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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17:59
그만하자는 스피어스의 말은 그냥 한 순간의 충동이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깊은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었을 듯. 사랑이 날로 커져만 가서 제 마음의 무게만 무거운 건 아닐지, 제가 가진 소유욕이나 질투심 같은 감정을 들키게 되면 모어가 어떻게 반응할지 사람 목숨이 오고가는 전쟁터에서 한순간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다하지는 않을지 혹은 행여 모어를 잃게 되기라도 한다면 완전히 무너지게 되지는 않을지... 그렇게 서툴게 삐걱대던 와중 별 시덥지도 않은 일이 불씨가 되어 크게 싸우게 되어버리고, 화풀이하듯 거칠게 몸 섞은 뒤 지친 숨 고르며 온갖 생각 다 하는 스피어스였을 거임. 차라리 멈출 수 있을 때 멈추는 게 맞는 건 아닐까 싶었겠지.

사병 막사로 돌아가야 하는 모어가 아무렇게나 찢듯이 벗겨내었던 스피어스 옷 차곡차곡 개어 올려놓으며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하고 스피어스 손에 들려 있던 담배 자연스레 빼가 무는데, 그 사소하면서도 지극히 연인다운 행동이 스피어스에게는 한계였을 것 같다. "여기서 그만 하지."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목소리가 마구 떨렸음. 어둠 속에서도 침대로 다가오는 모어가 지겨우리만치 애틋한 눈빛을 한 게 선명하게 보였을 거임. "...론." 나직히 말하며 허리 숙여 스피어스의 이마에 키스하는 모어겠지. 제 말의 뜻을 명백히 알아들었을 게 분명했음에도 무시하는 듯한 모어의 태도에 스피어스는 폭발했을 거임. "이해가 안 되나? 우리 관계, 여기까지 하자는 거야." 어느새 침대 맡에 무릎 꿇어 눈높이를 맞춘 모어가 다정히 얼굴을 쓰다듬었음.

"내가 좋은 연인이 아니었단 건 압니다."

그런데, 모어의 목소리에 분명하게 물기가 섞여 있어서 그만 말문 틀어막히는 스피어스겠지. "그렇지만, 론.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당신 없으면 안 됩니다." 모어가 간절히 붙잡고 어루만지던 스피어스의 손등은 어느새 눈물 방울이 떨어져 적시고 있었음. "한 숨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요." 스피어스는 겨우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거임.

그 밤은 그렇게 넘기고, 다음 날이 되었는데 막사로 돌아가서도 좀 울었는지 티나게 빨개져 있는 모어 눈가 보고 웃어 버리는 스피어스일 것 같다. "기분 좀 나아지셨나 봅니다?" 모어가 뻔뻔하게 물으면 스피어스가 독기 다 빠진 순한 얼굴에 여전히 살짝 불안한 미소 띄운 채 올려다보겠지. "어제 자네 보고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sir, 제발." "좀 동하더군. 내 위에서도 울어 주면 안 되나?" 이런 실없는 소리 하면 그제서야 모어도 스피어스 따라 입꼬리 올릴 것 같음. 모어가 솔직하게 드러낸 감정에 안심했으면서도, 자신의 속까지 터놓는 깊고 진지한 대화 같은 건 아무래도 성정에 맞지 않는 스피어스라 이렇게 대충 넘길 생각으로 눈썹 한번 으쓱하고 뒤 도는데 모어가 그런 스피어스를 뒤에서 와락 안아오며 아무데도 못 가게 고정할 듯. 저보다 키도 덩치도 큰 녀석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제압하듯 구는 건 심지어 침대에서도 없었던 일이었을 거임. 당황한 스피어스가 뒤 돌아보며 "무슨 짓이지, 일병?" 묻는데, 마주친 모어의 시선은 온통 가라앉아 있겠지. "다시는, 농담으로라도. 그만하자는 말 하지 마십시오."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뚝뚝 묻어나는 집착에 움찔하면 그제야 팔에 힘 풀면서 눈 내리깔고 스피어스 볼에 다정히 입 맞추는 모어일 것 같음. "사랑한다고 해 주십시오." 그 말에 겨우 바보같이 더듬거리면서, 모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 꺼내는 스피어스였겠지.



