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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02:02
역재1 이전, 미츠루기가 파란 변호사를 만나기 전 시점으로
역검 1-4 약스포 주의
이토노코가 역검 1-4처럼 진범한테서 살인누명을 쓰게됨. 이토노코가 어떤 노숙자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게된거야. 역검 1-4에선 수사단계에서 미츠루기가 혐의를 벗기고 이걸 계기로 이토노코가 미츠루기를 따르게 된거였잖아? 근데 이번엔 아무리 수사를 해도 이토노코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안 나오고 이토노코가 범인이라는 간접증거만 점점 더 많이 나오는 거야; 이토노코는 당연히 자기가 한게 아니라고 하고, 미츠루기도 설마 저 얼빠진 형사가 이런 짓을 했겠나 싶어서 기소를 미루고 일단 유력 용의자로만 두고 수사를 계속함. 기소를 하면 무조건 유죄를 따내야 하지만 기소를 미루고 진범을 찾아서 그 놈을 유죄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었지.
(대충 이토노코가 범인이라는 직접증거는 없지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는 많고, 그 외 다른 용의자는 없다는 설정)
하지만 언제까지고 미룰수는 없었어. 워낙에 사건-수사-기소-재판-판결이 빠른 세계관인데다가 현직 형사가 범인이라고 언론에 알려져서 기소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짐. 미츠루기는 최대한 압박을 견디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미츠루기의 스승, 카루마 고우가 미츠루기를 부름. 카루마는 이전부터 이토노코기리 형사를 눈엣가시로 여겨왔어. 완벽해야하는 미츠루기 옆에 두기엔 이토노코는 어지간히 부족한 형사니까. 이토노코를 미츠루기에게서 떨어트릴 구실을 찾고있었는데 마침 누명사건이 벌어진거지. (사건 자체는 카루마랑 관련없음)
카루마는 미츠루기에게 이토노코를 기소하라고 종용함. 뻔한 범인을 불기소해서 모르는척 하는건 카루마의 완벽함에 먹칠을 하는거라고 말이야. 카루마의 말이 맞으니 미츠루기도 반박을 하진 못 했지만 쉽사리 기소하겠다는 말을 꺼내진 못했어. 미츠루기가 신입검사일때부터 봤던 사이이고, 이토노코가 범인이라기엔 범행의 동기도 없고, 무엇보다 본인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음. 이 시점의 미츠루기는 스스로는 인식하진 못했지만 이토노코를 신뢰하고 있었고 또 신뢰하고 싶었던거야...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있는 미츠루기에게 단 하나뿐인 여백이자 여유니까.
망설이는 미츠루기에게 카루마는 네가 하찮은 정때문에 기소를 못 하겠다면, 이번만큼은 이 몸이 친히 맡아 주겠다고 얘기함. 스승된 자로써 제자의 과중한 짐을 덜어주는 것도 교육이라며 말을 덧붙임. 언뜻 미츠루기에게 회피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았지만 미츠루기는 예측할수 있었어. 스승님이라면 분명 가능한 모든 혐의를 기소해서 최대형량을 구형하고 마지막으론 이토노코를 사형대로 보낼거라고... 하지만 미츠루기 본인이 기소하면 적어도 사형은 면할 수 있을거고 운 좋으면 최소형량으로 줄일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카르마는 선택지를 주는 척 하면서 미츠루기를 몰아넣는거야.
다음날 미츠루기는 이토노코를 살인형의로 기소했어. 이토노코에게는 국선 변호사가 붙었지. 그 변호사는 상대가 미츠루기라는 사실에 이미 쫄아서 적극적으로 변호할 의지가 없었어. 뭐, 있었다고 해도 카루마가 압력을 가해서 없애버렸겠지만...ㅎ 미츠루기가 이토노코를 기소해버린 이상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음.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한다, 그것이 미츠루기의 룰이니까. 설령 그 피고인이 몇 년이나 함께 일해온 형사라고 해도.
