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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01:17
비보를 전해 들은 황성이 발칵 뒤집혔다. 오직 황후만이 고요히 앉아 명을 내렸다. 1황자를 들라 하고 즉위식 준비를 명하여라.


“-마마, 황공하오나 국상의 준비는,”

“......그 또한 준비하라 명하여라.”


황위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다. 아직 관례를 올리기 전이나 황자의 나이가 벌써 열 넷이니...... 내가 두어 해만 섭정을 하면 될 터, 서둘러 준비를-


“마마!”

“......아무것도 아니다. 어서 가래도!”

“어마마마,”

“이리 와 어미의 곁에 앉거라.”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몹시 떨렸다. 분명 불러들인 것은 1황자 뿐인데도, 그 뒤로 갓 열두 살이 된 쌍둥이 공주와 2황자가 따라 들었고 젖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공주마저 유모의 품에 안겨 들어왔다. 둘째 공주 때에 워낙 힘겹게 몸을 푼 탓으로 황후의 몸은 한 해가 거의 지난 지금까지도 이전같지 못했다. 어마마마. 1황자가 차게 식은 어미의 손을 굳게 마주잡았다.


“......소식은 들었느냐.”

“......예.”

“네가 해야 할 일을 알 게다.”


부황의 뒤를 이어...... 황후가 기침을 토해내며 휘청였다. 백짓장처럼 창백한 낯이 되었으나 그 눈빛만은 형형하였다. 그분께서 어찌 쌓아올리고 지켜내신 것인데, 여기서 내가 무너질 수야 없다. 지아비를 잃은 황후는, 적어도 다섯 해는 제가 버텨내야 함을 알았다.








젊은 황제 준첩이가 친히 원정을 나갔다 국경에서 전사하고
그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은유 황위에 올리고 안간힘을 써서 위태로운 나라 지탱해내는 태후 주일룡 보고싶다
이제 갓 돌 지난 진연이 제대로 안아주고 어여삐 여겨 기르기는 커녕 불안한 정국을 헤쳐나가며 섭정하느라 제 몸조차 돌보질 못했으면
가끔 너무나도 모든 것이 힘에 부칠때면 선제의 위패가 있는 빈전에 앉아서 향을 사르며 밤을 새우고.......

딱 다섯 해만 버티면 된다, 저 아이가 자라 황위를 온전히 이으면, 그 때에는. 밤이 이슥하도록 위패 앞에 앉아 있다가, 어린 공주며 황자가 잠들어 있는 것을 돌아보고 나서 아비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할 어린 것이 어미의 기척을 알고 칭얼대는걸 안아 재우겠지.



다섯 해 하고도 몇 달 뒤에 은유가 약관이 되어서 태후의 섭정이 끝나고,
해음이랑 산우도 열 여덟 장성한 나이가 되겠지. 막내 진연이만 여섯 살. 황제의 관례가 끝나고 태후가 촛불이 꺼지듯 쓰러지면 좋겠다. 그동안 몸과 마음을 너무 많이 상해서.

고작 여섯 살의 어린 장공주는 몰랐겠지만, 새 황제며 쌍둥이들은 알고 있었겠지. 모후를 움직이는 것은 그저 부황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이었다는 거. 누구보다 저희를 사랑하는 모후가, 모든 것을 바쳐 연모하였던 것은 부황이라는 사실을 다들 잘 알고 있었어서.


정작 태후는 말리는 이들의 말 따위는 죄 물리친 채 여전히 선제의 위패에 향을 올리고 밤낮으로 문안을 드리겠지. 그러다 피를 토하며 혼절해서, 사흘 동안 사경을 헤매고도 고집을 부렸으면 좋겠다. 제 힘으로는 침상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몸이 약해진 뒤에도, 산우를 불러서 어미를 안아 옮겨달라 해가면서까지 위패를 매일 찾았으면...... 그렇게 서너 달이나 겨우 지났을까, 은유를 비롯한 네 아이가 보는 앞에서 태후가 고요히 숨을 거뒀겠지. 불혹을 조금 넘긴 젊은 나이에, 오래 앓지도 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저 아비의 얼굴도 모르는데 어미마저 흐릿하게 밖에는 기억하지 못할 어린 공주의 손을 쥐고, 무어라 들리지 않을 말을 속삭이다 숨이 잦아들었겠지. 채 감지 못한 눈을 감긴 건 은유였을 듯. 이제 부황 곁에서 편히 쉬십시오, 모후. 아무도 소리내어 울지 못할 것 같음.







준첩이가 먼저 떠나면 롱거도 오래지 않아 무너질 것 같음
아이들, 준첩이가 남겨둔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겨우 움직이다가, 그 책임마저 흐릿해질 때가 되면 그저 부서지겠지. 오히려 롱거 먼저 떠나보낸 준첩이보다 더 많이 더 처절하게 무너질듯

그런데 아이들도 너무 많이 사랑해서, 숨이 끊길때까지도 걱정이며 미안함에 눈도 못 감으면 비극적이고 좋을듯





황준첩주일룡 황룡
2020.11.24 01:19
ㅇㅇ
모바일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dff]
2020.11.24 01:40
ㅇㅇ
모바일
아 왠지 큰 아들 같은 준첩이가 먼저 가면 너무 사랑해서 무너질 것 같아
[Code: 9e59]
2020.11.24 02: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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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센세가 날 울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d5e]
2020.11.24 04: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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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ㄹㅇㅠㅠㅠㅠㅠ아이들 사랑하지만 서로에겐 서로가 첫번째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를 쓰고 버티고 스러진다는 거 정말 그럴걸 같다ㅠㅠㅠㅠ
[Code: 3544]
2020.11.24 0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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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Code: 05f0]
2020.11.24 08: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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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센세ㅠㅠㅠㅠㅠㅠ 사랑해서 버티고 사랑해서 무너진다니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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