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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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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사웨
오라이온의 옵틱이 커졌고 사운드웨이브의 뒤에 있던 메가트로너스도 마찬가지였음 사운드웨이브가 보통 사용하던 여러 목소리가 혼합된 파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목소리로 이루어진 파일은 여러모로 그들의 혼을 빼놓았음
목소리 자체가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오-라-이-온이라고 한 글자씩 억지로 붙여서 말한 걸 보니까 둘이 만나기 한참 전의 음성 파일을 사용한 거였음 굳이 그 파일을 이용한 이유라면 하나밖에 없었음
오라이온이 양손으로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를 감싸며 물었음
"네... 목소리인가?"
사운드웨이브는 끄덕였음
"진심- 전달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 같았음"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의 손을 약하게 잡고 살살 이끌어 그의 스파크 챔버가 있을 위치에 올렸음
쿵ㅡ 쿵ㅡ 쿵ㅡ 거리며 빠르게, 그리고 무겁게 뛰는 스파크의 존재감이 두꺼운 외장갑 아래에서도 선명했음
사운드웨이브가 다시 말했음
"오-라-이-온- 사-랑-해- 헤어지기- 싫어-"
사운드웨이브가 지금 할 수 있는 표현 중에 이것들보다 확실한 것은 없었음
애초에 사운드웨이브를 용서하고 싶었던 오라이온은 진심이 담긴 사랑고백을 받으며 조금씩 진정되는 기분을 느꼈음
어쩌면, 오늘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연애가 시작되는 날일지도 몰랐음 오라이온은 우는 것을 멈추고 표정을 풀었음
오라이온은 뺨에 남은 냉각수를 닦아내고 사운드웨이브를 껴안았음
"나도 사랑해, 사운드웨이브. 너와 헤어지기 싫어."
완전한 결론이었음 오라이온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사운드웨이브는 머리를 오라이온의 어깨에 묻고 오라이온을 마주 안았음 그는 맹세했음
"용서해- 주어서- 정말 정말- 고마움- 앞으로는- 절대- 오라이온이- 실망하는- 일- 없도록- 하겠음"
그렇게 서로에게 파묻혔지만 오라이온에게는 지금의 포옹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사운드웨이브가 고수하는, 자신이 혹여나 다칠까 힘을 뺀 포옹은 평소라면 좋았겠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음
오라이온이 서보에 힘을 주며 말했음
"사운드웨이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진 않아. 그러니 오늘은 강하게, 날 놓치기 싫은 만큼 안아주게."
오라이온의 말을 들은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을 놓치기 싫은 만큼< 이 얼만큼인지 증명할 필요라도 느낀 건지 서보에 힘을 주고 널널했던 품에 공간이 남지 않도록 그를 꼭 감쌌음
답답할 정도의 압박이 느껴졌지만 아프지는 않았음 힘을 더 줄 수 있을 것 같음에도 자제한 걸 보니 아무래도 다치게 하기 싫다는 마음이 앞선 모양이었음
'정말 한결같네...'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았음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 고요한 상태에서 빠듯히 맞닿은 동체로 스파크 박동이 전해졌음 다른 속도로 뛰던 두 스파크가 점점 하나의 박동으로 합쳐지자 편안한 안정감이 들었음
평소같은 포옹으로는 느끼지 못했을 감각을 맛보던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며 억울함 섞인 웃음을 지었음
"이렇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빼고 있었군."
사운드웨이브도 아쉬움을 느낀 건지 약하게 끄덕였음
"앞으로는- 종종- 이렇게- 껴안을- 것"
냉각수 젖은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음 메가트로너스는 그들에게 슬쩍 냉각수를 닦을 천을 건네주었음
"어쩐지... 메가트로너스 칭찬을 너무 많이 하더군."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의 연락처 저장명을 '귀여운 나의 애인' 에서 '전보다는 덜 귀여워진 애인' 으로 바꾸며 중얼거렸음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과의 연애에서 자신의 최대 강점이 감소한 현실을 보며 벼락 맞은 것처럼 죽상이 되었지만 감히 항의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음
오라이온이 단호하게 말했음
"삼 개월 동안은 이 저장명을 사용할 거네. 용서한 것과는 별개로 거짓말은 귀여운 행동이 아니야."
사운드웨이브는 힘없이 끄덕였음 오라이온은 마음이 살짝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쭈굴해진 사운드웨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그래도 그 거짓말 덕에 너와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 아주 나쁘진 않네."
