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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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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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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에게 전화를 해볼까 고민만 수십 분 째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날씨마저 테일러를 괴롭히려는 듯 좋지가 않다. 영국에 화창하게 좋은 날씨가 일 년에 몇 번이겠냐만은, 그래도 하루종일 꽤 굵은 비가 쏟아져 내리는 건 달갑지가 않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베어나는 땀이 높아진 습도 때문에 몸을 끈적거리게 만드는 것도 짜증만 더해주었다. 저녁까진 버틸만 했던 것 같은데, 심해진 두통에 머리가 깨질 것 처럼 아프다. 차라리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빌어먹을 잠도 오질 않는다. 테일러는 포근한 이불을 옆에 두고도 굳이 침실까지 가지고 와 덮은 담요를 당겨 끌어안은 채, 휴대전화 화면만 들여보았다.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며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그 애 이름을 눌렀다. 아주 익숙한 통화연결음이 이어졌다.


최근 몸이 좋지 못한 데에 대한 해결방법은 뻔하다. 메이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 착한 애는 싫거나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테일러의 말을 다 들어 줄 것이다. 제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장 바쁠 시기에도 테일러의 병원이며 뭐며 따라다닌다고 고생을 꽤나 했다. 아마 혼자서 바쁜 척 한다고 랩에서 욕을 좀 얻어 먹었을 수도 있다. 한 번씩 밤에 잠에서 깰 때마다 노트북을 끌어안고, 그게 아니면 논문에 파묻혀 졸고있는 모습도 종종 봤다. 그 와중에 제가 밤중에 깨면 깨는대로, 아프면 아픈데로 안절부절 못 하고 응급실에 데려가느라 제대로 못 잔 날도 많다. 

그 애의 인생에 있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알면서도 그런 상황 속에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한 게 어쩌면 바보같고 이기적인 결정이었다는 것도 안다. 메이에게는 아주 못되게 굴고 있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만약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고민 끝에 전화를 거는 일도 영영 없었을 수 도 있다. 몸이 아픈 것 보다 그 착한 애에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싸늘한 눈빛과 차가운 말들을 받아내는 것 만큼 무서운 게 없다.

분명 메이에게 피해가 가거나 귀찮게 구는 일이 없게 하려고 했다. 그건 정말이다. 정말 그런 마음이었는데, 아이를 갖는다는 게 이렇게나 큰 일인 줄 몰랐던 것이다. 뱃속의 아이는 벌써부터 제 존재감을 표시라도 하려는 것처럼 굴었고, 버티기 힘든 몸은 아주 자연스럽게 메이의 손을 빌리게 되었다. 메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실은 피곤이 잔뜩 내려앉은 채로도 제 걱정을 하고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좋았다. 나쁜 생각인 걸 알면서도 그랬다. 꼭, 아직까지는 남아있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랬다. 

한참을 울리던 통화연결음은, 시간이 길어져 받지 않나보다 생각하게 될 때 쯤 끊겼다. 연결음이 끊긴 게 메이가 전화를 받아서 였는데, 테일러는 전화가 끊긴 것인 줄 알았다. 테일러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 화면을 봤을 때, 통화 중임을 표시해주는 화면을 보고서야 메이가 받은 걸 알아챘다. “여보세요?” 하는 메이의 목소리에 테일러는 당황해 전화를 제대로 쥐지도 못한 채 “어,” 하고 바보같잉 대답했다. 

“어, 여보세요? 교수님. 이제 일어났어요?”

메이가 묻는다. 아마도 메이는 제가 집을 나섰을 때부터 지금까지 테일러가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럴 법도 한 게, 최근 잠이 늘어 겨울잠을 자는 동물마냥 잠만 자게 되었다. 실은 낮잠을 자다가 메이가 지도교수의 전화를 받고 우당탕 정신없이 나갈 때부터 지금까지 깨 있었다. 깬 다음부터 잠은 커녕 점점 심해지는 두통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 테일러는 그저 “응.” 하고 대답했다.

“밥 먹어야겠네. 어쩌지, 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요. 여기 일이 생겨서.”
“아.. 응.”
“뭐 먹을 순 있겠어요? 왜 전화했어? 혹시 아픈 건 아니죠.”

