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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6 15:19
근데 이제 위장결혼을 곁들인..
짤은 갤줍함
켄리아가 심연에 패배하지 않고 티바트를 정복했다는 설정
캐붕주의 음슴체주의 썰체주의 구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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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아의 자랑스러운 육군대장이었던 카피타노는 어느날 갑자기 왕명을 받아 외눈박이 왕 엘민을 알현했다.
심연을 제압하고 티바트를 점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카피타노를 치하하며 왕께서 친히 신부를 내려주신다는 어명을 받들기 위해.
카피타노는 거절하려 했지만 왕은 무를 생각이 없었고 결국 뼛속까지 군인이던 카피타노는 그 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었는데..
문제는 그 신부가 티바트인이라는 것. 그리고 사소하지만 상대가 흑요석 할머니라는 것.
인간의 힘으로 심연을 제압하고 전쟁으로 여러 식민지를 거느리던 켄리아에게 신이 다스리는 티바트는 그저 미개한 대륙 중 하나였고 전쟁으로 그곳을 정복하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음.
최전방에 서서 수많은 티바트인을 베어낸 그에게 티바트 신부를 하사한다는것은 일종의 모욕과 같았음.
불만없이 무리한 명령을 이행하고 부하들을 책임지는 카피타노에게 수많은 지지가 따랐지만 그에 따른 왕의 불안은 날이 갈 수록 커졌음.
페드롤리노는 항상 이에 경고했으나 카피타노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음.
어차피 자신은 군인이며 중앙정계 나갈 생각따위 하지도 않았기에. 그리고 그 안일함의 댓가는 이렇게 돌아왔음.
사실 카피타노는 반려를 들일생각이 1도 없었음. 자신은 늘 최전방에 있으며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려를 들여 애먼 여인을 과부로 만드느니 혼자사는게 낫다고 생각했음. 게다가 심연과의 오랜전쟁으로 카피타노의 몸은 많은 부분 오염되어 얼굴은 투구로 가려야 할 정도였음
그래서 오랜시간 반려를 들인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음.
결혼식을 올리기엔 자신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할머니라니..
카피타노는 한숨을 쉬며 저택 사용인들에게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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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버려진 아이였음. 불완전한 영혼은 불길함의 상징이라 그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명룡들 사이에 버렸음.
용들은 잘 울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를 보살폈고 연기주인 사람들이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데려왔음.
왜냐면 그들은 산제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갓난아이를 희생해 지맥을 안정화 시킬려했지만 보기좋게 실패했고 올로룬은 마을에 짐덩이자 천덕꾸러기 취급 받았음.
오직 시틀라리만이 그를 거두어 키우기 시작했음.
올로룬은 연기주인의 핍박에도 시틀라리 덕분에 착한심성으로 자라났음.
오히려 불완전한 영혼때문에 제물조차 되지 못한 자기가 한심스러웠고 어떻게든 마을과 시틀라리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음.
어느날 시틀라리가 화를 내며 족장과 싸우는 소리를 들었고 올로룬은 숨어서 이를 엿들었음
"...그러니.. 켄리.....시집을 가라고?"
"...시..리..불의... 회의소.....결정"
"....지금 장난해!!!!"
시틀라리는 격노하며 집으로 돌아갔고 올로룬은 할머니의 분노가 누그러질때까지 밖에서 기다렸음.
잠시후 집에 들어가자 어딘가 초췌해진 시틀라리가 보였음. 올로룬은 뭐라 말할 수 없었음.
아직도 켄리아의 군대가 나타를 짓밟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음.
켄리아의 경작기와 무기들앞에 나타사람들은 쉽게 무너졌고 성화는 꺼졌으며 불의 신은 패배했음.
환혼시로 살아돌아온 6영웅은 죽을때 까지 죽였음.
결국 패배한 나타는 매해 수많은 광물을 보내고 부족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를 뽑아 켄리아 고위직과 혼약하기로 조약을 맺고 겨우 평화를 유지했음. 말이 신부지 사실상 인질에 가까웠음.
그래서 나타부족중 가장 뛰어난 여인을 선발했는데 그게 할머니였음. 누구에게로 보내지는지 조차 몰랐고 켄리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었음.
다음날 집으로 화려한 옷이 보내졌고 올로룬은 결심했음.
