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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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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주웠는데 너무 태대같고 개인적으로 엄청 로맨틱하고 애틋하게 느껴져서 태대로 보고싶어졌음.. 북산고 시절에 태섭이가 틈만 나면 대만이한테 형, 우리 같이 세계를 부숴버리자구요. 해서 정대만 혼란스러운거 보고싶음 꽤 잦은 빈도로 시도때도 없이 대만이만 보면 태섭이가 형, 세계 같이 부술까? 해대서. 연습 끝나고 같이 집에 갈때도, 옥상 위에서 아이스크림 나눠먹으면서 빈둥거릴 때도 송태섭 정대만 보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툭 던지듯이 저 말 했었단 말임

처음엔 대만이 좀 황당했겠다 아니 뭘.. 부숴 야 너랑 나랑은 이미 서로 많이 부쉈어.. 하고 주눅드는 정대만ㅋㅋㅋㅋ 그들은 이미 뭔갈 많이 부쉈던 관계라서 태섭이가 저런 말 할때마다 대만이 괜히 찝찝하겠지 태섭이 대할 때 더 조심스러워지고. 근데 송태섭 말하는 투로 보면 또 뭐 꼽주거나 그런 느낌으로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인단 말야? 그래서 그 다음으로는 이 녀석 혹시 중2병이 늦게 왔나..? 하고 생각하는 정대만이었음 태섭이한테 야 중2병 늦게 오면 안된다 나 봤지?;; 하고 셀프 디스하며 자학 개그하는 대만이었겠지

그러다 시간이 흘러 대만이는 대학에 진학하고 태섭이는 미국으로의 유학을 앞둔 때가 오게 됨. 그때 둘이 만났을때도 태섭이는 예의 그 형 우리 세계 부숴버리자 를 말하는데, 정대만 이제는 적응해서 완전히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대충 받아치겠지 얌마 너 벌써부터 미국물 먹은거냐? 락더월드 뭐 그런거야? 근데 그건 세상을 뒤흔들잔 소리 아니냐? 나 영어 좀 하는듯 하고 와하학 웃어버리는 정대만을 보는 송태섭의 눈길이 뭔가 묘하다는 걸 대만이가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땐 그러지 못했음

시간이 더 흐르고 대만이는 국내에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가며 선수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고 태섭이 역시도 미국에서 농구선수로 유명해지겠지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할 것임. 태섭이가 미국 간 후로 둘이 꽤 자주 연락하고 지내다가 그 연락이 좀 드문드문해지고 일년에 한두번 연락 닿을까말까 된 시점에서 대만이는 태섭이를 해외뉴스에서 보게 됨 언제 사귀었는지 옆에는 예쁜 금발의 미국인 여자친구가 있었지. 그땐 그냥 흥미롭게 기사를 읽으며 송태섭 이자식 꽤 능력있잖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대만이임 

근데 대만이가 그 기사를 확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태섭이한테 급하게 연락이 오겠지 그것도 국제전화로. 좀 횡설수설하며 미국에서 바쁘게 지내느라 그간 연락 못했다, 어쩌고 저쩌고 늘어놓는 태섭이가 좀 의아한 대만이임 애초에 얘랑 나랑은 그럴 사이도 아니고? 그냥 엉엉 그래~오냐~하고 대답해버리는 정대만. 송태섭 초조한 듯이 계속 말 늘어놓다가 결국 마음이 급해졌는지 곧바로 물어보겠지. 형 그 기사 봤냐고. 엉 봤다 얌마 니 능력 좋더라ㅋㅋ 하는 대만이임 그 말 들은 건너편에서는 답이 없었지만

태섭이 한참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음 형, 세계 부수는거 좀 기다려줄 수 있어? 하고. 그걸 말하는 목소리가 꽤나 떨리는 듯 해서 대만이 더 의아해지겠지 애초에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들음. 까먹고 있었거든. 기억을 더듬다가 아 맞다 얘 예전에 맨날 나보고 같이 세계 부수자고 했었지 하고 떠올리고는 아ㅋㅋ 뭔얘기 하나 했다 엉 그래ㅋㅋ 형이 기다려주마 하고 장난식으로 답변하는 대만이임 여전히 그 대답을 들은 건너편의 태섭이는 말이 없었음 그렇게 둘의 통화는 끝이 나고

