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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01:57

안녕하세요. 낯선 사람. 제 이름은 피터예요. 왜 옷을 벗고 있냐고요? 당신의 수고를 덜기 위한 것이지만, 선택지를 넓게 하기 위함도 있답니다. 옷장을 열어봐요. 누군가의 취향에는 맞을 옷이 아주 한 가득이니까. 간호복은 추천하지 않을게요. 그거 정신병원 유니폼이거든요. 뭐 그런 게 더 당기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별로더라고요. 그래도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 최선을 다해볼 테니 언짢아하진 말아요.

 

이름? 당신의 이름은 궁금하지 않아요. 굳이 이런 장소에서 말할 생각도 없겠죠? 그래도 너 라고 하긴 뭐하니까 내가 지어볼게요. 어디보자.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그래.

해리. 해리 어때요?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좋잖아요. 흔한 이름이고.

사실 내가 예전에 길렀던 고양이 이름이 해리였어요. 푸른 눈에 밝은 털빛을 가진 아주 예쁜 아이였는데 성격이 정말 고양이스러웠죠. 남들이 건드리면 짜증을 냈고 그 자그만 송곳니를 드러내며 물어뜯곤 했는데 나한테는 안 그랬어요. 항상 달라붙어 발밑을 맴돌고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안겨들었으니까요. 나중엔 좀 귀찮을 정도였죠 아마?

 

그 옷이 마음에 들어요? 내가 생각보다 어려보이나 보다. 그런 후드티나 청바지는 대학생 애들이나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래봬도 서른 줄이 넘었어요. 아닌 것 같아요? 이번 해리는 상냥도 하시네.

 

난 그 고양이를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부담스러웠거든요. 내 방의 물건들을 하나씩 부수는 것도 모자라 종국엔 쓸 만한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더라니까요? . 못 믿겠어? 이런. 해리는 고양이를 길러보지 않았나보네요. 걔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또 말썽꾸러기인지 그건 당해본 사람만 알아요.

 

. 다 갈아입었는데 어때요? 안경? 세상에. 이런 뿔테를 나보고 쓰라고요? 이번 해리는 칠칠맞은 너드가 취향인가보다. 좋아요. 까짓. 도수는 없죠? 어때요. 어울려요?

표정이 왜 그래요.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자 새로운 해리. 이제 침대로 가요. 당신이 입힌 이 옷을 하나씩 벗겨가며 즐기라고요.

 

아까 말했던 고양이요? 그래도 꽤 오래 길렀죠. 3년쯤 했을까? 버렸어요. 도저히 데리고 살 수 없어서. 잔인한가요? 그럴 바엔 기르지 말았어야지? 맞아요. 그렇죠. 난 그를 기를 자격이 안 됐어요. 착각에 빠졌던 거죠. 그래서 버리고 달아나서 또 달아났는데. 세상은 참 좁은 것 같아요. 고양이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거 알아요? 난 알아요. 끔찍한 일이죠.

 

어디 보자. 새로운 해리. 손이 크지 않은데 꽤 단단하고 두껍네요. 테니스나 골프 같은 걸 자주 칠 것 같아. 맞아요? 골프? 그럴 줄 알았어. 굳은살이 딱 배겨 있는 걸요. . 허벅지도 단단해 보이고.

 

깜짝이야. 왜 흠칫 놀라고 그래요? 벗겨주려는 건데. 아니면 그냥 입은 채로 박는 게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흐음. 이상하네요. 내가 얼굴이 좋긴 하지만 다른 곳도 그에 못지않을 거라 생각되는데, 왜 얼굴만 계속 쓰다듬어요? 그것도 그렇게 울먹이는 얼굴로.

 

해리. 사실 난 오는 손님마다 해리라는 이름을 붙여서 당신이 몇 번째 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요? 간단해요. 나중에 혹시 해리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만나면 전해줘요.

안녕 해리. 네가 좋아하던 작은 사슴은 이미 죽어 땅속에 썩어들었어라고.

꼭 전해줘요. 그만큼 내가 서비스 더 잘 할 테니까.

 

2017.06.23 02: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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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분위기 봐... 안녕하세요. 낯선사람. 이라고 하는데 뭔가 흠칫했다 도망가서 저렇게 살고있는 피터를 찾아온건가.... 피터 덤덤한데 속이 썩은게 보인다ㅠㅠ
[Code: bbfd]
2017.06.23 07:36
ㅇㅇ
모바일
허미 센세ㅠㅠㅠㅠㅠ분부니 찌찌 뜯어져써요 분위기 미쳤다ㅠㅠㅠㅠㅠ
[Code: 58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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