지금이 할머니께 헌신할 기회라고
올로룬은 잠이 오는 식물가루를 시틀라리 찻주전자에 가득붓고 화려한 신부복을 입었음. 분홍빛 망사와 꽃으로 얼굴과 몸을 잘 가리고 꽃마차에 올라탔음.
성대하기 그지없는 행렬이었으나 울음소리가 가득했음. 올로룬은 마음이 가벼워졌음을 느낌. 이제야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는것 같아서
할머니는 지금쯤 꿈나라에 들었겠지.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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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불안한듯 실크소매를 만지작 거렸다.
만약 할머니가 아닌게 들통나서 외교문제로 번지면 어떡하지?
할머니한테 피해가 가는거 아닌지.
켄리아 사람들은 살육과 전쟁에 미쳐있다는데 어떤식으로 자신을 처형할까 등 사진으로만 본 스네즈나야나 폰타인처럼 화려한 저택에 오니 이제서야 이성적인 판단이 스멀스멀 돌아왔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대가 나타에서 온 신부인가?"
머리위에서 무겁지만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망사에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자신보다 키가 크고 잿빛 제복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 사내였음
목소리로 들통날까 올로룬은 고개를 끄덕였음
다행히 남자는 더 캐묻지 않았음. 거리를 유지한채 자신은 켄리아의 육군대장이며 카피타노고 나의 부군이 될 사람이라고
여정이 피곤했을테니 쉬라며 그냥 자신을 지나쳤음.
다른 사람같으면 소박맞았다고 슬퍼할것 같지만 올로룬에게는 행운과 같았음.
올로룬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이들을 전부 거절했음. 카피타노가 미리 언질을 한건지 혼자서 씻겠다는 데도 사용인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줌. 필요하면 종을 울리라는 말과 함께
무거운 금장식과 겹겹이 주름진 옷들을 벗고 뜨거운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굼.
물에 무언가 섞었는지 인공적인 향과 꽃잎이 가득해 머리가 아파왔음. 벌써부터 샘물무리 온천의 자연적인 향이 그리워지기 시작함.
다행히 카피타노라는 자는 무례하거나 야만적인 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듯 했음.
욕조 위의 병 안에 향긋하고 걸쭉한 액체가 신기했다. 액체를 가지고 손가락 사이로 장난을 치다 그만 눈에 튐.
올로룬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과 속눈썹을 씻기 시작했음
켄리아는 역시 위험한 곳이다. 이렇게 위험한 액체로 몸을 씻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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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이불속에서 덜덜 떨었음. 혼례를 올리게되면 첫날밤은 필연적이란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카피타노 침대속에 들어가 그를 기다리는게 마치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 같았다. 이제 다 끝난것이다. 카피타노는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더불어 올로룬의 초조함도 길어졌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거운 부츠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은 척 했음.
"내일부터 별실에 방을 마련해 줄테니 오늘밤만 여기서 지내시오"
다행히 카피타노는 이불을 들춰내거나 하지 않았다.
때를 보아 파혼해 나타로 보내줄테니 조금만 참으란 말과 함께 묵직해보이는 외투를 벗고 그는 침대가 아닌 맞은편 소파로 향했다.
그로부터 얼마후 카피타노가 잠들었을까 싶어 올로룬은 이불을 들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뛰쳐갈듯 제복은 다 벗지 않은채 소파에 누워있었으며 흑요석처럼 검고 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늘어져 있었고 늘 걸치던 투구는 탁상위에 있었다.
우뚝한 코와 새하얀 얼굴의 절반은 심연에게 오염되어 있었음. 이정도로 침식되고도 죽지 않은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올로룬은 손을 뻗어 카피타노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넌 누구지?"
겨울하늘처럼 시린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올로룬의 몸은 바닥으로 내팽겨쳐졌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은채 도망치려는 올로룬 위에 올라타 한손으로 그의 양손을 결박했다
"나는 시틀라리가 여성인줄 알았는데"
카피타노의 커다란 손이 올로룬의 턱뼈를 부숴버릴듯 쥐었다. 겁먹은 올로룬은 카피타노를 발로 차며 도망갈려했으나 무쇠로 만들어진듯 꼼짝하지 않았다
"너는 누구지? 나타에서 보낸 자객인가?"
자신의 몸집에 두배나 되는 사내가 분노하며 목을 조르자 무서워진 올로룬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을 빌었음
"죄송...죄송해요...."
"..뭐?"