이토노코는... 이토노코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이토노코가 미츠루기를 따르게 된건 역검 1-4에서의 일이 계기였잖아. 이토노코는 그 사건에서 미츠루기가 누명을 풀어준게 자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완벽한 수사를 추구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누명이 풀린거라는걸 알고있었어. 미츠루기를 따르는것도 미츠루기가 시켰던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그를 뒷받침하기로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미츠루기가 유죄를 따내기 위해서라면 법을 어길듯 말듯한 더러운 수법을 종종 쓰는것도. 단 한번도 그가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적이 없다는 것도.
그러나 살인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통보하는 미츠루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이토노코는 이해해버림.
이토노코는 수년간 미츠루기와 함께 일하면서 그의 많은것을 알게됨. 깊은 상처가 있는 과거, 무서운 스승, 지진과 엘레베이터 공포증, 꽉 막힌 성격, 비열하고 치밀한 법정전술까지. 이토노코는 어린 상사에게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있다는걸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르기로 결심한거잖아? 타인도 자신도 엄격하게 베어나가던 완벽이라는 칼날이 기어이 이토노코에게도 향해진거지. 계속 미츠루기 곁에 있다보면 한번쯤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예감은 있었어. 물론 그 칼날에 치명상을 입을정도로 깊게 베일줄은 몰랐지만...
구치소 면회실, 미츠루기가 이토노코에게 자신이 현직 형사가 노숙자를 살해한 사건의 담당 검사이며 그가 피고인임을 통보하는 자리에서, 담당 검사는 금방이라도 울거같았고 누명을 쓴 피고인은 담담했음. 이토노코는 발이 넓어 듣는 귀가 많으니 어떤 과정으로 미츠루기가 담당이 되었는지는 대강 알고있었어.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도 말이야. 미츠루기는 이토노코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채 자신의 팔을 꼬집으며 눈물을 참음. 이토노코는 어리고 여린 상사를 어떻게든 달래고싶어서 횡설수설하며 위로함.
“어... 그, 그러니까, 저는 괜찮슴다! 여긴 비도 안 새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슴다! 경찰서 구내식당보단 맛 없지만 소면보단 맛있슴다! ”
“그게 뭐가 괜찮다는건가! 자네는 이제 형사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은 살인죄를, ”
“괜찮슴다!! ”
“윽...! 이토노코기리 형사!! 자네 정말...! ”
“저는...저는 괜찮슴다! 그것보다 저는 검사님이 선을 넘지 말아주셨으면 함다. ”
이토노코는 미츠루기의 수사와 법정전술이 항상 법률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는 걸 알고있잖아. 거기에 이토노코가 일조하기도 했고. 그래서 미츠루기가 기어이 그 경계를 넘어가서 불법적인 수사나 증거조작에 손을 댈까 걱정해왔어. 그리고 이번 사건엔 직접 증거가 없으니 미츠루기가 나쁜 수를 쓴다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을테지. 실제로 미츠루기도 그렇게 해버릴까 고힌하던 중이었음. 정곡을 찔린 미츠루기는 말을 잇지 못했어.
“검사님은 언제나 멋지고 완벽한 미츠루기 검사님으로 계셨으면 함다. 저는 그런 당신에게 반해서 따라온거니까요. ”
“자네도........ 자네도 내게 ‘완벽’을 바라는 건가. 제 부하 하나 지키지 못 했는데? ”
“제가 멋대로 검사님을 따랐을 뿐이지 않슴까. 부하라니 당치도 않슴다. ”
이토노코는 미츠루기의 부담감과 죄책감을 덜어내기위한 위로의 말을 건넸어. 자신을 두고 당신은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응원이기도 했음. 하지만 이토노코의 위로는 오히려 상대에겐 더 큰 상처가 되버렸어. 완벽한 미츠루기에게 있어 단 하나의 허점이자 휴식처가 이토노코인데, 그 이토노코가 미츠루기에게 완벽하길 바란다는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지. 이토노코의 의도가 무었이었든 그의 말은 큰 상처가 되었고, 지금의 미츠루기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태였어.
