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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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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에 오면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바로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지. 신선한 야채를 올린 생선찜을 먹은 견연의 얼굴이 흐물흐물하게 풀렸지. 특히 장군부의 숙수는 요리 잘 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어. 주자서가 없으니 많이 먹는다고 타박할 사람도 없었지. 한영이나 성령은 많이 먹는다고 타박은커녕 더 먹으라고 권유하는 쪽이라 견연은 진짜 쉴 틈 없이 먹는 중이었어.

"성령성령."
"네 견숙."
"주부인께선 언제 돌아오시니? 신의곡으로 돌아가기 전에 건강 상태를 보고 싶은데."
"조부를 뵈러 간 김에 새해까지 머물다 오실거라 하셨습니다.."
"그렇구나."

주부인을 못 보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 견연은 아쉬움이 그득한 얼굴을 숨기지 않았어.

"어머니도 아쉽다 하셨습니다. 제게 견숙을 부탁했고요."
"부인이? 나를? 왜?"
"아침, 점심, 저녁에 간식과 야식까지 잘 챙기라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정말?"
"네. 야식으로 숙수가 맛난 걸 준비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견연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지. 역시 주부인이야. 주자서는 존나게 싫어하는 견연이 년에 한 번 성도에 오는 이유가 있어. 저를 잘 챙겨주는 주부인을 건강을 확인하기 위함이지. 주부인이 달에 한 번 간식거리를 잔뜩 보내줬거든.

"쯧쯧. 그리 먹는 걸 좋아하니 곧 돼지 되겠다."
"부친!"
"장군."
"성령, 한영 일어날 필요 없다. 먹던 거 계속 먹어라. 견연 너는 그만 좀 먹고. 우리 집 거덜 나겠다."

아. 부친/장군. 성령과 한영의 표정이 어두워졌지.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얼굴이 환한 주제에 솔직하지 못하긴. 견연 옆에 앉아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깐죽거리는 모습을 자식과 부하된 도리로 애써 외면했어.

견연은 피곤하여 더는 안 들어간다고 젓가락 놓았어. 실은 주자서 때문에 밥맛이 뚝 떨어졌지. 저기 멀리 좋은 인삼이 나는 나라에선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 했는데 주자서 이 새끼는 밥을 먹을 때나 먹지 않을 때나 건드렸지. 나쁜 놈.

"아니 돼지야, 너 먹으라 우리 숙수가 고생했는데 이리 남겨서야 되겠느냐. 더 먹어라."

그리 놀리시는데 잘도 먹겠습니다! 한영은 답답함에 음식이 목에 걸렸어. 이럴 때 주부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주자서를 말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거든.

"곤하다니 어쩔 수 없지 방으로 돌아가라."
"제가 모시겠습니다."
"부탁한다 성령."

성령은 기운이 없는 견연을 방까지 데려다줬지. "잘 자 성령." 아이고 부친. 아무리 견숙이 귀여워도 적당히 놀리셔야죠! 신의곡에서 성동까지 오는 길이 험했는지 살이 홀쭉 내린 것도 안쓰러운데. 어휴. 성령은 시비에게 견연이 좋아하는 견과류를 가져오라 했어.

"식사 중일 땐 참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무엇을?"
"견의원님을 놀리는 것이요."
"귀여운데 어찌 그냥 둬?"

주자서도 알지. 견연이 덜먹고 젓가락을 놓은 것을. 톡톡 건드릴 때마다 보여주는 반응이 재밌는 걸 어떡해. 성령이 따라갔으니 야식이든 간식이든 먹일 거야. 그럼 내일 아침에 얼굴이 부어있을 테니 그걸로 또 놀려야겠군.

"주부인께서 장군이 견의원님을 심하게 놀리면 서신으로 알려달라 하셨습니다."
"하아- 부인. 알겠다. 내 적당히 하마."

한영의 표정이 밝아졌어. 견의원님 제가 견의원님의 식사를 지켰습니다. 성도에 왔으니 온갖 산해진미에 저잣거리에 새로 나온 간식을 먹일 생각에 한영이 즐거워졌어. 한영도 '견연 잘 먹이는 모임'의 일원이야.

"영아."
"네, 장군."
"견연을 잘 지켜라."
"네? 네."

