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326369918
view 543
2020.09.27 13:33
https://hygall.com/index.php?mid=hy&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D%85%8C%EB%84%8C&document_srl=326368369
전편











브랜든은 이사 가기 앞서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형에 대한 감정은 웬만하면 여기에 모두 버리고 가기 싶었기에 크리스가 선물했던 물건들을 한곳에 모아 버리려 하고 있었다. 한 박스면 되겠거니 했는데 물건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브랜든은 물건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을 애써 무시하며 기계적으로 상자에 물건을 넣었다. 그러다 브랜든은 약간 낡은 가죽 장갑을 보고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 성인 된 거 축하해! 자 이건 선물. "

" 고마워. 이게 뭐, 가죽 장갑이네. "

" 저번에 내가 너 데리러 갔을 때 손 시린지 호호 불고 있더라고 그거 보고 딱 결정했지! 마음에 들어? "

" 응, 예쁘네. 고마워. " (사실 크리스가 선물해 준 장갑은 브랜든의 취향이 아니었다.)

이후 크리스는 자신이 선물해 준 장갑을 끼고 있는 브랜든을 볼 때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기뻐했고 그걸 모를 리 없었던 브랜든은 겨울만 되면 그 가죽 장갑을 매일같이 끼고 다녔다. 집에서 독립해 크리스와 떨어져 살기 시작한 이후에도 쭉.


브랜든은 그 가죽 장갑을 들고 좀 발개진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더니 결심을 한 듯 장갑을 꼭 쥐더니 상자에 넣고 상자 뚜껑을 닫았다.

정리를 다 한 브랜든은 박스를 들고 쓰레기장으로 가 박스를 내려놓았고 그대로 뒤를 돌아 걸어가다 멈칫했고 다시 뒤를 돌아 쓰레기장으로 돌아가 한 박스 뚜껑을 열어 무언가를 챙겨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브랜든은 크리스를 제외한 자신과 정말 친밀하게 지낸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새로운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절대 자신의 형 크리스에게 이 번호를 알려주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이것으로 자신의 형에게서 도망칠 브랜든의 계획은 끝이었다. 내일 아침 다른 곳으로만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늦은 밤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누워있던 브랜든은 문득 제 형이 보고 싶어졌다. 그냥 모든 계획을 무르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 제 감정을 꽁꽁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크리스의 얼굴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고 간단한 안부 인사를 묻고 포옹을 하는 그런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걸 브랜든은 안다. 크리스는 곧 결혼을 할 거고 브랜든은 버려지겠지. 아니 브랜든 스스로가 브랜든을 버리겠지.

브랜든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어 깊숙이 숨겨두었던 담배를 꺼내 한 개비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태우며 나는 연기를 보며 생각했다. ' 올해도 금연은 못하겠네. 형이 끊으라고 했었는데. '


아직 내가 성인이 되기 전 십 대였을 때 나는 담배 피우는 것을 크리스에게 들켰고 크리스는 나를 자기방으로 불러 침대에 앉혀놓고 조근조근 -담배를 왜 피우게 됐냐 -담배는 몸에 나쁘다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며 했었고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자 활짝 웃으며 " 약속한 거다! 너 꼭 끊어야 돼! 끊으면 형이 소원 하나 들어줄게 " 라고 했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는 정말 그 해 담배를 끊었었고 기뻐하는 형에게 말했던 소원은 단둘이서 영화를 본 후 하는 저녁식사였다. 형은 정말 이걸로 되냐며 물었었고 나는 이걸로도 충분하다 했었지. 아마. 나는 그 후로 몇 년 동안은 계속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다시 피우기 시작한 때는 아마도 형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형이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브랜든은 자신이 어찌할 바를 모르게 울컥 밀려오는 기억에 그만 풀석 주저앉아버렸고 이런 숨길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감정을 품은 자신을 원망하며 그렇게 불 꺼진 방에서 한참을 흐느꼈다.



다음날 브랜든은 다른 곳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창밖으로 내다본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다. 형의 결혼식을 못 가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쩌겠는가 브랜든은 형의 결혼식에 가 멀쩡하게 웃으며 크리스와 크리스의 신부에게 축복을 내리기는 커녕 여태까지 꽁꽁 싸매고 감췄던 감정들이 터져버릴 거 같았으니 애초에 그의 선택지엔 도피라는 선택밖에 없었다. 브랜든은 자신이 사라진 후 크리스가 얼마나 슬퍼할까가 내심 궁금했지만 그리 오랜 시간 슬퍼하지는 않을 거 같았기에 내심 서운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젠 정말 끝이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히기도 행복을 주기도 했던 감정들을 이젠 놔줄 차례였다.













쓰다보니 브랜든이 너무 순한거 아닌지..... 캐붕 대박이네......






브랜든크리스 브크 테넌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