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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8 21:47
대만태섭
ㅈㅇㅁㅇ
선배는 왜요. 아까 후배들 예뻐해주던 얼굴에서 확 달라지니까 농구부 유일한 3학년은 억울해죽음. 저 녀석들은 잘했다고 머리 만져주면서 공 던지는 족족 3점슛 쏘는 나한테는 뭐 안해주냐?! 노발대발하는데 주장은 들은 척도 안 함. 자자, 훈련합시다! 박수 2번으로 상황을 종료시키는데 입이 댓발 나온 3학년의 얼굴을 보고 남몰래 한숨 쉼. 백퍼 삐졌다.... 저 인간은 대체 선배인지 후배인지.... 아무래도 이따 하교할 때 꽤나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장 다시 불러서 예뻐해주기에는 타이밍도 놓쳤고 연애한다고 광고하는 꼴 같아서 하지도 못함.
주장의 예상대로 하굣길의 3학년은 단단히 삐져서 그 녀석들이 그렇게 좋으면 집도 같이 가지 왜 나랑 가냐? 라며 계속 툴툴거리니까 한숨 크게 쉬고 3학년 멱살 잡고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가서 불만 가득한 입술을 막아버리겠지. 입꼬리 올라가는게 잘 느껴져서 열 받은 주장이 입술을 떼려고 하는데 뒷통수에 커다란 손이 덮혀선 맘대로 떼지도 못 함. 그렇게 3학년, 한 살 위의 정대만이 원하는만큼 입술을 빤 후에야 송태섭은 골목을 벗어날 수 있었음. 아직 열이 오른 얼굴로 성큼성큼 먼저 가버리면 뒤에선 그새 화가 다 풀린 목소리로 태섭아~ 같이 가자~ 하는데 그 순간엔 얼마나 얄밉던지. 키스했다고 화가 풀리다니, 진짜 단순하다고 생각하면서 저 인간이 저보다 연상이라는게 믿기지가 않는 태섭이었음.
하지만 정대만은 연상이 맞았음. 저 미국 가요. 대만이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공원에서 보자고 했고 먼저 와서 벤치에 앉아있는 대만이 옆에 앉자마자 태섭이가 한 얘기였음. 이렇게 금방 말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 말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만이한테 가장 마지막으로 말하게 됐음. 분명 알음알음 들었을텐데, 정대만 성격이라면 듣자마자 찾아와서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을텐데 태섭이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 어쩌면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도 그럴게 이렇게 큰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했으니까. 태섭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만이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음.
태섭아.
마침내 대만이의 입이 열렸고 이름만 불렸는데도 어떤 선고 같았음. 이제 우리 사이는 여기까지라는 듯한 선고. 태섭이는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말아쥐었음.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어느새 이별을 기정사실화 시킨 태섭이에게 떨어진 처형은 대만이의 포옹이었음. 말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예상치 못 한 말도 함께였지. 왜 이제야 말하냐고 탓하지도 않고 그럼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지도 않고 그저 말해줘서 고맙다고만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음. 울지 않으려고 대만이 어깨에 두 눈을 묻어버렸는데 익숙한 커다란 손이 다정하게 태섭이의 뒷통수를 쓰다듬는 바람에 결국 눈물이 새어나왔지.
난 그래도 네가 직접 얘기해주면 좋겠어서 기다렸거든. 네가 말 안 하는 이유야 뻔하니까.
.....화 안 났어요?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른다면 그랬겠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가.....
넌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안았던 팔을 푼 대만이가 태섭이의 눈가를 닦아준 다음 태섭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꾹 눌렀음.
이 작은 머리통으로 나랑 어떻게 끝낼 지 생각한 거잖아.
대만이의 말이 맞았음. 태섭이는 자신의 유학으로 불안해질 둘의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했지. 태섭이 혼자 수많은 가능성을 점쳐봐도 정대만과의 끝은 결국 헤어짐이었음. 정대만을 이렇게 계속 차지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지. 아마 지속되지는 못 할 거라고, 보통 롱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라고 다를 것 없다고 여겼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지. 그래서 자꾸만 대만이에게 말하는 것을 미루게 되었고. 하지만 정대만은 그런 송태섭을 이미 꿰뚫고 있었음. 눌렀던 손가락을 내리고 태섭이의 손을 잡은 대만이었지.
근데 태섭아, 난 너랑 끝내고 싶지 않아. 아니, 끝내기 싫어. 넌 나랑 끝내고 싶어?