한영도 물러나고 홀로 남아 술을 마시던 주자서는 성도를 떠나기 전 세웠던 계획을 복기했지. 견연을 데리고 무사히 성도로 들어왔으니 다음은.

"있는가."
"네. 장군."
"소문은 얼만큼 흘렀나?"
"뒷세계 사람들은 다 알고 일부 귀족들도 알고 있습니다."
"잘 했다. 보름, 성도 내에 견연을 제외하고 모든 이가 알게끔 해라."
"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던 이가 주자서의 말에 움직였지. 황제 직속 단체의 일원이야. 빛 아래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주는 이들이지. 주자서는 이들의 수령이기도 해.

성도에서 일어난 사고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어. 추적하길 십 년 드디어 꼬리를 잡았지. 단체 이름이나 수장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목적은 알아. 바로 불로불사. 다가올 설에 무슨 짓을 할 거란 것도.

그래서 주자서는 견연을 미끼로 만들기로 했어. 한때 신의곡에 불로불사의 비법이 있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으니 미끼론 딱이었지.

들키면 평생 미움받을 거야. 주자서는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어.






이른 아침 일어난 견연은 어제 주자서가 생각한 대로 퉁퉁 부은 얼굴이었지. 성령과 숙수가 챙겨준 간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거든. 놀란 시비가 떠준 물에 세안하고 혈자리를 눌러 붓기를 뺏어.

"견의원님."
"한대인! 일찍 일어나셨네요."

붓기가 덜 빠진 견연의 얼굴을 본 한영의 마음이 풍족해졌지. 잘 먹여서 볼살을 찌우게 한 다음 손가락으로 폭 누르고 싶다. 자신의 음습한 취향은 넣어두기로 했어.

"이르지만 장이 섰습니다. 함께 나가시겠습니까?"
"둘이 가나요?"
"네. 장군은 숙취로 고생 중이시고 장공자는 학문 공부가 있습니다. 혹 저와 가는 게 싫다면,"
"아니요! 좋아요! 한대인이랑 단둘이 놀고 싶어요!!"

견연을 보호하기 위해 천창군 무인이 몇 따르니 단둘은 아니야. 기척을 지우는데 능한 만큼 실력이 좋아. 한영은 주자서가 견연을 성도로 데려온 이유를 몰라. 돌아가는 분위기로 견연을 이용하기 위해 데려왔다 정도만 알아. 그래서 반대했으나 먹히지 않았지. 결국 반대했기에 목숨 바쳐 견연이 신의곡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키기로 다짐했어. 주자서는 한영 같은 고수가 알아서 견연을 지켜주니 안심하고 맡겼어.

"와. 장이 크게 서네요. 성도라 그런가?"
"두 달 후에 설이니 각 지역에서 상인들이 몰린 것도 있습니다. 올해 황궁에서 커다란 불꽃놀이를 하거든요."
"불꽃놀이요?"

견연의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지. 신의곡은 늘 환자가 있으니 설이라고 화려하게 보내는 법이 없거든. 평소와 다르다면 설 음식 정도야. 불꽃놀이 보고 싶은데 집으로 돌아고 싶기도 하고.

"급한 환자가 없다면 성도에 남아 설까지만 보내고 가심이 어떠신가요? 부족하지 않게 제가 모시겠습니다."
"예? 아니 나랏일 하느라 바쁜 한대인께 폐를 끼칠 수는 없죠. 설까지 머물게 되면 객잔이라도 알아볼게요."

주장군 댁에 머물 생각은 없으신 거군요. 하긴 주자서가 심심하면 놀리는데 머물고 싶을 리가 없지.

"지난번 제가 생사를 넘나들 때 구해주셨지 않습니다.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하지만…"
"부디, 조심하십시오."

한영은 마차에 치일 뻔한 견연을 구했어. 키가 큰 것에 비해 견연은 성인 남자치고 가벼웠어. 무인인 한영 손에 쉽게 끌려왔지.

"그렇게 바쁘면 어제 출발하던가 골목에서 뭐하는 짓이람?"

씩씩 분개하는 견연이 다친 곳 없나 확인한 한영은 그를 달래기 위해 두리번거렸어. 식전이니 가볍게 먹일만한 간식이-

"꺄아아악!!!"
"아이가 마차에 치였어요!!!"

견연은 빠른 속도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지. 마차에 치였다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어. 옷이 더러워지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응급처치를 했지. 주변에 사람들이 몰렸어. 빠른 손길에 사람들이 감탄했지. 그 사이를 비집고 한영이 들어왔어.