“이만, 가보겠네. ”
“앗! 벌써 가시는 검까? ”
“공판 준비로 바빠서 말이네........ 당분간 면회도 못 올지도 모르겠군. 미안하네. ”
“안그래도 바쁘신데 이렇게 절 위해 시간 내 주신것도 기쁨다! ”
“종종... 사식을 보내도록하지. ”
“우와!! 정말임까? 감사함다! ”
공판 준비로 바쁘다는건 자리를 뜨기위한 핑계였어. 미츠루기는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면회실을 나왔어. 교도관들의 인사도 무시하며 서둘러 자신의 차로 돌아갔지. 운전석에 앉자 조수석에 놓인 자료들이 보였어. 그 자료들은 미츠루기가 이토노코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세운 계획과 가짜 증거, 알리바이, 법정전술 등임.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이토노코가 얘기한 ‘선을 넘을’ 준비야. 미츠루기는 선을 넘을 용기를 갖기위해 이토노코를 면회한거였지만 용기는 커녕 마음이 꺾여서 돌아오게 되버렸어.
미츠루기는 무성의하게 자료를 넘기며 훑어봤어. 그리고 종이를 넘기던 손이 천천히 느려지더니 멈추고, 이윽고 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종이 위에 떨어졌어. 깊은 고뇌끝에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글자가 소금물에 번져나감. 점점 더 많은 글자가 번져 이욱고 문장을 읽을 수 없을 수준이 되자 미츠루기는 자료를 구겨서 조수석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큰 소리로 울었어.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래, 남몰래 눈물을 훔친적은 있어도 소리를 내어 우는건 처음이었지. 혼을 낼 스승님도, 달래줄 부하 형사도 없는 차 안에서 미츠루기는 모든 눈물과 나약함을 쏟아냈어.
수십분 후, 검사국으로 돌아온 천재검사의 눈은 건조했어. 눈물 한 방울 안 흘릴거같은 매마른 눈동자였지.
며칠 후, 지방법원에서 ‘형사에 의한 노숙자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 이루어졌지. 피고인 이토노코, 변호사는 국선, 검사는 미츠루기. 미츠루기는 그날 이후 면회를 간적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거였지. 입정할때 잠깐 눈이 마주친 순간, 이토노코는 살짝 눈 인사를 했지만 미츠루기는 반응하지 않았어.
세간에 큰 이슈가 된 사건이니만큼 재판 결과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어. 여론적으로나 판례상으로나 유죄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 그리고 재판 결과도 그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재판은 천재검사의 날카롭고 정확한 논증덕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하루만에 판결이 내려졌어.
피고인 이토노코기리 케이스케, 유죄, 죄목은 살인
다만 형량은 예상보다는 적었지. 많은 언론에선 형사가 노숙자를 계획 살인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지만, 검사는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고 증거인멸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어. 재판부는 검사의 구형?을 그대로 인정하고 징역을 선고함.
유죄선고를 받고 며칠 후, 이토노코는 교도소로 이감되었어. 미츠루기는 재판소에서 본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 이토노코는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을 떠올렸어. 원래 법정에선 유독 표정이 험악해지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험악하다기보단 냉정했달까 거의 무감정한 얼굴이었음. 감정을 꾸욱 억누른 것있지, 기어이 감정을 버린 것인지, 이토노코는 알수없었어. 그래서 미츠루기와 얘기하고 싶었고 그를 안아주고싶었어.
이토노코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글씨도 내용도 어설펐지만 미츠루기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싶어서 마음을 담아 연필을 꾹꾹 눌러썼어. 이토노코는 편지를 써봤자 미츠루기는 답장은 커녕 읽지도 않을거라는걸 알고있었어. 그럴 사람이라면 이미 면회를 왔을거야. 자신의 편지도 미츠루기의 동창이 보내는 편지처럼 곧장 쓰레기통으로 처박힐테지. 그래도 편지 쓰는걸 멈출수는 없었어. 이토노코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동창생에게 동감하게 됨.
n년후, 이토노코가 출소하기 전날 한통의 편지가 도착함. 편지지에는 단 한문장 뿐이었지만 이토노코가 그 편지를 가슴에 품고 사회로 다시 나오기에는 충분했음.
[ 출소 축하하네. ]
끗
여기서부턴 여담
만약 미츠루기곁에 이토노코가 없었다면 나루호도를 만나더라도 미츠루기가 갱생? 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거같애. 이토노코 없었으면 역재1시점에서 이미 증거조작도 직접하고, 나루호도한테도 훨씬 적대적으로 대하고, 효탄호수 살인사건에서 용의자로 몰리지도 않아서 악역 라이벌로 끝났을거같다.