그 후로 또 6년이란 시간이 흐름. 정대만은 그때 즈음엔 국내에서 이름 날리는 감독이 되어 있었음 젊은 나이에 감독직 맡아서 감독으로의 커리어를 일찍 시작한 정대만이었고 그 즈음 송태섭도 미국 리그에서 한끗발 날리고 금의환향의 국내 귀국을 하게 됨. 태섭이의 연락으로 다시 보게 된 둘은 거진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에야 서로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보게 되었겠지 대만이 만면에 그 특유의 미소를 띠면서 야! 송태섭! 진짜 반갑다! 하고 환하게 웃는데 송태섭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와다다 뛰어와서 형!!! 하고 냅다 정대만을 껴안음 대만이가 예전에 태섭이 놀렸듯이, 이젠 진짜로 한껏 미국물 먹고 와서 벌크업에 뭐에 엄청나게 커져버린 그 송태섭이, 간절한 아이마냥.. 

송태섭의 격렬한 포옹을 몸으로 다 받아들이면서 대만이 어어;; 야 아파 그만 좀 쎄게 안아라;; 나도 반갑다;; 하고 쫌 당황해하지만 이 녀석이 그만큼 내가 반가웠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김 정대만은 언제나 그랬음 송태섭과의 모든걸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음 그러니 지금도 태섭이의 그 떨리는 표정을, 간절한 몸짓을, 으스러지듯이 저를 껴안는 그 넘실거리는 감정을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거지 송태섭을 다시 마주한 지금까지도..

둘은 곧 회포를 풀만한 고급 와인바를 찾아서 간만에 술 한잔 하게 됨 송태섭 왠지 모르게 엄청 긴장한 눈빛에 경직된 몸짓.. 정대만한테 와인을 따라주는 손이 덜덜덜 떨림 그걸 보면서 대만이는 또 눈치없이 와하핫 웃겠지 야 내가 그렇게 어렵냐? 오랜만에 봤다고 선배 취급 하긴. 그냥 너 원래 하던대로 편하게 대해. 하는 정대만에 송태섭 와인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는 듯이 대충 한두입 마시고는 정신없이 정대만의 그 웃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함 

술은 계속 들어가고, 대화도 흘러가고.. 10년 묵은 세월이란 꽤 오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음 각자 위치했던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둘은 제법 취하게 됨 특히 평소에 감독직 하느라 술을 절제했던 대만이 쪽이 좀더 빨리 취했겠지 취기에 살짝 몸을 기울이는데, 송태섭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대만이 제 어깨에 편히 몸을 기댈 수 있도록 도와줌. 정대만 송태섭의 어깨.. 좀 더 몸이 기울어져서 송태섭의 너른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면서, 야.. 너 왤케.. 커졌냐.. 흐흐.. 임마 꼬맹이가아.. 커졌네.. 함 그 말 듣는 송태섭 진짜 미칠 지경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어떤 곳이 반응하려고 하는걸 애써 참으면서 그래요..?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덜덜 떨림

대만이가 엉.. 커졌어.. 송태섭.. 엄청.. 하고 붉게 물들은 얼굴을 태섭이 쪽으로 들이대는데, 송태섭 그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형, 세계 언제 부술까요? 함.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미친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정대만 그 말 듣고 어엉..? 하면서 고개 갸웃거림 무슨 말 하는거지.. 아하.. 기억났다.. 또 까먹고 있었던 정대만 기억의 우물에서 태섭이의 그 말을 이내 길어올리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래 임마! 같이 세계 부수자! 하고 대답함 그리고..

거칠게 와닿는 입술에 정대만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음 너무나 간절하고 애틋하고 지금 이 순간만을 원해왔다는 듯이 밀어붙여오는 입술과 혀에 정대만은 취기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했음 야, 송..태섭, 지금 뭐..하는.. 하지만 단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음 송태섭의 울 것 같은, 사랑이 절절 끓는 듯한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말이지


송태섭이 세계를 부수자고 했던 것, 그건 이 세상이 끝장나더라도 형과 언제나 함께하고 싶다는 송태섭의 진정어린 고백이었고, 매번 진심이었음을.. 그리고 아주 옛날부터 송태섭의 온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 바로 자신이었음을 정대만은 어렴풋이 깨닫게 되겠지 



이런 태대 보고싶은데..이게 시작인..ㅎ
이 뒤로 열심히 삽질하고 마음 못 전하고 서로 거부하고 거부당하고 그러다 결국 이어지는 태대 해피엔딩 보고싶은데 누가 좀 써줘라 릷

태섭대만 슬램덩크 슬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