......아뇨.
그럼 된 거잖아. 왜 끝낼 생각을 해.
희미한 희망조차도 없다고 생각한 송태섭 앞에 정대만의 한마디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음. 하지만 송태섭은 여전히 머뭇거렸지.
날 기다릴 수 있어요?
왜, 못 기다릴 것 같아?
그건 너무......
응.
....내 욕심만 채우는 거잖아요.
내 욕심으로 너 기다리는 건데.
네?
난 너 아무한테도 못 줘. 계속 내거로 만들려고 내 욕심 부리는 거야.
맞잡은 손을 더욱 단단히 잡고 태섭이 눈 앞에 흔들며 그러겠지.
너 나한테 잡힌 거 잊었냐?
그게 뭐야.....
그 말에 우습게도 여태 태섭이가 가졌던 불안이 거짓말처럼 모두 녹아버렸음. 마치 불꽃남자인 걸 증명이라도 하듯 불안은 녹이고 이 남자의 다정한 따뜻함이 태섭이에게 남았지. 정말 당신한테는 못 당하겠어. 태섭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 대만이도 기쁘게 웃겠지. 드디어 태섭이가 웃었으니까.
그러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모처럼 생긴 기회를 놓칠 건 아니지?
하하...
보고싶어질 때마다 언제든지 말하고.
그럴까.
어. 나도 그럴 거니까.
그럼 그래야겠네요.
그래. 필요한 거 생기면 그것도 말하고.
지금 말해도 돼요?
당연하지.
정대만의 포옹이 필요해요.
당당한 얼굴을 하고 살짝 찌푸리듯이 웃으며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송태섭이 가장 사랑하는 정대만의 얼굴이었음.
안겨.
두 팔을 가득 벌린 대만이의 품으로 태섭이는 제 몸을 가득 안겼음. 단단하게 감아오는 팔이 그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느껴졌지. 이 사람이라면 정말 괜찮을 거야. 내내 머뭇대던 태섭이는 대만이가 보여준 가능성으로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었음. 다시 불안해지더라도 상관없었지. 이제 대만이가 태섭이의 손을 잡고 함께 갈테니까. 태섭이는 그거면 됐으니까.
ㅈㅇㅁㅇ
선배는 왜요. 아까 후배들 예뻐해주던 얼굴에서 확 달라지니까 농구부 유일한 3학년은 억울해죽음. 저 녀석들은 잘했다고 머리 만져주면서 공 던지는 족족 3점슛 쏘는 나한테는 뭐 안해주냐?! 노발대발하는데 주장은 들은 척도 안 함. 자자, 훈련합시다! 박수 2번으로 상황을 종료시키는데 입이 댓발 나온 3학년의 얼굴을 보고 남몰래 한숨 쉼. 백퍼 삐졌다.... 저 인간은 대체 선배인지 후배인지.... 아무래도 이따 하교할 때 꽤나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장 다시 불러서 예뻐해주기에는 타이밍도 놓쳤고 연애한다고 광고하는 꼴 같아서 하지도 못함.
주장의 예상대로 하굣길의 3학년은 단단히 삐져서 그 녀석들이 그렇게 좋으면 집도 같이 가지 왜 나랑 가냐? 라며 계속 툴툴거리니까 한숨 크게 쉬고 3학년 멱살 잡고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가서 불만 가득한 입술을 막아버리겠지. 입꼬리 올라가는게 잘 느껴져서 열 받은 주장이 입술을 떼려고 하는데 뒷통수에 커다란 손이 덮혀선 맘대로 떼지도 못 함. 그렇게 3학년, 한 살 위의 정대만이 원하는만큼 입술을 빤 후에야 송태섭은 골목을 벗어날 수 있었음. 아직 열이 오른 얼굴로 성큼성큼 먼저 가버리면 뒤에선 그새 화가 다 풀린 목소리로 태섭아~ 같이 가자~ 하는데 그 순간엔 얼마나 얄밉던지. 키스했다고 화가 풀리다니, 진짜 단순하다고 생각하면서 저 인간이 저보다 연상이라는게 믿기지가 않는 태섭이었음.
