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사모님 아니, 비 이사님께서 따로 올리신 결제 서류입니다.”
톡- 톡- 톡-
‘이건... 굳이 따로 검토하지 마시고 바로 드리세요. 보면 아실 겁니다.’
따로 검토말고 전달하라는 지시에 그저 그대로 수행한 비서실장은 서류를 말없이 건들지도 않고 펼친 자세 그대로 손가락만 두드리는 제 상관이 아내와 함께 또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아니면 아내가 그의 상관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척추 어디에선가부터 기분 나쁜 서늘함과 함께 제 뒷목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톡- 톡- 톡- 탁.
말없이 종이를 내려다보기를 수 초. 그 이상한 냉정인지 분노인지 고민인지 알 수 없는 무거운 공기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비서실장이 기어코 지금 제가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에 도달했을 때 쯤, 그가 말했다.
“나가보세요.”
시선도 주지 않고 높낮이도 없이 내려진 축객령에 간신히 숨통이 트인 그의 비서가 나가자 알 수 없던 무거운 공기가 냉기인지 열기인지 온도를 품고 울렁였다. 가타부타 덧붙임도 없는 종인 한 장이 그를 나락으로 처박은 탓일까. 머릿속은 차갑게 가라앉는데 속은 부글부글 끓어 이도저도 할 수 없어 종이가 사람이 마냥 숨통을 죄이듯 노려보는 그의 눈을 그의 비서가 직접 마주했다면 보기보다 유약한 그가 목숨줄처럼 품고 다니는 사직서가 세상에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 아내는, 허니 비는. 난공불락의 성과 같던 회사의 이름에 먹칠도 모자라 입으로 벌어온 공격들로 벌집을 만들던 장남이자 회장이었던 이를 끌어내리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도, 그렇게 보이지 않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등을 기대고, 내어주었으면서도 비로소야 편히 숨을 쉴 것 같은 이 때에 내밀 거라고는 이혼서류밖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로 시작하는 진흙탕싸움보다 더 머리아프고 치열하게 이혼하려는 너붕과 막으려는 맥카이가 보고싶다.
각자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오다 적당한 연애결혼으로 포장된 정략결혼에서 사랑보다는 전우애에 가까운 사이로 생각할 만큼 부부의 예의만 다하고 사는 사이였는데 손대는 족족 프로젝트 말아먹고 경제, 사회, 정치 어느 면 하나에서도 나쁜 의미로 빠지지 않는 장남이 기어코 주제도 모르고 동생의 처가 사업에 손을 대려는 낌새가 보이자 칼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던 부부 둘이서 장남을 끌어내리고 가장 좋고 비싼 포장지로 회사 이름을 감싸고 나서 이제야 안정감을 느끼는 맥카이한테 아무렇지 않게 이혼서류 날리는 허니비랑 뒷통수 맞은 김에 이혼은 절대 못하는 맥카이가 보고싶다... 누가 좀 써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