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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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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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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이 살갗을 파고들어 뼈를 두드릴 때면 션웨이는 집행자를 보내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션웨이는 한없이 자애로운 동시에 새싹을 짓이겨버리는 서릿발처럼 잔혹해질 수 있는 여신을 떠올렸다.

여와만큼 공명정대한 저울을 가진 이는 없었다. 복희는 득실, 선과 악을 구분 없이 베풀고, 쿤룬은 그저 존재할 따름이며, 신농은 더러운 것을 몰아내고 악한 것을 벌할 뿐이었다. 그러나 여와는 만물을 일으킨 창조주였기에 약한 존재를 보듬고, 선한 존재를 어루만지고, 강한 존재를 독려하고, 악한 존재를 억누르고 때로는 손수 벌을 내리면서 세상의 중심과 균형에 맞닿아 있는 존재였다. 그러므로 여와가 션웨이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 무게만큼 고통을 선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주는 사라지면서 션웨이의 가슴 위에 이상한 표식을 남겼고, 그것은 점점 진해졌다가 희미해지면서 어느 방향을 암시해주었다. 그리고 션웨이는 깊은 산 속 안개를 헤치고 들어간 곳에서 여와의 화신을 만났다. 거대한 바위 위에 신비한 자태로 앉아있던 여와는 약속하고 만난 것도, 우연히 마주친 것도 아닌, 예전부터 그곳에 있던 사람을 새삼 돌아본 것처럼 느긋한 자태로 션웨이를 맞이했다.

“여와. 당신이군요.”

의외의 인물과 마주한 션웨이가 뒤늦게 참혼도를 거두면서 말했다. 여와는 싱긋 웃었다.

“복희가 있을 줄 알았니? 속은 게로구나.”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건......”

함정에 도사리고 있던 저주는 과연 복희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마주치게 된 상고신은 여와였으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션웨이가 어찌 된 일인지 혼란스러워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여와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삿된 존재치고 각각의 상고신들과 연이 깊구나. 그 때문에 누가 널 돕고, 누가 널 방해하는지 가려내기가 더욱 힘들겠지.”

여와의 낭랑한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쿤룬은 화신을 거느리기는커녕 자각도 없으니 힘없는 인간에 불과해. 스스로 누구인지도 모르는 신에게 도움을 얻는 건 불가능해. 복희는 네게 흥미를 보였지만 금방 관심을 잃었어. 날 찾을 수 있도록 네게 단서를 남겼지만, 저주를 내리는 작은 장난을 쳤지. 신농은 널 경멸하니 절대로 돕지 않을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습니까?”

션웨이가 물었다.

“쿤룬을 도울 겁니까?”
“도움이 필요한 건 너일 텐데, 귀왕 션웨이.”
“난 당신에게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잖습니까. 창조물에 대한 애착을 기대하긴 힘들죠. 하지만 쿤룬은 다릅니다. 그 역시 당신의 창조물이 아니지만, 존귀한 상고신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존재잖습니까.”

여와는 슬며시 웃었다.

“총명한 아이구나. 하지만 애석하게도 쿤룬은 머지않아 죽게 될 거야.”

존귀한 상고신이 툭 던진 말은 한낮 요괴의 입에서 나왔던 것과는 무게부터 달랐다. 션웨이는 등에서 식은땀이 쭉 나는 것 같았다. 세상을 지탱하는 네 개 기둥 중 하나가 무너진다는 엄청난 소리를 하고도 여와는 흔들림이 없었다. 여와는 쿤룬이라는 기둥 하나를 잃어도 나머지 상고신들과 힘을 합쳐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션웨이는 그 기둥이 세상 전부였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여와는 밤하늘 별처럼 어둡게 빛나는 눈으로 션웨이를 응시했다.

“쿤룬을 살릴 방법을 알고 싶다면 날 죽여야 해.”
“당신을 죽이라고?”

션웨이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다. 여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참혼도를 걸고 맹세해라.”

참혼도에 담긴 소명과 가치는 상고신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이것도 또 다른 함정이 아닐까? 션웨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하면서 여와를 올려다보았다. 여와는 안심하라는 손짓을 했다. 손이 움직이면서 일으킨 바람에는 알 수 없는 향기가 났다.