하지만 정대만은 연상이 맞았음. 저 미국 가요. 대만이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공원에서 보자고 했고 먼저 와서 벤치에 앉아있는 대만이 옆에 앉자마자 태섭이가 한 얘기였음. 이렇게 금방 말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 말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만이한테 가장 마지막으로 말하게 됐음. 분명 알음알음 들었을텐데, 정대만 성격이라면 듣자마자 찾아와서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을텐데 태섭이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 어쩌면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도 그럴게 이렇게 큰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했으니까. 태섭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만이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음.
태섭아.
마침내 대만이의 입이 열렸고 이름만 불렸는데도 어떤 선고 같았음. 이제 우리 사이는 여기까지라는 듯한 선고. 태섭이는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말아쥐었음.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어느새 이별을 기정사실화 시킨 태섭이에게 떨어진 처형은 대만이의 포옹이었음. 말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예상치 못 한 말도 함께였지. 왜 이제야 말하냐고 탓하지도 않고 그럼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지도 않고 그저 말해줘서 고맙다고만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음. 울지 않으려고 대만이 어깨에 두 눈을 묻어버렸는데 익숙한 커다란 손이 다정하게 태섭이의 뒷통수를 쓰다듬는 바람에 결국 눈물이 새어나왔지.
난 그래도 네가 직접 얘기해주면 좋겠어서 기다렸거든. 네가 말 안 하는 이유야 뻔하니까.
.....화 안 났어요?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른다면 그랬겠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가.....
넌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안았던 팔을 푼 대만이가 태섭이의 눈가를 닦아준 다음 태섭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꾹 눌렀음.
이 작은 머리통으로 나랑 어떻게 끝낼 지 생각한 거잖아.
대만이의 말이 맞았음. 태섭이는 자신의 유학으로 불안해질 둘의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했지. 태섭이 혼자 수많은 가능성을 점쳐봐도 정대만과의 끝은 결국 헤어짐이었음. 정대만을 이렇게 계속 차지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지. 아마 지속되지는 못 할 거라고, 보통 롱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라고 다를 것 없다고 여겼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지. 그래서 자꾸만 대만이에게 말하는 것을 미루게 되었고. 하지만 정대만은 그런 송태섭을 이미 꿰뚫고 있었음. 눌렀던 손가락을 내리고 태섭이의 손을 잡은 대만이었지.
근데 태섭아, 난 너랑 끝내고 싶지 않아. 아니, 끝내기 싫어. 넌 나랑 끝내고 싶어?
......아뇨.
그럼 된 거잖아. 왜 끝낼 생각을 해.
희미한 희망조차도 없다고 생각한 송태섭 앞에 정대만의 한마디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음. 하지만 송태섭은 여전히 머뭇거렸지.
날 기다릴 수 있어요?
왜, 못 기다릴 것 같아?
그건 너무......
응.
....내 욕심만 채우는 거잖아요.
내 욕심으로 너 기다리는 건데.
네?
난 너 아무한테도 못 줘. 계속 내거로 만들려고 내 욕심 부리는 거야.
맞잡은 손을 더욱 단단히 잡고 태섭이 눈 앞에 흔들며 그러겠지.
너 나한테 잡힌 거 잊었냐?
그게 뭐야.....
그 말에 우습게도 여태 태섭이가 가졌던 불안이 거짓말처럼 모두 녹아버렸음. 마치 불꽃남자인 걸 증명이라도 하듯 불안은 녹이고 이 남자의 다정한 따뜻함이 태섭이에게 남았지. 정말 당신한테는 못 당하겠어. 태섭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 대만이도 기쁘게 웃겠지. 드디어 태섭이가 웃었으니까.
그러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모처럼 생긴 기회를 놓칠 건 아니지?
하하...
보고싶어질 때마다 언제든지 말하고.
그럴까.
어. 나도 그럴 거니까.
그럼 그래야겠네요.
그래. 필요한 거 생기면 그것도 말하고.
지금 말해도 돼요?
당연하지.
정대만의 포옹이 필요해요.
당당한 얼굴을 하고 살짝 찌푸리듯이 웃으며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송태섭이 가장 사랑하는 정대만의 얼굴이었음.
안겨.
두 팔을 가득 벌린 대만이의 품으로 태섭이는 제 몸을 가득 안겼음. 단단하게 감아오는 팔이 그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느껴졌지. 이 사람이라면 정말 괜찮을 거야. 내내 머뭇대던 태섭이는 대만이가 보여준 가능성으로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었음. 다시 불안해지더라도 상관없었지. 이제 대만이가 태섭이의 손을 잡고 함께 갈테니까. 태섭이는 그거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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