"미..미안해요 ...속여서 ....죄송해요..."
올로룬은 훌쩍훌쩍 울며 죄송하다고만 했음. 어린애가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니 카피타노는 당황해서 올로룬에게 손을 뗐음
그제서야 올로룬은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음.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양 손목과 목 근처에 피멍이 들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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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한참이 지나서야 울음을 멈췄고 카피타노는 그 앞에 김이 나는 코코아가 담긴 컵을 건넸다.
의심스러운듯 냄새를 맡고 코코아 위에 떠다니는 말랑말랑한 하얀 솜같은걸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도 보았다.
독은 안넣었단말에 미심쩍게 카피타노를 한번 흘겨보더니 조심스럽게 마시기 시작했다. 제법 입에 맞는듯 새끼명룡처럼 축 쳐져있던 동물귀가 똑바로 펴지기 시작했다.
카피타노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시틀라리는 네 할머니란 말이지.."
"엄밀히 말하면 입양됐어. 난 부모가 없어"
이제 맘이 좀 놓인듯 반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카피타노는 머리가 아파왔음. 자칫하면 나타와 켄리아의 외교문제로 불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네 효심은 갸륵하지만 이건 그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내일아침 나타로 보내줄테니 네 할머니를 모셔와라."
"싫어"
"...나타가 또다시 전쟁의 화마에 휩쌓이는걸 보고싶나?"
올로룬은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빈 컵을 만지작거렸음.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것을 알지만 이 어리석은 아이는 알 수 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갈데가 없어"
"뭐?"
"할머니가 없으면 나타에 내가 갈데가 없어
...그리고 당신도 아무런 확인도 안하고 날 받아들였잖아. 따라서 우리는 공범이야."
아이의 억지에 카피타노는 할말을 잃었음. 무언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아이는 나타에 돌아가길 꺼리고 있었음.
기절시켜 나타에 던져놓지 않는 한 제발로 갈것 같진 않았음. 그래서 조금 겁을 줘보려고함.
"내가 무섭지도 않은가? 내가 베어버린 나타인만 해도 수십이다."
"... 연기부족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어"
"..."
"당신은 피와 살육에 미친자가 아니야"
올로룬은 흘낏 카피타노를 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눈앞의 그가 아니라 좀더 먼 너머를 보는듯 했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지?"
"...당신의 영혼. 내가 본 그 어떤 영혼보다도 무겁고 곧아"
처음 카피타노를 봤을때부터 느꼈음.
망사너머 검은 제복 안 새파랗게 흠없이 타오르는 영혼. 저렇게 올곧은 영혼은 티바트에서도 켄리아에서도 본적이 없었다.
올로룬 말에 카피타노는 은인으로 부터 들은 오래된 유언을 떠올렸음.
오래전 적이었던 자신를 치료해주었던 연기부족 족장 아이주. 이유를 물으니 그도 나의 영혼에 대해 말했었지
[당신처럼 곧은 영혼을 가진이라면 믿을 수 있어]
[연기주인과 아이들을 부탁해]
티바트가 전쟁의 화마에 휩쌓여도 카피타노는 어떻게든 나타의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
그래서 빠르게 나타의 기둥이 되는 6영웅들을 죽이고 불의 신과 족장들을 제압했다.
페드롤리노에게 부탁해 포로도 요구하지 않았고 해마다 일정광물을 보내는걸로 끝냈다.
이일로 위에서는 카피타노가 나타의 첩자가 아니냐며 의심했지만 그는 평소처럼 묵묵히 전쟁에 임했다.
결국 왕의 의심은 끝까지 거둬지지 못해 이렇게 나타에서 인질을 데려오게 되었지만
"연기주인 사람이 맞군."
"? 당연하지"
카피타노는 피곤한듯 눈가를 쓸었다. 심연으로 오염된곳이 욱씬 거리기 시작했다.
심연수계 사냥개 무리 한복판에 떨어지는게 차라리 나을것 같았다.
"내일 날이 밝으면 선생을 한명 붙여줄 테니 기본적인 왕궁예절을 익히도록 해라"
"왜?"
"얼마후 폐하를 알현해야 하니까"
알겠나 올로룬. 네 행동 하나하나에 나타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해라. 엄한 카피타노 말에 올로룬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카피타노의 철칙에 어긋나는 짓이다.
