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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20:35
그런 깡식이가 대장님에게 반하는게 내기준 머장깡식의 꼴포임

깡식이는 여러모로 어려운 사람이라서 불팡동에서 제일 인기 좋은 꽃집 사장님인데도 쉽게 다가서는 이들이 없을듯 눈에 띄는 외모도 그렇지만 타고난 성격인지 일부러 그러는건지 남들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것처럼 선을 그으며 행동하거든 게다가 매번 인상쓰고 있는 표정도 한몫함 깡식이는 습관적으로 얼굴을 구기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쪽 다리가 성치 않아서 그런 것 같음 그나마 같은 골목에서 깡식이를 오래 봐온 사람들은 꽃집 사장님의 집중하는 표정 또한 미간을 찌푸리는거란 걸 알고 있을거야 하지만 알고 있기만 하지.. 그 사람들도 지금 깡식이가 꽃다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님 다른 일로 화가 나서 인상을 찌푸리는 건지 구분하진 못함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깡식이를 싫어하진 않음 속을 알순 없어도 마치 언제라도 훌쩍 떠날 사람처럼 굴어도 사실 깡식이가 사람 좋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거든 정성스레 키운 화분을 아쉬워 하며 보내는 모습은 얼마나 인상깊었던지 몰라 화려한 꽃다발들도 매번 값싸게 팔고..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깡식이는 모두에게 벽을 두며 살았고 사람들은 그런 깡식이를 안쓰러워하고 두려워하면서도 하루빨리 이 동네에 뿌리내리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러던 어느날 깡식이네 꽃집에 꽃다발 대여섯개가 한꺼번에 예약됨 평소와 다른 예약전화에 깡식이는 조금 부산스레 움직이며 꽃다발들을 체크했음 하나는 시청에서 주문했는데 최대한 크고 화려하게 해달란 요청이였어 보통 이런 식의 주문이면 기념식에 쓸 예정일테니 사진이 잘나오게 색을 배합하면 될거야 나머지 예약들은 평범한 주문이었지만 참 특이하게도... 배송지가 다 똑같은 장소였음

"대장님이 돌아오셨나보네요,"

"'누구요?"

"사장님은 모르시나? 아, 그러네, 대장님이 등정갈 때 가게 열었으니까."

약 1년 만의 장기 등정을 끝내고 돌아온다는 남자는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음 깡식이 빼고 우리나라에서 최연소로 히말라야를 등정했다나, 각종 신기록들을 세우며 산을 제패한다나, 강연도 하고 책도 내고...

"...한가지 단점이라면 대장님은 정착을 안해요,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있다가 나갈지 몰라"

그 얘기와 함께 시청에서 주문한 꽃다발도 대장님을 위해서라는 말까지 전해주겠지 깡식이는 어째 좀 기분이 다운되어선 꽃다발을 마무리했어 어차피 금방 떠날 사람에게 깡식이는 한나절 동안 여러 꽃다발들을 만지고 있다는 게 좀 기분나빴어 평생 수십번이고 받아본 꽃다발이겠지 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꽃에 관심 가져본 적있을까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져본들 구석탱이에 쑤셔박아 놓고는 썩어갈게 분명했음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똑같았어 깡식이는 미간을 조금 찌푸린채 먼저 예약시간이 다가온 시청 건의 꽃배달을 나갔음 중고 다마스를 몰고 배달지로 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깡식이에게 몰렸지 화려한 얼굴의 남자가 옆구리에 자신만큼 화려한 꽃다발을 들고 휘적휘적 걸어가니 당연 구경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음 깡식인 애써 시선들을 모른척 한채 배달을 끝냈음 다마스의 작은 운전석에 몸을 구겨넣기 전에 깡식이는 우연히 꽃다발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어

깡식이 만큼 주변에 사람들을 몰고 다닌 남자는 키가 워낙 커서 얼굴이 깡충 올라와 있었는데 어깨까지 기른 장발까지 눈에 띄었음 게다가 번뜩이는 안광이란.. 무척이나 서늘한 눈빛은 마주하는 사람을 섬찟하게 만들 정도로 날 서 있었음 고독한 짐승같은 눈이었지 깡식이는 비슷한 눈을 오래전 몇번 봤었어 가까이하면 안될 사람이다.. 직감적으로 느껴졌음

그런데 깡식이의 본능과 다르게 대장님이 지나갈 수록 사람들은 점점 그에게 달라붙지 뭐야 저렇게 무시무시한 눈을 가진 남자에게..? 깡식이는 이해가질 않았어 대장님, 대장님, 하고 남자를 부르면 남자는 살짝 입꼬리를 올릴뿐이었음 그때 시청 밖으로 사람들이 더 튀어나왔어 남자가 동네 유명인사가 맞긴 한가봐 뭐가 좋다고 대장님을 보겠다고 하나 둘 나오는데, 때마침 깡식이가 방금 꽃다발을 전해준 직원까지 달려나왔어 꽃다발을 그대로 들고 오면서..

