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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1:00
허브 때문에 죽고 싶어도 못 죽는 에릭 bgsd

ㄴㅈㅈㅇ


아름다운 석양이 에릭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의 숨이 완전히 멎은 후, 와칸다의 왕은 깊은 애도 끝에 그의 유언을 수행했다. 트찰라는 안쓰러운 사촌이 위대한 선조들의 영혼과 함께할 수 있도록 신성한 폭포 아래로 그를 보내주었다. 때문에 에릭 스티븐스가, 은자다카가 제 발로 왕궁에 돌아와 그를 찾는단 사실에 한동안 눈만 깜박였다.

잘 지냈어, 전하?

손수 입혔던 수의가 물에 젖어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길에 불편했는지 목까지 꼼꼼하게 여며두었던 옷은 가슴팍이 다 드러나도록 풀려있었다. 그 사이에서 트찰라는 무심코 흔적을 살폈다. 에릭이 스스로 고백했던 살인의 증거, 그 많은 자국은 여전히 단단한 몸을 뒤덮고 있었다.

다시 봐서 좋다, 뭐 이런 빈말이라도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어깨를 으쓱이며 농담을 건네는 입술에, 그리고 마침내 흔들리던 시선을 그의 눈과 마주했을 때 트찰라는 몸을 굳혔다.

왜... 돌아왔지?

딱딱하게 굳은 혀가 간신히 질문을 뱉어냈다. 에릭이 가볍게 대꾸했다.

날 좀 죽여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이 상태면 별로 어렵지 않겠네.

깨어난 후로 혼자 몇 번 시도해봤는데 총도 칼도, 심지어 밧줄도 듣지 않아 고생했다는 말에 시야가 어찔하게 기울었다. 트찰라는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몸을 달래 반 발자국 물러섰다. 에릭이 바로 두 걸음을 따라왔다.

한 번 해봤으니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을 거야. 아, 그렇지. 이왕이면 공주가 만든 비브라늄 신무기로 부탁할게. 깔끔하게 가려면 아예 몸이 부서져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쉼 없이 쏟아지는 말은 목소리나 억양이나 그가 알고 있던 은자다카의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왜? 트찰라는 무심코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만졌다. 오코예 장군이 직접 보고한 것이니 그는 영혼이나 환영이 아닌 실체가 맞았다. 그러나 왜?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이 가슴에서는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은자다카, 왜 내게 왔느냐.

속삭이는 물음에 떨림이 한가득이라 에릭은 트찰라가 품은 분노와 죄책감을 생생히 느꼈다. 얼굴에 닿아있던 손길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트찰라는 금세 단단하고 고귀한 와칸다의 왕 속으로 나약한 마음을 숨겼다.

...도라밀라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장군이 도라밀라제와 함께 집무실 안으로 달려왔다. 날카로운 창끝이 에릭을 겨누었다. 왕은 그녀들을 부른 장본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가늘게 명령했다.

그를 가두어라. 처분은 원로 회의 후에 결정하겠다.

오코예가 직접 에릭을 묶어 끌고 갈 때까지 트찰라는 등을 보인 채 뒷짐만 지고 묵묵하게 서있었다. 남아있는 사람도 끌려가는 사람도 서로에게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

죽여야 합니다.

장군이 단호하게 말하자 오히려 보더 족장이 놀라 숨을 삼켰다. 트찰라는 손목에 걸린 비즈만 의미 없이 만지작댔다.

크흠, 그러나 그는 블랙 팬서의 힘을 가진 전사입니다. 이제 허브도 다 사라진 마당에 귀중한 전력을 낭비할 순 없습니다.
에릭 스티븐스는 국가 전복을 수도 없이 한 요원입니다. 만약 지금 보여주는 행동이 모두 거짓이라면 와칸다는 위험해집니다.

와카비와 오코예가 나름의 의견을 팽팽히 주고 받았다. 왕은 모든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와칸다가 비밀을 밝히고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는 지금, 만일 에릭이 왕위 찬탈에 성공해 조금이라도 호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면 온 세계가 와칸다를 공통의 적으로 두고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이 뻔했다. 그렇지 않아도 문호 개방 이후 대놓고 견제를 받는 입장이 되어 만사가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나의 왕,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실패 없이 그의 목숨을 거두겠습니다.