그 말에 순식간에 회복된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의 손길에 기대 부비적거렸음 그의 뒤에 꼬리가 있었다면 프로펠러처럼 돌고 있었을 것 같았음
메가트로너스는 뒤에서 그 꼴을 감상하며 속으로 웃고 있었음
'이 정도면 됐지. 나름 잘 풀렸어.'
준비한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뭐, 그건 중요하지 않았음 저 두 메크가 망가지지 않고 함께 꽁냥거리는 상태가 유지될 거라는 게 중요했음
메가트로너스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그들만의 세상에 빠진 두 로맨티시스트를 감상했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연극이라도 보는 기분으로 지켜보다가 문득 입이 심심하다는 기분이 들었음
'흠... 이럴 줄 알았으면 녹막대나 한 봉지 챙겨올 걸 했나?'
오라이온의 쓰다듬을 받으며 사운드웨이브는 천국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음
'오라이온이 이 거짓말을 어느 정도는 괜찮게 봐줄 정도로 날 사랑한대...'
멈췄던 냉각수가 다시 흐를 것만 같았음
'오라이온이! 그 정도로! 날! 사랑한대!'
물론 오라이온에게서 귀여움 점수는 깎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 귀여워진 게 아니라 '덜' 귀여워진 거였음
'오라이온 말 잘 듣고 다시 귀여운 애인으로 회복해야지.'
진심으로 귀엽다는 말에 매달리게 된 사운드웨이브 옵틱이 바이저 아래에서 이글거렸음
딱 지금이 진솔된 얘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타이밍 같았기에 사운드웨이브가 물었음
"오라이온- 사운드웨이브- 어디가- 귀여움?"
오라이온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음 아마 연락처 저장명을 빠르게 바꾸기 위한 준비로 받아들인 것 같았음
"음,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네만 삼 개월 내에는 어림도 없어."
"못 바꾸는 건- 알고 있음- 그게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어- 보는 것임- 귀엽다는- 말은- 오라이온이- 가장- 많이 하는- 칭찬임-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음-"
"하긴, 틈만 나면 귀엽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얘기는 안 했군."
오라이온은 빙그레 웃으며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고는 조곤조곤 한 가지씩 읊어줬음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큐브를 들고 소식하는 게 귀엽네. 어떻게든 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바이저로 이모티콘 띄우는 법을 찾은 게 귀여워. 칭찬을 받으면 어색해하면서도 좋아서 바이오라이트를 깜빡이는 게 귀엽고 질 나쁜 메크로부터 날 당당하게 지켜주고는 혹여나 내가 놀랐을까 봐 바로 쭈굴해지는 게 귀엽네. 나랑 눈높이를 맞추고 싶어서 대화 중에 몸을 낮추는 것도 귀엽고 남들 곁에서는 딱딱하게 서 있다가 날 발견하자마자 허리를 쭉 펴고 손을 드는 것도 귀엽네. 내 목소리가 오디오리셉터에 바로 옆에서 들릴 때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게 귀엽고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귀여워."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의 뺨에 손을 올렸음
"지금 이 말의 한 음절도 놓치기 싫다고 바짝 붙어서 녹음하고 있는 것도 귀여워. 잔뜩 신난 티가 나는 것도 귀여워. 성격도, 행동도, 특징도 귀여우니까 내 애인은 귀엽지 않은 게 없군."
사운드웨이브는 잔뜩 감동하여 오라이온에게 치댔음
'애정 너무 달아... 칭찬 너무 좋아...'
오라이온은 치대는 사운드웨이브를 능숙하게 받아주며 물었음
"내가 말해줬으니까 너도 말해줘야 공평하겠군. 내 어디가 좋은 건가?"
사운드웨이브는 치대는 것을 멈추고 오라이온의 손을 꼭 잡았음
"오라이온- 옵틱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아주 맑음- 오라이온- 목소리- 간질간질하고-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움- 오라이온이- 옵틱을- 곱게 휘면서- 목소리에- 애정을- 담아주는 순간이- 너무너무- 설레고- 좋음- 오라이온이- 쓰다듬어줄 때- 단정하고- 매끄러운- 손이- 동체에- 닿는 감각이- 좋음- 오라이온의- 배려심- 넘치고- 어른스러운- 태도가 좋음- 오라이온 내면의- 올곧고- 단호한- 면이- 좋음- 머뭇이는- 사운드웨이브에게- 계속- 먼저- 용기내어- 다가오는- 게 멋있음- 가끔- 던져주는- 장난이- 좋음- 데이터 패드 내용에- 집중할 때- 살짝- 찌푸려지는- 미간이-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 이름 부를 때- 스르르 풀리는 게-좋음- 사운드웨이브가- 먼저- 애정표현을- 할 때-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르는- 오라이온의- 얼굴이- 좋음"
"...지금 내 얼굴이 어떤가?"