“나도 쿤룬이 소멸하는 건 원치 않아. 그는 만물이 살아가는 땅과 산을 이루는 근본으로 없어선 안 될 존재니까. 물론 쿤룬이 죽은 후에도 모든 게 평탄하게 흘러가겠지만, 그러려면 나머지 상고신들도 적잖이 고생하게 될 거야. 쿤룬을 대신할 새로운 상고신이 태어나고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 그 전에 이 세상이 멸망할지 누가 알까. 너도 알겠지만, 난 내 손으로 빚은 생명들이 죽는 건 원치 않아.”

여와는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션웨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 내 말을 따르겠다고 맹세하렴. 쿤룬을 구할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줄 테니.”

션웨이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여와를 바라보았다. 그는 길게 망설이지 않고 참혼도를 꺼냈다. 그리고 예리한 빛을 머금은 참혼도로 손바닥을 그었고, 검은 피가 흙 위로 뚝뚝 떨어졌다. 여와는 엄숙한 어조로 맹세하는 션웨이를 지켜보았다. 션웨이가 맹세를 마치자 여와가 입을 열었다.

“누가 감히 천기를 누설했는지는 몰라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전부 말해주마. 쿤룬에게 천겁이 닥치는 건 사실이야. 천의를 뛰어넘은 존재인 상고신에게 천겁이 내려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강한 바람이 불수록 강한 불꽃이 치솟는 법. 쿤룬에게 내려지는 천겁이 지닌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테지.”

션웨이는 긴말을 됐으니 본론부터 말하라고 재촉했다. 여와는 화내는 기색 없이 뜻 모를 눈웃음을 지었다.

“쿤룬을 구할 방법은 두 가지야. 천겁이 닥쳐오기 전에 그를 죽여 천겁을 가라앉히거나, 천겁을 대신 맞거나. 둘 중 어느 방법이 좋으냐?”

션웨이가 제 손으로 쿤룬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션웨이는 자길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질문 앞에서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여와는 션웨이가 보여준 표정에서 그의 선택을 이해했다. 여와가 션웨이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심장에 쿤룬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눈가림으로 하늘을 속여 아주 잠깐 쿤룬과 널 혼동하게 만들 거야. 천겁이 네 심장을 겨누도록 만들어 주마.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쿤룬을 구할 수 있고, 쿤룬도 무사할 거다.”
“제가 천겁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상고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힘이라고 하니 두려우냐?”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그것도 그렇지만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여와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눈꼬리가 길어지는 듯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시선이 션웨이에게 향했다.

“쿤룬이 인간의 영혼으로 환생할 때 신농이 네게 경고한 적이 있었지. 절대로 환생한 쿤룬과 만나지 말라고. 넌 그 경고를 무시했고, 쿤룬에게 천겁이 닥쳐왔다.”

션웨이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럼 이 모든 게 저 때문이었습니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찌 보면 너로 인한 일일 수도, 쿤룬이 자초한 일일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네 죄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여와는 바위에서 내려와 션웨이 앞에 섰다. 션웨이는 서서히 다가오는 상고신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물러서려고 했으나 두 다리가 땅에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말했지. 날 죽여야 한다고."

션웨이는 위압감을 뿜어내는 상고신 앞에서 저항할 수 없었다. 여와는 기괴한 안광을 뿜어냈다.

“쿤룬의 영혼이 천겁을 맞이한 게 네 업보로 인한 일이니. 너도 벌을 받아 마땅하다. 너희 귀족이 태어난 건 쿤룬의 영혼으로 실수한 탓이었으니 그의 이름 아래 죽는 것도 어찌 보면 인과에 맞는 일이겠지. 나의 화신을 죽여 맹세를 완성하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지옥으로 내려가거라.”
“쿤룬을 위해 가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천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길 바라마.”

여와는 션웨이가 쥐고 있던 참혼도를 끌어와 자신의 심장에 그 끝을 겨누었다. 그래봤자 죽는 건 화신의 육신이지만, 참혼도 칼날에 닿은 상고신의 신성한 기운은 션웨이를 전율하게 했다.

"예전에는 운 좋게 잊고 살았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기억해둬야 할 거야. 네가 얼마나 많은 걸 가지고 있고, 얼마나 강하더라도 이 세상엔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섭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여와는 가볍게 참혼도를 붙잡고 스스로 가슴을 찔렀다. 심장을 꿰뚫는 감각이 손가락에 닿은 순간, 션웨이는 반사적으로 참혼도를 뽑아냈다. 여와는 평온하게 눈을 감았고, 나뭇잎이 떨어지듯 무게감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피를 흘리는 육신에서 다채로운 색을 띤 연기가 획 빠져나가더니 방금까지 여와의 모습을 가지고 있던 육신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션웨이가 당황해서 서 있는 사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션웨이?”

