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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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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밝아진 지 오래였다.
조그만 코가 먼저 실룩실룩, 새로 떠오른 날을 탐색하다 하품을 하자 옅은 김이 어른거렸다.
거기까지 지켜본 남희신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그마한 털뭉치 강징은 깨어나자마자 얼른 남희신의 가슴에서, 침상에서 뛰어내렸다.
잠시 후 몸을 일으킨 남희신은 저쪽을 보고 앉아 무렴한 듯 몸을 긁는 조그만 등을 스치고 밖으로 나갔다.

남희신이 돌아왔을 때 강징은 소매를 털어 정리하고 있었다. 사람이 적은 지역이라 해가 높이 솟았음에도 괴괴한 공기에 괜시리 어색해져, 소리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건을 깨닫지 못했다.
남희신이 그것을 주워 겉장을 확인하자 강징이 돌아보며 여상하게 손을 내밀었다.
“파석애의 초청장을 받으셨군요?”
“예.”
강징이 서신을 소매 안으로 갈무리하며 대답했다.
서로 마주보고 앉은 다음, 강징은 단정한 자세로 차를 끓이는 남희신의 손을 기다렸다. 차를 우리는 솜씨가 그만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괜한 예의를 차리는 건 쓸데없는 짓이었다.
“이전에 그 곳에 가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오.”
강징은 그가 건네는 찻잔을 받으며 심상하게 대꾸했다.
“혹 남종주께서는...?”
“딱 한 번. 난리가 나기 전에 가 보았었지요.”
“그렇군요.”
남희신은 눈을 돌려 매끈하게 펼쳐진 마룻바닥과 객실에 놓인 잡기들을 둘러보았다. 아랫층의 소음이 전해져왔지만 말소리를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고, 방 안은 언제까지나 이 상태가 지속될 듯한 호젓한 느낌이 들었다. 가볍게 숨을 쉬면 겨울날의 냉기에 입김이 흘러나왔고, 햇살이 비추는 공기는 청명했다. 
춥긴 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이다.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 서둘러 조반을 청하지 않는가보다. 강징은 느긋한 짐작으로 차를 홀짝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남희신의 얼굴에는 어느새 무거운 근심이 내려앉아 있었다.

