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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01:33

보고싶다

내맘대로 ㅈㅇ
약간의 수정 있음







대부분 긍정수인인 피터도 이유 없이 축 쳐지는 날이 있을 것 같다. 그날은 아침부터 그랬겠지. 눈 뜨고 나왔더니 아침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에는 쪽지가 놓여 있을 거야. 

- 급하게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할 것 같구나. 대디는 새벽에 들어와서 좀 더 잘 거야. 밥 잘 챙겨먹고 저녁에 보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렴. 사랑하는 파파가. 

평소라면 단정한 글씨에 묻어나는 애정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 텐데 오늘 같은 날은 그것도 쉽지 않았어. 그래도 쪽지를 조심스럽게 접어서 주머니에 챙겨 넣고, 피터는 자리에 앉았지. 바쁜 와중에도 아침을 다 차려두고 나간 파파의 정성이 있었으니까. 








그날의 일진은 엉망이었어. 버스를 놓쳤고, 이미 늦은 거 좀 더 걸어서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볼까 터덜터덜 걷다가 괜히 시비도 한 번 걸렸어. 어렵지 않게 시비를 거는 놈들에게서 빠져나왔지만 나온 직후에 제 앞을 쌩하니 지나가는 차가 흙탕물을 튀겼지. 그걸 피하다가 지나가던 어린애에게 부딪치고 말이야.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를 건네고 난 후에는 정말 기운이 쭉 빠졌어.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오늘은 눈을 뜬 순간부터 우울했으니까.

지잉, 문자가 온 건 피터가 한숨을 다섯 번쯤 더 쉬었을 때였어. 발신자는 해리. 내용은 별 거 없었지. 

- 뭐해? 

해리는 오늘 피터가 아침 강의가 있는 걸 알았어. 아마 쉬는 시간에 문자를 확인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피터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지. 

- 학교 가는 중 
- 늦잠 잤어? 
- 아니 

그리고 곧장 전화가 울렸지. 

"Hello?" 
= 핏. 
"응." 
=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 기운이 없는 것 같아서. 아니야? 

피터는 해리와 뭔가 특별한 문자를 주고 받았나 잠시 고민했어. 생각해보나마나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피터는 조금 웃으면서 물었지. 문자만 보고도 내 상태를 알 수 있어? 해리는 그런 걸 왜 묻는지 모르겠다는 말투로 대답했어. 당연히. 

"어?" 
= 네 일이잖아, 핏. 난 가끔 누가 나한테 칩이라도 심어놓은 게 아닌가 싶어. 피터 스타크-로저스 전용으로. 
"그게 뭐야..." 
= 진짜야. 문자만 봐도 감이 와. 지금 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오늘은 블루 스위티라는 느낌이 들었지. 

장난스러운 말투에 피터는 조금 더 웃었어.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다는 게 느껴졌지. 해리의 뒤에서 조그맣게 회의가 있다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피터는 조그만 기계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를 만끽했어. 이따 다시 전화할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다정했지. 기분이 다 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의 두어개 쯤은 버틸 만 할 것 같았어.










"저 왔어요." 
"피터." 

피터는 인기척에 돌아보는 브루스와 발을 까닥거리며 손을 드는 버키에게 인사를 건넸어. 대디는요? 묻는 말에 버키가 방금 제가 들어온 문밖을 가리켰지. 

"확인할 게 있다고." 

브루스가 버키의 행동에 말을 이었지.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피터를 보며 브루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어. 버키는 피터를 빤히 보다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지. 

"어.. 어디 가세요?" 
"잠깐." 

금세 멀어지는 버키의 뒷모습을 보다가 피터는 제 앞으로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돌렸어. 브루스가 머그컵을 들고 있었지. 어느새 준비한건지. 잘 먹을게요. 감사인사를 건네고 머그를 들어올리다 피터는 멈칫했어. 단내가 났거든. 커피가 아니네. 중얼거리는 말에 브루스는 여상하게 답했어. 

"기분이 별로일 때는 단 게 좋지." 

머그에서는 핫초코가 찰랑거리고 있었어. 머그가 손에 닿은 부분부터 온기가 차올랐지. 









핫초코를 거의 다 비웠을 때쯤 버키가 돌아왔어. 버키는 뭘 잔뜩 든 채 나타샤와 함께 들어왔지. 피터는 냇에게 인사를 건네다 제 앞으로 쏟아지는 과자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어. 제가 좋아하는 포테이토칩만 한가득이었지. 냇은 멍청하게 눈만 깜박이는 피터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마 이건 버키와 나타샤 나름의 위로일 거야. 둘 다 아직 피터를 어린 아이로 보고 있나봐. 피터는 웃었어. 








그 많던 과자를 반 정도 해치웠을 때 토니가 들어섰지. 스티브도 함께였어. 널브러진 과자봉지를 보며 스티브가 입매를 굳혔지. 태평하기 짝이 없는 버키와 나타샤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토니는 그런 스티브를 툭툭 치고 웃으면서 피터에게 물었어. 

"집에 갈까?" 

치즈버거도 같이. 덧붙이는 말에 스티브는 한숨을 내쉬었고 피터는 킥킥 웃었어. 아무 말도 없는 한숨이라니. 저건 허락이라는 소리니까. 스팁, 당신 건 양상추 많이 넣어달라고 할게. 선심 쓰듯 말하는 토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피터는 저는 치즈를 더블로 하겠다고 말했지. 토니는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어. 여느때와 같이.



















슈팸이 보고 싶어서 시름시름 앓는다



2017.03.28 01:45
ㅇㅇ
모바일
흑흑....어나더가 없으면 죽는병ㅇ0 걸렸아요 센세ㅠㅠㅠㅠ
[Code: cbf2]
2017.03.28 01:49
ㅇㅇ
모바일
센세 재업은 뭐다? 어나더다!
[Code: fc34]
2017.03.28 02:00
ㅇㅇ
모바일
분위기 존나 좋다ㅠㅠ 평범한 일상 중에 어느하루라는 느낌이 좋아ㅠㅠㅜ
[Code: 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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