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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12:14
백스테이지는 분주했다.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장비를 점검하고, 멤버들은 각자 준비를 하며 떠들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움직임이 공간을 가득 채웠지만, 리암은 한가운데 앉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엘은 한쪽에서 목을 풀고 있었다. 그는 긴장을 풀며 집중하는 듯 보였다. 무대에 오를 시간이 다가오자, 스태프가 다가와 알렸다.

"이제 올라갈 시간입니다."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로 향했고, 무대 뒤에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리암은 그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대 뒤에서 노엘과 멤버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명이 켜지고,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 익숙한 풍경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리암 자신이 있던 자리였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열기, 그 모든 것이 그리웠다.

노엘은 무대 중심에서 첫 곡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공연장을 가득채웠다. 멤버들의 연주는 빈틈없이 이어졌다. 리암은 그 모든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 곡이 끝난 뒤, 노엘은 조용히 마이크를 잡았다.

"작년 우리는 그를 떠나보냈습니다. 우리는 슬픔 마음으로 무대 올랐습니다. "

목소리는 차분했다. 무대 위의 조명 아래에서 노엘은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의 라이벌이자 좋은 동생이었던 리암 갤러거.."

관객석은 조용해졌고, 고개를 숙였다. 무대 위의 멤버들도 잠시 연주를 멈추고 리암을 추억하며 잠시 추모하는 시간 가졌다.

하지만 리암은 그 말을 듣고 그저 멍하니 노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죽은 후에도 떠나지 못하고 형의 곁을 떠돌고 있다는 것을.

'노엘..'

리암은 듣지도 못하는 형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그저 멍한 눈으로 무대 위의 노엘과 관객들을 바라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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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뒤, 공연장은 고요 속에 잠겼다. 맴버들, 스태프도, 관객도 사라진 빈 무대는 낯설 만큼 적막했다.

노엘은 천천히 무대로 걸어 나왔다. 빈 좌석들이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멈춰서 관객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가, 그곳에 누웠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그의 등을 감쌌다. 그는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공연장 지붕 너머로 맑은 밤하늘이 보였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노엘은 숨을 고르며 고요히 눈을 감았다.

리암은 노엘 곁에 누워 별빛에 잠긴 형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노엘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리암.”

그 한마디는 바람에 흩어질 듯 나직했지만, 리암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형의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하고 따뜻했다.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리암은 노엘에게 다가갔다. 그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별빛이 형의 눈동자에 어른거렸다.

“노엘..” 리암도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역시 닿지 않았다.

노엘은 하늘을 바라본 채 가만히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오직 별들만이 그와 함께 있었다.

리암은 형의 옆에 누워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형의 손끝 가까이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었다. 그가 느낄 수는 없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었다.

“노엘, 나 여기 있어.”

별들은 여전히 빛났다. 밤은 깊어갔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용한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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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은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한 공연장에서 메아리쳤다.

“왜 이렇게 일찍 내 곁을 떠난 거야? 리암…”

그의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독백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리암은 바로 곁에 있었다. 형의 옆에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 질문을 들었다.

“나도 모르겠어. 노엘.”

리암은 그 질문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노엘에게 닿지 않았다.

노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네가 없으니까… 세상이 너무 조용해.”

그의 눈에는 고요한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공연이 끝난 직후의 활기와 열기는 이미 무대위에서 사라지고, 남은 건 무겁고 깊은 허전함뿐이었다. 노엘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별이 빛나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도 말이야…”
그는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

리암은 형의 옆에 조심스럽게 노엘의 어깨 가까이로 다가갔다. 닿을 수는 없었지만, 그 거리를 유지하며 속삭였다.

“난 여기 있어.”

하지만 그 말은 역시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노엘은 눈을 감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리암의 부재를 느끼며 고독 속에 잠겨 있었다.

리암은 형의 곁에서 이 시간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별들은 하늘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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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은 한참을 무대 바닥에 누워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대의 중심에서 일어난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빈 공연장은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듯 고요했다.

노엘은 한 걸음 한 걸음 무대에서 내려와 그의 발소리가 공연장의 적막 속에서 또렷하게 울렸다. 리암은 그를 따라갔다. 노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차장에 대기 하고 있던 차에 노엘은 올라 탔다.

리암도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 차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차 안은 침묵이었다. 매니저가 몇 마디를 건넸지만, 노엘은 짧은 대답만 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로등과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이 스치는 어두운 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리암은 그 옆에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힘든 얼굴에는 피로와 고독이 어른거렸다. 리암은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는 밤거리를 달리며 향했다. 리암은 형을 떠날 수 없었다. 자신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형의 곁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다.

밤은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노엘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