파석애는 기산과 고소의 경계이자, 청하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결코 변두리 지역이 아닌 산은 오랫동안 끊임없는 골칫거리를 생산해 오고 있었다.
요수들의 발생지로 일컬어지며, 거칠고 음슴한 압기로 금단을 마비시켜버리는 일대는 난장강과는 또 다른 수사의 금기였다.
마냥 내버려두면 그로부터 생겨나는 요수들이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선문가가 세워진 다음부터는 수진계가 주기적으로 연합하여 파석애를 소탕하는 작업을 해 왔다.
무척 험하고 넓은 지형에서 들끓는 요수들을 다 쓸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우두머리를 제거하면 향후 십년 정도는 기세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금광요의 치세에는 감시탑을 세우는 일을 우선시하느라, 그리고 특정한 인간들만 손해를 볼 일에 좀처럼 마음이 모이지 않아서 미루어져 온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파석애의 사냥에는 수인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었다. 금단을 사용할 수 없기에, 여차할 때 수인 상태에 의지하기 위함이었다.
“운몽 강씨도 참가합니까?”
“......”
뜨거운 차를 음미하며 잠시 화제를 잊고 있던 강징은 남희신의 말에 깨어나며 눈에 엷은 서리가 끼었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남희신은 경계하는 그의 눈빛을 읽은 것만으로도 벌써 치열한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다.
“강종주.”
그가 불러도 강징은 찻잔을 입술에 물고 시선을 피했다.
나는 왜 하필 이 사람 앞에서 서신을 흘린 걸까. 짜증이 솟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운몽 강씨에, 또다른 수인이 있습니까?”
“......”
강징이 고집스럽게 답도 피하고 눈도 피하자, 남희신은 찻잔을 내려놓고 양 무릎을 움켜잡았다.
“강종주, 당신은 가시면 안 됩니다.”
강징은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면서 아주 외면해버렸다. 그러나 뒷모습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약간 자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이미 갈 거라고 답신했습니다.”
“취소하십시오.”
“안됩니다. 뭐라고 하라구요?”
자리에서 일어난 남희신이 다가가 강징의 팔을 잡았다.
“이유야 어떻게든 만들어 붙이면 되지요. 고집부리지 말고 취소해요.”
“싫습니다.”
“강종주!”
남희신이 엄한 말투로 외쳤지만, 오히려 반항심만 불러 일으켰을 뿐이었다. 
강징은 홱 돌아서서 손을 뿌리치며 핏대를 올렸다.
“이건 가문의 일입니다! 당신과는 상관 없으니까, 참견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말에 강징이 생떼를 쓰는 것 같자 남희신은 억지로 태도를 가라앉혔다.
“강종주, 그 곳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지요.”
“......”
“그저 그런 요괴들만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봅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땅은 양기를 뿜는 금단을 마비시키면서 반대로 요기는 크게 증폭시킵니다. 금단 없이 평범한 검술로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괴물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괴여서 부적도 주문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갖가지 포식 동물로 변할 수 있는 수사들을 초청한 건,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차할 때 도망이라도 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의 설명에, 분명 달리기도 시원치 않을 제 수인 모습을 떠올린 강징은 창피를 당한 듯 뺨이 달아올랐다.
강징은 남희신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고,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는 관심에 대한 기대로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수인의 모습에 상처를 받는 열등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났어도 감히 그에게 퍼부어댈 순 없었고, 기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는 건 이미 겪어본 바였다. 결국 이도 저도 못한 강징이 말을 끊고 떠나려고 하자, 남희신이 다시 붙잡았다.
“이거 놓으십시오!!”
힘껏 뿌리쳐도 그가 완강하게 잡고 놓아주지 않자, 강징은 안락하게 느끼던 손길과 편안하게 안주하던 가슴을 힘껏 두들겼다.
날뛰는 강징을 제압하려면 남희신도 사나운 힘을 쏟아부어야 했지만, 그래도 그는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강종주, 만약 잘못되면 어쩔 겁니까?!”
“참견 말라니까요! 이거 놔요, 남종주!”
남희신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강징에 기가 막혔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장 괴로운 모양으로 굽이치며 싸늘하게 심장을 움켜잡았다.
그 때도 그는 약이나 내놓으라며, 일생의 반려자라는 중요한 존재 자체를 내팽개치려 하지 않았던가.
“왜 쓸데없는 일에 고집을 부리십니까! 쉽게 피할 수도 있는 일을, 대체 목숨을 뭘로 여기는 거에요!”
강징은 한순간 날뛰는 것을 멈추고 그를 노려보았다.
............쉽긴 뭐가 쉽단 말인가?!!!
강징의 포악한 성격은 일변으로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비추어졌지만, 어떤 성질이든 달라붙어오는 뒷면을 가지고 있는 법이었다
강징의 포악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자존심, 무모함과 합을 이루고 있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비웃음을 당하며 소용이 없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것이 강징이 살아온 방식이었고, 스스로를 지탱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외부의 도움에 기대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오만하다는 욕은 들어도 능력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강징이 살아오며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자는 오로지 두 사람 뿐이었다.
그 귀중한 둘 중의 하나가 자신의 입장을 몰라 준다 싶자, 강징은 어린애처럼 솟는 실망감을 누르기 위해 분노를 끌어왔다.
어떻게 하면 금방 받은 상처를 갚아줄 수 있을까. 이성을 잃고 독을 품은 강징이 쏘아보며 일갈했다.
“제가 없어지면...!! 귀찮은 일을 덜게 되니 당신에겐 좋은 거 아닙니까!!!”



강징은 숱하게 그래왔듯 내뱉자마자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주춤하는 남희신의 얼굴을 보자 잘못했다고 여기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기가 더욱 강해졌다.
그가 얼어붙어 손이 멈춘 틈을 타 강징은 얼른 소매를 거두고 그 곳을 뛰쳐나왔다.
 




희신강징
[Code: 57f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