"새빨감- 좋음-"
"너한테도 쿨링팬 도는 소리가 들리는군."
"사운드웨이브- 칭찬을- 길게 하는 게- 이 정도로- 부끄러운 일인 줄- 몰랐음"
"네 칭찬도 좋고, 부끄러워하는 네 모습도 좋으니까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네."
사운드웨이브는 끄덕였음
오라이온이 물었음
"아까처럼 다시 네 목소리를 사용하는 건 무리겠지?"
사운드웨이브가 머뭇거렸음
"보이스박스를- 쓰지 않았을 뿐- 본인의 목소리를- 사용했으니- 아까는- 침묵의 맹세를- 반 쯤- 깬 거나- 다름없음- 다시 또- 하기에는- 조금 그럼"
"괜찮나?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맹세가 더럽혀진 거라면..."
"오라이온의- 용서를- 얻었으니까- 별로- 후회는- 없음- 사운드웨이브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표현이- 그 정도라는 게- 아쉽기까지 함-"
"차고 넘치게 충분하네. 네가 그 맹세를 얼마나 열심히 지켰는지는 조금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어. 그걸 감수하게 했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좋기도 해."
"오라이온이- 좋아해서- 기쁨"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그리고... 네 목소리 참 독특하고 듣기 좋았어. 나중에 맹세를 깰 수 있게 된다면 꼭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군."
"사운드웨이브의- 목소리- 오라이온의- 취향에- 부합함? 이 목소리로- 주조되어서- 기쁨"
"응, 꼭 내 취향이네."
오독오독-
이질적인 소리에 오라이온과 사운드웨이브는 그들의 세계에서 벗어났음 두 메크의 시선이 뒤로 향했음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메가트로너스가 녹막대 두어 개를 한 번에 씹고 있었음
"오, 방해해서 미안하게 됐어. 녹막대를 녹여 먹는 건 취항이 아니라서 약하게 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군."
"음, 메가트로너스? 그 녹막대는 그새 어디서 난 건가?"
"너희 둘이 끝내주는 사랑극을 보여주는 데 입이 심심하더군. 감상할 때 먹으려고 잠깐 나가서 사왔네."
"어... 그렇군."
"옵틱 앞에 보이는 게 너무 달큰해서 토핑이 없는 오리지널 녹막대로 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
"계속하는 게 어떤가? 오랜 친우가 다른 친우 옆에서 애교부리는 게 참 재미있던데."
하지만 두 메크는 자신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하고는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음 메가트로너스는 옆에서 '흠. 재미있는 장면을 다 놓쳤나...' 하고 중얼거렸음 그 후로 몇 분 동안은 오도독거리는 소리와 쿨링팬 돌아가는 소리만이 대여실을 채웠음
+
오라이온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음 그가 고개를 들며 소리쳤음
"잠깐, 사운드웨이브, 손!"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았음 오라이온은 손등이 움푹 파인 사운드웨이브의 손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그를 일으켜 세웠음
"이걸 잊고 있었다니... 빨리 의사에게 가야겠어."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에 손에 질질 끌려갔음 오라이온이 메가트로너스에게 물었음
"메가트로너스, 사운드웨이브를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가겠나?"
메가트로너스는 고개를 저었음
"내가 껴있으면 사운드웨이브가 네게 아프다고 어리광부리기 부끄러워 할 테니까 오늘은 먼저 가보지."
물론 다음에는 끝까지 감상할 거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지 뭐.
메가트로너스는 뒷말을 삼키고 일어났음
++
"...오라이온, 쟤가 니 애인이라고?"
"응, 라쳇, 무슨 문제라도..?"
라쳇은 옵틱을 꾹 감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었음
'귀엽다며! 귀엽다며! 저 시커멓고 큰 녀석이 어디가 귀여운데!'
