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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4:21

Loki TV Source — Loki - Season 2 First Look

9. 재회





“프레이야 여신이 왔다고?”
 
보고를 받은 스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래… 호위 군사들은 몇이나 데리고 왔지?”

소식을 들고 온 거인이 말했다.
 
“군사는 데리고 오지 않았어. 여신과 여신의 시중을 들 시녀 한 명뿐이야, 스림.”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에서 가장 존귀한 여신을 북쪽으로 보내면서 달랑 시녀 한 명만 함께 보냈다니…. 에시르 신 중 누구도 그걸 허락할 리가 없는데….

 
스림은 살짝 나를 돌아보고는 다부진 얼굴로 상황을 보고한 거인에게 말했다.
 

Tom Hardy in The Drop GIF
“여신을 접견실로 모셔오도록 해.”
 
 
 
  잠시 후, 나는 스림을 따라 접견실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해보려고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보았지만, 머리만 복잡해지고 판단능력은 더 떨어질 뿐이었다.
 

게다가 스림은 가는 길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잔뜩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접견실 앞에 도착하자 거인들이 아주 큰 얼음으로 만들어진 문을 열어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나는 스림의 뒤에 숨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으로 만들어진 원탁이 있었는데… 정말로 그곳에 프레이야가 앉아 있었다.


심지어 차를 마시면서…!
 
 
“프레이야…?”

 
내가 놀란 눈으로 여신을 바라보자 스림은 천천히 나와 프레이야를 번갈아 쳐다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여신을 제 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로 저 여신이 프레이야인지 아닌지 내 표정으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가 의심할 것도 없이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은 분명 프레이야였다.
 

 
 프레이야와 그녀가 데리고 온 시녀는 나와 스림을 발견하자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여신의 앞으로 나아가 예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눈으로는 프레이야의 얼굴을 몰래 뚫어지게 쳐다봤다. 희한하게도 여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옆에선 미모의 시녀까지 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스림이 프레이야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오는 길이 워낙 험해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마차를 타고 와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프레이야 대신 시녀가 스림의 질문에 대답했다. 

스림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신께서 오실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아스가르드의 심부름꾼으로부터 전갈을 받았거든요. 그… 까마귀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후긴과 무닌.”
 
“네, 후긴과 무닌이요.”

 
내 대답에 스림은 황급히 말끝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을 하는 쪽은 프레이야가 아닌 그녀의 시녀였다.

 
“문지기에게도 이미 말했지만, 그 전갈은 아주 오래전에 보낸 것입니다. 그 사이에 저희 주인님께선 요툰헤임의 왕비가 되시기로 마음을 바꾸셨고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시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거인을 쳐다봤다. 

스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여신께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길래 어디가 불편하신가 걱정이 되어서요.”
 
“저희 주인님께선 원래 이방 남자와 대화를 잘 섞지 않으십니다.”

 
시녀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이방 백성과는 더더욱 말입니다.”
 
 
그 시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프레이야에게는 많은 시녀가 있었지만 다들 한 번쯤은 나와 안면이 있는데… 내 앞에 서 있는 저 에메랄드 빛을 내뿜는 시녀는 정말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프레이야가 이방인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온 우주에 연인을 만들고 다니는 사랑의 여신한테.
 
 
“죄송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제가 실례를 했네요.”

 
그것을 모르는 스림은 미소를 지으며 두 여인에게 사과했다. 

그는 나와 프레이야 그리고 시녀를 쭉 둘러보고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여신을 맞이할 연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잠깐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그러더니 스림은 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잠시… 함께 있어. 이야기도 좀 나누고….”
 
“응…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림은 마지막으로 여신께 고개를 숙이고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스림이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프레이야에게 다가갔다.
 

“프레이야님!”

 
나는 걱정이 한가득 실린 표정으로 여신을 쳐다봤다.

 
“여긴 왜 오셨어요? 그것도 혼자서!”

“대지의 여신이 곤경에 처했는데 당연한 것 아니겠소.”
 
“으아아아악-!”

 
나는 프레이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평소보다 두 배나 커진 눈으로 프레이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게… 어떻게 된… 프레이야님!”

 
나는 혹여 프레이야가 북쪽으로 끌려가게 되는 충격에 못 이겨 천둥이라도 삼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충격으로 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거리고 있자, 옆에 선 시녀가 프레이야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형 때문에 허니가 놀랐잖아. 입 닥치고 있으라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해야 돼?”
 
“로키!”

 
나는 당황하며 로키에게 말했다.

 
“프… 프레이야님 목소리가 이상해! 뭔가 잘못 됐… 아니… 잠깐만…”
 
 
이 목소리는…?
 
 
나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프레이야가 데려온 시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리둥절한 내 표정에 시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 웃음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황금 투구를 쓴 장난의 신이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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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허니.”
 

