.
곧 어벤츄린이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은 인간임을 확인하자 레이시오는 흥미를 잃어버리고는 카지노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어벤츄린이 실수인척 샴페인 잔을 바닥으로 밀었다.

챙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어벤츄린의 팔 위로 유리조각이 휩쓸리고 바닥에 샴페인이 흘렀다.

"아, 이런... 결과는 보지 않아도 제가 이길테니 전 잠시 자리를 비우죠."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자 룰렛의 주사위가 멈추며 다시 환호성을 자아냈다.
주사위는 어벤츄린이 찍었던 자리에 안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지노에서 여유로운 척 걸어가던 어벤츄린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다급히 레이시오의 뒤를 쫓았다.
그의 뒷모습이 보이자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레이시오를 불렀다.

"레이시오."
"이름을 허락한 적은 없을텐데."
"아하하, 같이 일하게 된 동료끼리 그럴 필요가 있어?"

어벤츄린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으나 다급하게 숨을 내쉬는 어깨와 팔에 스친 상처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레이시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용건이 뭐지?"
"기껏 페나코니까지 왔는데, 목석처럼 석고탈을 쓰고 있는 건 아깝잖아? 같이 즐기자고."
"갬블러. 나는 이곳에 일하러 온거지, 너처럼 놀러 온게 아니다."
"나도 놀고 있는게 아니라 일하고 있는걸?"
"그럼 열심히 일하라고 나는 이만 갈테니."

괜히 신경쓰이는 레이시오를 놓아주기 싫었던 어벤츄린은 돌아선 그를 향해서 말했다.

"그럼 교수양반 우리 내기 하나 할까? 내가 지면 교수양반이 하자는 대로 할께."
"난 미친 갬블러와 내기 같은건 하지 않아."
"그래? 하지만...레이시오 당신은 거절할 수 없어. 내기는 이미 시작됬는걸. 이제 곧 선데이가 당신을 찾을거야."

어벤츄린의 말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급히 참나무 가문의 사람이 레이시오를 찾아왔다.

"가주님께서 내일 베리타스 레이시오 교수님을 뵙길 바랍니다."
".....알겠네."

거 보라며 빙긋웃는 어벤츄린의 얼굴을 보자 레이시오는 속이 뒤틀렸다.

"내가 이겼지?"


*
(중간은 생략. 쓰고 싶은 데까지 쓰려면 넘 길어질듯)


그 뒤로도 어벤츄린은 레이시오의 주위를 기웃 거리며 사소한 것부터 내기를 걸어댔다.

"망할 갬블러 놈. 내기따위는 안한다고 했다."

레이시오가 내기를 거절하면 할수록 어벤츄린의 조건은 더욱 과감해져갔다.
그럼에도 레이시오가 첫만남과 선데이를 만나게 될거라는 말 외에는 변화가 없자 어벤츄린은 괜시리 초조해져갔다.

"이번 게임에서 지면 내가 저 자와 하룻밤 자는 건 어때?"

이런 말도 안되는 내기를 내걸 만큼 말이다.
어벤츄린에게 지목당한 남자는 괜히 그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누가봐도 화려하며 아름다운 얼굴. 특이한 눈 색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보석과도 같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페나코니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이라면 저 공작새처럼 화려한 남자가 아닌가.
그에게 지목 당한다는 것은 페나코니에서 유명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저, 저는 좋습니다!"

당당히 외친 지목당한 남자의 말에 레이시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딜러가 카드를 나눠주며 곧 이어 어벤츄린의 카드패를 뒤집을 때가 되었다.

"패를 뒤집어 주십시오."

야살스레 눈웃음치며 카드패를 잡는 어벤츄린의 모습에 사람들은 뭇 가슴이 설레였다.
괜히 지목받았던 남자가 부러워하는 자들의 시선이 어벤츄린을 향했다.

"자아, 이제 어떻게 될까?"

탁. 어벤츄린이 카드패를 뒤집으려던 순간.
레이시오의 손이 그의 카드를 테이블 위로 누르고는 어벤츄린의 끌고 카지노 홀 바깥의 복도로 나왔다.

"너란 놈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교수양반. 내가 질것 같았어?"

장난스레 웃음짓는 어벤츄린은 그의 동요가 반가웠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 정반대로 레이시오는 골치가 아플 뿐이었다.
어벤츄린이 그를 동요시키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명석한 머리로는 그저 한번 져주면 끝날 일이었지만, 레이시오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어벤츄린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많이 당황했어? 교수양....읍."

츕, 이겼다는 듯이 웃던 어벤츄린의 입을 막은 것은 레이시오의 입이었다.
당황한 듯 눈이 커진 어벤츄린은 이내 레이시오의 키스에 호응하듯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의 키스는 얼마간 이어지다 이내 떨어졌다.

"하아...학."
"망할 갬블러. 이제 만족하나?"

거친 키스와 함께 숨을 할딱이던 어벤츄린은 레이시오의 말에 야살스레 눈웃음 지었다.

"후우, 역시 내가 이겼네."

*

어벤츄린이 떠난 테이블에서는 그가 남긴 카드가 뒤집어졌다.
그와의 하룻밤을 꿈꾸던 자는 카드패를 보고는 꿈을 접었다. 무엇을 하든 어벤츄린의 패를 이길 방법은 없었으니까.


*
이 뒤에는 이런식으로 엮여서 호텔방까지 가고 이챠이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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