평소라면 왕실에 보고해 올로룬을 처벌받게 하고 나타에 책임을 물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자꾸 나타에 와 엮이면 그의 질서와 규칙이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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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 몸이 침식된 이후로 먹거나 잠드는 행위는 필수가 아니게 되었다.
전쟁도구로써는 더할 나위없으나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처음 흑요석 할머니를 신부로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단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냥 곧 세상을 떠날터이니 그때까지 사람을 붙여 요양하면 되는걸로 알았다.
불혹의 나이에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신부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인 입으로는 성인이라고 하나 잠든 얼굴에 솜털은 아직 그대로다.
이렇게 어린애를 데리고 온갖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켄리아에서 외줄을 탈 생각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덤으로 밤의 신의 나라에서 아이주가 자신에게 도둑놈이라고 외치는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도 잠을 잘 수 없었지만 긴장풀린듯 편히 잠든 올로룬을 보니 더욱 잠들 수 없는 카피타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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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카피타노 시간되면 칼같이 자택으로 복귀해 주변에서는 신혼이어서 좋구만 하고 훈훈히 바라보는데
사실 얼마전에 켄리아 꿀벌레 잡으러가다 담을 넘었는데 육군대장 집에 도둑들었다고 신고가 들어와 시간 있을때마다 올로룬 감시함
올로룬이 아무리 카피타노 좋아해도 카피타노 입장에서는 그냥 이게 젊은 나이에 치기인거 아니까 진지하게 안받아줌
그러다 올로룬이 다 벗고 카피타노 위에 올라타 어설프게 유혹하는데 이성끊어져 담날 아침까지 뒤지게 따먹힘. 유리체력 올로룬 이틀동안 침대신세짐.
구스레드 모략에 휘말려 연기부족이 전멸했단 거짓소식에 불안전한 영혼이 쨍그랑 되는 올로룬 보고싶음. 영혼이 불완전하면 깨지기도 쉽겠죠? 올로룬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다 시틀라리 첨 봄. 그 할머니가 그 할머니가 아니었단걸 이때 처음 알음
나중에 이혼해서 올로룬 나타로 보내려고 해도 올로룬이 이혼서류 다 찢어놓을거임.
등등 생각난대로 써봄 아 잘쌌다
짤은 갤줍함
켄리아가 심연에 패배하지 않고 티바트를 정복했다는 설정
캐붕주의 음슴체주의 썰체주의 구림주의
2: https://hygall.com/610415243
3: https://hygall.com/611113577
4: https://hygall.com/61204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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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아의 자랑스러운 육군대장이었던 카피타노는 어느날 갑자기 왕명을 받아 외눈박이 왕 엘민을 알현했다.
심연을 제압하고 티바트를 점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카피타노를 치하하며 왕께서 친히 신부를 내려주신다는 어명을 받들기 위해.
카피타노는 거절하려 했지만 왕은 무를 생각이 없었고 결국 뼛속까지 군인이던 카피타노는 그 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었는데..
문제는 그 신부가 티바트인이라는 것. 그리고 사소하지만 상대가 흑요석 할머니라는 것.
인간의 힘으로 심연을 제압하고 전쟁으로 여러 식민지를 거느리던 켄리아에게 신이 다스리는 티바트는 그저 미개한 대륙 중 하나였고 전쟁으로 그곳을 정복하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음.
최전방에 서서 수많은 티바트인을 베어낸 그에게 티바트 신부를 하사한다는것은 일종의 모욕과 같았음.
불만없이 무리한 명령을 이행하고 부하들을 책임지는 카피타노에게 수많은 지지가 따랐지만 그에 따른 왕의 불안은 날이 갈 수록 커졌음.
페드롤리노는 항상 이에 경고했으나 카피타노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음.
어차피 자신은 군인이며 중앙정계 나갈 생각따위 하지도 않았기에. 그리고 그 안일함의 댓가는 이렇게 돌아왔음.
사실 카피타노는 반려를 들일생각이 1도 없었음. 자신은 늘 최전방에 있으며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려를 들여 애먼 여인을 과부로 만드느니 혼자사는게 낫다고 생각했음. 게다가 심연과의 오랜전쟁으로 카피타노의 몸은 많은 부분 오염되어 얼굴은 투구로 가려야 할 정도였음
그래서 오랜시간 반려를 들인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음.
결혼식을 올리기엔 자신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할머니라니..
