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33294347



둘이 결혼하면 콜사인 이름에 걸맞게 새벽같이 일어나는 루스터가 먼저 씻고 아침 준비하겠지. 원래 혼자 살 땐 아침에 가볍게 조깅도 했는데 행맨이 저녁 조깅을 한대서 결혼 이후에는 패턴 맞추느라 저녁에 조깅 할거야. 그럼 조깅 하는 시간이 남을텐데 그 시간에 자는 행맨 모습이나 구경하겠지 결혼 초기엔 그루밍 안 된 모습 보여주기 창피하다면서 행맨 기준으로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루스터보다 먼저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헤어 세팅까지 마친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는데 그럼 40분은 먼저 일찍 일어나야 함.
그걸 한 두번 하면 모를까 매일같이 계속 한다는건 불가능했음 거기다 행맨은 주말까지도 쉬지도 않고 일찍 일어나서 그루밍을 해놓는 바람에 더 피곤하겠지. 루스터가 자기야 안 그래도 자기는 언제 봐도 예뻐 눈곱을 달고 있어도 예쁘다니까 그렇게 말 해도 오히려 행맨이 치를 떨면서 끔찍한 소리 하지말라고 질색팔색 하겠지. 루스터 시무룩해져서 아니 진짠뎅...중얼거리지만 행맨한테 안 닿을듯


근데 행맨도 인간인지라 거의 매일을 한 시간씩 일찍 기상하는게 쉽지는 않겠지 그것도 주말도 없이 일주일에 7일을 그러고 있으면 아무리 행맨이라도 지침. 거기다 애초에 행맨은 하루치 체력을 바깥에서 다 쓰고 집에 오면 녹은 마시멜로처럼 되는 타입이라ㅋㅋㅋ 집에 오면 바깥에서 그렇게 빨빨 거리면서 온갖 사람들한테 기웃기웃 하던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느적 거리면서 자기야아...나 물 좀...하는 타입인데 일주일에 7일을 그렇게 부지런하면 당연히 힘듦.
거기다 어제 불타는 밤ㅋㅋㅋ이라도 보낸 날이라면 더 피곤할텐데 행맨은 독하게 새벽 몇 시까지 뜨밤을 보냈는지에 상관 없이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나중엔 루스터가 일부러 일어났는데도 행맨보고 더 자라고(진짜 자지는 않더라도 그냥 침대에서 뒹굴거리라고) 눈 감고 그냥 누워있을때도 있겠지. 마음 같아서는 일어나서 허리 마사지도 해주고 찜질도 해주고 싶고 그런데 얜 왜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거야 싶고... 나는 너의 어떤 모습을 봐도 다 예쁘고 잘났고 귀엽고 그런데. 머리가 뻗치면 뻗치는대로 귀엽고 눌리면 눌리는대로 귀엽고 내가 못 보던, 모르는 모습은 이런거였구나 새록새록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얘는 왜 이렇게 정제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음.



그래서 어느날 주말은 아...오분만 더 자고 일어날까? 했다가 그냥 그대로 딥슬립 해서 내리닫이 무려 3시간을 더 자버림. 그동안의 피곤이 축적된거겠지. 루스터가 눈 떴을 때 평소처럼 당연히 그루밍 끝나고 모든게 세팅되어 있는 행맨이 반겨줄줄 알았는데 집안이 조용해서 반사적으로 옆을 쳐다보면 자기쪽으로 몸을 돌아눕힌채 색색 잠자고 있는 행맨이 보일거임. 그럼 잭팟이다 외치고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이불 안으로 들어간 다음 팔베개 하고 옆으로 누워서 행맨 얼굴 정면으로 쳐다보겠지. 얜 왜이렇게 콧망울도 예쁘지 이마랑 콧잔등은 왜 이렇게 빤딱빤딱 할까 싶고.

어제 너무 귀여워서 코 끝을 앙앙 깨물었더니 짜증을 내면서 밀어낸 것도 생각나고. 시선을 내리면 목덜미 아래로 곧게 뻗은 쇄골에 옅에 자국 남아있고. 진하게 남기면 티셔츠 입을 때 신경 쓰인다고 그래서 마음껏 남기지는 못 하고 살짝 남겼는데 괜히 손가락 끝으로 살살 쓸어보고. 혹시 깰까봐 숨까지 참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아주 살살 솜털 쓰다듬듯이 쓰다듬어볼건데 그럼 이전에 남겼던 자국이 옅게 남아있겠지. 노랗게 변해서 주변부 살과 별로 차이 없어보이지만 남긴 사람은 알겠지 여기에 남겼다는걸.