창이 바닥을 가볍게 쳤다. 왕의 곁에 앉아있던 와카비가 벌떡 일어나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신병을 제게 주십시오. 국경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전하.

트찰라가 와카비를 돌아보았다. 그는 와카비의 눈에서 진심을 읽었고, 잠시나마 그의 충성을 의심한 자신을 후회했다.

난 보더 부족의 용맹함을 믿는다.
전하, 하지만 그를 죽이는 것은-
와카비! 그 말을 쉽게 입에 담지 말라.

언성을 높이지 않던 트찰라의 꾸짖음에 그는 의지를 꺾고 자리에 앉았다. 넓은 공간을 왕의 한숨이 가득 채웠다.

그대와 그대의 부족을 믿지 못함이 아니다.

트찰라는 어느 새 열망의 눈길로 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오코예를 돌아보며 두 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장군, 난 그대를 와칸다의 자랑스러운 전사로 여기지. 그러나 블랙 팬서의 힘을 가진 자를 상대하기 위해선 그와 동등한 힘을 가진자가 필요해.
전하! 와칸다는 두 번의 패배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을 의심하는가? 장군, 그대의 믿음은 그 정도 뿐이었나?

말을 잃은 오코예가 흉흉한 낯으로 일어나 트찰라의 앞으로 다가왔다. 창을 똑바로 세우고 한 쪽 무릎을 꿇은 그녀에게 트찰라가 엄한 시선을 던졌다.

저와 도라밀라제는 왕께 충성을 바칩니다. 다만 이전처럼 충성을 바치고 싶은 상대가 바뀌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대가 염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거워진 분위기에 왕대비 곁을 지키고 선 공주가 억지스럽게 밝은 목소리를 내며 끼어들었다.

이건 어때? 원하는 때에 그를 구속할 수 있는 장치를-
슈리, 은자다카는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을 전사다. 그런 시도는 무의미해.

기껏 내놓은 아이디어가 단번에 거절당한 슈리가 툴툴거렸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죽일 수도 없고, 이용할 수도 없고. 존재만으로도 와칸다에 위험한 인물이니 오빠가 확실히 결정을 내려줘야 할 거 아냐.

모두가 생각하고 있지만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참아두었던 말을 슈리가 그의 면전에 대고 쏘아붙였다. 트찰라는 왕으로서의 자신과 가족으로서의 자신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는 것에 눈을 감아버렸다. 은자다카는 살아도 죽어도 트찰라를 괴롭게 할 것이 분명했다.

은조부의 아들 은자다카를... 그를 내 곁에 두겠다.

전하! 오코예가 소리를 높이며 일어섰지만 트찰라는 확고했다.

그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왕이 직접 감시할 것이며, 도라밀라제는 지금까지와 같이 왕의 곁을 지키며 보호하라.

조용해진 회의실을 왕의 마지막 명령이 감쌌다.

그리고 내가 불의의 사고로 제대로 된 사고판단이 불가할 경우, 도라밀라제는 나를 대신해 그의 처분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회의는 이상이다.

트찰라가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나간 후에야 오코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

감옥에서 왕의 침실로 끌려가던 에릭은 오코예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픽 웃었다.

내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잖아?

장군은 그 말을 왕에게 따로 전달하지 않았다.
2018.02.25 0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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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센세와 찰ㅡ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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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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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야 할 곳이 여기네 여기야 센세 군만두 구워놓을게 내 지하실로 와줘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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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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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와 대작의 시작에서^^>
[Code: 7969]
2018.02.25 0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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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달려 있다니 센세 룸곡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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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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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어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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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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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미친ㅠㅠㅠㅠㅠㅠㅠㅠㅠ개존잼ㅠㅠㅠㅠㅠㅠㅠ제발 어나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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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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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가장 완벽한 숫자입니다 센세ㅜ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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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04: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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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센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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