카피타노는 한숨을 쉬며 저택 사용인들에게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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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버려진 아이였음. 불완전한 영혼은 불길함의 상징이라 그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명룡들 사이에 버렸음.
용들은 잘 울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를 보살폈고 연기주인 사람들이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데려왔음.
왜냐면 그들은 산제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갓난아이를 희생해 지맥을 안정화 시킬려했지만 보기좋게 실패했고 올로룬은 마을에 짐덩이자 천덕꾸러기 취급 받았음.
오직 시틀라리만이 그를 거두어 키우기 시작했음.
올로룬은 연기주인의 핍박에도 시틀라리 덕분에 착한심성으로 자라났음.
오히려 불완전한 영혼때문에 제물조차 되지 못한 자기가 한심스러웠고 어떻게든 마을과 시틀라리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음.
어느날 시틀라리가 화를 내며 족장과 싸우는 소리를 들었고 올로룬은 숨어서 이를 엿들었음
"...그러니.. 켄리.....시집을 가라고?"
"...시..리..불의... 회의소.....결정"
"....지금 장난해!!!!"
시틀라리는 격노하며 집으로 돌아갔고 올로룬은 할머니의 분노가 누그러질때까지 밖에서 기다렸음.
잠시후 집에 들어가자 어딘가 초췌해진 시틀라리가 보였음. 올로룬은 뭐라 말할 수 없었음.
아직도 켄리아의 군대가 나타를 짓밟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음.
켄리아의 경작기와 무기들앞에 나타사람들은 쉽게 무너졌고 성화는 꺼졌으며 불의 신은 패배했음.
환혼시로 살아돌아온 6영웅은 죽을때 까지 죽였음.
결국 패배한 나타는 매해 수많은 광물을 보내고 부족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를 뽑아 켄리아 고위직과 혼약하기로 조약을 맺고 겨우 평화를 유지했음. 말이 신부지 사실상 인질에 가까웠음.
그래서 나타부족중 가장 뛰어난 여인을 선발했는데 그게 할머니였음. 누구에게로 보내지는지 조차 몰랐고 켄리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었음.
다음날 집으로 화려한 옷이 보내졌고 올로룬은 결심했음.
지금이 할머니께 헌신할 기회라고
올로룬은 잠이 오는 식물가루를 시틀라리 찻주전자에 가득붓고 화려한 신부복을 입었음. 분홍빛 망사와 꽃으로 얼굴과 몸을 잘 가리고 꽃마차에 올라탔음.
성대하기 그지없는 행렬이었으나 울음소리가 가득했음. 올로룬은 마음이 가벼워졌음을 느낌. 이제야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는것 같아서
할머니는 지금쯤 꿈나라에 들었겠지.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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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불안한듯 실크소매를 만지작 거렸다.
만약 할머니가 아닌게 들통나서 외교문제로 번지면 어떡하지?
할머니한테 피해가 가는거 아닌지.
켄리아 사람들은 살육과 전쟁에 미쳐있다는데 어떤식으로 자신을 처형할까 등 사진으로만 본 스네즈나야나 폰타인처럼 화려한 저택에 오니 이제서야 이성적인 판단이 스멀스멀 돌아왔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대가 나타에서 온 신부인가?"
머리위에서 무겁지만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망사에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자신보다 키가 크고 잿빛 제복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 사내였음
목소리로 들통날까 올로룬은 고개를 끄덕였음
다행히 남자는 더 캐묻지 않았음. 거리를 유지한채 자신은 켄리아의 육군대장이며 카피타노고 나의 부군이 될 사람이라고
여정이 피곤했을테니 쉬라며 그냥 자신을 지나쳤음.
다른 사람같으면 소박맞았다고 슬퍼할것 같지만 올로룬에게는 행운과 같았음.
올로룬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이들을 전부 거절했음. 카피타노가 미리 언질을 한건지 혼자서 씻겠다는 데도 사용인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줌. 필요하면 종을 울리라는 말과 함께
무거운 금장식과 겹겹이 주름진 옷들을 벗고 뜨거운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굼.
물에 무언가 섞었는지 인공적인 향과 꽃잎이 가득해 머리가 아파왔음. 벌써부터 샘물무리 온천의 자연적인 향이 그리워지기 시작함.
다행히 카피타노라는 자는 무례하거나 야만적인 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듯 했음.
욕조 위의 병 안에 향긋하고 걸쭉한 액체가 신기했다. 액체를 가지고 손가락 사이로 장난을 치다 그만 눈에 튐.