그런데 남자가, 꽃다발을 건내받더니 참 우습게도 눈꼬리를 사르르 접으며 웃지뭐야 정말 예쁘네요, 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깡식이도 들을 수 있었어 깡식이는 대장님이 인파에 휩쓸려 시청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바라보고 나서야 시동을 켰음 한참을 차 안에 앉아있다가 깡식이는 미처 완성 못한 꽃다발들이 생각나 운전대를 돌렸지

뭐 이런거..
깡식이가 그냥 난데없이 대장님한테 반해버리는 게 좋다...
그냥 잠깐 기분이 이상한 것 뿐이라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며칠 뒤 대장님이 꽃집에 찾아오겠지 뭐 그동안 관리못한 뒷마당 잡초나 뜯으려고 모종삽 사러 왔는데.. 깡식이가 만들고 있던 꽃다발을 보더니 제가 얼마전 꽃다발을 여럿 받았거든요 혹시 사장님이 해주신건가요? 라고 알아봐서 깡식이는 한번 더 심장 벌렁대고..
또 산타면서 봤던 야생동물보다 더 경계심 쩌는 깡식이를 대장님이 호기심넘친 눈으로 대해줄 것 같다 어차피 이번에도 잠깐 쉬었다가 일할 생각이었던 대장님은 깡식이의 귀여운 반응에 아.. 사장님이 나 한테 좀 웃는 건 봐야 속시원할 것 같은데.. 밥 한끼는 먹고 가야 찝찝한 것 없이 일 할 수 있을텐데.. 손이라도 잡아봣으면.. 입술 좀 맞닿... 등등 깡식이에게 조금씩 스며들어서 어느새 깡식이 좋아하게 됐을듯
아..아무튼 그런게 보고싶다..
뭔가 둘다 마음 다잡으면 훌쩍 사라질 것처럼 살아놓고는 서로가 너무 좋아서 어디 안가고 같이 살았음 좋겠음.. ㅎ...

메이로저
2020.07.14 20:47
ㅇㅇ
모바일
아 센세 머장깡식 캐해석 너무좋다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437]
2020.07.14 20:57
ㅇㅇ
모바일
진짜 ...쩐다....미쳤다ㅠㅠㅠㅠ천재야ㅠㅠ
[Code: 164b]
2020.07.14 21:56
ㅇㅇ
모바일
아 막줄에 확 치인다 크윽 ㅜㅜㅜㅜㅜ
[Code: 3519]
2020.07.14 22:00
ㅇㅇ
모바일
크으으으으으 기승전결 설정 갓벽하다 갓벽해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서로 스며들어 사는 머장깡식 실존할 거 같다고ㅠㅠㅠㅠㅠㅠㅠ
[Code: 9856]
2020.07.14 22:48
ㅇㅇ
모바일
ㅁㅊ 개좋다 발목 줘 센세.. 결혼예물로 발목에 뭐 좀 채워줄게
[Code: 1c07]
2020.07.14 22:51
ㅇㅇ
모바일
대장님 보자마자 어떤 사람인지 직감하고도 첫눈에 반해버린 깡식이 존나 운명적이다 대장님이 눈썰미로 꽃다발 알아보고 깡식이한테 스며드는 것도 개좋아..... 존나 좋아 크아아
[Code: 1c07]
2020.07.14 23:52
ㅇㅇ
모바일
하... 머장님이 이런데 깡식이가 어떻게 안반해요... 센세 제발 마지막 문단 압해가자ㅠㅠㅠㅠㅠㅠ
[Code: 75c6]
2020.07.14 23:53
ㅇㅇ
모바일
이건 진짜 머장깡식의 바이블로 삼아야한다고ㅠㅠㅠㅠㅠㅠ
[Code: 75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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