사실은 그게 맞는데.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전화를 걸었으면서, 그렇다는 말이 안 나온다. 실은 아프다고, 그래서 네가 필요하다고,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너만 옆에 있으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다. 주말까지 랩실에 나가 저녁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더 늦을 것 같다는 애한테 바쁜 걸 다 놔두고 오라고 말 할 수가 없다. 곧이 곧대로 말하면 정말 그렇게 할 걸 알아서 더 그렇다. 꼭 메이가 말했던 것 처럼 필요할 때만 메이를 찾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싫기도 하다. 제가 나쁜 사람인 건 알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메이가 그런 말들을 쏟아냈을 때를 생각하면 또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화 할 때마다 왜 했냐고 물어보면서,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당연히... 억울한 마음과 더불어 울컥 치솟는 서러운 감정은 꾹꾹 누른 채, 테일러는 이번에도 어렵게 어렵게 말을 내뱉는다.

”아니야.” 하고, 마음과는 다르게 전부 반대되는 말만 하게 된다.

전화 너머로는 누군가 메이를 찾는 소리가 들리고, 메이는 들어갈 때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보통은 먼저 끊는 일도 잘 없는 메이가 먼저 전화를 끊는 걸 보니 바쁘긴 한 것 같다. 전화가 끊기고 괜히 짜증이 난 테일러는 휴대전화를 침대 위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리고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몸을 잔뜩 웅크렸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게 전부 제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라 심술부릴 데도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소파에서 잠이 든 제게 메이가 덮어주었던 담요만 꼭 쥐고 있는 것 뿐이다.

메이에겐 아직까지 그제 병원에서의 일을 이야기하지도 못했다. 메이는 그저, 내민 초음파 사진만 받아들고는 아기의 발달정도만 간단히 검사하고 온 줄만 안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메이를 탓할 생각은 아주 조금도 없다. 테일러는 최근들어 증상이 심해진 게 전부 아기 때문인 줄 알았다. 입덧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고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겪어보니, 두통이 점점 잦고 심해지고,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고 열이 나는 것도 전부 그래서 인 줄 알았다. 아기를 갖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겠거니 참고 견뎠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물론 아기 때문이긴 한데, 본질적인 문제는 역시 형질 때문이다. 원래도 있던 증상이 아기를 갖고 나서 잔뜩 예민해지고 약해진 몸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의사가 제시한 해결책은, 빌어먹을 정도로 간단했다. 가이딩을 늘리라는 소리다. 다른 말로 하면 스킨십을 늘리라는 말이다. 그 의사는 테일러에게 가이드가 있는 것을 아니 한 소리일 것이다. ‘가이딩’ 이라는 게, 대충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는 테일러도 안다. 메이와 싸웠을 때에도 비슷하게 고생을 하긴 했으니 잘 안다. 진통제며 뭐며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고, 잠깐 메이와 대화를 나누면 그걸로도 괜찮아졌었다.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이딩이 되고, 스킨십을 하면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입원했을 때, 손에 땀이 가득하면서도 제 손을 붙잡고 있는 걸 멍하니 쳐다보자 메이가 간호사가 이렇게 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고, 그런 말을 했었다. 어쨌든 그러니 최근에도 ‘가이딩’ 을 받고 있긴 한 셈이다. 메이와 늘 옆에서 자고, 한 공간에서 지내고... 다행히 테일러가 별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메이는 싸우고 이별을 고했을 때 처럼 제 오래된 자취방에 가있는 것이 아니라 전처럼 테일러의 집에서 지냈다.

센터에서 하는 말은 ‘가이딩’을 받고 있긴 한데, 그걸 더 늘리라는 소리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수준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호사가 말했던 것 처럼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거나, 필요하다면 더 진한 스킨십을 하거나... 아빠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을 위해서, 그리고 아기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들었다. 의사에게는 대충 알았다는 의사 표시를 했는데, 생각해보자면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메이와 테일러 같은 사이면 더 그렇다. 최근의 스킨십이래봐야, 몇 번 팔의 멍자국에 약을 발라준다고 했던 것이나 자는 사이 메이가 저를 안아들어 옮겨주거나 했던 일들이 다다. 그 전까지는 더없이 자연스럽던 행동들이, 지금은 떠올리는 것 조차 왜 이렇게 어색한 지 모르겠다. 아마 메이의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일 것이다. 