모어가 이별을 고하는 거라면... 관계가 좀 더 진지해지고 두 사람 모두가 감정의 깊이를 인정한 뒤일 것 같다. 먼저 식었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눈치채자마자 칼같이 끊어내려 들었을 듯. 이대로 질질 끄는 건 스피어스에게도 제게도 못할 짓이었으니까. 함께 살다시피 하던 스피어스의 집에서 짐을 하나둘 빼 가고, 몸을 섞을 때도 키스나 다정한 애무, 사랑의 말을 차츰 줄여나가겠지. 스피어스가 먼저 툭툭 건드려도 "예, 알겠습니다." 하며 여상히 받아 주기만 할 뿐 전처럼 사납게 대드는 일도 없어지는데 오히려 스피어스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나 관심 같은 것을 끊어나가고 있었기에 그랬을 거임.

결국 어느 오후 박스 몇 개를 채운 짐을 차에 싣는 모어를 팔짱 끼고 쳐다보는 스피어스일 것 같음. "나 없으면 안 된다더니."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에 모어는 곤란하다는 듯 고개 돌리면서 피식 웃겠지. 몇 번이나 왕복해야 했음에도 스피어스는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모어도 도움을 바라지 않았음. "먹어야 하는 영양제 화장실 찬장에 있으니 기억하십시오. 챙겨주는 사람 없다고 굶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누굴 애로 아는 건가?" 입꼬리를 죽 당겨 내리며 투덜거리는 표정이 그렇게나 사랑스러웠는데. 서로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찬찬히 뜯어보다가, "잘 지내요." 필요 없어진 집 열쇠를 건네 주자 스피어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음.


비오비
2022.05.23 18: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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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론.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당신 없으면 안 됩니다." 하고 스피어스 붙잡던 모어가 먼저 이별을 고할 때는 "잘 지내요."하고 떠나는 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모어스피어스 왜 헤어지는 것도 존맛이냐༼;´༎ຶ ۝༎ຶ`༽
[Code: 8d97]
2022.05.23 1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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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가 떠난뒤에 스피어스 아무렇지 않게 지낼지 무너져내릴지 궁금해요 센세 ㅜㅜㅜㅜ
[Code: 45a3]
2022.05.23 18: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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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마음이 다 끊어지냐 모어 이놈아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가지마
[Code: 89ef]
2022.05.23 18: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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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센세 어나더 제발
[Code: 89ef]
2022.05.23 2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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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랑 헤어지고 스피어스 어떻게 되는거임 ㅠㅠㅠ 모어는 스파키 없음 안된다면서 어디로 떠나는거야ㅜㅜㅜㅜㅠㅠㅠ 헤어지는거는 다시 사귀기위함이다,,, 센세 재결합시켜서 돌아와 제발
[Code: af11]
2022.05.23 2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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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건조하게 헤어지는거 어울리는데 찌통이다 ㅠ
[Code: 7ddc]
2022.05.23 2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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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짜 너무 좋다................ 더주세요 센세...ㅠㅠㅠ.ㅠ.ㅠ....
[Code: d965]
2022.05.24 02: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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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뒷내용이… 뒤가 너무 궁금해요 센세… 애들도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고 속마음이 어떤지 묘사도 없는데 왜 내 마음은 찢어지냐…….
[Code: 2a23]
2022.05.24 17:28
ㅇㅇ
정말 이렇게 담백하게 헤어질꺼야?ㅠㅠ 질척거려줘ㅠㅠ 울어줘 굴러줘ㅠㅠㅠㅠ
[Code: e891]
2022.05.24 17:31
ㅇㅇ
잘 지내라는 말에 말없이 고개 끄덕이고 그대로 문닫고 모어가는거 보지도않는거ㅠㅠ
나없으면 안된다던 모어 말에 스피어스는 잡혀줬는데 모어는 아예 말도없이 혼자 정리하고 그냥 가버리네 진짜 잔인하다 스피어스 나름대로 잡은거같은데 모어는 안흔들리는구나ㅠㅠ
[Code: e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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