로키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로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 

로키의 목을 끌어안는 순간 왕자는 나를 단숨에 안아 올려 제 키보다 높게 들어 올렸다.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아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나만큼이나 이 순간을 기뻐하던 로키는, 내가 왕자의 뺨에서 입을 떼자마자 그대로 내 턱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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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

 
입술을 뗀 내가 나지막히 속삭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로키가 다정히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계속 터져 나오는 눈물과 기쁨의 미소는 내 뜻대로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서로를 세게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한참 그렇게 우리만의 세상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그곳엔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프레이야가 나 좀 봐달라며 서있었다. 


로키가 말했다.
 

“허니, 여기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여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곳에서 뵙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왕자님.”
 
 
그 순간 로키의 마법이 풀리며 아름다운 프레이야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우락부락한 천둥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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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소중한 친구를 다시 보게 되어 기쁘오.”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우리는 그간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먼저 화두에 오른 주제는… 내 머리카락이었다.
 
 
나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로키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당신 머리카락은 어떻게 된 거야.”

“뭐? 아, 이거….”
 
 
나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좀…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굳이 거인들이 내 머리카락을 자른 일화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기억도 아니고 게다가 내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로키와 토르가 단숨에 거인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긴 머리가 아닌 게 아쉽지만… 이제 적응이 돼서 괜찮아. 왜, 이상해?”

 
나는 로키의 불만 있는 표정을 염려하며 물었다. 

로키는 전보다 더욱 불만 있는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이상하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
 
“머리카락이라면 너무 상심하지 않아도 되오, 허니.”

 
갑자기 토르 왕자님이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난쟁이들에게 부탁한다면 잘린 그대의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다시 감쪽같이 붙여줄 거요. 예전에 로키가 시프의 머리카락을 몽땅 밀어버렸을 때도 난쟁이의 도움으로 다시 원상복구 할 수 있었다오.”

 
토르 왕자님은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철없던 시절이었지.”


로키가 내 눈치를 살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자, 자꾸 딴 길로 새니까 머리카락 이야기는 이쯤 해요….”
 

내가 아파오는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하는 거야? 이대로 거인들 몰래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게?”
 
“일이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무척 기쁘겠지만…”

 
로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렇게 깊숙이 침투한 이상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건 불가능해.”
 
“그러면 이제 어떡하려고?”
 
“일단 거인들의 비위를 맞추다가 그 멍청이들이 프레이야에게 아주 큰 실례를 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로키가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프레이야가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간다고 한들, 저들도 어쩔 수 없을 거야. 그들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서리 거인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직도 가장 좋은 작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키."

토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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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다시 아스가르드를 침략할 것이다. 그것을 미리 막는 것 또한 지혜로운 군주가 해야 할 일이야.”
 

토르 왕자님은 손거울을 위협적으로 흔들어댔다. 

 
“형이 정말로 지혜롭다면 여기 이 대지의 여신을 안전하게 아스가르드로 데려가는 것이, 저 멍청이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해. 그리고 우리가 수적으로 불리하다고 계속 말했잖아.”
 
“그건 로키 말이 맞아요, 왕자님.”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하지만 내심 천둥의 신이 이대로 순수한 거인들을 모두 날려버리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내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로키는 계속해서 작전을 설명해갔다.
 

“프레이야와 거인들이 예절문제로 논쟁을 벌이게 되면 나는 허니를 데리고 곧장 지혜의 샘으로 날아갈 거야.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와서 화가 난 여신을 다시 아스가르드로 데려가겠다고 거인들에게 말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 셋은 모두 다시 지혜의 샘에서 만나서 그대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는 거지.”

 
그러더니 로키는 제 형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i'm with you til the end of the line. | Tom hiddleston, Loki laufeyson,  Loki gif
“형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해. 절대 싸우지 마.”
 
“노력해보마.”
 

고개를 끄덕이는 토르 왕자님의 표정이 어딘가 아쉬워 보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되었다.
 
로키는 다시 손가락을 튕겨 토르 왕자님의 모습을 프레이야로 바꿨다. 

그리고 본인도 모습을 바꾸려던 찰나, 마침 스림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로키가 황급히 모습을 바꾸는 순간, 스림이 기둥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는 고갯짓으로 나에게 앞장서라 말했다. 

나는 스림의 옆에 서서 토르 왕자님과 로키에게 따라오라 말했다.
 
괜한 긴장감에 심장 소리가 귀까지 울려퍼졌다.
 
 
 
 연회장에 들어서니 바짝 군기가 들어간 거인들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토르 왕자님을 보며 서로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귓속말은 마치 내게 곧장 말하는 것처럼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다.

 
“진짜야. 진짜 프레이야가 왔어.”

“소문대로 정말 아름다운걸.”

 
거인들은 토르 왕자님을 위아래로 훑으며 수근거렸다. 

그의 가녀린 손이 손거울을 힘껏 움켜잡는 것이 보였다.
 