올로룬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과 속눈썹을 씻기 시작했음
켄리아는 역시 위험한 곳이다. 이렇게 위험한 액체로 몸을 씻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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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이불속에서 덜덜 떨었음. 혼례를 올리게되면 첫날밤은 필연적이란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카피타노 침대속에 들어가 그를 기다리는게 마치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 같았다. 이제 다 끝난것이다. 카피타노는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더불어 올로룬의 초조함도 길어졌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거운 부츠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은 척 했음.
"내일부터 별실에 방을 마련해 줄테니 오늘밤만 여기서 지내시오"
다행히 카피타노는 이불을 들춰내거나 하지 않았다.
때를 보아 파혼해 나타로 보내줄테니 조금만 참으란 말과 함께 묵직해보이는 외투를 벗고 그는 침대가 아닌 맞은편 소파로 향했다.
그로부터 얼마후 카피타노가 잠들었을까 싶어 올로룬은 이불을 들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뛰쳐갈듯 제복은 다 벗지 않은채 소파에 누워있었으며 흑요석처럼 검고 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늘어져 있었고 늘 걸치던 투구는 탁상위에 있었다.
우뚝한 코와 새하얀 얼굴의 절반은 심연에게 오염되어 있었음. 이정도로 침식되고도 죽지 않은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올로룬은 손을 뻗어 카피타노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넌 누구지?"
겨울하늘처럼 시린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올로룬의 몸은 바닥으로 내팽겨쳐졌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은채 도망치려는 올로룬 위에 올라타 한손으로 그의 양손을 결박했다
"나는 시틀라리가 여성인줄 알았는데"
카피타노의 커다란 손이 올로룬의 턱뼈를 부숴버릴듯 쥐었다. 겁먹은 올로룬은 카피타노를 발로 차며 도망갈려했으나 무쇠로 만들어진듯 꼼짝하지 않았다
"너는 누구지? 나타에서 보낸 자객인가?"
자신의 몸집에 두배나 되는 사내가 분노하며 목을 조르자 무서워진 올로룬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을 빌었음
"죄송...죄송해요...."
"..뭐?"
"미..미안해요 ...속여서 ....죄송해요..."
올로룬은 훌쩍훌쩍 울며 죄송하다고만 했음. 어린애가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니 카피타노는 당황해서 올로룬에게 손을 뗐음
그제서야 올로룬은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음.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양 손목과 목 근처에 피멍이 들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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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룬은 한참이 지나서야 울음을 멈췄고 카피타노는 그 앞에 김이 나는 코코아가 담긴 컵을 건넸다.
의심스러운듯 냄새를 맡고 코코아 위에 떠다니는 말랑말랑한 하얀 솜같은걸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도 보았다.
독은 안넣었단말에 미심쩍게 카피타노를 한번 흘겨보더니 조심스럽게 마시기 시작했다. 제법 입에 맞는듯 새끼명룡처럼 축 쳐져있던 동물귀가 똑바로 펴지기 시작했다.
카피타노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시틀라리는 네 할머니란 말이지.."
"엄밀히 말하면 입양됐어. 난 부모가 없어"
이제 맘이 좀 놓인듯 반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카피타노는 머리가 아파왔음. 자칫하면 나타와 켄리아의 외교문제로 불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네 효심은 갸륵하지만 이건 그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내일아침 나타로 보내줄테니 네 할머니를 모셔와라."
"싫어"
"...나타가 또다시 전쟁의 화마에 휩쌓이는걸 보고싶나?"
올로룬은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빈 컵을 만지작거렸음.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것을 알지만 이 어리석은 아이는 알 수 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갈데가 없어"
"뭐?"
"할머니가 없으면 나타에 내가 갈데가 없어
...그리고 당신도 아무런 확인도 안하고 날 받아들였잖아. 따라서 우리는 공범이야."
아이의 억지에 카피타노는 할말을 잃었음. 무언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아이는 나타에 돌아가길 꺼리고 있었음.
기절시켜 나타에 던져놓지 않는 한 제발로 갈것 같진 않았음. 그래서 조금 겁을 줘보려고함.
"내가 무섭지도 않은가? 내가 베어버린 나타인만 해도 수십이다."
"... 연기부족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어"
"..."