그렇게 한참을 얼굴은 눈으로 쓸고 쇄골은 손가락으로 쓸면서 한참을 각막에 새길 것처럼 바라보다가 행맨이 눈 찡긋찡긋 하면 바로 왜 눈을 찌푸리는지 알겠지. 암막 커튼이 안 쳐져 있던거야 어쩐지 얼굴이 잘 보이더라. 호다닥 일어나서 살금살금 뒤꿈치 들고 조용하게 커튼을 치는데 그럼 또 행맨 얼굴이 잘 안 보일거아냐 행맨 빛에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밝으면 잘 못 자는 예민체질일듯. 그래도 행맨이 더 자는게 중요하니까 싹 다 치고 또 살금살금 들어와서 잘은 안 보이지만 또 어두워져서 눈이 어둠에 익으면 익는대로 또 가만히 쳐다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루스터도 스르륵 잠이 들듯. 


그리고 행맨이 또 루스터가 다시 잠든 뒤에 일어나는데 사방은 조용하고 아직 깜깜한 것 같으니까 다시 잠들겠지. 사실 루스터가 빛 한움큼도 못 들어오게 꼼꼼하게 쳐놔서 한밤중이라고 착각 할만큼 어두운데 그래서 또 착각하고 행맨이 잠들어버리고 그 다음에 루스터가 일어나고..이걸 반복하다가 행맨은 평소보다 몇 시간을 더 자버린거지. 눈 뜨니까 정오 다 되어가서 핸드폰으로 시간 확인한 행맨 기겁하고 끄아아악 하면서 일어나는데 그럼 루스터도 덩달아서 뭐, 뭐야 자기야? 뭔 일이야? 눈 퉁퉁 부은채로 비몽사몽 하면서 더듬더듬 손 더듬어서 행맨 끌어안겠지. 뭔지도 모르는데 잠결에 행맨이 비명 지르니까 일단 안고보는 루스터ㅋㅋㅋ

"뭐, 뭐야? 너 왜 이 시간까지 왜 안 깨웠어?"
"어? 어...너 피곤한거 같아서 좀 더 자라고? 어우 깜짝이야 자기야 왜 소릴 지르고 그래애...놀랐잖아"

루스터가 행맨 어깨에 이마 처박고 웅얼거리고 있으면 행맨 기겁해서 루스터 밀어냄. 어제 새벽 내내 뒹구느라 머리 당연히 엉망일거고 눈도 당연히 부어있을거고 얼굴은 푸석할거 같은데 냅다 루스터가 입술 들이대서 기겁 하면서 밀어냄. 야 나 아직 세수도 안 했고...! 거의 비명 지르면서 도망가는데 루스터 힘을 어떻게 당함 그냥 꽉 안겨서 빨래 쥐어짜이듯이 그 큰 품에 안겨서 그냥 쭈압쭈압이나 당함.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임 자기야 괜찮아 나 양치하고 왔어ㅎㅎㅎ 아니 내가 안 괜찮다고 난 양치도 세수도 아무것도 안 했다고!! 속으로 비명 지르면서 바둥거려도 못 당하고 결국엔 루스터가 자기가 원하는만큼 채우고ㅎㅎㅎ 행맨 놔줄듯.




결국 행맨 좀 퉁퉁 부은 눈 하고 입술도 댓발 나온채로 아침도 아니고 아점도 아니고 그냥 점심 먹을건데 루스터가 간만에 솜씨 부려서 이것저것 많이 차려놓음. 맛있긴한데 준비 안 된 모습 보여줘서 민망하기도 하고 그냥 이참에 때려칠까 싶기도 하고.. 근데 루스터가 손으로 꽃받침 한 자세로 자기야ㅎㅎㅎ 되게 귀엽다ㅎㅎㅎ너 아침에 이렇구나 왜 안 보여줬어 이렇게 귀여운데ㅎㅎㅎ 하고 있어서 너 진짜 콩깍지 심하다며 손가락으로 이마 밀어내는데 그래도 루스터는 좋다고 웃겠지. 

"자기야 말 나온김에 너 그거 이제 그만해. 매일 피곤하잖아."
"실망 안 할거야? 나중에 뭐라 하면 안 된다?"
"자기야 내가 늘 말하잖아. 내가 너한테 처음으로 반한게 꽐라되서 내 어깨에 기댔을 때라니까."
"아 진짜 그 얘기 그만 좀....귀에서 피날거 같애"

행맨 질색하면서도 싫은 눈치 아니라서 좋아하는 루스터랑 왜 남의 꽐라 된 모습을 보고 반했지 더 잘난 모습도 있었을건데 아쉬워하면서도 루스터가 좋다니까 그냥 좋은 행맨이겠지



 야 너 그거 콩깍지야



응 콩깍지야



환장하겠네. 그렇게 좋아?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