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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06:22
노부 20살
마치다 27살
새로 발령받은 학교. 새로 이사 온 집. 모든 것이 낯설고 피곤했다. 게다가 이렇게 학기가 새롭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학교를 옮겨야 했던 것은, 그리고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마치다에게 벌어진 끔찍하고 황당한 일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제대로 만족시켜주지도 못했던 주제에 너와 사귈 생각은 전혀 없다는 단호한 거절조차 못 알아듣고 질척거릴 때 떼어내야 했는데 그놈이 스토커로 전직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놈은 감옥에 처넣었지만 고등학교 교사가 SM 클럽에서 남자를 만나 난잡하게 놀다가 그 상대에게 칼을 맞아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은 커다란 추문이었다. 마치다가 피해자였음에도 말이다. 학교에서는 조용히 사직하기를 권고했고 대신 소문이 닿지 않을 다른 지역의 학교에 소개를 해 주겠다고 했다. 마치다로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그 클럽이 SM 클럽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치다가 정확히 그런 취향이냐고 하면 그건 애매했다. SM의 경계에 있다고 해야 할까.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고 정신적, 신체적 권리를 모두 내어주는 굴종, 아니 굴복이라고 해야 하나? 순종? 거봐. 그쪽 용어도 정확히 모르잖아. 아무튼 그런 취향도 아니었고, 마치다는 아프거나 맞는 것도 싫었다. 손바닥으로 엉덩이 몇 대 맞는 정도야 괜찮지만 SM 클럽에서 만난 상대가 몽둥이(상대는 패들인지 뭔지라고 했다)를 꺼내들었을 때는 기겁해서 달아났다고. 아무튼 그런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침대 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대에게 지배당하면서 쾌감을 얻는 타입이긴 했다. 그래서 예전 애인들은 마치다의 그런 취향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제 욕심대로 마치다를 멋대로 이용하려고 했다. 침대 위에서 지배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사람을 물로 보진 말라고. 그래서 마치다의 취향을 이해해 줄 것 같은 SM클럽에 갔는데 그쪽 사람들은 마치다가 감당하기엔 취향이 정말로 너무나 하드했다. SM이야말로 물로 볼 게 아니더라.
게다가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선 동료 교사들하고만 인사했을 뿐 아직 애들 얼굴도 못 봤는데. 무엇보다도 이 지역은 마치다가 일하던 수도와 달리 꽤나 작은 지역인데 벌써 SM클럽 같은 데 다니다가 말썽을 일으킬 수 없으니 평범한 클럽에 갔다. 이사와 이직 스트레스가 심해서 술이나 한잔 할까 하고. 정말로 술이나 한잔할까 했다. 물론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잘 수도 있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클럽에서 그 녀석을 봤을 때는 금광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전부 마치다의 취향이었으니까. 일단 얼굴 자체가 너무 취향이었는데 마치다 본인부터가 워낙 커서 마치다보다 키와 골격이 다 큰 상대를 찾는 것도 그리 쉽진 않은데 녀석은 몸도 키도 마치다보다 컸다. 게다가 몸이 예쁘기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게 없겠다 싶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유심히 관찰하다가 마치다와 눈이 마주치고 웃는 얼굴이 크리티컬.
어려 보인다 싶었더니 이제 20살이라고 했다. 18살은 넘었으니 통과라고 하기엔 양심이 아프지만 20살이면 법적으로도 사회적 인식으로도 이미 성인이니까. 게다가 녀석은 바이크샵에서 일하고 있는데 동료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학생이 아니라는 말. 뭐 20살이 학생일 리 없지만.
금광이 금광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광산이란 걸 알게 된 건 녀석과 함께 녀석의 집에 들어갔을 때였다. 마치다로선 녀석의 집까지 갈 생각은 물론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자신의 집에 들일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미친 스토커한테 칼빵 맞은 지 몇 달이나 지났다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할 리가. 하지만 이 순진한 녀석은 칼빵을 맞아보지 않아서 그런지 겁없이 낯선 사람인 마치다를 제 집에 들였다. 혼자 자취한다는 녀석의 집은 평범하게 남자가 혼자 사는 집 같았다. 집이 끝내줘서 다이아몬드 광산이었다는 건 아니고.