노코미츠
역검 1-4 약스포 주의
이토노코가 역검 1-4처럼 진범한테서 살인누명을 쓰게됨. 이토노코가 어떤 노숙자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게된거야. 역검 1-4에선 수사단계에서 미츠루기가 혐의를 벗기고 이걸 계기로 이토노코가 미츠루기를 따르게 된거였잖아? 근데 이번엔 아무리 수사를 해도 이토노코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안 나오고 이토노코가 범인이라는 간접증거만 점점 더 많이 나오는 거야; 이토노코는 당연히 자기가 한게 아니라고 하고, 미츠루기도 설마 저 얼빠진 형사가 이런 짓을 했겠나 싶어서 기소를 미루고 일단 유력 용의자로만 두고 수사를 계속함. 기소를 하면 무조건 유죄를 따내야 하지만 기소를 미루고 진범을 찾아서 그 놈을 유죄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었지.
(대충 이토노코가 범인이라는 직접증거는 없지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는 많고, 그 외 다른 용의자는 없다는 설정)
하지만 언제까지고 미룰수는 없었어. 워낙에 사건-수사-기소-재판-판결이 빠른 세계관인데다가 현직 형사가 범인이라고 언론에 알려져서 기소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짐. 미츠루기는 최대한 압박을 견디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미츠루기의 스승, 카루마 고우가 미츠루기를 부름. 카루마는 이전부터 이토노코기리 형사를 눈엣가시로 여겨왔어. 완벽해야하는 미츠루기 옆에 두기엔 이토노코는 어지간히 부족한 형사니까. 이토노코를 미츠루기에게서 떨어트릴 구실을 찾고있었는데 마침 누명사건이 벌어진거지. (사건 자체는 카루마랑 관련없음)
카루마는 미츠루기에게 이토노코를 기소하라고 종용함. 뻔한 범인을 불기소해서 모르는척 하는건 카루마의 완벽함에 먹칠을 하는거라고 말이야. 카루마의 말이 맞으니 미츠루기도 반박을 하진 못 했지만 쉽사리 기소하겠다는 말을 꺼내진 못했어. 미츠루기가 신입검사일때부터 봤던 사이이고, 이토노코가 범인이라기엔 범행의 동기도 없고, 무엇보다 본인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음. 이 시점의 미츠루기는 스스로는 인식하진 못했지만 이토노코를 신뢰하고 있었고 또 신뢰하고 싶었던거야...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있는 미츠루기에게 단 하나뿐인 여백이자 여유니까.
망설이는 미츠루기에게 카루마는 네가 하찮은 정때문에 기소를 못 하겠다면, 이번만큼은 이 몸이 친히 맡아 주겠다고 얘기함. 스승된 자로써 제자의 과중한 짐을 덜어주는 것도 교육이라며 말을 덧붙임. 언뜻 미츠루기에게 회피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았지만 미츠루기는 예측할수 있었어. 스승님이라면 분명 가능한 모든 혐의를 기소해서 최대형량을 구형하고 마지막으론 이토노코를 사형대로 보낼거라고... 하지만 미츠루기 본인이 기소하면 적어도 사형은 면할 수 있을거고 운 좋으면 최소형량으로 줄일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카르마는 선택지를 주는 척 하면서 미츠루기를 몰아넣는거야.
다음날 미츠루기는 이토노코를 살인형의로 기소했어. 이토노코에게는 국선 변호사가 붙었지. 그 변호사는 상대가 미츠루기라는 사실에 이미 쫄아서 적극적으로 변호할 의지가 없었어. 뭐, 있었다고 해도 카루마가 압력을 가해서 없애버렸겠지만...ㅎ 미츠루기가 이토노코를 기소해버린 이상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음.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한다, 그것이 미츠루기의 룰이니까. 설령 그 피고인이 몇 년이나 함께 일해온 형사라고 해도.
이토노코는... 이토노코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이토노코가 미츠루기를 따르게 된건 역검 1-4에서의 일이 계기였잖아. 이토노코는 그 사건에서 미츠루기가 누명을 풀어준게 자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완벽한 수사를 추구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누명이 풀린거라는걸 알고있었어. 미츠루기를 따르는것도 미츠루기가 시켰던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그를 뒷받침하기로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미츠루기가 유죄를 따내기 위해서라면 법을 어길듯 말듯한 더러운 수법을 종종 쓰는것도. 단 한번도 그가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적이 없다는 것도.