 
 로키와 나, 그리고 토르 왕자님과 스림은 연회장 중앙에 위치한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당연히 이 연회의 주인공인 프레이야의 모습을 한 토르 왕자님께서 가장 중앙에 앉았고, 그 왼편에는 충실한 시녀의 모습을 한 로키가 앉았다. 

그리고 토르 왕자님의 오른편에는 내가 앉고, 스림이 내 옆에 앉았다.
 

토르 왕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요툰헤임의 시종들이 많은 음식을 들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맛있는 음식으로 식탁이 점점 채워지고 우주에서 가장 별미라는 꿀술이 한 통 가득 수레에 실려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결혼식의 또 다른 주인공인 라우페이 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스림에게 물었다.

 
“라우페이 왕은?”
 
“전하께서는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셨어. 눈은 뜨셨으니 이제 곧 정신을 차리시겠지.”

 
그러더니 스림은 토르 왕자님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하께서는 연회가 끝날 즈음 얼굴을 보이실 겁니다.”
 
“아쉽네요.”

 
로키가 대신 말했다.
 
 
 어느덧 연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스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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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회는 아름다운 여신, 프레이야를 위한 것이다. 연회를 시작하기 전에 여신과 요툰헤임을 위해 먼저 건배를 하도록 하겠다.”

 
그러더니 그는 술잔을 들며 외쳤다.

 
“프레이야와 요툰헤임을 위하여!”
 
“위하여!”
 

거인들은 기쁜 표정으로 성이 떠나가라 축배를 들었다. 

나와 로키도 분위기에 맞춰 그들의 행동을 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토르 왕자님께서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셨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무려 그는 사랑의 여신의 탈을 쓰고 천둥의 신처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토르 왕자님은 혼자서 황소 한 마리를 해치우고 연어를 통째로 삼켜 뼈만 꺼내는 묘기를 보이고 있었다.
 
놀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봤어?”

 
거인들이 서로 속삭이며 말했다.

 
“프레이야가 벌써 연어를 여덟 마리째 먹고 있어.”
 
“보통 여신들은 저렇게 먹나…?”
 
 
나는 당황한 거인들의 표정을 보며 그 불안한 시선을 로키에게로 옮겼다. 

로키는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로 케이크를 자르고 있었는데, 그의 발은 마치 물 속을 휘젓는 백조마냥 토르 왕자님을 계속해서 걷어차고 있었다.

 
스림이 내 어깨를 톡톡치며 불렀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왜, 왜 그래?”

“프레이야… 말이야… 원래 저런…”

 
불쌍한 스림은 당황해서 말을 채 끝내지도 못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로키가 스림에게 말했다.

    
“저희 주인님께서는 요툰헤임에 왕비가 되실 설렘에 그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하셨습니다. 북쪽 땅을 밟자마자 식욕이 돌아 오셨나봐요.”
 

그러더니 로키는 마치 개를 쓰다듬 듯 형의 뒤통수를 만지며 사랑스럽다는 눈길을 보냈다.
 

로키의 말에 스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은 여신께 실례가 된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그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잖이 당황한 로키의 눈은 화로마냥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시종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령관님, 라우페이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야를 바라보던 스림은 시종의 말을 듣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를 모셔올게.”

 
스림은 내게 상황을 설명하고는 고개를 돌려 프레이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스림이 연회장을 나가자, 나는 아주 노골적으로 로키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다행히 눈치 못 챈 거 같아.”


로키는 내 입을 보고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는 토르 왕자님의 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주인님! 천천히 드세요. 이제 곧 라우페이 전하께서 오신대요.”

 
로키는 거인들의 눈치를 보며 프레이야의 귀를 잡아당겼다. 

어깨 너머로 장난의 신이 속삭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작작 좀 쳐 먹어."
 
 
하지만 그 말이 화근이 되었다.

제 머리보다 큰 고깃덩이를 삼키던 천둥의 신은 동생의 말에 그만 사례가 들려버린 것이다.
 

여신이 가녀린 팔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쳐대자, 그 충격에 식탁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와 로키는 어떻게든 왕자님을 진정시켜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여신의 팔에 매달려 휘둘리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목구멍에 걸린 고깃덩이 때문에 왕자님이 죽는 일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테이블 위에 살포시 올려둔 여신의 손거울이 그만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 소리는 마치 별과 별이 부딪히는 것처럼 연회장이 흔들거릴 정도로 거대했다.
 

 
 망했다….
 
 
모두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토르 왕자님조차도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 때, 거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이야에게 다가왔다. 

순진한 그 거인은 여신의 손거울을 주워 주기 위해 다가온 것이 분명했다. 

수줍은 표정으로 손거울을 들어 올리던 거인은, 바위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움직이지 않는 손거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내 시선이 그 거인에게 향했다. 

그곳엔 더 이상 여신의 아름다운 손거울 같은 건 없었다. 

요툰헤임의 얼음 바닥 위에는, 다른 이의 손길로 마법이 풀려버린 묠니르만이 떨어져 있었다. 
 

***
2024.05.05 0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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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돌아왔구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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