"견의원님."
"한대인 근처에 의각이 있나요?"
"없습니다."
"큰일이네. 어쩔 수 없지. 다들 좀 비켜주세요!!"

견연은 아이를 안아 사람을 헤치고 나간 뒤 평평한 곳에 눕혔어. "얘야 조금만 참자." 아이는 마차에 치인 게 아니라 마차를 피해 구르다 다쳤어.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사고에 놀라 착각할 수 있어. 하지만 직접 진맥하고 마차 사고로 다치 사람을 치료한 경험이 많은 견연은 바로 알아봤지.

"많이 다쳤습니까?"
"마차에 치인 건 아니고 피하기 위해 구르다 뼈에 금이 간 거 같아요. 부목으로 잘 대고 붙을 때까지 푹 쉬면 됩니다."

오오- 주변에서 감탄 소리가 나왔어. 견연은 한영에게 몇 가지 약초를 부탁해. 한영은 머뭇거렸지. 근방에서 천창군이 지키고 있으나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거든.

"한대인?"
"견의원님 저는,"

그 아이보다 당신이 더 우선입니다. 뒷말을 하면 견연의 실망하는 걸 보게 될 거야.

"필요한 약초가 뭡니까? 저 약초꾼입니다."
"아. 다행이다. 혹시 탕기나 사발도 있나요?"
"그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몰린 사람들 중 몇 명이 견연이 말한 것들을 선뜻 내줬어. 아이의 다리를 부목으로 단단하게 고정하고 제 겉옷을 찢어 붕대 대신 칭칭 감았지. 그리고 고통을 덜어주고 뼈에 좋은 약초를 다려 먹였어. 다음은 팔을 치료했어. 깨끗한 물에 적신 면포로 흙과 피를 닦아내자 쓸린 것을 제외하면 멀쩡했어. 새살이 돋아나는데 좋은 약초를 으깨 붙인 뒤 깨끗한 천으로 감았지.

"감사합니다 의원님."
"크게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야."

처치가 끝날 땐 사람들이 더 몰렸어. 이리 실력 좋은 의원은 성도에서 보기 힘들었지. 왜냐면 다 황실 소속이었거든.

"거 어디서 오신 분이요?"
"아. 저는 신의곡 소속입니다."
"오오."

무려 곡주가 직접 어려운 이들을 돕고 다녀 유명했지. 특히 약초꾼이나 의원들은 신의곡을 모르면 바보 취급 당했어. 견연은 제게 약초나 물건을 내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살 했지. 특히 약초꾼에게 호의를 내비쳤어.

"주기적으로 거래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약초들이에요."
"그렇습니까?"
"네! 혹 신의곡에 약초를 댈 생각은 없으십니까?"
"네? 네!!!"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말이 나왔지. 상인이 주기적으로 물품을 댄다는 건 고정적인 수입이 생긴 거나 다름없거든.

"호오. 대단하군. 신의곡 소곡주니 저 정도 환자는 쉽게 치료하는 건가?"

객잔, 3층. 마차 사고부터 견연의 치료까지 전부 지켜본 이가 있었어. "주인님. 마부는 어쩔까요?" 수하의 물음에 주인이란 자는 금화를 두둑이 챙겨주라고 했어. 맞아. 이 사람은 마차 사고를 계획한 장본인이야. 오로지 견연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의원은 어쩔까요?"
"저것은 조금 더 지켜보지. 잡놈들이 꼬이지 않게 지켜라."
"존명."




"-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주자서는 배부른 호랑이처럼 만족했어. 견연은 의도치 않게 주자서의 계획을 도왔거든.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사람을 살렸어. 주자서가 의도적으로 흘린 소문을 한 번이라도 들은 자들은 의심할 거야.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면 그들의 생각이 바뀌겠지. 불로불사 같은 건 없다, 에서 어쩌면 견연이라면? 으로.

위험하겠지. 주자서가 지킨다 해도 완벽할 수 없으니 견연은 다칠 거야. 그럼에도 주자서는 멈추지 않을 거야. 절대로.






주자서 : 자기 부인은 사건사고에 휘말릴까 피신 시켜놓고 온객행은 주저 없이 미끼로 사용

온객행 : 열린 고생 닫힌 해피





산하령