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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가 달아난 이후, 아테나의 그림자가 스치는 곳마다 전쟁과 반목이 일어났어. 어린아이들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칼의 끝을 뾰족하게 깎았고, 사소한 사랑다툼에 온 집안이 피를 보는 일도 잦았어. 신하들은 왕의 자리를 넘보려 혈안이 되었으며 왕들이 그런 신하들의 목을 치는 일이 허다했지. 평범한 일상도 이런데 전쟁은 어떻겠어?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 일으키던 전쟁은 얼마나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지 겨루는 피의 축제로 전락해버렸어. 많은 사람이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던 아테나는 이제 만인이 기피하는 신이 되었어.






한편, 페르세포네는 동물 가죽이 깔린 신전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턱을 괴고 아라크네를 빤히 바라봤어.

"참으로 기이하다. 이승과 저승 모두에서 살아보았지만 너처럼 특이한 것은 본 적이 없어. 본디 죽은 사람의 몸을 물화하면 영혼 없는 껍데기가 되는데, 어찌하여 너는 영혼이 깃들어있느냐? 아무래도 너의 혼이 원통해 저승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렸나보다. 내가 명계로 데려다주마."

페르세포네가 아라크네를 집어들려 하자 아라크네가 무는 시늉을 하며 페르세포네를 위협했어.

"맹랑하구나. 명계에 가기 싫은 것이냐?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보아라."

아라크네는 신전 기둥을 타고 높이 올라가 천장 모서리에 작은 거미줄을 쳤어. 거미줄에는 인간 모습의 아라크네가 하늘 위에 놓여 있었어. 페르세포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라크네의 그림이 무슨 뜻일지 추측했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것이냐?"

아라크네는 고개를 저었고, 페르세포네는 별이 되고 싶은 게냐, 다시 살아나길 바라느냐, 물었지만 모두 아라크네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어. 결국 답답해진 페르세포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어.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말을 마칠런지. 다른 방법을 알아보아야겠다."

페르세포네는 신전을 지키는 사슴들에게 주위를 철저하게 감시하라 이르고 어디론가 떠났어.





홀로 남은 아라크네는 신전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장문 한 켠에 거미줄을 치고 힘을 풀었어. 같은 신전인데 이리도 다를 수가 있는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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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지나, 페르세포네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용암을 맨발로 밟으며 생각했어.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고 말이야. '코레'라고 불리던 시절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 두려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 이와 함께 살던 때엔 만사가 지루했지. 명계에 있는 존재를 축복하고 저주해봤자 이미 죽어있는 목숨이니 흥미가 덜했거든. 그리고 자유를 얻은 지금, 살짝 피로를 느끼려던 차에 마음에 쏙 드는 존재를 찾은 거야. 페르세포네는 납치 이전 순수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자조했어. 명계에 끌려가기 전에는 코레도 신의 말은 절대로 어길 수 없는 것이라 굳게 믿었어. 인간, 님프 등등 미천한 존재를 다스리려면 그러한 권한 정도는 기꺼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석류 여섯 알을 삼킨 이후 신들이 자신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며 신의 권능을 비웃게 되었어. 결국엔 신들의 규칙도, 맹세도 모두 손바닥 뒤집듯 어길 수 있는 것이구나. 그 뒤로 페르세포네는 세상의 빈틈을 찾아 신들을 농락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화산의 밑바닥에 도착한 페르세포네는 불길에 쇠를 달구고 있는 이에게 말을 걸었어.

"헤파이스토스, 긴히 요청할 물건이 있어 직접 찾아뵙습니다."

"페르세포네? 이 먼 곳까지 어인 일이냐?"

"영혼을 비추는 거울을 만들어주실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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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온 아테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었어. 반듯한 얼굴과는 다르게 전쟁의 신이란 칭호를 단 그는 아테나를 보고 싱긋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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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는 어제보다도 많은 피를 묻힌 것 같아? 이러다 인간의 피로 목욕을 한다는 소문이 돌겠어."

"용건이 뭐야."

"내가 누이를 보려는데 용건이 어디 있겠어. 그저 잘 지내고 있나 살펴보려는 거지."

"그래, 너는 겉과 속이 다르지도 못할 만큼 단순한 놈이니까."

"누이는 항상 나를 낮추어 보지. 하지만 누이가 그 하찮은 생물에 목숨 거는 동안 나의 입지는 더 강해졌어. 이제 사람들은 내 신전에 제물을 싸들고 찾아와 정의를 부르짖어. '오, 아레스시여, 부디 정의로운 편에 서주소서.' 그토록 정의를 외치고 다니던 누이가 이렇게 정신 나간 전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이게 나의 본 모습이야."

"누이가 계속 그 길로 간다면 나야 나쁠 것 없지. 하지만 동생으로서 조언하는 거야. 이제 그만 둬. 인간들이 혼란스러워 하잖아."

"아라크네가 다시 돌아오기 전에는 그럴 일 없을 거야. 나를 멈추고 싶다면 나를 도와 그 거미를 찾아."

아레스는 "아유, 그런 복잡한 일에 끌어들이지 마."라 말하며 뒤를 돌아 걸었어. 네 걸음쯤 걷던 그는 다시 아테나에게 몸을 돌렸어.

"내가 도와준다면 난 무엇을 얻지?"





맥뎁너붕붕
세이디너붕붕
틴민
2024.04.28 07:40
ㅇㅇ
모바일
세상에 아레스 틴민이라니...!
[Code: c5a5]
2024.04.28 08:34
ㅇㅇ
모바일
세상에..!! 센세 어나더는 사랑이야
[Code: 3036]
2024.04.29 11:01
ㅇㅇ
너무 재밌어서 행복해요 센세...
[Code: 9f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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