라쳇은 오디오리셉터 성능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케이온의 2위 검투사를 흘겼음 그리고 휴대용 통신장치를 조용히 두들겼음
-라쳇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저 덩치가 산만한 녀석 때문에 하부 동체의 특정 부분이 아프다면 당장 얘기하도록 해.-
'저 조용하고 속 모를 녀석이 오라이온에게 흉흉한 스파이크를 들이밀기라도 했다면 렌치로 머리를 그냥...'
라쳇은 고개를 들고 오라이온의 반응을 살폈음 그리고 사이버-독감에 걸린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얼굴을 마주했음
'.....?'
띠링-
-오라이온 팩스 : 라쳇, 의사로서 내 동체를 걱정해준 건 정말 고맙네.-
-오라이온 팩스 : 하지만-
-오라이온 팩스 : 음, 오히려 사운드웨이브가 아프다면 아팠지, 내가 아프지는 않네.-
라쳇은 메시지를 응시했음 그리고
'생각하지 말자.'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브레인모듈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참의사 라쳇은 쓸모없는 생각을 차단했음 어쩐지 텅 빈 옵틱을 한 그가 사운드웨이브의 손등을 수리할 만한 도구를 찾으러 이동했음
tmi 1. 라쳇은 사실 조금 안심했음 인터페이스 하다가 부상당할 일은 없겠구나... 하고
tmi 2. 오라이온이 옵티머스되고 사운드웨이브가 동체를 개조하면 곧 박살 날 안심임
tmi 3. 메가트로너스는 새로 준비하고 있는 집으로 연애 구경 때 먹을 팝에너존 제조기계를 하나 들일까 고민 중임
tmi 4. 손등 파인 거는 사운드웨이브 쯤 되는 검투사에게는 평범한 부상에 속함 아프긴 해도 꽤 괜찮게 견딜 수 있음 하지만 괜찮다고 얘기해봤자 오라이온의 잔소리와 걱정만 키울 것이기에 입 다무는 중 + 메가트로너스도 입 다무는 중
tmi 5. 오라이온도 검투사 경기를 상당히 많이 봤기에 사운드웨이브가 저 정도의 부상을 크게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애인을 고통을 덜어주고 싶을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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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사웨
오라이온의 옵틱이 커졌고 사운드웨이브의 뒤에 있던 메가트로너스도 마찬가지였음 사운드웨이브가 보통 사용하던 여러 목소리가 혼합된 파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목소리로 이루어진 파일은 여러모로 그들의 혼을 빼놓았음
목소리 자체가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오-라-이-온이라고 한 글자씩 억지로 붙여서 말한 걸 보니까 둘이 만나기 한참 전의 음성 파일을 사용한 거였음 굳이 그 파일을 이용한 이유라면 하나밖에 없었음
오라이온이 양손으로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를 감싸며 물었음
"네... 목소리인가?"
사운드웨이브는 끄덕였음
"진심- 전달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 같았음"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의 손을 약하게 잡고 살살 이끌어 그의 스파크 챔버가 있을 위치에 올렸음
쿵ㅡ 쿵ㅡ 쿵ㅡ 거리며 빠르게, 그리고 무겁게 뛰는 스파크의 존재감이 두꺼운 외장갑 아래에서도 선명했음
사운드웨이브가 다시 말했음
"오-라-이-온- 사-랑-해- 헤어지기- 싫어-"
사운드웨이브가 지금 할 수 있는 표현 중에 이것들보다 확실한 것은 없었음
애초에 사운드웨이브를 용서하고 싶었던 오라이온은 진심이 담긴 사랑고백을 받으며 조금씩 진정되는 기분을 느꼈음
어쩌면, 오늘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연애가 시작되는 날일지도 몰랐음 오라이온은 우는 것을 멈추고 표정을 풀었음
오라이온은 뺨에 남은 냉각수를 닦아내고 사운드웨이브를 껴안았음
"나도 사랑해, 사운드웨이브. 너와 헤어지기 싫어."
완전한 결론이었음 오라이온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사운드웨이브는 머리를 오라이온의 어깨에 묻고 오라이온을 마주 안았음 그는 맹세했음
"용서해- 주어서- 정말 정말- 고마움- 앞으로는- 절대- 오라이온이- 실망하는- 일- 없도록- 하겠음"
그렇게 서로에게 파묻혔지만 오라이온에게는 지금의 포옹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사운드웨이브가 고수하는, 자신이 혹여나 다칠까 힘을 뺀 포옹은 평소라면 좋았겠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음
오라이온이 서보에 힘을 주며 말했음
"사운드웨이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진 않아. 그러니 오늘은 강하게, 날 놓치기 싫은 만큼 안아주게."