집주인이 끝내줬다.
녀석은 클럽에서는 플러팅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내내 싸가지없이 굴던 마치다가 침대 위에서 갑자기 온순해지자 의아한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눈치빠르게 바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마치다를 조련하려 들었다. 얼마나 마치다를 쾌감에 미치게 만들었는지는 그 자리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다음 날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놈의 다리 사이에 달린 게 얼마나 큰지 밤새 몇 번이나 녀석의 것을 빨아댄 탓에 다음 날 입 안이 온통 헐고 퉁퉁 부어 있어서 밥도 못 먹었는데 그날 침대에서 녀석의 다리 사이에 꿇어앉아 녀석의 것을 황홀하게 빨고 있을 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까 입술이고 입 안쪽이고 다 터져 있던데?
혹사당한 건 마치다의 입만이 아니라서 녀석이 씹어대고 빨아댄 온몸이 아릿했고 허리며 다리도 하루 종일 우릿한 통증이 있었다. 다리 사이는 말해 뭐해... 말을 말자. 아무튼 그런 상태였는데 그날 밤 침대에서는 마냥 황홀하기만 했다. 어찌나 쾌감에 절어 있었는지 녀석이 안 그렇게 생긴 얼굴로 미친 수준의 더티톡을 늘어놓을 때도 바로 솟아난 수치심이 불쾌감이 아니라 쾌감으로 이어졌다.
그날 그 녀석이 침대에서 한 말들을 수차례의 필터링을 거쳐서 떠올려 보자면.
이게 그렇게 좋아? 밤새도록 빨아놓고도 물려주니까 또 게걸스럽게 빨고 있네
그렇게 박혀놓고 손만 댔는데 또 줄줄 흘리지? 대체 이 구멍은 얼마나 박아줘야 만족하는 걸까?
아직도 만족 못했어? 더 박히고 싶어? 그럼 예쁘게 꿇어앉아서 제발 박아달라고 애원해 봐. 아주 예쁘게 애원하면 원하는 대로 박아줄게.
이 구멍 안이 내가 흘린 걸로 꽉 차서 걸을 때마다 뚝뚝 흘리고 다니는 거 아냐? 헨젤과 그레텔이야 뭐야? (콘돔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했는데 눈만 마주치고도 또 젖어서 줄줄 흘리지? 대낮에 멀쩡하게 마주치면 큰일나겠네? 나만 보면 또 젖어서 길거리에서 질질 흘리는 거 아냐?
등등.
이게 수많은 필터링을 거쳐서 떠올린 말들이다. 필터링을 거치게 전에는 도저히 떠올리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말들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마지막 말을 다시 볼까.
몇 시간이나 했는데 눈만 마주치고도 또 젖어서 줄줄 흘리지? 대낮에 멀쩡하게 마주치면 큰일나겠네? 나만 보면 또 젖어서 길거리에서 질질 흘리는 거 아냐?
눈만 마주치고도 또 젖어서 줄줄 흘리지? 대낮에 멀쩡하게 마주치면 큰일나겠네?
대낮에 멀쩡하게 마주치면 큰일나겠네?
....
이랬는데 왜 네가 여기 있어?
주말이 지나고 아직 입술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찢어진 입술을 하고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 처음으로 정식 출근해서 첫 수업을 들어갔을 때였다. 교실 맨 뒷자리에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녀석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있는 녀석을 보고 온몸의 피가 완전히 식어 버린 것 같은 마치다와는 달리 녀석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기색으로 마치다에게 손을 흔들어댔다.
너, 내가 네 선생이란 거 알고 있었어?
#노부마치
#학생노부선생님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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