돌아본 그 자리엔 특조처를 이끌고 나타난 윈란이 서 있었다. 션웨이도 뜻밖의 상황에 놀라 얼어붙었다.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분위기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었다.

“이게....어떻게 된 거야?”

상황을 깨달아갈수록 윈란의 안색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다. 션웨이는 이를 악물었다.

“너를 구해야 했어.”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대답을 했어도 윈란은 그를 위해 나섰을 것이다. 자오윈란이라면 당연하리만치 션웨이를 감싸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백을 밝히거나 무고한 생명을 죽인 사정을 알려서 주위를 설득하려고 그를 도우려 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위험에 뛰어들어 어떻게든 션웨이를 보호했을 것이다. 전부나 다름없는 사람,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쳤을 게 자오윈란이었다.

“너 지금......무슨 짓을 한 거야?”

윈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션웨이의 입에선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 마디조차 내뱉을 수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됐다.








I've looked a long time to find you
난 아주 오랫동안 널 찾아다녔어
I drifted through the universe, just to lay beside you
네 옆자리에 눕기 위해 온 우주를 해멨어

If I told you where I've been, Would you still call me baby?
내가 어디 있었는지 말했다면, 여전히 자기라고 불러줬을까?
And if I told you everything, Would you call me crazy?
그리고 네게 모든 걸 다 말했다면, 내게 미쳤다고 했을까?

줃 진혼 웨이란 롱거 주일룡백우
2019.04.20 0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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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션웨이ㅠㅠㅠㅠ 천겁을 대신 맞는걸 선택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션웨이 입장에서 무슨일잉지 보니까 심장 찢어져ㅠㅠㅠㅠㅠ 마지막에 윈란이한테 말도 못하고ㅠㅠㅠㅠ
[Code: c8ae]
2019.04.20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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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웨이의 힘만으로 해결될수있는 일이었다면 얼마나좋았을까ㅠ션웨이의 사랑과희생이 놀라우면서도가엾네ㅠㅠㅠㅠㅠ윈란입장에서는 오해할만했고 윈란은 이순간을 몇번이고되돌리고 싶었겠지ㅠㅠ아아ㅠ
[Code: 0735]
2019.04.20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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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랭 ㅠㅠㅠㅠ 션웨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너라면 당연한거지만 ㅠㅠㅠㅠ 안돼애애애애
[Code: ebf5]
2019.04.20 0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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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슴 찢어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83f]
2019.04.20 01: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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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ㅜ결코 션웨이는 운란을, 쿤룬을 못죽였을 거예요ㅠ이미 답을 정해놓고 고르라 하다니ㅜㅜㅜ잔인해요ㅜㅜㅜㅜㅜ찌통
[Code: 885a]
2019.04.20 09: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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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흐흑 ㅜㅜ 왜 삿된 것이 뭐 어떻다고 천대받고 괴롭힘당해야하는거야 ㅜㅜ 지들도 지들맘대로 하면서 ㅜㅜ 왜 그래야되는거야?! ㅜㅜ
[Code: 7c6d]
2019.04.21 01: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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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신이고 나발이고 웨이란 행복하게 놔두란말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션웨이가 뭘그렇게 잘못했어ㅜㅜㅜ사랑하는연인옆에 있는게 죄냐ㅜㅜㅜ누가 귀왕으로 태어나고싶어서태어났냐ㅜㅜㅜㅜㅜ지들이 운명부여해놓고ㅜ줬다뺐지마라 이나쁜놈들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상고신 다뿌시고싶다아ㅜ
[Code: 05c8]
2019.06.28 15: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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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쿤룬의 환생에서 귀왕과 다시 만난게 천겁의 원인이 된건가.........어느 한쪽만의 책임은 아닐건데 션웨이 자기탓이라 여겼을듯 ㅠㅠㅠㅠㅠㅠ 왜 말을 못해. 널 살리기 위해서라고 ㅠㅠㅠ 션웨이야 아 심장갈려 ㅠㅠㅠㅠ
[Code: e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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