오라이온의 말을 들은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을 놓치기 싫은 만큼< 이 얼만큼인지 증명할 필요라도 느낀 건지 서보에 힘을 주고 널널했던 품에 공간이 남지 않도록 그를 꼭 감쌌음
답답할 정도의 압박이 느껴졌지만 아프지는 않았음 힘을 더 줄 수 있을 것 같음에도 자제한 걸 보니 아무래도 다치게 하기 싫다는 마음이 앞선 모양이었음
'정말 한결같네...'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았음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 고요한 상태에서 빠듯히 맞닿은 동체로 스파크 박동이 전해졌음 다른 속도로 뛰던 두 스파크가 점점 하나의 박동으로 합쳐지자 편안한 안정감이 들었음
평소같은 포옹으로는 느끼지 못했을 감각을 맛보던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며 억울함 섞인 웃음을 지었음
"이렇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빼고 있었군."
사운드웨이브도 아쉬움을 느낀 건지 약하게 끄덕였음
"앞으로는- 종종- 이렇게- 껴안을- 것"
냉각수 젖은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음 메가트로너스는 그들에게 슬쩍 냉각수를 닦을 천을 건네주었음
"어쩐지... 메가트로너스 칭찬을 너무 많이 하더군."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의 연락처 저장명을 '귀여운 나의 애인' 에서 '전보다는 덜 귀여워진 애인' 으로 바꾸며 중얼거렸음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과의 연애에서 자신의 최대 강점이 감소한 현실을 보며 벼락 맞은 것처럼 죽상이 되었지만 감히 항의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음
오라이온이 단호하게 말했음
"삼 개월 동안은 이 저장명을 사용할 거네. 용서한 것과는 별개로 거짓말은 귀여운 행동이 아니야."
사운드웨이브는 힘없이 끄덕였음 오라이온은 마음이 살짝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쭈굴해진 사운드웨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그래도 그 거짓말 덕에 너와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 아주 나쁘진 않네."
그 말에 순식간에 회복된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의 손길에 기대 부비적거렸음 그의 뒤에 꼬리가 있었다면 프로펠러처럼 돌고 있었을 것 같았음
메가트로너스는 뒤에서 그 꼴을 감상하며 속으로 웃고 있었음
'이 정도면 됐지. 나름 잘 풀렸어.'
준비한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뭐, 그건 중요하지 않았음 저 두 메크가 망가지지 않고 함께 꽁냥거리는 상태가 유지될 거라는 게 중요했음
메가트로너스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그들만의 세상에 빠진 두 로맨티시스트를 감상했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연극이라도 보는 기분으로 지켜보다가 문득 입이 심심하다는 기분이 들었음
'흠... 이럴 줄 알았으면 녹막대나 한 봉지 챙겨올 걸 했나?'
오라이온의 쓰다듬을 받으며 사운드웨이브는 천국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음
'오라이온이 이 거짓말을 어느 정도는 괜찮게 봐줄 정도로 날 사랑한대...'
멈췄던 냉각수가 다시 흐를 것만 같았음
'오라이온이! 그 정도로! 날! 사랑한대!'
물론 오라이온에게서 귀여움 점수는 깎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 귀여워진 게 아니라 '덜' 귀여워진 거였음
'오라이온 말 잘 듣고 다시 귀여운 애인으로 회복해야지.'
진심으로 귀엽다는 말에 매달리게 된 사운드웨이브 옵틱이 바이저 아래에서 이글거렸음
딱 지금이 진솔된 얘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타이밍 같았기에 사운드웨이브가 물었음
"오라이온- 사운드웨이브- 어디가- 귀여움?"
오라이온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음 아마 연락처 저장명을 빠르게 바꾸기 위한 준비로 받아들인 것 같았음
"음,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네만 삼 개월 내에는 어림도 없어."
"못 바꾸는 건- 알고 있음- 그게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어- 보는 것임- 귀엽다는- 말은- 오라이온이- 가장- 많이 하는- 칭찬임-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음-"
"하긴, 틈만 나면 귀엽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얘기는 안 했군."
