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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21:20
아이는 공과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시프트동안은 누구나 존경하고 믿고 따를 수 있는 함장이었지만 쿼터문이 닫히는 순간 아이오와의 흙먼지를 뒤집어 쓴 작고 작은 아이가 되었다. 아이는 하루의 반을 당차고 활발하게 보내고 하루의 반을 우울하고 힘없이 보냈다. 마치 페르세포네 신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것같군. 조금만 기다려봐요 곧 기운을 차릴거예요 그리고는 금방 다시 우울해지겠지만...

아이는 자신의 생일이 되면 전날부터 우울하다못해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혔다. 이 미치도록 어둡고 넓은 우주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갈피를 못잡고 미친듯이 돌아가는 아이의 방향타를 온몸으로 붙드는것뿐이었다. 한동안 땀흘리며 아이의 방향타를 겨우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생일이 지나가있었다. 매년 빠짐없이 온 세상 누구도 모르는 단 둘만의 작은 전쟁을 치르면서 나는 생각했다.

젠장 휴전도 종전도 없는 전쟁이라니 그것도 아군과 적군이 같은 팀인 상황에서

아이는 사랑에 가장 목말라보이지만 사랑을 가장 무서워했다. 딱 자신이 줄 수 있는 사랑만큼 받길 원했다. 마치 거래처럼 자, 내가 이만큼의 사랑을 줄테니 너도 이만큼의 사랑만 줘. 문제는 아이가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남들은 아무리 비루한 사랑이라도 있어보이는 척 포장을 하는 능력이 있었지만 아이에겐 그런 능력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아끼는 색종이로 얽기섥기 엮어 만든 모양새의 사랑을 구겨질새라 소중히 쥐고있는 정도였다. 아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은 그 정도였고 누구도 그런 엉망진창인 사랑을 받고싶어하지 않았다.

아이는 우울했다.

나도 위대한 세기의 사랑은 고전소설로나 봤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모두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함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와서 자신의 작고 보잘것없는 참호에서 다시 작은 전쟁을 준비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말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잖아. 이거면 충분하지 않아?


-네 사랑이 뭘 할 수 있는데


-나를 너에게 데려왔지 이 전쟁을 끝내려고
2021.01.18 21:36
ㅇㅇ
커크 안의 치열한 전쟁을 끝내 줄 본엔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f9c]
2021.01.18 21:55
ㅇㅇ
모바일
본즈 벤츠력 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엿한 함장인 커크의 이면을 오직 본즈만이 통찰하고 보듬어주는거 같아서 존나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f7a]
2021.01.18 22:01
ㅇㅇ
모바일
커크야ㅠㅠㅠㅠㅠㅜㅠ본즈가 평생 함께 해조라ㅠㅠㅠㅠㅠㅜ
[Code: 78cc]
2021.01.18 23:04
ㅇㅇ
모바일
나를 너에게 데려왔지 이 전쟁을 끝내려고ㅜㅜㅜㅜㅜㅜㅜㅜ 아 너무좋다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본즈가 끝내줄거같아
[Code: 831d]
2021.01.19 2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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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요 센세....
[Code: a0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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