그러나 살인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통보하는 미츠루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이토노코는 이해해버림.
이토노코는 수년간 미츠루기와 함께 일하면서 그의 많은것을 알게됨. 깊은 상처가 있는 과거, 무서운 스승, 지진과 엘레베이터 공포증, 꽉 막힌 성격, 비열하고 치밀한 법정전술까지. 이토노코는 어린 상사에게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있다는걸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르기로 결심한거잖아? 타인도 자신도 엄격하게 베어나가던 완벽이라는 칼날이 기어이 이토노코에게도 향해진거지. 계속 미츠루기 곁에 있다보면 한번쯤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예감은 있었어. 물론 그 칼날에 치명상을 입을정도로 깊게 베일줄은 몰랐지만...
구치소 면회실, 미츠루기가 이토노코에게 자신이 현직 형사가 노숙자를 살해한 사건의 담당 검사이며 그가 피고인임을 통보하는 자리에서, 담당 검사는 금방이라도 울거같았고 누명을 쓴 피고인은 담담했음. 이토노코는 발이 넓어 듣는 귀가 많으니 어떤 과정으로 미츠루기가 담당이 되었는지는 대강 알고있었어.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도 말이야. 미츠루기는 이토노코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채 자신의 팔을 꼬집으며 눈물을 참음. 이토노코는 어리고 여린 상사를 어떻게든 달래고싶어서 횡설수설하며 위로함.
“어... 그, 그러니까, 저는 괜찮슴다! 여긴 비도 안 새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슴다! 경찰서 구내식당보단 맛 없지만 소면보단 맛있슴다! ”
“그게 뭐가 괜찮다는건가! 자네는 이제 형사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은 살인죄를, ”
“괜찮슴다!! ”
“윽...! 이토노코기리 형사!! 자네 정말...! ”
“저는...저는 괜찮슴다! 그것보다 저는 검사님이 선을 넘지 말아주셨으면 함다. ”
이토노코는 미츠루기의 수사와 법정전술이 항상 법률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는 걸 알고있잖아. 거기에 이토노코가 일조하기도 했고. 그래서 미츠루기가 기어이 그 경계를 넘어가서 불법적인 수사나 증거조작에 손을 댈까 걱정해왔어. 그리고 이번 사건엔 직접 증거가 없으니 미츠루기가 나쁜 수를 쓴다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을테지. 실제로 미츠루기도 그렇게 해버릴까 고힌하던 중이었음. 정곡을 찔린 미츠루기는 말을 잇지 못했어.
“검사님은 언제나 멋지고 완벽한 미츠루기 검사님으로 계셨으면 함다. 저는 그런 당신에게 반해서 따라온거니까요. ”
“자네도........ 자네도 내게 ‘완벽’을 바라는 건가. 제 부하 하나 지키지 못 했는데? ”
“제가 멋대로 검사님을 따랐을 뿐이지 않슴까. 부하라니 당치도 않슴다. ”
이토노코는 미츠루기의 부담감과 죄책감을 덜어내기위한 위로의 말을 건넸어. 자신을 두고 당신은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응원이기도 했음. 하지만 이토노코의 위로는 오히려 상대에겐 더 큰 상처가 되버렸어. 완벽한 미츠루기에게 있어 단 하나의 허점이자 휴식처가 이토노코인데, 그 이토노코가 미츠루기에게 완벽하길 바란다는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지. 이토노코의 의도가 무었이었든 그의 말은 큰 상처가 되었고, 지금의 미츠루기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태였어.