오라이온은 빙그레 웃으며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고는 조곤조곤 한 가지씩 읊어줬음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큐브를 들고 소식하는 게 귀엽네. 어떻게든 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바이저로 이모티콘 띄우는 법을 찾은 게 귀여워. 칭찬을 받으면 어색해하면서도 좋아서 바이오라이트를 깜빡이는 게 귀엽고 질 나쁜 메크로부터 날 당당하게 지켜주고는 혹여나 내가 놀랐을까 봐 바로 쭈굴해지는 게 귀엽네. 나랑 눈높이를 맞추고 싶어서 대화 중에 몸을 낮추는 것도 귀엽고 남들 곁에서는 딱딱하게 서 있다가 날 발견하자마자 허리를 쭉 펴고 손을 드는 것도 귀엽네. 내 목소리가 오디오리셉터에 바로 옆에서 들릴 때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게 귀엽고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귀여워."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의 뺨에 손을 올렸음
"지금 이 말의 한 음절도 놓치기 싫다고 바짝 붙어서 녹음하고 있는 것도 귀여워. 잔뜩 신난 티가 나는 것도 귀여워. 성격도, 행동도, 특징도 귀여우니까 내 애인은 귀엽지 않은 게 없군."
사운드웨이브는 잔뜩 감동하여 오라이온에게 치댔음
'애정 너무 달아... 칭찬 너무 좋아...'
오라이온은 치대는 사운드웨이브를 능숙하게 받아주며 물었음
"내가 말해줬으니까 너도 말해줘야 공평하겠군. 내 어디가 좋은 건가?"
사운드웨이브는 치대는 것을 멈추고 오라이온의 손을 꼭 잡았음
"오라이온- 옵틱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아주 맑음- 오라이온- 목소리- 간질간질하고-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움- 오라이온이- 옵틱을- 곱게 휘면서- 목소리에- 애정을- 담아주는 순간이- 너무너무- 설레고- 좋음- 오라이온이- 쓰다듬어줄 때- 단정하고- 매끄러운- 손이- 동체에- 닿는 감각이- 좋음- 오라이온의- 배려심- 넘치고- 어른스러운- 태도가 좋음- 오라이온 내면의- 올곧고- 단호한- 면이- 좋음- 머뭇이는- 사운드웨이브에게- 계속- 먼저- 용기내어- 다가오는- 게 멋있음- 가끔- 던져주는- 장난이- 좋음- 데이터 패드 내용에- 집중할 때- 살짝- 찌푸려지는- 미간이-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 이름 부를 때- 스르르 풀리는 게-좋음- 사운드웨이브가- 먼저- 애정표현을- 할 때-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르는- 오라이온의- 얼굴이- 좋음"
"...지금 내 얼굴이 어떤가?"
"새빨감- 좋음-"
"너한테도 쿨링팬 도는 소리가 들리는군."
"사운드웨이브- 칭찬을- 길게 하는 게- 이 정도로- 부끄러운 일인 줄- 몰랐음"
"네 칭찬도 좋고, 부끄러워하는 네 모습도 좋으니까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네."
사운드웨이브는 끄덕였음
오라이온이 물었음
"아까처럼 다시 네 목소리를 사용하는 건 무리겠지?"
사운드웨이브가 머뭇거렸음
"보이스박스를- 쓰지 않았을 뿐- 본인의 목소리를- 사용했으니- 아까는- 침묵의 맹세를- 반 쯤- 깬 거나- 다름없음- 다시 또- 하기에는- 조금 그럼"
"괜찮나?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맹세가 더럽혀진 거라면..."
"오라이온의- 용서를- 얻었으니까- 별로- 후회는- 없음- 사운드웨이브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표현이- 그 정도라는 게- 아쉽기까지 함-"
"차고 넘치게 충분하네. 네가 그 맹세를 얼마나 열심히 지켰는지는 조금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어. 그걸 감수하게 했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좋기도 해."
"오라이온이- 좋아해서- 기쁨"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그리고... 네 목소리 참 독특하고 듣기 좋았어. 나중에 맹세를 깰 수 있게 된다면 꼭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군."
"사운드웨이브의- 목소리- 오라이온의- 취향에- 부합함? 이 목소리로- 주조되어서- 기쁨"
"응, 꼭 내 취향이네."