아마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하면, 메이는 그렇게 해 줄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문제는 메이가 표현하지 않는 속마음으로는 어떨 지 모르겠다.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기와 아빠와의 유대감’ 이라는 것도 그렇다. 물론 메이는 제 뜻을 따른다고 했지만, 사실은 원치 않았던 일이라면? 최근들어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 본 적 있냐는 질문에도, 아기가 널 닮았을 것 같다는 말에도 얼떨떨하던 반응이 그렇다. 무슨 말을 하던, 하늘의 별을 따다 달래면 그래줄 것 같았던 메이와 싸우고, 그런 말을 들었던 게 계속 귓가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니 머리가 아프다 못해, 어지럽게 핑핑 도는 것 같다. 또다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어지러워서 인지 아니면 입덧 때문인 지 모르겠다. 아마 센터에서도 가이딩을 받을 수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센터는 아마 한 밤중에도 전화를 받을 것이다. 테일러는 더듬더듬, 팔만 뻗어 아무렇게나 던져 둔 휴대폰을 찾았다.





 
2020.07.12 19:54
ㅇㅇ
모바일
센세!!!!!!!! (붕레벌떡
[Code: 6cf6]
2020.07.12 20:00
ㅇㅇ
모바일
헉 센터로 가다니ㅜㅜ메이 근데 너무바빠서 그런거야... 화내지말고ㅜㅜ 말하고가지ㅜㅜ상황 꼬인다 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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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20:05
ㅇㅇ
모바일
센세왔다 사랑해ㅠㅠ
[Code: f64f]
2020.07.12 20:09
ㅇㅇ
모바일
내센세다 ㅠㅠㅠㅠㅠㅠ
[Code: 0418]
2020.07.12 20:10
ㅇㅇ
모바일
교수님 아이고 교수님ㅠㅠㅠㅠㅠ 메이 환장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니는데 교수님 맘 이해 못하는것도 아니라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속상하다ㅠㅠㅠㅠ 교수님 사람대하는게 서툴러서 자꾸 브라이언이랑 오해쌓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름대로 브라이언 걱정돼서 선택한건데 그게 죄다 브라이언이 속상해할 일이야ㅠㅠㅠㅠㅠㅠㅠ
[Code: f64f]
2020.07.12 20:1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 테교수님 너무 힘들어보이는데ㅜㅠㅜㅜㅜ 대학원생 너무 바빠서ㅠㅠㅠ
그리고 싸운뒤로 서로의 감정에 자신이 없어져서ㅜㅜㅠㅠㅠㅠ 너무 안타깝다ㅜㅠㅠㅠㅠㅠㅠㅠ
[Code: 0b54]
2020.07.12 20:55
ㅇㅇ
모바일
센세!!!!!!!! 내가 헛걸 본줄 알았어..와줬구나 센세.. 우린 평생 함께야.. 못놔줘..
[Code: e56e]
2020.07.12 2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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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테교수님 자낮해져서 눈치보는거 너무 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ㅠ 괜히 센터에서 가이드 받았다가 또 오해 커지면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게아닌데ㅠㅠㅠㅠㅠㅠ
[Code: f947]
2020.07.13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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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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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3 0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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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ㅠㅠ 이건 뭐 누굴 탓할 수도 없는게ㅠㅠㅠㅠㅠ 메이가 서운한건 당연하고 교수님은 안쓰러워서ㅠㅠㅠ 교수님 왜 이렇게 답답하도록 처연해ㅠㅠㅠㅠ 그래서 더 위태해보이고ㅠㅜ 메이 마음 그거 아닌데ㅜㅠㅜ 자낮한 교수님 미안한데 존꼴ㅠㅠㅠㅠ
[Code: 2b63]
2020.07.23 15: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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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 언제 와?ㅠㅠㅠ 매일 기다려ㅠㅠ
[Code: 9ead]
2020.09.07 18:19
ㅇㅇ
센세 언제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싶어
[Code: dbe7]
2020.09.12 1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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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교수 또 땅파는거 실화냐ㅜㅜㅜㅡㅜ 웨그래 하 근데 저렇게 땅파는 것도 묘사까지 너무 좋아 센세는 천재만재야
[Code: f1b9]
2020.09.18 14: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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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보고싶다 사랑해
[Code: 7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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