"당신은 피와 살육에 미친자가 아니야"
올로룬은 흘낏 카피타노를 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눈앞의 그가 아니라 좀더 먼 너머를 보는듯 했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지?"
"...당신의 영혼. 내가 본 그 어떤 영혼보다도 무겁고 곧아"
처음 카피타노를 봤을때부터 느꼈음.
망사너머 검은 제복 안 새파랗게 흠없이 타오르는 영혼. 저렇게 올곧은 영혼은 티바트에서도 켄리아에서도 본적이 없었다.
올로룬 말에 카피타노는 은인으로 부터 들은 오래된 유언을 떠올렸음.
오래전 적이었던 자신를 치료해주었던 연기부족 족장 아이주. 이유를 물으니 그도 나의 영혼에 대해 말했었지
[당신처럼 곧은 영혼을 가진이라면 믿을 수 있어]
[연기주인과 아이들을 부탁해]
티바트가 전쟁의 화마에 휩쌓여도 카피타노는 어떻게든 나타의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
그래서 빠르게 나타의 기둥이 되는 6영웅들을 죽이고 불의 신과 족장들을 제압했다.
페드롤리노에게 부탁해 포로도 요구하지 않았고 해마다 일정광물을 보내는걸로 끝냈다.
이일로 위에서는 카피타노가 나타의 첩자가 아니냐며 의심했지만 그는 평소처럼 묵묵히 전쟁에 임했다.
결국 왕의 의심은 끝까지 거둬지지 못해 이렇게 나타에서 인질을 데려오게 되었지만
"연기주인 사람이 맞군."
"? 당연하지"
카피타노는 피곤한듯 눈가를 쓸었다. 심연으로 오염된곳이 욱씬 거리기 시작했다.
심연수계 사냥개 무리 한복판에 떨어지는게 차라리 나을것 같았다.
"내일 날이 밝으면 선생을 한명 붙여줄 테니 기본적인 왕궁예절을 익히도록 해라"
"왜?"
"얼마후 폐하를 알현해야 하니까"
알겠나 올로룬. 네 행동 하나하나에 나타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해라. 엄한 카피타노 말에 올로룬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카피타노의 철칙에 어긋나는 짓이다.
평소라면 왕실에 보고해 올로룬을 처벌받게 하고 나타에 책임을 물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자꾸 나타에 와 엮이면 그의 질서와 규칙이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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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 몸이 침식된 이후로 먹거나 잠드는 행위는 필수가 아니게 되었다.
전쟁도구로써는 더할 나위없으나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처음 흑요석 할머니를 신부로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단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냥 곧 세상을 떠날터이니 그때까지 사람을 붙여 요양하면 되는걸로 알았다.
불혹의 나이에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신부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인 입으로는 성인이라고 하나 잠든 얼굴에 솜털은 아직 그대로다.
이렇게 어린애를 데리고 온갖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켄리아에서 외줄을 탈 생각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덤으로 밤의 신의 나라에서 아이주가 자신에게 도둑놈이라고 외치는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도 잠을 잘 수 없었지만 긴장풀린듯 편히 잠든 올로룬을 보니 더욱 잠들 수 없는 카피타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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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카피타노 시간되면 칼같이 자택으로 복귀해 주변에서는 신혼이어서 좋구만 하고 훈훈히 바라보는데
사실 얼마전에 켄리아 꿀벌레 잡으러가다 담을 넘었는데 육군대장 집에 도둑들었다고 신고가 들어와 시간 있을때마다 올로룬 감시함
올로룬이 아무리 카피타노 좋아해도 카피타노 입장에서는 그냥 이게 젊은 나이에 치기인거 아니까 진지하게 안받아줌
그러다 올로룬이 다 벗고 카피타노 위에 올라타 어설프게 유혹하는데 이성끊어져 담날 아침까지 뒤지게 따먹힘. 유리체력 올로룬 이틀동안 침대신세짐.
구스레드 모략에 휘말려 연기부족이 전멸했단 거짓소식에 불안전한 영혼이 쨍그랑 되는 올로룬 보고싶음. 영혼이 불완전하면 깨지기도 쉽겠죠? 올로룬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다 시틀라리 첨 봄. 그 할머니가 그 할머니가 아니었단걸 이때 처음 알음
나중에 이혼해서 올로룬 나타로 보내려고 해도 올로룬이 이혼서류 다 찢어놓을거임.
등등 생각난대로 써봄 아 잘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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