오독오독-
이질적인 소리에 오라이온과 사운드웨이브는 그들의 세계에서 벗어났음 두 메크의 시선이 뒤로 향했음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메가트로너스가 녹막대 두어 개를 한 번에 씹고 있었음
"오, 방해해서 미안하게 됐어. 녹막대를 녹여 먹는 건 취항이 아니라서 약하게 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군."
"음, 메가트로너스? 그 녹막대는 그새 어디서 난 건가?"
"너희 둘이 끝내주는 사랑극을 보여주는 데 입이 심심하더군. 감상할 때 먹으려고 잠깐 나가서 사왔네."
"어... 그렇군."
"옵틱 앞에 보이는 게 너무 달큰해서 토핑이 없는 오리지널 녹막대로 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
"계속하는 게 어떤가? 오랜 친우가 다른 친우 옆에서 애교부리는 게 참 재미있던데."
하지만 두 메크는 자신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하고는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음 메가트로너스는 옆에서 '흠. 재미있는 장면을 다 놓쳤나...' 하고 중얼거렸음 그 후로 몇 분 동안은 오도독거리는 소리와 쿨링팬 돌아가는 소리만이 대여실을 채웠음
+
오라이온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음 그가 고개를 들며 소리쳤음
"잠깐, 사운드웨이브, 손!"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았음 오라이온은 손등이 움푹 파인 사운드웨이브의 손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그를 일으켜 세웠음
"이걸 잊고 있었다니... 빨리 의사에게 가야겠어."
사운드웨이브는 오라이온에 손에 질질 끌려갔음 오라이온이 메가트로너스에게 물었음
"메가트로너스, 사운드웨이브를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가겠나?"
메가트로너스는 고개를 저었음
"내가 껴있으면 사운드웨이브가 네게 아프다고 어리광부리기 부끄러워 할 테니까 오늘은 먼저 가보지."
물론 다음에는 끝까지 감상할 거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지 뭐.
메가트로너스는 뒷말을 삼키고 일어났음
++
"...오라이온, 쟤가 니 애인이라고?"
"응, 라쳇, 무슨 문제라도..?"
라쳇은 옵틱을 꾹 감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었음
'귀엽다며! 귀엽다며! 저 시커멓고 큰 녀석이 어디가 귀여운데!'
라쳇은 오디오리셉터 성능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케이온의 2위 검투사를 흘겼음 그리고 휴대용 통신장치를 조용히 두들겼음
-라쳇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저 덩치가 산만한 녀석 때문에 하부 동체의 특정 부분이 아프다면 당장 얘기하도록 해.-
'저 조용하고 속 모를 녀석이 오라이온에게 흉흉한 스파이크를 들이밀기라도 했다면 렌치로 머리를 그냥...'
라쳇은 고개를 들고 오라이온의 반응을 살폈음 그리고 사이버-독감에 걸린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얼굴을 마주했음
'.....?'
띠링-
-오라이온 팩스 : 라쳇, 의사로서 내 동체를 걱정해준 건 정말 고맙네.-
-오라이온 팩스 : 하지만-
-오라이온 팩스 : 음, 오히려 사운드웨이브가 아프다면 아팠지, 내가 아프지는 않네.-
라쳇은 메시지를 응시했음 그리고
'생각하지 말자.'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브레인모듈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참의사 라쳇은 쓸모없는 생각을 차단했음 어쩐지 텅 빈 옵틱을 한 그가 사운드웨이브의 손등을 수리할 만한 도구를 찾으러 이동했음
tmi 1. 라쳇은 사실 조금 안심했음 인터페이스 하다가 부상당할 일은 없겠구나... 하고
tmi 2. 오라이온이 옵티머스되고 사운드웨이브가 동체를 개조하면 곧 박살 날 안심임
tmi 3. 메가트로너스는 새로 준비하고 있는 집으로 연애 구경 때 먹을 팝에너존 제조기계를 하나 들일까 고민 중임
tmi 4. 손등 파인 거는 사운드웨이브 쯤 되는 검투사에게는 평범한 부상에 속함 아프긴 해도 꽤 괜찮게 견딜 수 있음 하지만 괜찮다고 얘기해봤자 오라이온의 잔소리와 걱정만 키울 것이기에 입 다무는 중 + 메가트로너스도 입 다무는 중
tmi 5. 오라이온도 검투사 경기를 상당히 많이 봤기에 사운드웨이브가 저 정도의 부상을 크게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애인을 고통을 덜어주고 싶을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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