“이만, 가보겠네. ”
“앗! 벌써 가시는 검까? ”
“공판 준비로 바빠서 말이네........ 당분간 면회도 못 올지도 모르겠군. 미안하네. ”
“안그래도 바쁘신데 이렇게 절 위해 시간 내 주신것도 기쁨다! ”
“종종... 사식을 보내도록하지. ”
“우와!! 정말임까? 감사함다! ”
공판 준비로 바쁘다는건 자리를 뜨기위한 핑계였어. 미츠루기는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면회실을 나왔어. 교도관들의 인사도 무시하며 서둘러 자신의 차로 돌아갔지. 운전석에 앉자 조수석에 놓인 자료들이 보였어. 그 자료들은 미츠루기가 이토노코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세운 계획과 가짜 증거, 알리바이, 법정전술 등임.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이토노코가 얘기한 ‘선을 넘을’ 준비야. 미츠루기는 선을 넘을 용기를 갖기위해 이토노코를 면회한거였지만 용기는 커녕 마음이 꺾여서 돌아오게 되버렸어.
미츠루기는 무성의하게 자료를 넘기며 훑어봤어. 그리고 종이를 넘기던 손이 천천히 느려지더니 멈추고, 이윽고 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종이 위에 떨어졌어. 깊은 고뇌끝에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글자가 소금물에 번져나감. 점점 더 많은 글자가 번져 이욱고 문장을 읽을 수 없을 수준이 되자 미츠루기는 자료를 구겨서 조수석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큰 소리로 울었어.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래, 남몰래 눈물을 훔친적은 있어도 소리를 내어 우는건 처음이었지. 혼을 낼 스승님도, 달래줄 부하 형사도 없는 차 안에서 미츠루기는 모든 눈물과 나약함을 쏟아냈어.
수십분 후, 검사국으로 돌아온 천재검사의 눈은 건조했어. 눈물 한 방울 안 흘릴거같은 매마른 눈동자였지.
며칠 후, 지방법원에서 ‘형사에 의한 노숙자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 이루어졌지. 피고인 이토노코, 변호사는 국선, 검사는 미츠루기. 미츠루기는 그날 이후 면회를 간적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거였지. 입정할때 잠깐 눈이 마주친 순간, 이토노코는 살짝 눈 인사를 했지만 미츠루기는 반응하지 않았어.
세간에 큰 이슈가 된 사건이니만큼 재판 결과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어. 여론적으로나 판례상으로나 유죄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 그리고 재판 결과도 그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재판은 천재검사의 날카롭고 정확한 논증덕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하루만에 판결이 내려졌어.
피고인 이토노코기리 케이스케, 유죄, 죄목은 살인
다만 형량은 예상보다는 적었지. 많은 언론에선 형사가 노숙자를 계획 살인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지만, 검사는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고 증거인멸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어. 재판부는 검사의 구형?을 그대로 인정하고 징역을 선고함.
유죄선고를 받고 며칠 후, 이토노코는 교도소로 이감되었어. 미츠루기는 재판소에서 본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 이토노코는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을 떠올렸어. 원래 법정에선 유독 표정이 험악해지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험악하다기보단 냉정했달까 거의 무감정한 얼굴이었음. 감정을 꾸욱 억누른 것있지, 기어이 감정을 버린 것인지, 이토노코는 알수없었어. 그래서 미츠루기와 얘기하고 싶었고 그를 안아주고싶었어.
이토노코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글씨도 내용도 어설펐지만 미츠루기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싶어서 마음을 담아 연필을 꾹꾹 눌러썼어. 이토노코는 편지를 써봤자 미츠루기는 답장은 커녕 읽지도 않을거라는걸 알고있었어. 그럴 사람이라면 이미 면회를 왔을거야. 자신의 편지도 미츠루기의 동창이 보내는 편지처럼 곧장 쓰레기통으로 처박힐테지. 그래도 편지 쓰는걸 멈출수는 없었어. 이토노코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동창생에게 동감하게 됨.
n년후, 이토노코가 출소하기 전날 한통의 편지가 도착함. 편지지에는 단 한문장 뿐이었지만 이토노코가 그 편지를 가슴에 품고 사회로 다시 나오기에는 충분했음.
[ 출소 축하하네. ]
끗
여기서부턴 여담
만약 미츠루기곁에 이토노코가 없었다면 나루호도를 만나더라도 미츠루기가 갱생? 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거같애. 이토노코 없었으면 역재1시점에서 이미 증거조작도 직접하고, 나루호도한테도 훨씬 적대적으로 대하고, 효탄호수 살인사건에서 용의자로 몰리지도 않아서 악역 라이벌로 끝났을거같다.
노코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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